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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도 비슷한 시기에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 두 편의 드라마가 연이어 시작되었었다. jtbc의 <세계의 끝>과 ocn의 <더 바이러스>. 하지만 든든한 원작에 회를 거듭할 수록 손에 땀을 쥐게 한다는 시청자와 평론가들의 높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낮은 관심도는 애초에 20부작으로 예정되었던 <세계의 끝>은 제대로 세계의 끝을 보여주지도 못한 채 12부작으로 조기 종영되고 말았다. 반면 5월3일 <더 바이러스>는 무사히 그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막회 반전까지 드러내며 애당초 기획했던 바 10부작의 종영을 맞이했다.
종편 jtbc의 <세계의 끝> 조기종영은 많은 것을 짚고 넘어가게 만든다. 과연 재난 드라마를 20부작으로 만들기엔 좀 무리가 아니었을까란 효율성면에서의 지적은 차치하고라도 우선 jtbc란 종편 체제의 지향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해줬다는 점이다.
<세계의 끝>이나 <더 바이러스>는 장르적으로 재난을 다룬 드라마로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시도되는 것들이다. 미드에서 '워킹 데드' 시리즈가 회를 거듭하며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 인기 있다는 시리즈물 조차 우리나라에서 그걸 향유하는 층은 일부 젊은층에 국한되어 있으니까. jtbc가 <세계의 끝>을 제작한다고 했을 때 중노년층을 상대로 한 종편이 작품성을 담보로, 젊은층조차 '포섭'하고 가고자한 포석으로 보여졌었다. 하지만, 역시나, jtbc는 지금이 종편에 규정되어진 정체성을 극복하지 못한 채, <세계의 끝>을 조기 종영시켰다. 이것은 단지 드라마 한 편의 조기 종영이 아니라, 상업방송 jtbc가 지향하고자 하는 바의 재정립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게 웃긴 일인게, 어쩌다 <무자식 상팔자>가 인기를 끌어서 그렇지, 현재 jtbc 입장에서 시청률 운운할 입장이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시청률과 상관없을 위치에서 명작을 만들어 그저 그런 종편의 하나로 인식되어온 세간의 편견(?)을 불식시킬 기회를 스스로 놓치고 만 것으로 보여진다.
그런 면에서 <세계의 끝>이 높은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중도 탈락함으로써, <더 바이러스>는 한국형 재난 드라마의 효시로 인정받게 되었다. 미드인 '워킹 데드'가 좀비라는 그 문화의 익숙한 소재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면, 세계 수위의 인구 밀집도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그리고 5월 들어 중국 관광객이 늘자 중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조류 독감의 유포 비상에 걸린, 이제는 '바이러스'성 질병이 익숙하게 우리 곁에 자리잡은 대한민국에서 '바이러스' 전염을 소재로 한 <더 바이러스>는 아주 시의적절한 재난 드라마의 소재였다. 그런 면에서 시청률과 무관하게 우직하게 다양한 장르 드라마를 개척해 나가고 있는 ocn에게 박수를 보낼 만하다.
그리고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더 바이러스>는 그저 재난 드라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겪는 많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질병들이 어쩌면 권력의 비리, 나아가, 그 조차도 드라마에서 대사로 전해듯이 '뱀의 꼬리'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는 다국적 제약 회사의 '음모론'을 제기하고 나선다.
하지만 그런 마지막 회의 음모론이 보는 사람에게는 전혀 이물감이 없이 그간 수많은 사람들이 눈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갔던 바이러스성 질환보다도 더 전율을 일으키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부처님 손바닥 위에서 노니는 손오공처럼 충분히 그럴만하다는 경험들을 일상에서 접하기 때문인 것이다.
에이즈를 비롯해서 수많은 희귀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안다. 그것이 만들어 질 수 없어서가 아니라, 그 약을 만들기 까지의 과정에서의 엄청난 비용으로 인해 만들어 지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그 약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소수이거나, 사회적 약자인 사람들을 위한 약은 쉽게 만들어 질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설사 효용이 비슷하거나 똑같은 약이 만들어지더라도 거대 제약회사 카르텔의 입김으로 일반 대중들이 보다 싼값에 그 약을 접할 기회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쉽게 알 수 있는 무시무시한 이 세계의 진실들로 인해 <더 바이러스>의 음모론은 그저 음모에 그치지 않은 현실로 다가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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