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13일 <능력자들>의 첫 방송과 함께 메인 mc로 이 방송을 이끌었던 김구라가 이 프로그램이 목요일 밤으로 자리를 옮기며 떠났다. 동시간대 jtbc에서 방영하는 <썰전>과 출연이 겹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구라의 하차는 그저 방송시간대의 중복 뿐이었을까? 첫 방송 이래 20회까지 5~6%의 시청률을 오르내렸던 <능력자들>은 동시간대 tvn의 나영석 표 예능과 또 다른 금요일 밤의 강자 <정글의 법칙>과의 대결에서 보면 최악의 성적표는 아니었다. 하지만 최악은 아니었지만, 20회의 회차에도 불구하고 '화제성' 등에서 그다지 긍정적이라 보기도 힘든 형편이다. 그렇게 애매한 <능력자들>이 금요일 밤을 음악 프로그램인 <듀엣 가요제>에 넘겨주고 목요일로 자리를 옮겼다. 




폐지 아니면 부활, 능력자들의 배수진 
목요일 밤 11시, 마지막 방송에서 김구라는 mbc 예능의 목요일 밤 11시를 '목요일의 저주'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글로벌 홈스테이 집으로>, <별바라기>, <경찰청 사람들 2015>, <헬로 이방인> 등 다 나열하기도 무색하게 그간 mbc 예능의 목요일 밤 11시대는 처절한 패배의 현장이었다. <능력자들>이 이 자리로 옮겼다는 것은, 이 전쟁터에서 그간 사라져갔던 다른 프로그램들처럼 '전사'하거나, 저주를 푸는 모아니면 도의 선택, 아니 운명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에 김구라의 후임으로 이경규가 선정되었다는 보도에 혹자는 섣부르게 이경규와 함께 침몰했던 <경찰청 2015>의 씁쓸한 기억을 떠올렸을 수도 있다. 최근 <마리 리틀 텔레비젼>을 통해 신기원의 눕방을 선보이며 '갓경규'로 등극한 이경규의 상승세가 다시 발목이 꺾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4월 7일 그의 첫 방송에서 자신의 능력으로 예능인의 생존감을 내세웠던 '갓경규'이지만 <마이 리틀 텔레비젼> 이전의 이경규의 실적(?)이 그다지 넉넉하지 않았기에 더더욱 우려되는 지점이었다. 하지만, <마이 리틀 텔레비젼> 출사표에서 무모하더라도 도전을 내세웠던 이경규답게 다시 한번 '목요일의 저주'의 자리에 용감하게 찾아들었다. 

하지만 4월 7일 방송분을 본 사람들은 느꼈겠지만, 새롭게 개편된 <능력자들>의 신의 한수는 이경규보다는 최근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김성주였다. 마지막 방송에서 '대결'이 강조되는 <능력자들>에서 축구 캐스터로 활약했던 김성주가 적절할 것이라 예측했던 김구라의 선견지명은 개편된 첫 회 빛을 발했다. 

갓경규, 위의 신의 한 수 김성주 
대한민국의 숨은 능력자들을 찾아내는 프로그램, 이른바 여러 분야의 덕후들을 찾아내, 그들의 덕후력을 검증하는 프로그램인 <능력자들>은 그 '덕후'의 신기함이란 면에선 신선하지만, 그들의 '덕후력'을 일반적인 시청자들과 공감하는 예능화하는 지점에선 보편성의 한계를 지녀왔었던 것이 현실이었다. 그런 특수한 '덕후'와 그들의 '덕후력'을 '중계를 통해 보편적 공감으로 승화시키는데 축구 캐스터 출신의 김성주가 묘수였음은 한결 생기 넘치는 21회에서 증명된다.덕분에 자칫 지루해 질 수도 있는 '열차' 능력자의 능력 검증 과정이 마치 한 편의 축구 게임처럼 생생하게 전달된다.

그러나 그뿐만이 아니다. 일찌기 <슈퍼스타K>에서 부터 최근 <냉장고를 부탁해>, <복면 가왕>을 통해 메인 mc로써의 능력이 일취월장해 가고 있는 김성주의 진면모가 <능력자들>에서 다시 한번 빛을 발한다. 오죽하면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이경규가 자신이 메인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김성주가 메인이라고 하듯이 <능력자들>의 흐름은 김성주가 끌고가고 이경규가 양념을 치는 식이다. 일찌기 <화성인 바이러스>에서 함께 '덕후'들을 탐험한 바 있던 두 사람이지만, 그 주도 양상이 변화되었다. 놀라운 것은 굳이 메인 mc로서의 지분을 고집하지 않는 채 여전한 '갓경규'의 원숙한 내공이다. 거기에 새로 합류한 덕후 맘으로서 데프콘의 조력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mbc 예능의 산 증인이었던 이경규와, 최근 진행의 물이 오른 김성주의 조화는 그간 우리와는 좀 다른 사람들을 소개하는데 그친 <능력자들>의 공감도를 높여준다. 초반 mc이전에 능력자로서의 김성주와 이경규의 검증은 그 자체로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던 두 사람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예능적 재미를 톡톡히 보여주었다. 특히 그 분야도 생소했던 '날씨' 능력자를 소개하기 위해 등장한 김동완 통보관과의 매끄러운 대화, 그리고 82살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손주뻘 능력자랑 대결을 하느라 고전하는 노 기상 통보관에 대한 배려가 오히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능력자들>의 가능성을 열었다. 

덕분에 이전에 능력자의 능력이나 호감도에 따라 오르내리던 프로그램의 재미는 일반인 예능의 한 분야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연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도 남겨진다. 굳이 그 자리에 꼭 있어야 할 필요가 의문스러운 연예인들의 존재와, 굳이 리액션조차도 보이지 않는 종이 상자를 뒤집어 쓴 방청객의 무기력함이다. 차라리 그 어설픈 봉투를 제치고, 어색한 연예인들의 리액션대신 자연스러운 방청객들의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 덕후 예능이 아닌 일반인들도 공감할 수 있는 <능력자들>의 또 하나의 가능성이 아닐까. 

by meditator 2016. 4. 8. 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