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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문제 하나 풀어보시라.
얼마전 종영한 kbs2<태양은 가득히>, 현재 방영중인 sbs의 <쓰리데이즈>, 그리고 새로이 시작한 kbs2의 <골든 크로스> 의 공통점은?
바로 배우 이대연이다. 극 중 이대연은 <태양은 가득히>에서 정세로의 아버지, <쓰리데이즈>의 한태경의 아버지, 그리고 이제 <골든 크로스>에서 김강우의 아버지로 등장한다. 그것도 보통 아버지가 아니다. 남자 주인공의 인생의 궤도를 바꿔버리는 결정적 역할을 하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사진; 리뷰스타)
<태양은 가득히>에서 배우 이대연이 분한 정도준(이대연 분)은 다이아몬드를 빼돌린 사기꾼으로 그로 인해 자신은 목숨을 잃고 고시에 합격한 아들 정세로(윤계상)마저 살인 누명을 쓰고 복수에 칼을 가는 인물로 변모시켜 버린다.
<쓰리데이즈>도 마찬가지다. 청와대 경제 수석이던 한태경의 아버지 한기준(이대연 분)은 드라마가 시작되자 마자 거대한 트럭에 부딪혀 비명횡사한다. 그리고 청와대 경호관이었던 그의 아들 한태경은 아버지 죽음의 비밀을 밝혀가면서 거대한 음모에 휘말려 들게 된다.
그리고 <골든 크로스>의 오프닝에서 강도윤(김강우 분)의 아버지 강주완(이대연 분)은 친딸의 살해범으로 체포되어 예비 검사인 아들의 삶을 180도 급전락시키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태양은 가득히>와 달리, <쓰리데이즈>와 <골든 크로스>에서 이대연의 역할에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바로 청와대 경제 수석이던 <쓰리데이즈>의 한기준 수석과, <골든 크로스>의 강주완은 이 두 드라마가 딛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 현실의 모순을 그 자신이 고스란히 품어 안은 캐릭터라는 점에 있다.
대통령 암살 사건으로 시작된 <쓰리데이즈>는 이제 11회를 맞이하면서, 이야기의 폭과 깊이가 차원을 달리하고 있다. 그저 대통령의 암살범을 찾으면 되는 줄 알았던 이야기는 과거 대통령이 개입된 양진리 주민 학살 사건이라는 과거사의 잔상이 드라마를 뒤덮고, 거기에 이어, 이제 다시 오늘에 다시 그 양진리 사건보다 훨씬 더 규모가 큰 제 2의 양진리 사건이 벌어질 위기에 놓이게 된다.
극중 한태경의 아버지 한기준은 과거 양진리 사건 당시 의도치 않게 자금 전달책을 맡았던 인물로 자신의 과오를 깨닫고 그 진실을 밝히기 위해 16년 동안 줄기차게 매달린 인물로 그려진다. 그러던 그가 대통령의 특검 발표를 앞에 두고, 그간 작성한 조작되지 않은 진짜, '기밀 서류 98'을 특검에 전하려다 목숨을 잃는다.
그리고 이제 11회 드라마는 그저 남북의 협잡으로 인한 양진리 사건이, 사실은 김도진이라는 재벌과 그와 결탁한 팔콘 등이 무지막지한 이익을 만들어 내기 위해 획책한 사건이라는 것을 밝힌다. 드라마는 밝힌다. 전국민이 금모으기 운동을 하며 나라를 구하려고 애썼던 IMF와 같은 경제 위기가 상위 1%의 가진 자들에게 무한 배팅의 기회가 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들은 드라마에서처럼 다시 언제라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서울 한복판에서 폭발물을 터트리는 테러 정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다시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을 드라마는 밝힌다. 즉 한 나라의 위기가, 그 나라의 국민이지만, 그 나라를 그저 이용가치만으로 판단하는 소수의 누군가에겐 그저 굴려먹을 판돈 정도로 취급된다는 것을 우리는 <쓰리데이즈>를 통해 단순명쾌하게 학습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극중 잠시 스쳐지나갔지만, 재벌 개혁을 주창하던 청와대 경제 수석이던 한기준이 당연히 과거의 양진리 사건을 조사하면서 그런 일이 얼마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거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것의 재연을 막기 위해 노심초사 했을 지 미루어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쓰리데이즈>가 IMF를 다루었다면, <골든 크로스>가 딛고 있는 현실은 그보다 조금 더 2014년에 가깝다.
극 중 이대연이 분한 강주완은 과거 은행에 근무하다, 정부의 부실 은행 정리 과정에서 해고된 아버지다. 그로 인해 가족에게서는 무능력한 가장으로 대우받는다. 하지만, 상고 출신임에도 회계 전문가로 대접받는 그는 우직하게 자신의 삶에 대한 성실성으로 지금까지 버텨온 인물이다. 그런 그에게 아들은 어머니의 가게를 위해 25억만 대출해 오라고 닥달하고, 은행에선 눈 한번 감아주면 50억짜리 집을 주겠다고 유혹한다.
<골든 크로스> 역시 한 나라의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것은 바로 드라마 속 경제 기획부 금융 정책국장 서동하(정보석 분) 등 상위 1%의 그들이라고 규정한다. 그들의 입맛에 따라멀쩡하던 은행도 하루 아침에 부실 은행이 되어 그 은행에 근무하던 직원들의 밥그릇이 날아가고, 또 다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눈 하나 끔쩍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서류를 조작하여 그 일이 되풀이 되고 있다는 것을 드라마는 배경으로 삼는다.
극중 이대연이 분한 강주완 캐릭터는 상징적이다. 허구헌 날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며 성실한 삶을 살아왔으면서도, 아내와 자식들에게는 가장 무능한 가장으로 대접받고, 심지어 아들에게 그깟 돈 하나 못구해 오냐며 대놓고 다그침을 당하는 처지다. 뿐만 아니라, 그의 호구지책이 누군가에게 가장 만만한 미끼로 여겨질 뿐이다. 그는 자신이 무단횡단 한번 하지 않고 성실하게 살았다 하나, 그에게 돌아오는 건 비웃음이요, 기만이다.
(사진; 뉴스엔)
현실의 우리들을 규정하는 건 바로 우리들의 밥그릇, 먹고사는 문제이다. 그러나, <쓰리데이즈>와 <골든 크로스>는 말한다. 당신들이 먹고 사는 문제에 골몰하는 동안, 저 위쪽의 누군가는 그런 당신들을 장기판의 졸로 여기며 당신들의 밥그릇을 가지고 투전판을 벌이고 있다고.
<쓰리데이즈>에서 대통령의 암살 음모가 궁극적으로 귀결되는 것이 제2의 양진리 사건, 그리고 그로 인해 되풀이 되는 제 2의 IMF라는 사실은 시사적이다. 또한 <골든 크로스>의 악의 축으로 등장하는 서동하의 직책이 경제 기획부 금융 정책 국장이라는 것 역시 정경 유착을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결국 우리가 골치 아파하는 정치가 귀결되는 곳은 나의 밥그릇이라고 드라마는 친절하게 가르쳐 주려고 애쓴다.
덕분에 <쓰리데이즈>는 딱딱한 정치적 설명과 그 배경이 되는 경제적 해석을 논하느라, 드라마가 건조하다. 상위 1%의 협잡에 놀아나는 꼭두각시 강주완 일가의 몰락을 그리는 <골든 크로스> 역시 어둡기 그지 없다.
벚꽃이 흐드러지는 봄날, 재벌가 자녀들의 사랑 놀음과, 외계에서 온 멋진 남자와 아름다운 여배우에 눈을 빼앗겼던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쓰리데이즈>나 <골든 크로스>는 역부족이다. 덕분에 시청률은 낮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두 드라마의 의미를 단지 시청률로 설명해서는 안된다. 시청률이 좋기로 치자면야, 막장 오브 막장의 진수를 보여준 <왕가네 식구들>만한 드라마가 어디 있겠는가. 해외의 인기? 지금 중국에서 실시간으로 방영되고 있는 <쓰리데이즈>에 대해 한국에서 막장이나 로코가 아닌 이런 드라마가 나올 수 있느냐 라는 반응이 등장하고 있다. 그간 한국 드라마가 잘 먹히는 몇몇 장르에 한정된 뻔한 상품이었다면, <쓰리데이즈>를 통해 한국 드라마가 새롭게 재평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많이 보는, 잘 팔리는 것만 하다보면, 결국 매양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누구네집 쌈박질이요, 누구랑 누가 사귀는 이야기 밖에 없다. 그러는 동안, 또 세상은 IMF를 반복할 수도, 은행 부실이 재연되어 이번엔 내 밥 그릇이 날아갈 수도 있을 지도 모른다. 재미없다 하지말고, 못알아 먹겠다 하지 말고, 성의있게 드라마가 우리 현실에 대해 말을 할 때 좀 귀 기울여 보자. 그깟 결국 떨어지고 말 벚꽃에 미혹되지 말고.
중국 정법 대학 교수는 <쓰리데이즈>가 만들어 지는 우리나라 상황에 대해 그것이 곧 한국적 정치 상황에 대한 자신감의 반영이라는 웨이보 멘션을 날렸다. 낯 부끄러운 자긍심이라도, 시청률에 휘돌리지 않는,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좋은 드라마가 자꾸 만들어 지길 바란다. 막장도 자꾸 보면 중독되듯이, 딱딱한 드라마도 자꾸 보다보면 친근해 진다, 더불어 정신도 번쩍 든다.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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