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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5.04 <더 바이러스> 다국적 제약 회사 손바닥 위의 대한민국
- 2013.03.21 바이러스를 다룬 두 드라마, <더 바이러스> vs. <세계의 끝> 2
묘하게도 비슷한 시기에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 두 편의 드라마가 연이어 시작되었었다. jtbc의 <세계의 끝>과 ocn의 <더 바이러스>. 하지만 든든한 원작에 회를 거듭할 수록 손에 땀을 쥐게 한다는 시청자와 평론가들의 높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낮은 관심도는 애초에 20부작으로 예정되었던 <세계의 끝>은 제대로 세계의 끝을 보여주지도 못한 채 12부작으로 조기 종영되고 말았다. 반면 5월3일 <더 바이러스>는 무사히 그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막회 반전까지 드러내며 애당초 기획했던 바 10부작의 종영을 맞이했다.
종편 jtbc의 <세계의 끝> 조기종영은 많은 것을 짚고 넘어가게 만든다. 과연 재난 드라마를 20부작으로 만들기엔 좀 무리가 아니었을까란 효율성면에서의 지적은 차치하고라도 우선 jtbc란 종편 체제의 지향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해줬다는 점이다.
<세계의 끝>이나 <더 바이러스>는 장르적으로 재난을 다룬 드라마로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시도되는 것들이다. 미드에서 '워킹 데드' 시리즈가 회를 거듭하며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 인기 있다는 시리즈물 조차 우리나라에서 그걸 향유하는 층은 일부 젊은층에 국한되어 있으니까. jtbc가 <세계의 끝>을 제작한다고 했을 때 중노년층을 상대로 한 종편이 작품성을 담보로, 젊은층조차 '포섭'하고 가고자한 포석으로 보여졌었다. 하지만, 역시나, jtbc는 지금이 종편에 규정되어진 정체성을 극복하지 못한 채, <세계의 끝>을 조기 종영시켰다. 이것은 단지 드라마 한 편의 조기 종영이 아니라, 상업방송 jtbc가 지향하고자 하는 바의 재정립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게 웃긴 일인게, 어쩌다 <무자식 상팔자>가 인기를 끌어서 그렇지, 현재 jtbc 입장에서 시청률 운운할 입장이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시청률과 상관없을 위치에서 명작을 만들어 그저 그런 종편의 하나로 인식되어온 세간의 편견(?)을 불식시킬 기회를 스스로 놓치고 만 것으로 보여진다.
그런 면에서 <세계의 끝>이 높은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중도 탈락함으로써, <더 바이러스>는 한국형 재난 드라마의 효시로 인정받게 되었다. 미드인 '워킹 데드'가 좀비라는 그 문화의 익숙한 소재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면, 세계 수위의 인구 밀집도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그리고 5월 들어 중국 관광객이 늘자 중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조류 독감의 유포 비상에 걸린, 이제는 '바이러스'성 질병이 익숙하게 우리 곁에 자리잡은 대한민국에서 '바이러스' 전염을 소재로 한 <더 바이러스>는 아주 시의적절한 재난 드라마의 소재였다. 그런 면에서 시청률과 무관하게 우직하게 다양한 장르 드라마를 개척해 나가고 있는 ocn에게 박수를 보낼 만하다.
그리고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더 바이러스>는 그저 재난 드라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겪는 많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질병들이 어쩌면 권력의 비리, 나아가, 그 조차도 드라마에서 대사로 전해듯이 '뱀의 꼬리'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는 다국적 제약 회사의 '음모론'을 제기하고 나선다.
하지만 그런 마지막 회의 음모론이 보는 사람에게는 전혀 이물감이 없이 그간 수많은 사람들이 눈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갔던 바이러스성 질환보다도 더 전율을 일으키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부처님 손바닥 위에서 노니는 손오공처럼 충분히 그럴만하다는 경험들을 일상에서 접하기 때문인 것이다.
에이즈를 비롯해서 수많은 희귀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안다. 그것이 만들어 질 수 없어서가 아니라, 그 약을 만들기 까지의 과정에서의 엄청난 비용으로 인해 만들어 지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그 약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소수이거나, 사회적 약자인 사람들을 위한 약은 쉽게 만들어 질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설사 효용이 비슷하거나 똑같은 약이 만들어지더라도 거대 제약회사 카르텔의 입김으로 일반 대중들이 보다 싼값에 그 약을 접할 기회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쉽게 알 수 있는 무시무시한 이 세계의 진실들로 인해 <더 바이러스>의 음모론은 그저 음모에 그치지 않은 현실로 다가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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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거니 뒤서거니 신종 바이러스로 인한 무차별 피해를 다룬 드라마 두 편이 등장했다. ocn의 <더 바이러스>와 jtbc의 <세계의 끝>이다.<더 바이러스>는 그간 ocn을 통해 방영되었던 <신의 퀴즈> 등을 잇는 오리지날 시리즈 이며, <세계의 끝>은 배영익 작가의 [전염병]이라는 작품을 <아내의 자격>의 안판석 피디가 드라마화한 것이다.
장티푸스 메리
1900년대 뉴욕에서 요리사로 일하던 메리 말론은 그녀 자신은 건강했지만 그녀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장티푸스에 걸리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결국 잡혀서 사람들과 괴리되어 생을 마감하게 된 그녀를 따서, 건강한 보균자, 하지만 돌아다니면 전염병을 퍼뜨리는 사람을 '장티푸스 메리'라고 지칭한다.
공교롭게도 <더 바이러스>와 <세계의 끝>은 '장티푸스 메리'의 출현으로 인한 급격한 바이러스성 전염병의 전파로 드라마의 시작을 알린다. 뿐만 아니라 눈을 비롯한 온몸에서 피가 나거나, 피를 토하거나, 결국은 괴사에 이를 정도의 흉측한 몰골로 급격하게 죽음에 이르는 양상도 비슷하다. 그리고 거기에 대응하여 '전염병 대책반', 혹은 질병 관리 본부'가 사건의 주체로 등장하며 주인공인 듯한 인물들의 주변이 바이러스로 감염되면서 사연을 만들고 감정을 이입시켜 가는 것조차 비슷하다.
즉 두 드라마 모두 이미 우리가 '사스'나 '신종 플루' 등을 통해 경험한 바 있던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인한 공포를 드라마의 주된 소재로 차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재앙과도 같은 '바이러스'의 습격은 마치 헐리웃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외계인의 습격이나 천재지변의 습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세계의 끝>에서 윤규진 교수는 강의실에서 '장티푸스 메리'가 그 자신이 사람들을 죽이는 보균자임에도 사람들에게 쫓기거나 격리당해야 하는 것때문에 오히려 그 자신이 피해자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두 드라마 속 장티푸스 메리들은 범죄자와 다르지 않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드라마의 초반은 그런 '장티푸스 메리'에 대한 무지로 인한 피해자들과 그를 발견하고 추적하는 과정에 드라마의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이미 많이 알려지다시피 '바이러스'의 대부분은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밀림 등에 기생하며 살아왔던 병원체이다. 그런 바이러스들이 인간들이 무차별적으로 자연을 개발하고 침범해 가면서 기존의 숙주를 인간으로 변형해 가면서 인간의 재앙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 '바이러스'이 주체적 입장과 상관없이, 현대 사회에서 '바이러스'는 미국판 좀비 영화의 '좀비'에 버금간다. 실질적으로 죽음, 혹은 죽음에 버금가는 '삶'의 강탈을 초래하는 이 객체의 등장은 단지 현실적으로 유행했던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인한 공포 뿐만이 아니라, 오늘날 서로가 조직적으로 연관되어 있으면서도, 그 속에서 한 인간은 지극히 원자화되어 사회로 인한 피해를 마치 전염병처럼 고스란히 감내할 수 밖에 없는 현대 사회의 인간을 상징화하기 때문이다.
주제 사라마구의 '눈 먼 자들의 도시'는 느닷없이 한 도시를 침범한 바이러스로 인해 무너져 가는 인간군상의 모습을 묵시록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하지만 아직 두 드라마에서 현대판 묵시록은 보여지지 않고, 그보다는 헐리우드 재난 영화의 내음이 더 진하게 맡아진다.
이명현 vs. 강주헌
이명현과 강주헌은 <더 바이러스>와 <세계의 끝>에서 각 특수 감염병 위기 대책반과 질병 관리 본부의 책임자로 등장한다.
몇 년 전에 사랑하는 딸 아이를 감염으로 잃고 이제 아내까지 이름모를 바이러스 감염으로 죽어가는 이명현은 그로 인해 보다 감정적으로 '바이러스성 질병'에 반응한다. 그의 안타까운 심정은 그대로 화면에 옮겨져, 김인철을 쫓는 숨막히는 추격전으로 <더 바이러스>의 리듬을 이끌어 간다.
반면, 홈즈라는 별명처럼 냉정하게 사건을 분석하기로 이름난 강주헌은 역시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도망가는 바이러스 보균자를 죽이지 못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되었던 아픈 기억을 가진 그는 늘 보다 차분하게 분석적으로 대상에 접근하려고 한다. 그로 인해, <세계의 끝>이 가지는 드라마적 색깔은 바이러스로 인한 재난이 곳곳에서 터져나감에도 불구하고 탐색적이다.
<더 바이러스>는 바이러스 vs 인간이라는 구도 외에도, 인간 vs. 인간의 구도를 더해간다. 바이러스 질병의 위험성을 알리려는 이명현 팀과 그에 대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까 두려워 쉬쉬하는 관료들의 갈등으로 인해 바이러스 보균자의 체포는 번번히 비껴간다. 아직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보균자 김인철이 병원에서 생체 실험을 당한 결과 바이러스 보균자가 된 것처럼 이 드라마는 결국 의도적으로 바이러스를 생산한 누군가와 그것을 밝히고 해결하려는 누군가의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단지 지극히 감성적인 이명현의 리듬과 그로 인해 전개되는 도심 추격전은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과연 이것이 '바이러스성 질환'을 다루는 드라마에 공감하게 만드는데 적절한 방식이었는가는 재고해 봐야 할 것이다. 또한 작위적으로 보이는 관과의 갈등 등의 설정, 어설픈 등장인물들의 연기 등이 음모론으로 끌고가고 있는 <더 바이러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또한 무시못할 일면이기도 하다.
반면, <세계의 끝>에서 정부는 오히려 신속하게 바이러스의 전파에 대응하고 있는 편이다 대책 연구팀의 팀장을 두고 말은 오가지만, 그게 그렇게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지금의 전개로 보았을 때, 바이러스 vs. 인간의 구도로 펼쳐질 가능성이 더 크게 보여진다. <세계의 끝>은 이미 <뿌리깊은 나무>를 통해 무시무시한 연기력을 인정받은 윤제문이 차분하면서도 예리한 팀장으로 등장하며 이미 극의 분위기를 끌고 가는데다, 기존 <아내의 자격>에서 믿고 쓰는 배우가 된 장현성에, 조만간 등장할 김창완까지 등장인물들의 비중있는 존재감만으로도 압도하고 있다. 그리고 그 틈을 메우고 있는 조연들의 연기도 만만치 않다. 지나치게 어두운 듯하지만, 극의 전반적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드라마의 색조는 묵시론적으로 바이러스에 물들 도시를 상징하는 것같아 세련돼 보이기까지 한다. 그간 중장년층 입맛에 맞는 드라마만을 생산해 온 jtbc의 진일보한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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