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특집 <휴먼 다큐 사랑>4부작 시리즈가 마지막회 <말괄량이 샴 쌍둥이>를 끝으로 종영되었다. 이 따뜻한 다큐를 보기 위해서는 내년 가정의 달까지,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만약에 내년에도 한다면) '휴먼'과 '사랑'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제목에서부터도 알 수 있듯이 언제나 그래왔듯 4부 마지막까지, 인간으로서 가장 가치있고 소중한 모습을 따뜻하게 그려낸다.
<휴먼 다큐 사랑> 마지막 회<말괄량이 샴쌍둥이>는 캐나다 브리티시 버논에 거주하는 머리가 붙어 태어난 샴 쌍둥이 크리스타, 타티아나 호건 자매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들의 오늘이 있게 만든 특별한 엄마와 엄마같은 할머니 '나나맘'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제는 건강하게 학교를 다니고 있는 샴쌍둥이 크리스타와 타티아나의 출발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뱃속에 있는 쌍둥이가 머리가 붙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의사는 엄마 펠리시아 호건에게 낙태를 권유했다. 하지만, 스물 한 살의 나이에 이미 두 아이의 엄마인, 그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엄마는 그런 의사의 권유를 거절했다. 그리고 벤쿠버에서 다른 샴쌍둥이가 태어나 잘 자라고 있다는 건 알게 된 아빠는 아이의 순조로운 출산을 위해 엄마와 함께 벤쿠버로 향한다.
2006년 10월 벤쿠버의 한 주립 병원에서 혹시나 있을 지도 모른 사태에 대비해 17명의 의사들이 포진하고 있는 가운데 쌍둥이 크리스타와 타티아나는 무사히 세상으로 나왔다. 생존율 20%의 장벽을 뚫고 세상에 나왔다고 이들의 성장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많은 의사들이 샴쌍둥이의 성장을 비관적으로 보고 이 아이들이 걷지도 기지도 못할 거라고 했지만, 현재 이들은 웃으며 뛰어다니고, 벽도 타고, 함께 목마도 타며 즐겁게 지내고 있다.
물론 하나의 뇌를 공유한 타티아나와 크리스타의 삶이 다른 아이들과 같지는 않다. 함께 맛을 느끼고, 함께 시각을 공유하고,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보폭과 속도를 조절하는 마술같은 신체적 특징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즐겁게 뛰어노는 이들 말괄량이가 평생 변기에 앞으로 앉을 수 없듯이, 편중된 뇌때문에 보다 빨리 뛰는 심장을 조절하는 수술을 받아야 했고, 밀과 보리 알레르기나, 소아 당뇨처럼 지병을 평생 가져가야 하고, 함께 걸어야 하는 신체적 특징때문에 발 중 어느 한쪽은 깨금발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휴먼 다큐 사랑>을 보고 있노라면 그런 신체적 장애가 어쩌면 살아가는데 그다지 큰 장애가 아닐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된다. 엄마와 할머니의 신뢰에 찬 사랑, 그리고 그런 엄마를 지지하는 할아버지를 신념이 보는 시청자들의 눈을 새롭게 뜨도록 만든다.
이미 뱃속에 있을 때부터 끊임없이 회의적인 이야기를 하는 의사들의 이야기에 엄마 크리스티나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들의 출생에 세상은 회의적이었지만, 엄마는 오히려 반대로 말한다. 그들이 태어나기 전 가족들은 각자의 삶만이 있었지만, 이제 샴 쌍둥이 덕분에 좀 더 가까워지고 가족으로서의 역할을 좀 더 원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샴쌍둥이 덕에 짊어지고, 나누어야 하는 시간을, 엄마는 가까워짐과, 역할을 원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또한 쌍둥이의 늦은 성장에 대해서도 엄마의 생각은 다르다. 동생이 태어나도록 걷지도 기지도 못했지만, 쌍둥이는 동생이 태어나고 기고 성장하는 것을 보고 하루가 다르게 달라져 여전히 도움이 필요하지만 조금씩 건강하게 자라나고 있다고 말한다.
(사진; 뉴스엔)
시리즈가 언제나 그래왔듯 <휴먼 다큐 사랑>의 부분부분 얼굴은 웃고 있는데 눈시울은 적셔져 가는 미묘한 감동을 주었지만, 가장 우리나라 시청자들에게 뜨끔하면서도 감동적인 부분은 엄마 크리스티나의 한 마디이다. 낮은 생존율처럼, 성장의 후일을 명확하게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엄마는 말한다. 타티아나, 크리스타 두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이 없다고, 함께 하는 그 순간순간 함께 행복하면 그뿐이라고. 초등학교 2학년인 이제야 알파벳 대문자와 소문자를 연결할 수 있는 쌍둥이 자매를 보며 할머니는 그들이 많이 배울 수 있는 미래를 기대한다. 여전히 어른들은 그 아이들은 기대와 희망을 놓지 않는다.
그 말은 우리를 망치처럼 내려친다. 건강하고 멀쩡하게 태어나는 아이,순조롭게 잘 성장해 주는 아이, 그리고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 란 역으로 질문을 던지는 것이기에. 그저 지금 우리와 함께 웃으며 지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했던 적이 얼마나 있었던가 라는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휴먼 다큐 사랑; 말괄량이 샴 쌍둥이>가 그려내고 있지 않지만, 샴 쌍둥이 자매 크리스타와 타티아나가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배경에는 캐나다라는 나라가 있다. 나라에서 지어주는 임대 주택에서 생활하는 외가와 부모님들을 가진 샴 쌍둥이, 과연 우리나라라면 어땠을까. 태어날 때부터 온갖 의료적 도움이 필요하고, 이만큼 성장할 때까지 의학적 보조가 늘 함께 해야 하는 이 아이들이 우리나라 사회에서 저렇게 성장할 수 있을까?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는 과정에서 필요한 모든 의료적 비용을 사회가 부담해 주는 캐나다 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다큐에서 나오는 출산 과정의 비용, 그리고 자라면서 했던 수술과, 지금도 하루에 몇 번씩 먹어야 하는 약과 주사의 비용은 모두 공짜다. 다 나라가 부담하는 것이다.
다큐를 보는 내내 의아했다. 공공 임대 주택에 사는 엄마와 할머니는 온전히 육아에만 매진하고 있는 듯이 보였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나가였다면 어땠을까. 다섯 아이들의 밥값을 벌기 위해 아빠는 물론 엄마까지 나가서 벌어야 할 상황이다. 느긋하게 아이들을 도시락을 싸서 학교에 데려다 주고, 데려오고,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빨래를 돌리는 상황을 공공 임대 주택에 사는 부모들이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엄마 펠리시아는 그게 가능하다.
2011년 4월 8일 <오마이 뉴스> 해외 복지 리포트 기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캐나다에서는 아이들의 의료 비용이 나라 부담이다. 심지어, 아이를 낳으면 한 아이당 보조 양육 수당을 459달러 씩을 받는다. 아이들이 태어나서 18세가 될 때까지 캐나다는 자격이 있는 사람들에게 나라가 경제적 수준에 따라 아동 복지 수당을 제공한다.
엄마 크리스티나가 나가서 당장 아이들 밥값과 병원비를 벌 필요 없이, 당당하게 장애를 가진 아이를 낳을 수 있고, 온전히 다섯 아이들의 육아에 집중하며 그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배경에는 아이를 무상으로 키울 수 있는 캐나다의 의료 복지 제도가 있다. 어쩌면 샴 쌍둥이를 가져도, 그들을 낳고 키울 수 있는 용기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캐나다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인 것이다.
<휴먼 다큐 사랑> 시리즈는 그저 감동만이 아니라 힘이 있다. 사랑의 힘이다.
크리스타와 타티아나는 비록 사지는 멀쩡하다지만 한 눈에 보기에도 함께 걷기도 버거워 보이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하루에 네 번씩 주사를 맞는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그저 보통 아이들처럼 때론 장난도 치고, 형제들과 웃고 울고 밝게 생활하는 이 자매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행복한 삶에 그다지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저절로 깨닫게 된다. 그리고 한 명이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면 또 다른 하나는 휴지를 자르며 기다려 주고, 자연스레 옷을 추켜주고, 따스하게 손을 맞잡아 주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우정과 같은 두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부럽단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 더구나 아이들에게 크게 바라는 것 없이, 그들과 함께 지금 함께 행복한 것만으로도 삶의 목적을 이룬 듯한 엄마와 할머니를 보면서, 우리가 살면서 잊어서는 안될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따뜻하면서도 밝게 나레이션을 해낸 박유천의 마지막 한 마디, '이백 오십만 분의 일 확률로 태어난 희귀한 샴 쌍둥이 타티아나와 크리스타, 세상 그 누구보다 힘든 조건 속에서도 이 아이들은 서로에 기대어, 서로를 아끼며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때론 감당하기 힘든 삶의 무게가 짓누를 때 이 미소를 떠올려 보세요. 언제나 우리의 마지막 해답은 사랑입니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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