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0일 방영된 <1박2일>은 좀 이상했다. 방영 시간이 프로그램 내용으로 미어지다시피 꽉꽉 채워넣던 기존 방영 시간에 비해 방영 시간이 조금 짧아진 듯 했을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말미에 뜬금없이 출연하신 선생님들이 아닌 다른 선생님들의 인삿말이 들어 앉았기 때문이다. 대신 밤이 새도록 잠자리에 들지 않고 함께 보낸 1박2일 멤버들과 선생님들이 함께 한 시간이 훨씬 줄어들었다.  저녁 복불복 중 첫 번째 턱걸이 시합은 그래도 친절하게 내용이 다 들어갔지만 어찌된 이유에서인지, 잠자리 복불복도, 저녁 복불복 중 나머지 내용도 이렇게 했다는 빠른 영상으로 내용을 대신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그 이유를 다 추측할 수는 없지만, 그중 하나는 지난 주 방송 이후 인터넷을 중심으로 벌어진 세종고 정일채 선생님에 대한 '신상 털이'와 관련된 논란으로, 애초에 제작진이 원했던 방송 내용을 충분히 다 보여줄 수 없었기 때문이라 추측된다. 

7월 20일 방영된 <sbs스페셜> '나를 잊어주세요, 모든 것을 기억하는 사회'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이 바로 <1박2일>에 출연한 세종고 정일채 선생님에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1박2일>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네티즌들이 정일채 선생님을 '구글링' 했고, 그 과정에서 선생님이 단 댓글에서 '일베' 회원인 듯한 용어가 드러나면서 논란이 시작되었고, 그 논란은 결국 7월 20일 방영분에서 정일채 선생님과 관련된 내용이 상당히 들어낸 듯 보이는 상황으로 드러났다. 

논란은 정일채 선생님이 과거에 단 댓글에서 비롯되지만, 엄밀하게 그 시작을 조장한 것은 <1박2ㅣ일> 제작진 측이었다. 7월 13일 방영분에서, 제작진은 전국 방방 곡곡에서 각 과목의 이른바 '스타' 선생님을 모시고 여름 특집을 마련했다. 하지만, 방송의 상당 부분은 이른바 세종고 김탄으로 회자되는 정일채 선생님이 중심적으로 다루어 졌다. 제작진이 앞장서 여러 선생님들 중 '잘생긴' 선생님에게 촛점을 맞추어 방송을 진행시켰고, 그에 관심을 가지게 된 네티즌들은 '언제나 그렇듯이' 선생님에 대한 궁금증을 인터넷을 통해 해소했고, 그 과정에서 선생님이 과거에 단 댓들이 문제시되었다. 

제작진의 표나는 한 선생님의 외모에 대한 편애가, 시청자 중 일부의 과도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고, 그로 인해 결국 선생님이 과거 자신의 댓글을 삭제하고, 공개 사과까지 하게 되었다. 
이런 과정 전체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드러낸다. 물론 시작은 철 모르는 시절이라지만, 뚜렷하게 정치적 편향이 드러난 댓글을 인터넷에 흔적으로 남긴 선생님의 잘못도 있다. 그리고, 여러 선생님들을 모셔 놓고, 그 중 굳이 외모라는 드러난 이미지로 한 선생님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이끌고 간 제작진의 '속된' 편집 방침도 있다. 그리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일반인 출연자에게 까지 '검증'을 시도한 일부 네티즌의 과도한 관심 역시 논란을 불러온다. 그리고 그 바탕에 깔려 있는, 세상에 주목한  이른바 '공인'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불신'과, 그 드러난 이미지가 상충될 때 쏟아지는 '분노', 즉 우리 사회 지도층에 대한 깊은 배신이 낳은 '단말마적' 분노의 파급 효과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논란의 배경 요인이 된다. 

덕분에, 야심차게 시도한 올스타 선생님 특집은 밤인가 싶더니 어느 틈에 아침에 잠자리에 드는 뜬금없는 편집의 결과물이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선생님들의 매력과 진정성조차 훼손되지는 않았다. '잘생긴' 선생님의 분량이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던 다른 선생님들의 매력이 드러났다. 한 선생님의 얼굴에 집중하는 대신, 걸그룹 시스타를 보고 반색하는 대신, '옷차림이 그렇다'며 데문데문하게 대하는 '본투비' 선생님인 안산 송호고 김명호 선생님의 매력이 더 부각된 것이다. 1박2일 동안 와이셔츠 단 한 벌의 단벌신사로 버틴 김명호 선생님은, 이미 첫 회에서 부터 독특한 아우라를 뽐내기 시작하더니, 정일채 선생님이 사라진 분량을 대신 '선생님'다운 모습으로 빛낸다. 특히나, 프로그램의 마지막, '말 좀 들어라'로 시작하여, 반 아이들 이름 하나하나를 다 기억하여 불러준 선생님의 1분 스피치는 '스승'에 대한 시청자들의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사진; 뉴스엔)

결국 '새옹지마'가 된 것이다. 정일채 선생님이 겨우 다섯 번의 턱걸이를 해도 환호작약하는 제작진의 호들갑이 걷혀지고, 대신 그 자리를 다른 선생님들의 매력이, 선생님이란 직업이 편하자고 해서는 안되는 직업이라는 선생님들의 진심이 채워 나갔다. 또한 애초에 준비된 것이었는지, 아니면 분량의 삭감으로 허겁지겁 채워넣은 것인지 그 진의는 알 수 없지만, 선생님들의 진심어린 1분 스피치 이후 이어진 각 학교 선생님들의 한 마디들이, 세속적 관심이 거세된, <1박2일>을 예능 이상의 감동으로 남게 만들었다.

스승의 날 특집 kbs의 <나는 선생님입니다>를 보면, 우리 시대에 교단을 지켜간다는 것이 녹록치 않은 일임이 여실히 드러난다. 직업과, 스승 사이에서 갈등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은, 결국, <1박2일>이란 예능에서, 아직은 처음이라 학생들 등교 지도 하는 것조차 버겁다며, 앞으로 배우고 나아지겠다고 다짐하는 방송을 통해 보여진 새내기 정일채 선생님의 수줍은 고백과, 이후 혹독한 검증 과정을 거친 공개적인 반성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김명호 선생님처럼 선생님의 자리를 지키고자 노력하는 선생님들이 계시며, 장기 자랑에서는 그 누구보다 웃기다라도, 아이들을 향해서는 자신의 진심어린 말을 들어달라 호소하는 광주 성덕고 고영석 선생님의 진심이 있다. 철지난,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진솔했던 '스승' 특집이었다. 


by meditator 2014. 7. 21. 0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