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의 또 하나의 파일럿 프로그램이 선보였다. <두근두근 로맨스 30일>

일반인 남녀들이 자신의 이상형을 만나, 30일 동안 프로그램이 제시하는 5가지의 규약에 의거한 데이트를 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삼부작으로 기획된 이 프로그램은 이휘재, 이정민 아나운서를 메인 mc로 김지민, 정일훈 , 이명길 등이 패널로 출연하며, 세 쌍의 연애 커플이 등장한다.

프로그램의 방식은 연예인 커플의 가상 결혼을 다루는 <우리 결혼 했어요>와 비슷하다.  세 쌍의 커플의 연애 과정이 리얼리티로 보여지고, 스튜디오의 mc와 패널들이 그들이 벌이는 각각의 상황에 대해 구체적인 반응과, 평가를 내린다. 특히 연애 전문가라는 이명길이 함께 해, 전문가의 입장에서 등장한 연인들의 상황을 정리한다. 

처음 이상형을 만나고 싶다고 등장한 세 명의 주인공은, 배우 지망생 박종찬, 아나운서 정다은, 플로리스트 최민지였다. 
제작진은 이들이 원하는 이상형을 조사한 뒤 300 명의 지원자 중 연애 전문가와 제작진이 심혈을 기울여 뽑은 적임자를 파트너로 선정한다. 그에 따라, 정다은 아나운서에겐 축구코치 김주경이, 플로리스트 최민지에겐 한의사 송영섭이, 23살의 박종찬에겐 동갑인 대학생 김지안이 파트너로 등장한다. 이들에게 주어진 미션은  30일 동안 '매일 만나기',' sns를 통해 공유하기', 1박2일 여행하기 '등 다섯 가지의 등으로, 제작진은 이상형을 통해 만나게 된 커플인 만큼 진짜 커플이 탄생하기를 기대한다고 했으며, 이들의 만남을 통해 실제 2,30대의 연인들이 조언을 얻을 수 있었으면 한다는 포부를 보인다. 

(사진; 리뷰스타)

각자 원하는 이상형에 부합된 사람들이라지만  세 명의 출연자의 첫 반응은 갈렸다. 언뜻 보기에도 코 밑 수염을 길러 험상궃어 보이는 외모의 김주경을 보고 당황한 정다은 아나운서는 자신이 제작진에게 이상형을 좀 더 구체적으로 밝힐 걸 그랬다고 실망을 돌려 표현한다. 반면, 훤칠한 외모의 송영섭을 본 최민지는 그에게서 후광이 비췄다며 반색을 한다. 또래라는 이유로 쉽게 말을 놓은 박종찬과 김지안은 첫 만남임에도 마치 1년을 만난 연인처럼 스스럼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첫 인상이 다가 아니었다. 부담스러웠던 첫 인상과 달리, 김주경은 정다은을 배려하는 이벤트로 만남을 거듭할 때마다 정다은을 즐겁게 해주며 반전을 보였다. 그에 반해, 훈남 한의사인 줄 알았던 송영섭은, 당황해서인지, 원래 성격인지, 도무지 상대를 배려할 줄 모르고 자신의 반응을 가감없이 드러내 갈등을 조장했다. 첫인상의 반응과 달리, 정다은 커플은 나날이 순조로워지는 반면, 최민지 -송영섭 커플은 매일 만나야 된다는 규약조차 지키지 못할 정도로 위기를 맞게 된다. 

제작진은 가장 어울리는 이상형을 고심해서 선택했다고 했지만, 막상 첫인상에서 어긋났던 김주경이나, 첫인상은 좋았지만 만나보니 어긋났던 송영섭의 케이스를 보면, 출연자를 배려했다기 보다는, 매칭 프로그램으로서의 재미에 좀 더 충실하지 않았나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물론 배우 지망생도 포함되었지만, 아직 연예인이 되지 않은 그들, 그리고 일반인들이 리얼리티로 연애를 하는 프로그램의 성격으로 보자면, <두근두근 로맨스 30일>은 얼마전 출연자의 불의의 사고로 말미암아 폐지된 <짝>과 비슷한 성격을 지닌다. 그러기에, <짝>에 출연했던 일반인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주었던 면모로 인해 화제가 되고, 혹은 그로인해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인 것처럼 <두근두근 로맨스 30일>역시 언제라도 그와 비슷한 물의를 일으킬 여지가 있는 것이다. 즉,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서 방송 중에 보였던 일반인의 반응이, 프로그램화되면서 공인의 그것인양 도마 위에 올라 대중들의 난도질에 피해를 입을 가능성 말이다. 이미 첫 회에서 김주경이 첫인상과 달리 호의적으로 보인 것에 반해, 송여섭은 환자를 대하는 직업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안하무인이라는 느낌을 방송은 여과없이 내보낸다.

또 하나, 최근 <마녀 사냥>의 융성과 더불어, 범람하기 시작한 각종 연애 정보성 프로그램들의 방식을 또한 <두근두근 로맨스 30일> 역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녀 사냥>이라는 프로그램이 계속 진행될 수 있는 이유, 답은 '이현령, 비현령'이다. 마치 프로그램을 보면, 연애에 정답이 있는 것같지만, 매주 등장하는 연애 사례만큼이나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에 정답이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결혼했어요>를 비롯하여, <마녀 사냥>, 혹은 그 아류의 연애 정보 프로그램들은 마치 남녀 사이의 정답이 있는 것처럼, 기존 우리 사회가 가진 '남자는 이래야 한다. 혹은 '여자는 이런 걸 좋아한다'는 선입견에 의거해, 그리고 그것을 이제는 연애 전문가라는 특정인의 입을 빌어 확정적으로 제시한다. 또한 그것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은 마치 그런 개별적인 의견을 교과서처럼 여과없이 수용하여, 자신의 연애, 혹은, 자신의 남녀관에 도입을 하게 되는 것이다. 

언제나 남의 연애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만큼 재미진 것은 없는 것처럼 <두근두근 로맨스30일>은 소소한 재미를 주었다. 그러나 물의를 일으키고 <짝>이 사라진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다시 일반인 매칭 프로그램을 그것도 ,kbs2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지,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더구나 지금과 같은 시기에 굳이 저런 짝짓기 파일럿을 시작해야 했는지는 더더욱 아쉽다. 


by meditator 2014. 5. 1.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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