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sbs스페셜은 5월 10일과 17일 2회에 걸쳐 초할인 저수가에 의해 양심을 파고 있는 의사들이 범람하는 의료 현실의 민낯을 드러낸다. 특히, 얼굴에 하얀 마스크를 쓴 젊은 의사들의 토론을 통해 현재 의사들이 처한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하지 않아도 될 수술과, 치료가 횡행하게 되는지를 짚어본다.
횡행하는 과잉진료
5월 10일 방영된 <병원의 고백>을 연 것은 실제 사례들이다.
여성의 상징과도 같은 자궁을 떼어 낸 여성들, 병원에서는 과도한 생리통으로 고통받는 여성에게, 아이를 낳고 난 후 쓸모없는 기관이니 떼어버리자 권유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자궁적출 수술을 받은 이후의 우울증과 후유증은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2012년 조사에 따르면 10만명당 326.9건으로 당연 OECD 국가 중 1위다.
자궁 적출 수술만이 아니다. 최근 과잉 진료 논란의 도망 위에 올라간 '갑상선암' 역시 마찬가지다. 병원 측에서는 '암'이라면 최소한의 부위라도 수술을 하는 게 맞다고 하지만, 일부 의사들의 의견은 다르다. '암' 중에서도 진행 속도도 느리고, 예후도 나쁘지 않은 갑상선 암을 굳이 초기에 발견해서 후유증이 큰 수술을 감행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심지어 떼어내고 나서 조사를 해보니 암이 아닌 경우도 빈번하다. 떼어낸다 하더라도, 평생을 요오드 제제를 먹으며 식이요법을 하며 살아야 하는 삶에 대한 고려는 없다.
암 수술만이 아니다. 보험 수가가 아닌 '실비' 보험의 대상이 되는 각종 보험 외 치료들이 횡행한다. 그리고 보험 외의 아직 효과가 공인받지 않는 그 시술들은 숱은 휴유증을 남기기도 한다. 실제 디스크로 인한 고통으로 두 발로 병원을 찾았다 '고주파 열치료'를 받은 후 극심한 통증으로 침대 신세를 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속출한다. 멀쩡한 아말감이나, 금니를 벗기고 다시 때우고 입히는 치과의 치료는 거의 사기 수준이다. 심지어, 임플란트를 저가에 해준다 돈을 받고 날라버린 실제 사기도 있다.
'사기'를 쳐야 먹고 사는 의사들
그렇다면 이런 의료계의 과잉 진료는 왜 횡행하는 것일까? 이렇게 과잉 진료하는 의사들 틈에서 '양심적 진료'를 고집하며 고군분투하는 의사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이 가는 길을 고독하고, 현실은 고달프다.
아침부터 진료를 받기 위해 사람들이 줄은 선 치과 의사 강창룡, 그는 그를 찾은 환자들이 내민 진단서의 진실 여부를 판단해 준다. 때론 그의 손에서 몇 백만원 짜리 진단서가 단 몇 천원이면 되는 것으로 판별되기도 한다. 자신이 양심 의사가 아니라, 사기를 치는 동료들이 진정한 의사가 아니라고 말하는 강창룡 원장, 그러나 그는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현실로 인해 사람을 고용할 수 없어,1인 치과를 운영한다. 현재 초저가 '의료 수가' 현실에서 '인건비'가 그의 수입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의사들이 돈을 벌기 위해선, '사기'에 가까운 과잉 진료를 벌일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또 다른 양심적인 진료를 하는 산부인과, 하지만 나날이 줄어가는 출산율과 저수가의 현실에서 그가 하는 진료는 산부인과가 아니라, 피부과이다. 심지어, '양심적 진료'의 시간과 '빛'은 비례한다.
그러다 보니 의사들은 '돈'을 벌기 위해, '망하기 않기 위해', 시술 대신 수술을 유도한다. '실비' 보험이라는 '장땡'을 잡고자 마구잡이 검사를 하고, 필요없는 과잉 진료를 한다. 심지어, '먹튀'까지 한다. 환자도 다르지 않다. 여전히 병원에만 들어서면 '을'이 되는 환자들은 의사의 처분만 바란다. 심지어 '실비'보험에 가입했다고, 과잉 진료를 역으로 요구하기도 한다.
'의료 수가의 현실화'가 해법이 될 수있을까?
과잉진료의 사례로 시작하여, 결국 초할인 의료 수가 현실에서 의사들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돈벌이에 눈이 뒤집한 의료계, 그리고 의사들을 지적하는가 싶더니, 결국 현실의 의료 수가 제도에서는 빛을 지지 않고, 망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과잉 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래서 결국 그런 과잉 진료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환자들의 주도적이고 자각적힌 의료 행위 참여가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하지만 마지막에 환자들의 자각을 독촉했지만, 과잉진료로 시작한 양심 불량의 의료 행위의 사례가 초저수가의 의료 보험 현실 때문이라는 것으로 흘러갈 때, 그걸 보는 시청자들은 암묵적으로 우리의 보험 수가가 의사들이 먹고 살기 힘들 정도로 낮다는 것에 공감하게 된다.
하지만, 과연 의료 보험 수가가 현실화된다면 의사들의 과잉 진료가 나아질까? 그렇다면 실비 보험이라는 장막 속에서 벌어지는 과잉 진료의 또 다른 민낯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병원의 고백>은 또 다른 사례를 알아보기 위해 미국의 의료 현실을 들여다 보았다. 그러면서, 미국에서도 의사들의 과잉 진료 논란은 빈번하다고 덧붙인다. 하지만, 미국이 어떤 곳인가? 왜 하필 미국인가? 미국은 국가가 아닌 민간 의료 보험 체계에 의해 운영되는 국가이다. 그래서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 등을 비롯한 여러 다큐에서 고발하고 있다시피, 빈익빈 부익부의 극단을 보여주고 있는 곳이 미국이었다. 그래서 아파도 돈이 없어 집에서 치료를 받거나, 돈이 없으면 죽어가는 곳이 바로 미국이다. 그런 미국을 또 다른 사례로 들이민 저의는 무엇이었을까?
하지만 민간 의료 보험제도가 시행되는 미국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유럽의 의료 체계에 대한 정보는 없다. 그렇다면 유럽은 어떨까?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의료 공영화 제도를 시행한다. 공립 병원이 전체 병원의 60% 이상이고, 80%에 육박하기도 한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각 나라별로 공공 비용의 감소로 인한 문제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의료의 공영화'라는 시스템 자체가 흔들리지는 않고 있다. 즉, 최소한 아픈 것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것이 유럽 시스템의 기본이다.
하지만 그런 유럽의, 즉, 국가가 책임지는 의료 현실의 또 다른 사례는 눈감고, 과잉 진료라는 현실적 부조리에서 의사의 '먹고사니즘'에 천착해 버리는 <병원의 고백>은 의료 현실의 민낯이라 하지만, 그 방향성에서 아쉽다. 기본적으로 '의료 행위' 자체가 누군가의 돈벌이가 되는 세상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이루어져야 하지 않았을까? 수능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 '의대'에 가는 현실은 또 어떨까? 지하철 역에서 앞에서 휴지를 나누어 주면서 환자 호객행위를 한다고 자조하지만, 너도 나도 돈벌이가 쉬운 치과로 몰리는 현실은 왜 짚어주지 않는 걸까? 궁극적으로 아픈 환자들이 과연 의사의 돈벌이 대상이 되어야 할까 라는 질문은? 과연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만으로, 혹은 보다 인상된 의료 수가 만으로 그들의 양심이 돌아올 수 있을까? 높은 점수를 받으면 돈벌이가 잘되는 의사가 되는 세상에서, 과연 '의료 수가'의 현실화가 이 부조리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실비' 보험이라는 결국 민간 의료의 도입 수순의 첫 발이 되는 제도 안에서 마음껏 '과잉 진료'를 펼치는 의사들은 또 어떻게 해명할 수 있을지. 과연 환자 개인의 자각이 의료 행위의 과잉을 막을 해법이 될 수 있을지. 병원의 민낯을 드러내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그 해법의 과정이 개운치만은 않았던 <병원의 고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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