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가 선보인 또 하나의 새 예능, <학교 다녀오겠습니다>가 7월12일 첫 선을 보인데 이어, 19일 두번 째 방송을 내보냈다.

연예인들의 일주일간의 학교 생활 체험기를 다룬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는 아침 등교에서부터 시작하여, 방과 후 자율학습까지, 학교로 간 연예인들의 생활 모습을 '리얼'하게 담아내고자 한다. 

도대체 학교로 간 연예인들을 어떻게 그려낼까? 아니 제대로 그려낼 수 있을까? 라는 기우는, 성동일, 김종민, 윤도현, 브라이언, 허가윤, 혜박, 강준, 남주혁 등의 땀 뻘뻘나는 등교에서부터, '리얼'의 맛을 살려낸다. 
당장 브라이언과 김종민의 지각을 언짢아 하거나, 혜박, 허가윤의 옷차림을 지적하는 선생님의 반응에서 이들의 학교 생활이 '연예인'이라는 계급장을 떼고 진행될 것이며, 그리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학교를 떠난지 이십 여년이 흘렀건, 단 두 해가 지났건, 혹은 아예 한국에서 학창 시절의 경험이 있건 없건, 그 어떤 '사족'도 달지 않고, 연예인들의 학교 생활은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하루의 일과를 맞이한다. 
낯을 가리던 윤도현도, 형님 포스를 풍기던 성동일도, 자신이 아직 누군지 조차 알리기 버거워 하던 아이돌 강준도, 교실을 런웨이로 만들어 버리던 혜박도, 수업 종이 울리자, 그저 수업이 낯설은 학생 중 한 명에 불과하다. 
심지어 전학생이건 말건, 예정된대로 진행되는 수업에, 시험은, 학교로 간 연예인들을 작게 만들기에 충분했고, 하루 종일 빽빽하게 진행되는 수업은, 이들을 다른 학생들처럼 점심 식사 후 5교시 식곤증과의 전쟁에 휘말리게 했다. 
다행히도, 이제는 그 또래 아이를 둘 거 같은 성동일에서 부터, 학교를 나온지 두 해밖에 안된 남주혁까지, 참여한 연예인들은, 처음엔 이방의 외계인처럼 낯설어 하는 것도 잠시, 자신들의 직업에 연연하지 않고, 지금 학생으로서의 본분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생경한 외래어 같은, 아니 특히나 학교를 나온지 오래된 연배의 성동일이나, 윤도현, 그리고 외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혜박, 브라이언에게는, 진짜 외계어인 수업 시간의 내용들도, 하나하나 귀담어 들으려고 하는 노력이, 어쩌면 밋밋할 지 모르는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의 진정성을 차근차근 부여해 간다. 

(사진; tv리포트)

그저 하루 종일 수업을 듣는 것에 불과한 학교지만, 우리가 알고 있듯이, 그 하루에만도 수백 수천의 해프닝이 벌어지는, 좋은 말로 하면 '사랑이 꽃피는 교실'이요, 극단적으로는, '전쟁터'이다. 
그 극과 극의 상황에 놓인, 연예인들은, 첫 날 생경한 수업과 낯설은 급우들에 적응을 하느라 진땀을 뺀다. 
당장 반 아이들을 휘어잡으며 큰 형님이 되어버린 성동일도 있지만, 쉬는 시간 교실 창밖을 외로이 바라보며 무한 상념에 잠기는 윤도현도 있다. 마치 한 1년 학교를 쉬다 복학한 좀 좀 놀 형같은 남주혁이나, 헤박이 있는가 하면, 낯설은 학교 생활 이리저리 눈치로 때려 맞추느라 정신이 없는 브라이언과, 김종민, 강준도 있다. 
그래도, 가끔은 이동 수업 반도 잘못찾고, 다짜고짜 보는 시험에 당황하며, 자기 반 아이들인 줄 알고 다른 반 아이들이랑 유쾌하며 농구를 하고는, 반 아이들의 불만섞인 투정을 마주하기도 하지만, 함께 매점에 가서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심지어 수업 시간 도중 오목을 할 만큼 여유를 찾아간다. 

연예인이라지만, 연배도 다르고, 하고 있는 일도 다른 만큼, 하루의 수업을 마친 각자의 감회도 남다르다. 정말 오랜만에 학교로 돌아온 성동일은, 이제서야 선생님들이 어떻게든 하나라도 학생들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려고 애쓰는게 보인다고 소회를 털어놓는다. 반면, 비록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기왕에 하는 거 제대로 모범적으로 해보이겠다며 야간 자율학습까지 한 윤도현을,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하루 종일 '공부'만 하는 학생들을 안쓰러워 한다. 겨우 하루의 학교 생활에 지친 브라이언은 서른이 넘은 나이를 보충하고자 비타민을 챙기고, 자신이 '땡땡이' 친 사건 때문에 교무실로 불려간 남주혁은 '복수(?)'를 꿈꾸고,  당장 내일 과제에 시험까지 떠맡은 혜박은 늦은 시간까지 공부의 여정을 불사른다. 연예인이라는 집단이 아니라, 개별 전학생으로서, 점점이 각 반으로 흩어진 학생들은 각자의 개성만큼이나 다양한 반응을 보여준다. 

이슈가 될 만큼 커다란 사건은 없었지만, 이제 두번 째를 맞이한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는 학생들의 학교 생활에 맨 몸으로 부딪치는 연예인들의 하루를 온전히 날 것으로 담아냄으로써, 그들 각자의 개성만큼 다양한 학교 생활의 아기자기한 재미를 보여주고 있다. 첫 날의 낯설음은, 이제 두번째, 세번 째 날의 익숙함과 친숙함으로 채워 가면서 새로운 재미를 발생한 요소를 다분히 있음을 단 두 회만에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는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려는 남는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와 어감도 비슷한 독립 영화 <학교 다녀왔습니다>가 있다. 장건재 감독의 13분짜리 이 영화의 고등학생은 학교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온 후 학교에 가는 대신 담배 한 갑을 사들고 뒷골목을 어슬렁 거리다 중국집 배달을 하는 친구를 만나고, 학교에서 도망쳐 나온 여자 아이를 만난다. 1998년에 만들어진 영화라 극 중 주인공은 '삐삐'를 차지만, 여전히 우리 학교에서 튕겨져 나온 학생들의 삶도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과연 학교로 간 연예인들의 학교 생활 체험기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당장은 하루 종일 빽빽하게 채워진 수업을 따라가느라 버겁고, 낯설은 친구들을 알아가기에 바쁜 이들이지만, 무한 경쟁의 입시 전쟁을 치루는, 그리고 그 이면에 학교 규칙과, 그것에 저항하는 전쟁들이 날마다 벌어지는 전쟁터 같은 이곳에서, 잠시 학교에 머무는 연예인들이 보여주는 학교 생활의 모습은 어디까지 담아낼 수 있을까. 당장은 학교 생활 적응기이지만, 그저 오랜만에 학교로 돌아온 성인들의 적응기도 하루 이틀이지, 과연 이들을 통해 진짜 날것의 학교를 얼마나 보여줄 수 있을까. 

수업 시간 들어온 선생님은 재밌다는 듯이 말한다. 연예인들이 학교로 오는 바람에 자기 반 아이들의 수업 태도가 좋아졌다고, 일반고인 선정고의 고등학교 학생들은 카메라가 비추는 교실에서, 점심 식사 후 5교시 사회 시간임에도 한 두명을 제외하고 거의 자는 사람이 없었다. 
자사고, 특목고가 생기면서, 학교 서열화의 희생양이 된 일반고 교실의 진짜 풍경이었을까? 과연 반 아이들 중 10% 정도만이 수업을 듣고, 나머지는 딴 짓을 하거나, 자버리는 일반고 교실의 현실적 풍경을, 교실 속에 담겨있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무기력한 학생들을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는 연예인들의 1주일 학교 적응기를 통해 제대로 담아낼 수 있을까? 그리고 잠시나마 학교에 머무는 연예인들이 이런 학생들과, 학교의 현실적인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을까? 
만약 그것이 아니라면, 그건, 또 하나의 트루먼 쇼이고, 학생들은 일주일간 '쇼'에 동원된 엑스트라가 되는 것일 수도 있다. 


by meditator 2014. 7. 20. 1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