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11일, 18일 양 일에 걸쳐 방영된 <휴먼 다큐 사랑>은 5년의 침체기를 뚫고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러시아 선수로 하나의 동메달과 네 개의 금메달을 딴 쇼트 트랙 선수 안현수와 그의 아내 우나리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러시아 선수촌의 유일한 부부 안현수-우나리
5월 11일 방영된 첫 편 <휴먼 다큐 사랑- 두 개의 조국, 하나의 사랑>을 연 것은 빡빡한 러시아 선수촌에서의 안현수 부부의 일상이다. 선수촌에 부부라니! 하지만 러시아 선수촌에 유일한 부부 커플이 바로 안현수-우나리 부부이다. 

안현수 선수의 조그만 방, 거기서 아내 우나리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운동을 하는, 하지만 러시아라는 이방의 입맛과는 다른 한국인 안현수를 위해 음식을 만든다. 조그만 선수용 냉장고가 부족하여, 동토의 러시아 날씨 베란다에서 얼어버린 김치도 꺼내고, 두 세시간 걸려 음식을 만들고, 남편을 먹이고, 하지만 운동 선수 남편에게 '설겆이'를 바라는 건 사치다. 다시 아내는 남편이 비운 그릇을 들고 화장실로 향한다. 한번에 설겆이조차 할 수 없는 세면대, 그곳이 아내가 설겆이를 하는 장소다. 
아내 우나리의 일은 그걸로 끝이 아니다. 스케이트를 타지도 못하는 그녀가, 또 한 사람의 선수인 양, 남편의 훈련 길에 동행한다. 피곤한데 쉬어 라고 립 서비스를 하지만 훈련 중간 늘 아내를 눈길로 찾는 남편을 위해, 아내 우나리는 남편의 훈련 과정을 동영상으로 담는다. 남편만이 아니다. 러시아 팀 공식 매니저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게, 그녀가 찍은 동영상은 또 다른 선수들에게도 도움을 준다. 
선수들이 옷을 갈아입는 락카, 처음엔 들어오지도 못하다가, 들어와도 어디에 눈을 둬야 할 지 몰라 쭈볏거리다, 이젠 자연스레 선물까지 받는 처지가 되기까지, 안현수의 아내 우나리의 여정은 길었다. 아내이자, 공식 요리사이자, 개인 트레이너에서 마사지사까지, 일인 다역을 하며, 러시아에서 유일한 안현수의 '껌딱지'가 된 우나리, 이들의 사랑엔 한군 쇼트 트렉계에서 이방인이 되어버린 안현수의 비극이 숨어 있다. 



이방인 안현수에서 러시아 국민 영웅 빅토르 안이 되기까지.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의 부진한 성적과 달리, 선수로서의 생명이 끝났을 나이에, 화려한 재기에 성공한 안현수의 소식 이후로, 한국 쇼트 트랙계에 만연했던 '인맥 비리'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일찌기 고등학교 시절 세계 대회에서 놀라운 성적을 거두고 우리나라의 대표적 쇼트트랙 선수가 된 안현수, 하지만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고질적인 쇼트 트랙계의 인맥 갈등에, 끊이지 않은 부상이었다. 결국, 그는 무릎 수술 등과 대표 선수 선발 비리 등으로 더 이상 한국에서 쇼트 트랙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여전히 선수로서 빙판에 서고 싶었던 안현수. 부상과, 외부의 압력으로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싶지 않았던 안현수는 무모하게도 '러시아 행'이라는 선택을 한다. 

하지만 러시아 행의 선택이 이후 소치 올림픽에서 보이듯 화려한 결과를 예정한 것은 아니었다. 몸도 마음도 추스리지 못한 채 오로지 쇼트 트랙을 계속하고 싶다는 마음만을 가지고 떠났던 러시아, 하지만 중고등학생 수준의 러시아 대표팀에서조차 안현수는 슬럼프에 빠진 채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그렇게 몸도 마음도 지쳐가던 안현수를 다시 일으켜 세운 계기가 된 것이 지금의 아내 우나리. 그녀는 홀홀 단신 러시아로 갔고, 안현수를 도와 그가 소치에서 다시 재기할 수 있기 까지 '껌딱지'같은 그의 동반자가 되었다. 



<휴먼 다큐 사랑- 두개의 조국, 하나의 사랑>은 이미 소치 올림픽 당시, 우리나라 선수를 제끼고 온 국민의 성원을 한 몸에 받았던 안현수, 하지만 조국을 버렸다는 오명을 뒤집어 썼던 안현수 선수의 그간 행적을 아내 우나리와의 사랑의 여정으로 설명한다. 

그가 쇼트 트랙계의 고질적인 인맥 싸움으로 한국 대신 러시아를 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하지만 러시아 행을 택하고도 5년만에 화려한 재기를 이루기 까지 결코 쉽지많은 않았던 여정들이, 안현수-우나리 커플의 애닮은 사랑의 시점으로 재탄생된다. 그리고 그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그저 천재 쇼트 트랙 선수 안현수가 아니라, '이방인'에서 '러시아 국민 영웅'이란 여정을 살아낸, 쇼트 트랙을 버릴 수 없었던 선수 안현수의 쇼트 트랙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다. 여러 번의 무릎 수술로 아직 채워지지 않은 근육으로 금메달을 따기 까지, 고된 훈련 후 말할 힘조차 없어, 새우등이 된 채 구부러져 잠이 드는, 그러면서도 다시 다음 날 빙판에 서는 선수 안현수의 기적을 목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열정어린 선수의 진심을 눈밝에 알아봐주고 지켜봐준 '진심어린 사랑', 그의 아내 우나리의 용기와 또 다른 도전 역시, '이방인' 안현수가 '영웅' 안현수가 되는 견인차가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돈'이나, '국기의 색깔, 혹은 명예라는 속세의 단어로 설명하기 힘든, 순수한 사랑의 그것말이다. 
by meditator 2015. 5. 19. 1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