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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이 밝았다. 과연 올해는, 그리고 올해를 기점으로 하여 2020년대는 어떤 변화된 세상이 우리를 맞을까? 이런 질문에 대해 다큐 인사이트가 그 해답을 찾고자 한다. 그 중에서도 최근 소셜 미디어의 확산, 인공 지능의 획기적인 도약으로 상징되는 세상을 이해해 보고자 가상을 향해 끓어오르는 세계에 촛점을 맞춘다. 이른바 <보일링 포인트> , 이를 '기술사회학'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그 첫 번째는 가상의 세계가 현실 세계를 압도하는 <역전된 세계>이다. 전 구글 그로스 마케터이자, 2019 다보스 포럼 청년 대표였던 주영민 씨가 프레젠터로 나선다.
주영민 씨는 2010년, 아니 좀 더 포괄적으로 2010년대를 주목한다. 2012년 페북, 2014년 아이폰4, 인스타, 카톡, 우버 택시가 등장했고,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이 대결을 벌였다. 2017년 비트코인이 2만 달러를 돌파했고 2016년 드디어 페북 가입 인구가 중국 인구를 넘어 기독교 인구를 돌파했다. 과연 이 시대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2010년대, 가상화 혁명의 시대
아이폰 4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누군가 만나서 핸드폰을 들여다 보는게 어색했다고 한다. 하지만 불과 10년 사이 우리는 스마트폰과 함게 한 일상이 어색하지 않다. 그곳에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는 것이 스스럼이 없다. 변화된 일상의 풍경은 우리 사회, 우리가 사는 지구의 풍경에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가상 현실이 현실을 역전하는 거대한 흐름, 바로 '가상화 혁명'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이 시대 가장 큰 공포는 무엇일까? 다름아닌 스마트폰을 분실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모든 것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신체의 일부가 된 듯, 손끝에 연결된 전자 두뇌, 아침에 일어나 핸드폰을 켜면서 기계에 동기화되고, 거기에 의존하여 사는 인간, 어쩌면 우리 자신보다도 더 실재 자신과도 가까운 핸드폰, 혹 그건 '나'를 상실한 건 아닐까?
'인터넷이 사는 곳'이라는 데이터 정보 센터, 그 클라우드 서버가 정지된다면? 메시지, 카톡 등 우리가 인터넷 공간에서 하는 모든 활동이 멈춰버린다. 아니 우리 세계가 멈춰버린다. 그곳에 우리에 대한 '기억'은 지워지지 않은 채 기록 저장된다. 우리 삶의 모든 정보가 업로드 되어 복제 분산 저장되는 그곳이 우리 시대 진짜 '아틀라스'가 아닐까? 어느덧 가상이 현실은 컨트롤하는 주인이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오늘날 누군가를 알고 싶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찾아본다. 혹시라도 그 사람이 계정이 없다면? 우리는 그 사람의 불투명함에 불편함을 느낀다. 지난 10년간 가상에 익숙해지며 배운 감각이다. 어느덧 사람들은 실제 자아보다 인스타에 표현된 자신에 더 신경을 쓰는 시대가 되었다.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에 올릴 만한)' 인스타에 표현된 자신을 멋지고 화려하게 꾸미는 걸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 어느덧 사람들은 자신들의 취향, 경험 외모조차 '인스타그래머블'하게 만들고자 노력하는 중이다. 심지어, 과거에 연예인을 닮고 싶다던 사람들은 이제 인스타필터로 변형된 자신이 되기 위해 성형 수술까지 감행한다.
'사진을 찍을 수 없으면 하지 않는다'. 힙한 까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대신 사진을 찍고, 여행은 인스타에 업로드하는 '노동'이 되었다. 24시간 인스타에 동기화하기 위한 행위, 삶의 최종 판단이 가상 세계로 전이되고 있다. 힙한 까페의 불편한 의자처럼 현실 공간이 외려 현실성을 잃어가고 있다.
소셜 미디어라는 용어는 어쩌면 이제 더는 정확한 표현이 아닐지도 모른다. 더 진짜같은 현실, 그곳에서 더 행복하고 자유롭고, 풍요로운 공간, 이미 도래한 가상 현실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미 도래한 가상의 디스토피아
과연 우리는 하루에 몇 번이나 스마트폰을 들여다 볼까? 놀랍게도 하루 한 사람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횟수는 2600회에서 무려 5400회에 이른다고 한다. 알림음으로 가득찬 하루, 스마트폰을 닫고 자신의 일상에 집중하기 까지 걸리는 시간은 23분, 우리는 현실의 일상 대신 그곳에 더 자주, 더 오래 머무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인스타그래머블'한 일상이 현실을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넷플렉스의 드라마 '블랙 미러'에는 좋아요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고 좋아요를 받기 위해 투쟁하는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과연 드라마만의 이야기일까? 사람들은 그 사람을 '좋아요'를 얼마나 받은 사람인가 찾아보고 평가한다. 어느덧 '좋아요'는 점수화시키고 평점화시키는 도구가 되었고 현실 세계의 가치 척도로 기능하고 있다.
보상과 간격, 크기를 조절할 수록 인간의 강박은 급격하게 증가한다는 구글의 조사처럼, '좋아요'로 상징되는 가변 보상 행복, 즉 가짜 즐거움의 맑은 종소리는 '비타민'을 넘어 '진통제'처럼 인간의 삶을 제어하기에 이른다. 수면 시간이 경쟁자가 된 세계, 기독교 인구를 넘어선 그 세계의 사람들, 어느덧 기술이 종교보다 우리를 더 지배하고 있는 세상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그 가상의 점수에 그 누구보다 '연연'하고 있는 건 다름 아니 현실 권력이다. 2010년대 이래 정치 에서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최초의 트위터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등장했다. 가장 강력한 트위터리안이 가장 강력한 대통령이 되는 세상, 우리나라라고 다를까. 1,2년전만 해도 유투브를 욕하던 정치인들이 앞다퉈 유투브를 개설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단적인 예이다.
무엇보다 위험한 현상은 현실에서 '가짜'가 가상의 권위를 얻으면 '진짜'라고 믿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그들이 거기로 나서서 실제 행동으로 자신들의 신념을 옮기는 것이다. '지구는 평평하다'라던가, '백신은 해롭다'라던가, 심지어 '기후 변화는 조작됐다'와 같은 이미 과학적으로 거짓이라 판명된 이론들이 유투브를 중심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거기에 많은 조회수가 이어지며 이를 현실에서도 주장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폐해의 심각성은 '정치'나 '기업'의 영역에서 극대화된다. 가상의 여론으로 현실을 지배하려 드는 것이다. 그 중에 이른바 '봇산업'이 있다. 스팸 메일, 음원 사재기, 리트윗 조작, 유투브 시청수 조작, 상품 후기, 나아가 정치적 메시지까지 사용자를 흉내내는 프로그램으로 마치 진짜 유행인 것처럼 유행을 변화시킨다. 실제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트래픽 절반이, 우리가 보는 댓글과 팔로우의 절반, 인기 영상의 좋아요의 절반이 '봇산업'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은 심각함을 떠나 무섭기까지 하다.
미래 인간과 안드로이드가 뒤섞여 사는 영화 <터미테이터> 속 디스토피아가 먼 미래가 아니라 ,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고 사는 '가상 세계'에 이미 도래해 있지 않냐고 <보일링 포인트>는 묻는다.
리버스 싱귤래리티 - 인간의 퇴화
그런데 여기서 하나의 역설적 질문이 등장한다. 나머지 절반은 그렇다면 '인간'일까?
영국 노동당은 총선 과정에서 트위터 등에 나타난 지지자의 특성을 분석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가짜 뉴스를 배포하고, 반복적 메시지를 유포하며,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에게 사상적 린치를 가하고 진영 논리를 전파하는 등 열성 지지자들의 행동이 '봇'과 차이가 없다는 결과에 도달했다.
어떤 기이한 신념이라도 동지를 찾아 연결되면 그에 대해 무비판적이고 맹목적으로 따르는 사람들, 팩트 체크가 무력해지고 신념이 사실을 취사 선택하며 나의 믿음이 승리하는 것만이 중요한 사람들, 그 사람들을 주영민 씨는 '봇맨'이라 정의내린다.
소프트 뱅크 회장인 손정의 씨는 기계가 진화하여 인간을 추월하는 시점, 싱귤래리티(singularity)를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싱귤래리티는 그리 멀지 않은 5년내지 10년안의 현실이 될 것이라 예언하고 있다. 하지만 주영민 씨는 '리버스 싱귤래리티(reverse singularity)가 아닐까 라며 우려를 표명한다. 즉, 기계가 똑똑해져서가 아니라 오늘날 인간이 기계의 단순성을 닮아 후퇴해서, 소셜 미디어의 점수에 연연하고, 인스타의 아바타에 집착하는, 그리고 봇의 단순성을 스스로 내재화시키며, 가상 세계를 통해 변해가는 인간의 모습, 어떤 것이 더 강력한 가상 현실인가가 정치의 관건이 되는 증오와 갈등이 점철된 오늘날의 세상이야 말로 '리버스 싱귤래리티', 인간성의 후퇴가 아니겠는가 반문한다.
가상 세계의 역습은 이미 우리가 사는 세상에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저 알파고에 진 것만을 안타까워하고 있는 사이 어느 틈에 우리 자신이 이미 그 세상에 '접속'하고 '동기화'되어지고 있다는 분석은 예리하다. 거기에 더해 굳이 지구는 평평하다를 들지 않더라도 유투브를 중심으로 하여 갈라진 정치적 입장과 그 갈등으로 끓어오르고 있는 우리 사회를 보면, 가상 세계에서 점화되는 권력의 실체가 섬뜩할 정도로 실감난다. 그리고 그 궁극에서 만나지는 더 이상,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하기를 포기한 '봇'이 되어가는 리버스 싱귤래리티, 인간을 만나는 지점은 씁쓸한 '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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