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저씨 체크리스트
□ 식당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에게 반말을 한다.
□ 상대방을 잘 알기 위해 사생활을 묻는다.
□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가벼운 스킨십이나 성적 농담을 한다.
□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아랫사람에게 폭언 또는 폭행을 했다.
□ 회식도 업무의 연장!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
□ 직장후배에게 업무 외의 일을 시킨 적이 있다.
□ 자신의 가부장적인 생각이나 가치관을 주변에게 강요했다.
이 체크 리스트를 통해 알 수 있는 개저씨는 '가부장제 사회'의 그 분이다. 여전히 남성이 군림하고 있는 당신의 세상에서, 남성인 당신의 아랫 사람을, 그 중에서도 특히 여성을 함부로 다루며, 자신의 사고 방식을 강요하는 그 사람들을 요즘 젊은 사람들은 '개저씨'라고 칭한다. 그 이전 세대의 '꼰대'와 비슷하지만, 꼰대가 젊은 세대와 소통할 수 없는 고리타분한 사고방식에 방점이 찍힌다면, 개저씨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진상'인 남성 우월주의 추태가 곁들여 졌다는 점에서 한 발 더 나아간 듯 보인다. 하지만, 그 시절의 '꼰대'이건, 요즘의 '개저씨'이건 결국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퇴행하는 중장년층을 지칭한다는 의미에서 공통적이다.
그렇게 아저씨들이 시대에 뒤쳐져서, '개'와 동급이 되는 세상, 자청해서 '개저씨'가 되는 분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 '개저씨'들은 개같아서 개저씨가 아니라, 개와 함께 해서 '개저씨'라는 점이 다르다. 뿐만 아니라, 이 개저씨들은 '먹방'이 한 풀 꺽인 방송에서 이른바 '펫방'으로 신조류를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트렌드를 앞서가고 있다는 점에서 sns 상의 개저씨와 차별성을 지닌다.
이경규 강아지들과 함께 누워 방송하다
지난 3월 13일 <마이 리틀 텔레비젼>인터넷 실황 방송에서 부터, 20일 정규 방송에 이르기까지 화제가 되었던 것은 바로 이경규의 '눕방'이다. 말 그대로 누워서 방송하는 이경규, 그런데 심지어 그랬는데도 전반전 1위라는 혁혁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사실이 관심을 끌었다.
물론 애초에 시작부터 이경규가 누워서 방송을 한 건 아니었다. 이경규가 애견가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이날 방송은 그의 애견 중 한 마리인 '뿌꾸'가 갓 낳은 여섯 마리 강아지를 분양하는 방송이었다. 방송 당일날 겨우 눈을 떴다는 꼬물거리는 여섯 마리의 강아지를 데리고 대담하게 <마이 리틀 텔레비젼>의 한 코너를 맡은 이경규, 하지만 방송은 그의 의도와 다르게 시쿤둥한 반응으로 흘러가고, 강제 수유와 강아지 소개에 지친 이경규는 결국 어미와 강아지들과 함께 지쳐 누워 버리고 방송 사상 전무후무한 '누방'의 신세계를 열었다. 올 초 <무한도전> 예능 총회에서 예능 대부로서 예언한 '누워서 하는 방송'을 실천하기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누워서 방송을 마무리했음에도 이경규라는 방송 대부의 저력, 거기에 이경규의 말처럼 그저 보는 것만으로고 경이롭고 귀여운 여섯 마리 강아지들의 마력은, 좌충우돌 추신수, 김동현의 이벤트와 늘씬한 모델들의 활보, 거기에 귀여운 쿡방까지 제치며 전반전 1위를 성취했다. 그리고 그런 '펫방'에 힘입어 이경규는 수요일 밤 딸 예림이와 함께 하는 <예림이네 만물 트럭>에서도 또 다른 애견 두치를 합류시켜 시골 노인들의 관심을 얻는데 성공한다.
삼둥이 아빠 주병진과 강호동과 작은 마리들
하지만 동물과 방송하는 '개저씨'의 테이프를 끊은 것은 이경규가 처음이 아니었다. 이미 <마리와 나>를 통해 각종 동물과의 교감을 실천하고 있는 강호동이 그 시초였고, 송일국의 아이들 삼둥이 못지 않게 인기있는 웰시코기 삼둥이 아빠 <개밥주는 남자> 주병진이 있다.
jtbc와 손을 잡은 강호동이 함께 한 프로그램은 <아는 형님>에 이어, 생뚱맞게도 동물 돌보기 프로그램인 <마리와 나>이다. 더구나 <마리와 나>에서 그에게 보호가 맡겨진 동물들은 덩치 큰 강호동과 대비되는 아주 작은 동물들이었다. 쥐면 꺼져버릴 것같은 작은 동물들이 커다란 강호동의 품 안에서 편안히 쉬는 그 장면은, 늘 큰 목소리로 좌중을 들었다 놨다 했던 강호동의 또 다른 이면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그런가 하면 싱글이란 말이 무색할 나이의 주병진의 화려한 펜트 하우스에 침입한 웰시 코기 삼형제와 주병진의 해프닝, 그리고 가족 만들기는 타 출연자의 지지부진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개밥주는 남자>를 살려내는 효자 아이템이 되었다. 외로움이 곳곳에서 묻어나는 하지만 주병진의 손길이 여기저기 숨쉬는 정갈한 펜트하우스, 거기에 들이닥친 무법자 삼형제가 대번에 싸대는 똥, 오줌에 정신을 놓다시피하면서도 그들과 하루하루 정을 쌓아가며 가족이 되어가는 주병진의 모습은 그 어떤 육아 프로그램보다도 훈훈하다.
애견의 강아지를 분양하는 방송으로 시작한 이경규의 <마이 리틀 텔레비젼>, 어린 동물과의 교감을 통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이미지를 선보인 강호동, 그리고 자식을 키우듯 웰시코기 삼형제를 보살피는 주병진, 이 세 사람들의 공통점은 '펫방'이라는 것 말고 또 하나가 있다. 세 사람 모두 한 때 예능계를 들었다 놨다 했던 예능계의 거목들이라는 점이다.
예능 거목들의 자기 변신
언제나 메인 mc로 프로그램을 이끌었던 단정한 주병진이 자신의 집과 속내를 드러내며, 거기에 한 술 더떠 강아지들의 아빠로 리얼 버라이어티에 도전한 점은 그 자체로 이미 새로운 도전이 된다. 동물에 익숙하지 않은 강호동의 펫방도 마찬가지다. 예능계 거두들의 , 자신이 지금까지 해오지 않았던 새로운 콘텐츠로서의 도전, 그 결과물로서 호응을 얻고 있는 '펫방'은 그래서 여러모로 신선하다. 개저씨이지만, 이른바 요즘 개저씨와는 다른 시대와 호흡하는 모습인 것이다.
이미 이경규는 올 초 <무한도전>에서 스스로 중심이 돼서 방송을 이끌 수 없는 여건이라며 패널로서 마지막 예능감을 불태우겠노라고 단언한 바 있고, <마이 리틀 텔레비젼>은 그런 그의 결심의 첫 테이프로 보인다. 그리고 그의 그런 단언이 일회성이 아닌 것은 이후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출연 예정에서 보여진다. <마리 리틀 텔레비젼> 출연을 놓고 이미 박명수 등이 고배를 마신 프로그램에 제 아무리 예능 대부라도 이경규의 출연은 무모한 도전이 아니냐는 반응에, 이경규는 그런 무모한 도전이야말로 안되면 휩쓸려가지만 잘되면 반향이 크다며 거침없는 그의 행보를 정의내렸다. 그런 의미에서 이경규의 <마이 리틀 텔레비젼> 펫방은 '펫방'을 빌미로 삼는다기 보다는 '펫방'으로 시작된 이경규의 또 다른 도전의 시작이라 볼 수 있다.
sbs스페셜에서 미흡하지만 개저씨가 개저씨가 아닐 수 있는 처방을 내렸었다. 결국 개저씨들이 웅크리고 있는 세계를 나와 젊은 세대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 해법을 '개저씨'들이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이경규가 실시간 자막을 보며 '나가'를 외친다고 해서, 더는 이경규를 개저씨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막에 눈치보는 사람들보다, 그의 솔직한 한 마디에 열광한다. 심지어 개를 돌보다 누워 버린 그에게 그가 하고자 했던 눕방을 했다고 열광한다. 그건 그가 누워서 방송을 해서가 아니라, 이경규의 말대로 부딪치고 깨져도 멈추지 않는 부단한 자기 변신의 노력이 사람들을 호응케 하는 것이다. 결국 개저씨의 해법은 '구 시대'에 머물지 않는 자기 변화의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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