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밤 새로이 시작된 예능, <투명인간>은 아마도 케이블은 tvn의 히트 드라마 <미생>이 없었다면 태동되지 않았을 프로그램인 듯 보인다. 이 시대 직장인들의 애환을 현실감있게 그려낸 <미생>의 인기를 보면서, '아! 저걸 예능에 응용해 볼까?'란 의도가 매우 농후하다. 케이블의 아이디어를 확장시킨, 마치, <꽃보다 할배> 시리즈의 스핀 오프 시리즈로, <삼시세끼>가 등장한 듯한, 공중파의 예능이라, 격세지감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첫 회를 방영한 <투명인간>은 말 그대로, '미생'이다. 직장인들을 예능의 대상으로 하겠다는 아이디어를 얻기는 했지만, 그것을 어떻게 응용해야 겠다는 지점에서, '완생'의 길이 멀어보인다. 

우선, 왜, 하고 많은 직장인들에 대한 '위로' 중에서, 하필, 1;1 로 웃기기 게임을 프로그램의 기본 아이템으로 설정했을까? 방영된 1회를 보는 내내 도무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직장인 팀 한 부서를 상대로, 연예인 팀의 한 명, 한 명이 그 중 한 명을 찾아가, 제한 시간 내에 웃음기어린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연예인이 직장인을 선택하고, 반대로, 직장인이 연예인을 선택하는 전,후반부의 제한 시간 동안, 연예인들은 각자 최선을 다해, 춤, 노래, 콩트, 그리고 심지어 사정과 위협을 동원하며 직장을 웃기기 위해 애를 쓰고, 직장인들을 그것을 참아내느라 애쓴다. 그리고 첫 회 승리한 직장인들이 그 댓가로 얻은 것은, '휴가'이다. 굳이 '직장인'들을 위로한답시고 찾아가, 웃기기 게임을 벌이며, 그 포상으로 건, 휴가라니!  어쩐지 웃프다. 

일간스포츠

하지만 달콤한 휴가를 얻기 위해 그들이 참아내야 하는 연예인들의 원맨쇼는 한 마디로, 참 보기가 '거시기했다'.
김범수가 다짜고짜 얼굴을 들이대고, 세계 27위의 모델이라는 사람이 웃기는 춤을 추고, 하하는 그 특유의 화법으로 들이대고, 강호동은 결국 소리를 지른다. 그나마, 게스트로 등장한 하지원이 제시한, 그녀의 전화번호와 옆자리 영화 관람 정도가, 매혹적인 아이템이라고나 할까? 오죽하면 직장인들 중 한 명이, '아직 준비가 덜 되신 것 같다'는 평을 할까?

무엇보다, 제작진은, 직장인들을 상대로 한 '예능'이라는 지점에 꼿혔을 뿐이지, 그들에게 진정한 위로와 웃음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고민해 보지 않은 티가 첫 회에 너무도 역력하다. 그저, 포상으로 휴가나 던져주면 장땡인가?

하지만, 그렇다고, <투명 인간> 자체가 아주 별로는 아니다. 오히려 그렇게 준비되지 않은, 무턱대고 직장인들을 상대로 웃겨보마고 나선 어설픈 판에서도, 가능성을 보인 지점이 있다. 
바로 그건, 연예인들이 아니라, 직장인 그들 자체였다. 그들 각자의 다양한 캐릭터와, 준비된 예능감들이, 어설픈 연예인들의 장기보다, <투명인간>의 가능성으로 드러났다. 
그러기에, 연예인과 1;1로 마주선 장면보다, 상무님을 모시고 한, 뿅망치 게임 등에서, 그들간의 조합이 훨씬 더 신선하고, 재미를 자아냈다. 생글생글 웃음이 만발한 신입에게, '말을 안듣는다'며 단호한 평가를 내리는 대리와, 마지막으로 '느끼함을 불살라 보겠다'는 부장님, 이런 캐릭터는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1;1 대결에서도 마찬가지다. 비록 실패했지만, 정태호의 쵸사이언 변신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과 달리, 선글라스에서 부터, 팔을 잘라낸 와이셔츠, 그리고 콧구멍을 들이비춰도 웃음기를 참아내는 내공들은, 연예인들을 앞선다. 차라리, 연예인을 앞세운 1;1 웃기기 게임이 아니라, 직장인들의 장기를 드러낸, 직장인들의 연예인 웃기기가 오히려 낫지 않을까 싶은 지점이다. 그래야, '휴가'를 쟁취하는 맛도 나고. 

<투명인간>은 <안녕하세요>, <우리동네 예체능>을 이어갈, 일반인 예능의 계보를 타고 있다. 그렇다면, 프로그램의 상대가 되는 일반인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프로그램의 성격을 살릴 수 있게 고민이 좀 더 배가되어야 할 듯하다. 
<안녕하세요>가 매회 다양한 일반인들의 사연을 등장시켜, 일반인 예능으로 안착한 반면, <우리 동네 예체능>이 '우리 동네'라는 말이 무색하게, 다양한 연예인들의 돌려막기로, 그들만의 리그로 변질 된 지점을 '벤치마킹'하여 <투명인간>의 행보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지점에서, <안녕하세요>에는 있는데, <우리 동네 예체능>에는 없는 것이, <투명인간>에도 없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딜레마로 작용할 듯하다. 바로, 일반인들의 그것을 풀어낼 mc의 능력말이다.

일반인들을 상대로 웃기기를 하겠다는 설정은, 다분히 강호동이라는 mc를 배려한 아이템처럼 보였다. 하지만, 정작, 그가 한 것은, 언제나 그랬듯이, 들이대고, 소리지르고 하는 예의 강호동 식이다. 회사원들은, 어색한 연기를 보인, 강호동을 두고, 머리가 좋다느니 어쨌다느니 했지만, 그걸 보는 시청자들은 그저 오그라들 뿐이다. 정작, 상황을 재빨리 파악하고, 회사원들의 캐릭터를 살려주는 센스를 보인 것은, 하하와 정태호였으며, 히든 카드는 뜻밖에도 게스트 하지원이었다. <투명인간>에서 필요한 것은, 기가 센 mc가 아니라, 센스있게 직장인들이라는 미지의 인물들을 파악하고, 그들을 '예능'이란 장에서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mc들이다. 그런 면에서, 오랫동안 <스타킹>을 진행해온 이력이 무색하게, 첫 회부터 강호동은 프로그램의 짐처럼 느껴졌다. 

<투명인간>이라는 제목을 보고, 직장인들을 위로 한다고 하여, 직장으로 들어가 하다못해 복사 라도 한 장 해주며, 그들의 고달픈 삶을 덜어주는 프로그램이란 생각이 무색하게, <투명인간>은 직장인을 이용한 그저 어디선가 해본 듯한 예능이었다. 더구나, 여전히, 이 프로그램에서 조차, 기계음이 귀를 막는 공장도, 국자와 칼이 번쩍이는 주방도, 미생들의 또 다른 삶터일진대, '직장인'은 칸막이가 쳐진 사무실에서, 번듯하게 넥타이를 매고 근무하는 화이트칼라들이다.  이렇게 해서야, 제 아무리 '휴가'를 건다해도, '미생'들의 공감과 위로를 얻을 수 있을런지. 첫 술에 배부를 리야 없겠지만, 첫 술에 벌써 지레 먹기 싫게 만들어 버려서는 안되지 않을까, 부디, '미생'들의 위로에 대한 진지한 숙고와 배려로 탄생되는 진짜 위로잔치를 기대해 본다. 


by meditator 2015. 1. 8.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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