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그 해의 '트렌드'를 점쳐보는 <트렌드 코리아>를 펴내는 김난도 교수가 2월 3일 <tvn shft> 이끈다. 김난도 교수는 한때 뉴요커였던 조승연 작가와 가끔 뉴요커였던 미시간 주 출신의 에릭남과 함께 최신 유행 트렌드를 선도하는 도시 '뉴욕'을 방문해 그곳의 밀레니얼 세대로 대변되는 젊은이들을 만난다. 

 

 

뉴욕의 트렌드을 알아보기에 앞서 세 사람은 '밀레니얼 세대'에 대해 정의를 내려본다. 198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젊은 세대, 2010년대 이후 사회의 주역으로 등장하였고, 2010년대 이후의 기술 산업 발달의 결과물인 모바일 기기에 능통한 세대이다. 평생을 돈을 버느라 인생을 다 써버리는 아빠처럼 살기 싫지만, 아빠보다 더 많은 걸 하고 싶지만, 2007년 글로벌 금융 위기의 여파로 '아빠처럼 되는 것도 쉽지 않은 세대', 흥미롭게도 베이비 부머 세대인 김난도 교수, 엑스 세대인 조승연 작가, 그리고 밀레니얼 세대인 에릭남 사이에 '아보카도'로 세대간 구분을 해본다. 

밀레니얼 세대 이전 세대에게 아보카도란, 그저 비싸다거나, 혹은 낯선 음식에 불과하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아보카도에 집착한다. 그러나 아보카도를 키우는데 물이 너무 많이 들고 자연보호적 관점에서 '과소비'가 된다 하니 포기해야 하는 고민을 하게 되는게 바로 밀레니얼 세대라는 것이다. 그렇게 아보카도란 문화적 상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세대, 문화적 깊이와 생각을 무엇보다 중요시하고, 아빠 세대처럼 집을 산다던가 하는 대신에 사진이라던가, 추억이라던가 자신만의 특별한 경험, '소확행'을 중요시하는 세대, 뉴욕에서 밀레니얼 세대의 여러 얼굴을 맞이한다. 

 

 
욜로와 파이어족, 다르지만 같은 
뉴욕의 밀레니얼 세대를 만나기에 앞서 전제가 되어야 할 사건이 있다. 바로 지금은 그라운드 제로라는 역사적 추모 공원이 된 2001년 9월 11일 뉴욕은 물론 전세계를 경악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뉴욕 세계 무역 센터 쌍둥이 빌딩의 비행기 테러 사건, 그 사건은 3000여명의 인명 피해도 피해지만, 그 사건을 기점으로 '세계 최강대국'이었던 미국이 급격한 정치, 경제적 침체를 겪게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한 사회적 불안과 불경기를 겪으며 자란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사고와 삶의 방식을 보이는데, 하지만 뉴욕이라는 문화적 풀 속에서 밀레니얼 세대는 각자 저마다의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선택을 한다. 

뉴욕이라는 대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위해 기꺼이 월 3000 달러의 비용을 감수하며 10평 남짓 원룸에서 뉴욕을 기반하여 각 도시의 여행 영상을 유투브에 올리고 있는 뉴저지 출신의 존바, 그에게 뉴욕은 대도시의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곳이다. 또한 1960년대 지미 핸드릭스가 연주했던 1950~60년대의 문화가 그대로 있는 도시는 그 자체로 살아있는 문화적 산실이요, 1달러 짜리 피자로 상징되는 거추장스러움을 벗어던진 미니멀리즘적 삶의 행태가 가능한 곳이기도 하다. 

 

 

그렇게 욜로 존바가 있는가 하면, 다니던 의대를 중퇴하고 100만 달러를 목표로 경제적 자립을 이루고 그에 기반하여 30~40대에 조기 은퇴를 준비하는 '파이어 운동'에 적극 동참하는 잭 시티도 있다. 

하루에 400달러를 벌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에 기꺼이 블로그 광고 등 수익이 되는 것이라면 그 무엇도 마다하지 않고 부업까지 하며 '파이어 운동'을 하는 잭, 태국 출신인 그는 빚때문에 미국으로 이민온 아버지가 불법체류자로 하루 3개씩 일을 하며 고생을 했던 모습을 보며 저렇게 평생을 일을 하며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지금과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욜로 존바와 조기 은퇴를 향해 달려가는 잭은 다를까? 비록 방식은 다르지만 그들 모두는 원하는 삶을 살겠다는 의지로 지금 자기만의 삶의 방식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조기 은퇴 후 그냥 일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진짜 원하는 일을 하겠다는 잭, 그의 모토는 돈의 속박을 받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자는 것이다. 그에게 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 바로 '시간'이라는 것. 밀레니얼 세대에게 자기를 중심으로 흐르는 '시간'과 '세상'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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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세대와는 다른 삶의 모색 
그런가 하면 부모 세대가 6,70을 살며 당뇨로 고생하며 사는 것을 본, 하지만 부모 세대와 달리 100세를 살아내야 할 지도 모르는 뉴욕의 밀레니얼 세대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러한 건강에 대한 관심은 이제는 '트렌드'가 된 '비건(채식주의자 vegan)'에, 관광 명물이 된 브라이언트 파크의 단체 요가, 삭막한 현실 그리고 부모들이 만들어 놓은 지나친 분업 사회의 반대 급부로서의 '화초 세대(반려 식물로써 화초를 기르는 세대)'가 등장하기도 한다.  

또한 공유 오피스와 공유 주택 역시 이들에게는 낯설지 않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여 홀로 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은 밀레니얼들은 사람과 사람이 부딪치는 공간을 선호한다. 그곳에서 비지니스는 물론 고립된 처지를 넘어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는 이전의 나, 혹은 내가 가진 것이 중요했던 앞 세대와 달리, 우리 다같이 잘 살자는 '위코노미' 정신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우리가 함께 무엇인가를 해보고자 하는 밀레니얼들의 태도는 정치적 목소리에서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어 가고 있다. <tvn shift>가 방문한 민주사회주의자 연맹은 그런 미국내 밀레니얼들의 새로운 정치적 목소리를 대변하는 단체이다. 조직에서의 승진과 돈, 성공만을 지향했던 기성 세대의 정치적 방식을 야만주의라 규정한 이 단체는 그 대안으로 '사회주의'를 모색한다.

경제에 대한 불만, 찾기 힘든 좋은 직장 등 기성 세대가 만들어 놓은 사회적 환경에 이들은 반발한다. 그러기에 기성 세대가 선택한 '자본주의'는 계속 실패했다고 단정한다. 반면에 사회 주의는 경험해 보지 않았지만 지금의 정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물려받을 세상이니 자신들의 방식으로 정치를 마련해 나가겠다는 이들은 인스타를 기반으로 하여 대중적 지지도를 형성해 가고 있는 AOC(알렉산드리아 오카이오 코르테즈)와 같은 정치인을 배출해 내고 있다. 

뉴욕의 밀레니얼들과 함께 한 여정, 이에 대해 김난도 교수는 부모보다 못사는 세대의 합리적 선택이라 정의한다. 아빠보다 잘 살기 쉽지 않은 세대, 아빠처럼 살기도 쉽지 않은 세대의 좌절이 낳은 역설적 모색이 뉴욕에서 만난 밀레니얼의 서로 다른 하지만 결국은 기성 세대의 안티테제로서의 모습들이다.





by meditator 2020. 1. 5.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