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이 넘도록 <화성인 바이러스>를 이끌며 세상 모든 진기한 사람들을 끌어모았던 세 mc 이경규, 김구라, 김성주가 다시 뭉쳤다. 이번엔 sns다.

2월11일 첫 방영된 <공유 TV좋아요>는 SNS상에서 '좋아요'를 많이 받으며 화제가 돠었던 내용들을 TV를 통해 다시 한번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첫 방영된 <공유 TV좋아요>에서는 유상무, 레이디 제인, 홍진호, 육성재 등의 패널들이 자리를 함께해, 64만명이 공유한 돈주고도 욕먹는 '쌍욕 라테', 연예인들 조차 요청한 '포샵해 드립니다', 3분이면 완성되는 '나만의 영화관', 96만명을 울린 악플없는 댓글 릴레이  등이 소개되었다. 

하지만 SNS를 공유한다는 새로운 프로그램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화성인 바이러스>의 세 MC가 고스란히 자리를 이어받은 데서도 볼 수 있듯이, <공유 TV좋아요>는 소재가 고갈되어 폐지된 <화성인 바이러스>의 SNS버전과도 같다. 화성인 바이러스가 회자되던 화제의 인물들을 끌어모아 그들의 면면이 던지는 충격적 내용을 프로그램의 근간으로 삼았던 것처럼, <공유 TV좋아요>는대신  SNS상에서 화제가 되었던 것들을 끌어모은 식이다.

바로 거기서 딜레마가 발생한다. <화성인 바이러스>가 상식을 벗어난 충격적 면모의 인물들로 화제를 모아왔던 것에서 볼 수 있었듯이, 결국 프로그램의 관건이 '얼마나 자극적이었는가'였다. 그러기에, <화성인 바이러스>를 이어받은 듯한, <공유 TV좋아요>도 그 정서를 이어받을 수 밖에 없는 딜레마에 놓인다. 이는 이른바 '화제성'이라는 것의 이면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사진; TV리포트)

과연 SNS에서는 어떤 것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을까? 빈번하게 방영되었던 예고와 달리, 네 꼭지로 나뉘어 소개된 내용들은, <공유 TV좋아요>가 <화성인 바이러스>를 이어받을 만한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증명하기에는 미약했다. '욕라테'의 반전 매력은 신기했고,'포샵해 드립니다'는 오묘했고, '나만의 영화관'은 기발했고, '댓글 릴레이'는 감동적이었지만, <공유 TV 좋아요>가 딱히 이렇다 하는 프로그램의 정서를 형성하는데는 전체적으로 산만했다. SNS 상에서는 제 아무리 화제가 되었다 하더라도, 기기묘묘한 사람을 앞지르기에는 화제성 면에서 미흡하였던 것이다. 결국 또 다시 <공유 TV 좋아요>가 SNS 상에서 화제가 되었던 것을 TV라는 매체를 통해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부담없이 순간적으로 '좋아요'를 누르는 이상의 리모컨을 유지할 인내심을 가질 만큼의 화제성이 필요하다. 그렇지않다면 <세 얼간이>처럼 신기한 것들만 잔뜩 소개하다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비운이 되풀이 될 수도 있다. 

화제성 면에서 만이 아니라, 과연 젊은 매체 SNS의 화제성을 이어가기에 <화성인 바이러스>의 세 MC가 적절한가도 또 하나의 딜레마이다. 요즘은 하다 못해 맛집 선정 프로그램 하나에도 실시간으로 SNS 상에 사진을 올리고 교감을 하는 식의 첨단의 진행을 도입하는 시기이다. 그런데 <공유 TV좋아요>는 21세기의 내용들을 가지고, 20세기의 MC가 진행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여전히 <화성인 바이러스>의 진행 방식을 고수하는 이경규, 김구라, 김성주의 진행 방식이, 과연 SNS 시대의 화제들을 공감시키는데 적절한가 고민해 봐야 할 듯하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 상에서 공감의 온도와, 스튜디오 안에서의 공감의 온도 사이에, 괴리가 발생한다. <화성인 바이러스>가 누가 봐도 화성인 같은 사람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시각을 세 MC가 대변했었다면, 첫 방송을 한 <공유 TV좋아요>는 보통 사람이라기 보다는, 어쩐지 SNS 시대에 괴리된, 혹은 뒤처진 사람들의 정서가 종종 드러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SNS가 화성인이 아닌 한에서, 그 괴리감은 '좋아요'를 눌렀던 세대와의 괴리감처럼 비춰질 수도 있다. 

결국 관건은 이경규를 필두로 해서, 김구라, 김성주가 21세기의 담론들을 그들의 정서에 맞춰 젊게 소화해 낼 수 있는가이다. 부디 <공유 TV좋아요>가 그 예전 처음 양초를 보고 끓여서 다 함께 나눠먹던 식이 아닌, 젊은 세대를 함께 '누릴' 수 있는 신선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 


by meditator 2014. 2. 1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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