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부 마지막 장면, 우영우의 친엄마 태수미(진경 분)가 있는 태산을 찾아간 권민우(주종혁 분)는 말한다. '착한 척 위선이나 떠는 한바다, 그 밑에서 나약해 지고 싶지 않다'고, 여기 권민우 변호사의 말에는 두 가지 논리가 들어있다.

착한 건 위선, 그리고 착하게 살면 나약해 지는 것, '권모술수'라는 별명에서도 보여지듯이 거대 로펌 한바다의 1년 계약직인 권민우는 우영우에 대한 편견이 가장 없는 사람이라는 세간의 우스개가 있다. 왜냐하면 권민우는 우영우의 자폐조차 권민우와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만드는 '아이템'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였기에, 이제 태산을 찾아와 말한다. 자신이 아는 진실이 힘이고, 무기가 되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로만 권모술수가 아니라, '본격' 권모술수의 길에 나선 것이다. 

그런 권민우에게 태수미는 우영우(박은빈 분)가 한바다를 떠나도록 하라는 '딜'을 한다. 당장 12회에 그 일을 실행에 옮긴 권민우, 시청자들은 그의 '권모술수'로 인해 고통받을, 그래서 한바다에서 쫓겨날 지도 모를 우영우가 걱정된다. 여느 드라마들이라면 '빌런', 권민우가 드라마적 갈등 요소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다. 하지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이런 갈등에 대해 조금 다른 접근을 한다 바로 '양쯔강 돌고래'에 대한 질문이다. 

 

 

변호사는 어떤 사람일까? 
12회차에서는 미르 생명의 여직원 정리 해고 사건을 다룬다. 우영우는 해고된 여직원들이 아니라, 미르 생명의 입장에서 변호를 맡게 된다. 극중 보여지듯이 한 직장을 함께 다니는 부부 직원들 중 아내에게 회사는 부당하게 '정리 해고'를 종용한다. 21세기에 '시어머니', '눈치'니 , 남편의 앞길이니 하면서 말이다. 결국 100명이 넘는 여사원들이 회사를 떠나게 되고, 이 과정에 승복하지 않은 2명의 여직원이 재판에 나선다. 

재판 과정에서 우영우는 혼란을 느낀다. 글로만 드러난 '사실'과는 다르게 , 재판의 과정 속에 숨겨진 '진실'에 대해서. 겉으로는 남자 직원을 역차별한 것같지만, 사실은 여직원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을 말이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정명석(강기영 분) 변호사를 찾는다. 

그런데 정명석 변호사가 언성을 높인다. 화를 내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 그의 얼굴은 우영우가 보기에는 영락없이 화를 내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영우는 '변호사'라는 직업의 정체성을 물었다. 

정명석은 옳고 그름은 '판사'가 판단할 몫이며 변호사는 의뢰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일에 집중하라고 강력하게 충고한다. 정명석의 말에 따르면 '변호사'라는 직업적 성격상 '가치 판단'은 배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우영우는 변호사법 1조 1항을 말한다.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

 

희망 퇴직 권고는 난임 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니었을까요? 


우영우는 두 눈을 질끈 감고 '한바다' 변호사로써, 강제 퇴직이 아니라 개인의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며 자신들에게 수임을 맡긴 미르 생명의 편에 서서 최선을 다하려 한다. 재판은 결국 원고의 손을 들어준다. 인사부장의 다이어리 속 메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명문화된 법 조항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런데 재판에서 이긴 한바다 변호사들과 미르 생명의 인사부장의 표정이 씁쓸하다. 심지어 인사부장은 다음은 자리 차례라며 착잡해 한다. 반면, '졌잘싸'라며 패소한 여직원들과 '시끄러운 여자' 류재숙 변호사는 얼싸안고 서로를 독려한다. 

 

 

정명석과 류재숙, 당신은 누구입니까? 
미르 생명에 대한 한바다의 법률 자문 사실을 알게 된 우영우는 언제나 그랬듯이 뿌르르 정명석 변호사 방으로 달려간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정명석 변호사는 '어미 고래'와 같다. 우영우 김밥을 하며 영우를 키운 아버지가 집에 있지만, 사회에 나온 영우를 음으로 양으로 보살피는 건 정명석 변호사의 몫이다. 처음 영우에 대한 편견을 가졌지만, 가장 먼저 영우에게 정중히 사과한 이래, 정명석 변호사는 언제나 영우에게 기회를 줬다. 심지어 권민우가 '차별'이라고 할 정도로. 

그렇게 '어미 고래'같은 정명석이기에 그의 말대로 우영우는 '의뢰인의 입장'에 서서 최선을 다하려 한다. 그런데 정명석과 우영우, 그들이 속한 대형로펌 '한바다'의 의뢰인은 '미르 생명' 같은 곳들이 많다. 수임료가 비싼 한바다와 같은 곳에는 '돈이 많은 사람들'이 온다. 

12회 내내 정명석을 두려움에 떨게 만든 이는 재벌 2세였다. 감옥행이어야 할 그를 '구해주다시피'한 정명석과 또 다른 변호사, 그들은 아버지를 잔인하게 죽인 장재진을 '변호'했다. 의뢰인의 입장에 서서 최대한의 감형을 했지만 감옥에서 출소한 그는 형량이 맘에 들지 않는다며 다른 변호사를 찔러 상해를 입힌다. 당연히 정명석 변호사는 자신도 '린치'를 당할까 두려움에 떤다. 

해프닝처럼 등장한 이 사건은 대형 로펌 변호사의 '숙명'을 그린다. 의뢰인이 어떤 사람이어도 그의 '편'에 서야 하는. 반면, 변호사의 '사'자가 검사, 판사의 '事' 와는 다른' 士' 라며 변호사법 1조 1항을 우선하는 류재숙 변호사는 다른 길을 걷는다. 

어미 고래같던 정명석 변호사는 난임 치료 사실을 법정에서 쓰지 않으면 안되냐는 우영우의 청을 묵살한다. 반면, 류재숙 변호사는 권민우가 우영우의 이름으로 보낸 한바다의 법률자문 의뢰서를 재판에서 사용하지 않는다. 그때문에 졌을 수도 있지만, 류재숙은 '졌잘싸'를 밝은 얼굴로 외친다. '패소 전문 변호사'란 류재숙 변호사, 그런 그녀를 우영우는 '멸종 위기'의 양쯔강 돌고래라 한다. 

늘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며 업무에 쫓기고, 의뢰인이라는 무뢰한에게 쫓기고, 이제 피까지 토하고 마는 정명석, 그런 그와 대비되어 '채소를 덜 잘 가꾼다'는 초라한 사무실, 하지만 넉넉한 인심의 류재숙이 대비된다. 드라마에서는 양 극단의 인물을 ㅖ로 들었지만, 결국 정명석과 류재숙의 삶은 우리에게로 돌아온다. 과연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까? 우영우의 표현에 따르면 어떤 고래의 삶을 선택할까?  극중 안도현의 연탄 한 장을 읊는 류재숙, 자신을 태워 사랑을 이룬 삶은 아름답지만 쉽지 않다. 유인식 피디의 전작 <낭만 닥터>가 떠오른다.  류재숙을 유심히 보는 우영우, 어쩌면 그녀에게 닥친 위기를 영우는 뜻밖의 선택으로 돌파하지 않을까? 제주 바다에 풀어놓은 수족관 돌고래처럼.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 연탄 한 장, 안도연

by meditator 2022. 8. 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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