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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8.16 <광복절 특집 다큐 아내의 이름> '누구의 아내' 대신 당당한 독립운동가로
이제 우리 사회에서 부부가 '이혼'을 하는 경우, 가사 노동에 종사한 아내의 '역할'에 대해 당당하게 '법적'인 지분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 '가사 노동'에 대해 과연 우리 사회는 진정 정당한 '가치'를 인정하고 있을까? 이 질문은 외람되게도 '독립 운동'의 그늘에서 헌신적으로 뒷바라지의 역할을 자처한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존재론으로 이어진다.
광복절 77주년이다. 각 방송국마다 77주년을 기려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 가운데 kbs1을 통해 방영된 <광복절 특집 다큐 아내의 이름>이 눈에 띈다. 현재 '독립 운동가'로 서훈을 받은 선열들은 2만 여명에 이른다. 그렇다면 이 중 '여성'들은 얼마나 될까? 2%도 안되는 채 200여 명이 안된다고 한다.
이런 안타까운 결과는 유교적이고 봉건적인 사회 구조 속에서 '여성'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어 '활동'하기가 어려웠던 시대적 환경이 무엇보다 컸을 것이다. 하지만 '여성'이라고 해서 '독립'에의 '의지'가 없었을까? 단지 '드러나지' 않았을 뿐, 2만 여 명에 이르는 독립 운동 선열들이 활동하는 그 '그늘'에서 늘 '여성'들은 치열하게 독립을 위해 '헌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회영, 신채호, 이상령은 알아도, 박자혜, 이은숙, 김우락이란 이름은 생소하다. 그간 여성 독립 운동가들의 활약상을 발굴해온 kbs가 광복절을 맞이하여 네 분의 여성 독립 운동가들, 그분들의 '이름'을 되찾아 주고자 한다.
3.1운동에 앞장섰던 간호사, 신채호를 뒷바라지
1895년에 양주에서 태어난 박자혜 여사는 어린 나이에 '궁녀'가 되었다. 몇몇 궁녀들과 함께 의술을 배울 기회를 얻은 여사는 이례적으로 일본인이 대부분이던 조선총독부 의원의 간호사가 되었다.
3.1 만세 운동이 일어나고 일제의 무력 진압으로 인한 사상자를 목도한 박자혜 여사는 조선총독부 병원에서 일하는 자신을 부끄러워하며 독립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런 결심에 따라 간호사들의 조직 '간우회'를 결성하는데 앞장서고 유인물 배포하는 한편, 만세 행렬에 적극 참여한다. 결국 '과격하고 언변이 능하며 총독부 의원, 간호사 등을 대상으로 독립 만세를 고창한' 혐의로 체포되고 만다. 풀려난 박자혜 여사는 베이징으로 망명했고 이곳에서 한 독립운동가를 만나 결혼하게 된다. 그녀의 나이 24세, 그녀의 남편은 39세의 신채호였다.
하지만, 생활고는 이 부부를 떼어놓는다. 둘째 아이를 가진 박자혜는 고국으로 돌아와 조산원을 열었지만 신채호의 아내라는 이유로 '냉방에서 주린 창자를 쥐고 두 아이가 울고 있'는 가난을 견뎌야 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동양척식회사에 폭탄을 투척한 나석주 열사의 길잡이 노릇을 기꺼이 해냈다. 또한 뤼순 감옥에서 갇히게 된 남편의 옥바라지를 8년 동안 감내했다. 하지만 결국 36년 신채호 선생이 돌아가시고 '모든 희망이 끊어졌다'고 애통해하던 박자혜 여사는 뒤를 이어 44년 가난과 독립운동으로 얻은 지병으로 고생하다 돌아가신다. 1990년에서야 정부는 '건국훈장 유족장'을 그녀에게 '추서했다.
삯바느질로 모은 돈도 독립운동 자금으로
서울 명동의 금싸라기 땅은 원래 이회영 집안의 것이었다. 하지만 이회영 일가의 6형제는 '병합'이 되자 그해 12월 망명길에 오른다. 1908년 19살의 나이로 22살의 나이차가 나는 이회영 선생과 혼인을 한 이은숙 여사 역시 한겨울 압록강을 건너 40여일만에 중국 지린성 류허현에 이르렀다. 이회영 선생 등이 이곳에 한일 자치기구 '경학사'를 만들고, 무장독립군 양성을 위한 '신흥 무관학교'를 세우는 과정에서 이은숙 여사와 동료 여성들은 이들의 뒷바라지에 힘썼다.
말이 뒷바라지이지 당시 '독립 기지'의 가장 큰 고충은 '넉넉치 못한 재정'이었다. '죽울 쑤었을 대는 상을 가지고 나가지 못할 정도로 얼굴이 화끈히 달아올랐다'던 이은숙 여사는 서로 군정서 대원들의 옷을 직접 만들어 입혔고 먹였다. 하지만 청산리 전투 이후 베이징으로 옮긴 이은숙 여사네 집은 10 명에서 40여 명가지 독립 운동가들의 집결처가 되었다. 그들을 먹히고 입히느라 결국 어린 두 딸을 빈민 구제원에 맡겨야 하는 처지에 이르게 되었다. 1925년 임신한 몸으로 홀로 귀국하게 되었지만 삯바느질로 모은 돈마저 '하늘같이 섬기던' 남편의 독립운동 자금으로 부쳤다. 이은숙 여사가 당시의 삶을 회고한 <서간도 시종기>는 독립운동사의 중요한 '사료'가 되었다. 19명이 서훈을 받은 이회영 일가, 여사는 1979년 90세에 이르러서야 '독립운동가'로 '추서'되었다.
'내가 안하면 누가 하겠어요!'
이은숙 여사들처럼 드러난 '공적'인 독립운동의 이면에 그것이 가능하도록 만든 여성들의 '물심양면' 뒷바라지 안살림이 있었다. 그렇다면 임시정부의 안살림을 도맡은 여성들은 누구였을까? 그 중에 장정화 여사를 빼놓을 수 없다.
1890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난 장정화 여사는 대한제국 대신을 지낸 김가진의 아들 김의한과 불과 11살의 나이로 혼인을 한다. 그런데 1919년 갑자기 시아버지와 남편이 사라진다. 장정화 여사는 신문 기사를 보고서야 그분들이 '망명'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스무 살으리 겁없던 장정화 여사는 남편을 찾아 베이징으로 향한다.
'이 길은 모진 풍파로부터 도피도 아니며, 안주도 아니다. 또 다른 비바람을, 이번에는 스스로 맞기 위해 떠나는 길이다. '
장정화 여사는 당시의 심정을 회고록 <장강일기>에서 소상히 밝힌다. 베이징으로 건너간 여사는 이동녕, 엄항섭 선생 등과 한 집에 살며 임시정부의 안살림을 도맡았다. 하지만 당장 독립 운동가들의 '호구지책'이 심각해지가 여사는 프랑스 조례 밖을 나올 수 없는 남성 독립운동가들 대신 스스로 고국과 중국을 6차례에 걸쳐 오가며 독립자금 등을 조달했다. 임시정부와 함께 중국 내륙을 거쳐 충칭에 이르른 여사는 1040년 한국 여성동맹, 43년 대한 애국부인회 등을 재건했고 광복 이후 귀국했다. 남편 김의한이 6.25 때 납북당하고, 여사는 1982년에서야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았다.
50대 후반에도 거침없는 '독립'의 행보
임정의 초대 국무령을 지낸 이상룡 선생 역시 낙동강이 보이는 경북 안동의 유지였다. 99칸 대저택을 처분하여 '망명'한 선생, 19살에 혼인하여 어느덧 50대 후반에 이른 아내 김후락 여사도 함께였다. 여사는 1911년 베이지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해도교가사>로 남겼고 이 역시 주요한 독립운동사료이다.
신흥무관학교 교장이 된 이상룡 선생, 김후락 여사는 안살림을 맡는 한편, 부인회를 조직 결의를 다지는 등 독립 운동의 내조에 힘썼다. 김후락 여사는 2019년에야 독립유공자로 인정되었다. 또한 김여사의 며느리 이중숙 여사, 손주 며느리 허은 여사 3대 모두 독립 유공자가 된 '유공자 3대'의 집안이다.
빨라야 1970년대에서 2000년대에 이르러서야 독립 유공자로 '인정'받게 된 여성들, 그녀들이 없었다면 과연 그 혹독한 독립운동의 생활고를 버텨냈을까? 남자들이 '일경'의 감시로 옴짝달싹할 수 없을 때 기꺼이 압록강을 건너 고국의 독립자금을 나르던 여성들이 없었다면 과연 지금 우리가 기억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임시정부'가 가능했을까?
다큐는 이에 주목한다. 전문가들은 여성들의 뒷바라지를 여전히 '평범한 여성'들의 일로 보는 시각이 이 분들의 독립 유공자 '추서'가 늦게 된 이유라고 짚는다. 또한 여전히 부족한 여성운동사에 대한 연구도 아쉬움을 더한다. 누구의 아내, 혹은 '안살림'을 맡은 '여성'이 아니라, 그분들의 '이름' 그대로 불리워질 때, 비로소 우리 독립운동사가 '온전한 역사'가 될 것이라고 다큐는 '방점'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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