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같은 사람이어라. 보고 또 싶은 가인이어라.' 이건 tv  tv 조선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 트롯>의 우승자 송가인의 2019년 정규 앨범에 실린 곡이다. 송가인의 이름을 절묘하게 살려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담은 이 곡은 또한 이제 송가인이 태어난 진도 고향집을 찾아갈 정도로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긴 '송가인바라기'들의 마음이기도 하다. 

 

 

'트롯'이 대세다. 2019년 <미스 트롯>에 이어, 2020년 <미스터 트롯>까지 tv조선의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은 18.114%에서 35.711%까지 기적의 연속이었다. 그런 종편 오디션 프로그램의 영향은 역으로 지상파 프로그램들이 앞다투어 출연했던 가수들을 초빙하고, 당대 최고의 개그맨 유재석이 <놀면 뭐하니?>를 통해 트롯 가수 유산슬로 데뷔하는가 하면, <뽕숭아 학당>, <나는 트롯 가수다>, <트롯신이 떴다> 등 트롯 가수들이 중심이 된 새로운 프로그램을 편성하며 트롯 붐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 시작이자 중심에 <미스 트롯> 우승자인 송가인이 있다. sbs스페셜은 송가인을 중심으로 2020을 달구고 있는 트롯 열풍에 대해 알아본다.

송가인과 함께 불붙은 트롯 열풍 
네이버에서 코로나 사태의 시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마련된 비대면 라이브 콘서트에 송가인이 출연하자, 전국이 들썩인다. 서울, 부산, 광주, 경북 전국에서 송가인의 팬들이 송가인팬클럽을 상징하는 핑크빛 옷과 모자를 쓰고 모여 축구장에서나 등장할 법한 대형 현수막을 들고 응원을 한다. 

어린 아이들도 송가인이 불렀던 '용두산아~'를 자연스럽게 읊조리는 현상, 트롯 관련 검색량이 이전 연도에 비해 10배나 늘었다.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과 스타 탄생 송가인이 대중들의 관심을 폭발시킨 것이다. 나이든 세대만 즐기던 '흘러간 옛노래'라는 인식이 변했다. 소비 세대가 달라졌다. 

송가인, 유산슬 등의 곡에 참여한 김지환 등 트롯 작곡가들도 더불어 바빠졌다. 트롯에 대한 관심과 함께 다른 장르 뮤지션들이 트롯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2019년 신곡 중 50% 이상이 트롯 관련 곡이다. 음원 소비량은 송가인의 등장과 함께 108%까지 늘어났다. 관객수도 송가인의 등장 이전보다 3배나 증가했다. 

 

 

지역 축제나 전전하던 트롯이 이제는 방송가를 점령했다. 송가인이 라디오에 출연하던 날 중년의 팬들은 송가인 얼굴을 한번 보기 위해 몇 시간 째 기다리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기다리고 바라보는 수동적인 팬질에서 머무르지 않느다. 팬클럽들이 모여 아이돌 팬클럽처럼 스트리밍 활용법을 배우고 연습을 한다. 핸드폰을 서너 개씩 돌리며 송가인 노래 음원 순위 상승에 적극 참여한다. '찍덕'도 등장한다. 70대 찍덕인 윤정현씨, 최고령 찍덕이지만 그의 사진 구독자수만 3만 7천이다. 찍덕뿐이랴. 아이돌 팬덤의 최고 난이도라 할 수 있는 팬픽도 등장한다. 한동진 씨가 그 주인공이다. '생선 장수 이야기'를 비롯하여 수 십편의 에피가 그의 손끝에서 나온다. 송가인 자신이 무서울 정도라고 하는 팬까페 회원 수가 만 단위로 증가, 6만에 달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무명이었던 송가인은 지방의 작은 무대를 전전했다. 한 곡에 3만원을 받고 녹음을 하는 처지였다. 판소리를 하다 트롯으로 전향했던 자신이 잘못된 선택을 한 게 아닌가 후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건 아무 것도 아냐 앞으로 더 힘든 일이 있을 거야 라며 자신을 추스렸던 송가인은 여전히 스타가 어색하다. 하지만 그녀의 고향 진도에는 여기저기 그녀의 얼굴을 담은 현수막과 전신 입간판으로 도배가 되어 있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차들로 마을 어귀는 주차장이 되어있고 부모님들은 몰려드는 팬들에게 음료수라도 전하랴 바쁜 하루 일과를 보내는 중이다. 

왜 지금 다시 '트롯'일까? 송가인이라서? 임영웅이라서? 1935년 이난영이 목포의 눈물을 부른 이래 트롯은 가요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서울대 최우정 교수는 최근 다시 붐을 이루고 있는 트롯에 대해 이 시대가 트롯을 불러냈다고 진단한다. 

트롯을 이루는 대표적 음계 5개, 그건 판소리 등에서 유래한 한국인의 정서에 가장 익숙한 음계이다. 하지만 최근의 트롯은 이런 전통저인 정서에 경쾌한 리듬을 실어그 차이와 모순에서 빚어내는 새로운 정서의 음악으로 대중에게 어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의 트롯이 새로운 정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늘 트롯은 고생이 심했던 시대 세대 불문하고 공감하고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음악으로 우리와 함께 해왔다. 1950년대 전쟁의 고통을 함께 나누었고, 1960~70년대 고향을 떠나온 노동자들의 향수를 달래주었다.  1980년대 이후에는 고도 성장 시대 속 애환을 함게 했듯이 이제 2020년 어려운 경제 환경에 놓인 한국인의 마음을 다시 한번 트롯이 어루만져 주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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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롯, 치유하다 
정말 트롯은 치유일까? 광주에 사는 송가인 팬클럽 회원인 박형미씨는 하루가 행복하다. 고생고생하며 아이들을 키웠지만 그 아이들이 다 자라 외지로 떠나자 맘이 텅 비어 버렸다. 그 허전한 마음에 송가인이 들어왔다. 인생의 2막을 열어 준 선물같다고 박씨는 말한다. 

송가인 콘서트에 앞서 군중을 독려하는 핑크 가인 댄스팀, 그 중심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고애경 씨는 경북 포항에서 우체국장으로 재직 중이다. 송가인을 알기 전에는 일 밖에 모르던 분이라고 직원들이 전하는 애경 씨, 치열하고도 전쟁같은 삶을 살아냈지만, 그만큼 우울감이 심했었다. 그러던 그녀가 송가인의 노래를 듣자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했다. 인생이 바뀌었다. 매일 송가인이 선전하는 물건을 하나씩 사들고 집으로 들어오는 애경씨, 송가인의 노래를 들으며 그 기운을 받고 시작하는 하루가 이제는 행복하다. 

나이를 불문하고 송가인에게 빠진 팬들은 입을 모아 그녀가 인생의 활력이라고 말한다. 마치 소화제를 먹고 막힌 속이 확 뚫리듯 송가인의 노래가 답답했던 자신의 삶을 확 트여주었다고 말한다. 최우정 교수는 바로 이렇게 여러 사람이 같은 정서를 공감할 수 있는 것이 트롯의 힘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건 집단적 치유의 힘이라고. 

sbs스페셜은 우리 시대 신데렐라로 등극한 송가인을 통해 시대의 치유가 된 트롯을 분석한다. 덕질, 팬질하면 10대들의 전유물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그 시대가 조금 지나자, 2030 그리고 40까지 보다 경제력을 소유한 '어른'들의 새로운 '놀이 문화' 중 하나가 되었다.

이제 2019년 <미스 트롯>에 이어 2020년 <미스터 트롯>까지 새로이 등장한 트롯 열풍은 중장년을 문화의 최전선으로 이끌어 낸다. 삶의 등반을 마친 이들이 '트롯'과 함께 문화의 주역으로 한 목소리를 낸다. 더 이상 흘러간 옛노래가 아닌 트롯은 당대 최고의 트렌드가 되었다. 가사는 애절하지만 더 이상 그 애절함에 목을 놓아 우는 대신 함께 들썩이며 흔든다. 시대는 고달프지만 그 고달픔에 지지않겠다는 의지의 움직임이다. 

by meditator 2020. 5. 27. 0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