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tv에서는 미래 창조 과학부의 지원을 받아 창조 경제 특집 2부작 다큐 <상상력이 경쟁력이다> 중 1부, 미래를 위한 선택이 2월 18일 방영되었다.


<썰전>의 패널 중 한 사람인 이철희 소장이 프로그램에서 우스개로 종종 즐겨하는 말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그 누구도 모르는 세 가지가 있는데, 그것이 김정은의 마음, 그리고 안철수의 새정치, 마지막으로 박근혜의 창조 경제라는 것이다. 그렇듯, 박근혜 대통령이 새 정부의 슬로건으로 내건 창조 경제는, cj그룹이 매번 목놓아, 자사의 프로그램을 선전하면서, 이것이 창조 경제의 지름길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알듯 모를 듯한 퍼즐과도 같은 게 현실이다. 물론 이와 관련해서 <썰전>의 이철희, 강용석 두 패널은 결국 창조 경제라는 것이 기업의 규제 완화로 귀결될 것이라는 것에 공감을 했지만, 기업의 규제 완화가 창조 경제로 둔갑하는 매커니즘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쉽게 납득하기 힘들 듯하다. 

그런 세간의 의혹을 풀어주기 라도 하듯, kbs1tv에서는 미래 창조 과학부의 도움을 받아 창조 경제의 실마리를 제공할 다큐를 준비했다. <상상력이 경쟁력이다>라는 제목에서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듯이,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그 주된 내용이다. 


다큐는 우선 핀란드의 국민 기업으로 핀란드 경제를 지탱해 왔던 노키아가 MS사에 인수되는 충격적 사건을 다루는 것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세계의 우려와 달리, 핀란드는 노키아란 대표적 기업이 무너지는 것이 곧 핀란드라는 나라의 몰락으로 이어지지 않고,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모바일 게임 앵그리 버드로 유명한 로비오 등의 콘텐츠 산업이 노키아의 공백을 메워 나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핀란드 만이 아니다. 한때 가장 높은 실업률로 인해 해가 지는 나라가 되어가던 영국은 블레어 총리 시절 크리에이티브 정책(Creative Britain)을 내걸고 문화 콘텐츠를 주된 산업으로 성장시키려고 애썼고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는 뮤지컬의 다수가 영국산이라는 소정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중이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벤처 산업의 메카로 이름을 떨쳤던 실리콘 벨리가 소프트 웨어 산업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 될 플러그 앤 플레이 테크 센터(Plug&play tech center)에 세계 각국의 인재들을 끌어 모아 활성화시키고 있는 중이다. 
이를 통해 <상상력이 경쟁력이다>는 이제는 , IT라는 말조차도 시대에 뒤처지는 세상이 되었다며, 인터넷이 컴퓨터나 핸드폰 속이 아니라 사물에 투영되는 시도가 빈번히 이루어 지는 세상에서, 소프트 웨어의 경쟁력, 결국은 그것을 판가름할 창의력, 상상력이 미래 사회의 산업적 경쟁력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렇게 KBS1TV에서 소리높여 상상력만이 이제 우리가 살 길이라고 외칠 때, 그와 비슷한 시간에 tvn의 <공유 tv>에서는 재미있는 화제의 인물이 다루어 졌다. 세간에 힐링의 전도사로 인기를 끌고 있는 혜민 스님을 패러디해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된 인물 '혜믿 스님'이 등장한 것이다. 혜믿 스님은 그의 sns아이디가 허망하다(@humanghada)인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혜민 스님의 힐링 어록을 우리 사회에 맞는 촌철 살인의 패러디로 재탄생시켜 공감을 얻어 가는 중이다.

<공유 tv>에서 소개된 여러 혜믿스님의 어록 중 하나는 개미와 베짱이에 대한 것이다. 우리가 알다시피, 여름내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서 음악을 즐기던 베짱이는 겨울이 다가오자 여름내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한 개미를 찾아간다. 그리고 베짱이는 개미에게 '방빼!'라고 말한다. 

(사진; 한국 경제)

여기서 포인트는 베짱이가 여름 내내 놀고 먹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가 개미네 집 주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혜믿 스님은 말한다. 최고의 힐링은 입금이라고, 집에 돈이 많으면 실수를 두려워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일개 패러디에 불과한 혜믿 스님이라는 sns의 글이 방송 프로그램에 등장할 정도가 되었다는 것은 시대적 공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베짱이와 개미는 우리의 현대사에서 무수한 캐릭터로 변주되어 왔다. 경제 개발 시대에는 땀 흘려 일하는 개미가 근면한 일꾼의 상징으로 칭송받았으며,  그 후 다시 시대가 흘러 창의력과 상상력이 중요한, 바로 창조 경제가 내걸고 있는 그 콘텐츠가 부각되는 시기가 되면, 땀을 흘리며 일하는 개미 대신 베짱이가 보다 크리에이티브한 예술가로 새롭게 조명되었다. 그리고 이제, 2014년의 sns는 바로 그 창조적인 일을 하기 위해서는, 베짱이 같이 집주인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88만원 세대처럼 스펙을 걱정하고, 집값을 걱정하며 살아서는 창조력 따위는 없다는 걸 역설적으로 혜믿스님은 말하고 있다. 

<상상력이 경쟁력이다>는 의기 양양하게 이 시대의 새로운 화두가 창의력과 상상력을 뒷받침하는 콘텐츠 산업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거기서 예를 들은 핀란드와 실리콘 밸리의 현실은 하나만 보여주고, 둘은 보여주지 않는다. 핀란드라는 나라를 지탱하던 대기업 노키아가 무너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핀란드라는 나라를 건재하게 만등러 주는 여러 작은 기업들은 그냥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실패를 해도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핀란드라는 나라의 사회적 기반이 그 뒤에 있다는 말은 드러나지 않는다. 벤처 기업의 모태인 실리콘 밸리를 설명해 주는 또 다른 단어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유라는 걸 설명하지 않는다. 

노키아가 무너진 핀란드의 건재를 부러워 하기 전에, 과연 우리나라 전체 예산보다도 더 큰 규모가 되어버린 삼성이 무너져 버려도 대한민국이 건재할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아야 할 것이다. 대기업이 존재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그럼에도 대한민국을 지탱해 줄 중소기업들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라는 질문이 전제되어야 하지 않았을까? 전제가 생략된 질문, 그리고 전제를 무시한 질문은 다시 허겁지겁 또 하나의 과제만을 젊은이들에게 부여할 뿐이다. 영어 공부에, 인턴에, 자소서에, 거기에 얹어서 이제 창의력과 상상력도 스펙으로 쌓아야 하는 버거운 과제를. 크리에이티브한 영국을 이끌고 있는 테크시티의 관건은 싼 임대료와 싼 음식값이었다는 게 포인트다. 과연 오르는 집세를 걱정하고, 학교가 끝나기가 바쁘게 뛰어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춘에겐 창의력이나 상상력은 경쟁력이 아니라, 사치일 수가 있는 것이다. 


by meditator 2014. 2. 19.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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