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찾기 미션의 3주차가 끝났다.

꼬박 미션 수행을 향해 달리던 4주차의 다른 미션과 달리, 3주 만에 막을 내린 '친구 찾기'는 그간 인간다운 삶을 향해 고되게 달려온 <인간의 조건> 팀에게는 장거리를 달려 가도, 기억을 더듬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묻고 또 되묻기를 반복해도 그 끝에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친구가 있었기에 쉼표와도 같은 휴식 시간 같았다.

 

미션의 마지막 날, 과연 친구가 무엇일까? 란 제작진의 물음에,

'친구는 그저 친구'라는 선문답같은 대답에서부터,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가족'같은 관계라는 매력적인 정의까지 다양한 대답이 등장했다. 그 어떤 대답을 했건, 그들에게 주어진1주일간 <인간의 조건> 멤버들은 '친한' 친구를 찾아다니며, 혹은 친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노력하며. 심지어는 멤버 사이의 인기 투표 비슷한 친구 투표를 하면서, 과연 친구가 무엇일까를 되짚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동선을 쫓아가며 시청자들 역시 1년 가야 한번 볼까 말까한 하지만 만나면 내 흑역사까지 고스란히 알고 있어 더 이상 구구한 설명이 필요없는 친구에서 부터 사회 생활 속에서 엇갈리는 '친구'들까지 다양한 친구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도 되었을 것이다.

 

(사진; OSEN)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촬영 분량이 나오지 않은 탓이었는지, 아니면 결국 찍어놓고 보니, 친구를 만나서 하하호호 반갑다 하는 것 이상의 차별성을 둘 수 없는 내용 탓이었는지, 단지 3주차로 촉박하게 마무리된 '친구 찾기' 미션이 친구란 화두에 대해 조금 더 농밀하게 마무리하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한편에선 남는다.

이제는 얼굴조차 서로 가물가물 하지만 함께 유치원을 다녔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눈물이 핑 돌던 박성호의 꼬꼬마 어린 시절 친구나, 오해로 인해 3년간 연락조차 하지 않았지만 역시나 만나는 순간, 그 모든 것이 그저 아집이었음을 확인시켜주었던 양상국의 친구 찾기는 이런 게 '친구'라는 정의를 내려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렇게 머리가 굳기 이전의 어린 시절 친구들의 막연한 우정은 향수와도 같은 묘한 정취를 불러 일으켰지만, 그 못지 않게 인상깊었던 것은, 김준호가 친구라고 하자, 대뜸 <개그콘서트>를 함께 해온 김대희를 든 것이라던가, 그와 반대로 그를 따라 방송국까지 옮겼지만 잘 되지 않아서 한때는 원망하기도 했던, 그러나 이제 나이가 드니 그 상황이 이해가 된다는 심현섭을 친구로 찾아가는 모습이 어쩌면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겐 지금 혹은 한 때 내 옆에 있거나, 있었지만 정작 '친구'로써 인식하지 못했던 '친구'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그래서 상투적으로 어린 시절 친구를 만나 그들과 즐겁게 추억을 되짚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유재석이나 신동엽처럼 친구라고 우기기엔 낯 간지러운 선배들을 찾아가 입술 도장을 찍어 달라고 하는 대신에, 사회 생활을 하면서 함께 어려움을 겪었던 시간들을 조금 더 깊게 다루어 보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해피 투게더>에 함께 출연하기까지 했던 박성호의 동기, 박준형 등을 찾아가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나쁘지 않았겠다. 또한 이제는 <개그콘서트>의 맏형이거나, 중진에 가까운 멤버들이, 정작 자신이 몸담고 있는 <개그 콘서트> 팀을 좀 더 다양하게 적극적으로 이 프로그램에서 친구로 소개하지 못한 것도 아쉽다.

가능성이 불투명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무례가 될 수도 있는 이벤트 성 송강호, 최민식, 이나영, 김연아 만나기가 아니라, 지금 현재 멤버들이 코너를 함께 하고 있는, 혹은 한때 했던 <개그콘서트>의 멤버들을 찾아다니며 추억을 나누었다면 조금 더 풍성하고 친근한 내용들이 나왔을 텐데, 그렇다면 <개그콘서트>도 좋고, <인간의 조건>도 좋은 '윈윈 전략'이 되었을 텐데, 그런 면에서 언제부터인가, 명망인을 목말라 하는 <인간의 조건>의 얄팍한 근시안이 아쉽다.

정성호가, 양상국이 처음 <인간의 조건>을 시작할 때만 해도, 그저 좀 아는 개그맨이었듯이, <인간의 조건> 팀의 생각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하게 활용 가능한 인재 풀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말이다.

심지어 내 아이도, 내 부인도 친구가 될 수 있는 다양한 '친구'에 대한 정의처럼, '친구 찾기'라는 주제를 통해 얼마든지 문어발 식으로 다앙하고 깊은 재미를 추구할 수 있었는데 제작진 자체가 주제에 대해 '쉬어가기'처럼 편하게 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조차 들었다.

 

(사진; OSEN)

 

하지만, '친구 찾기'란 주제는 <인간의 조건>에게 꽤나 중요한 의미를 지닌 미션이었다. 과연 '~없이 살기'란 전투적 미션이 아니라도 그 속에서 인간다운 성취를 이뤄낼 수 있는가의 관건이 된 미션이었다. 그런 면에서, 객관적으로 <인간의 조건>에 주어진 상황과, 제작진이 미션을 대하는 온도에 있어서 조금 차이가 나는 듯 하다.

 

또 하나 우려스러운 것은, 이제 <인간의 조건> 멤버들이 각각 캐럭터를 구축하고, 그들이 함께 '먹방'을 하거나, '꽁트'를 하는 상황에서 오는 안정적 호의가 이뤄진 상황에서, 가끔은 안일하게 거기에 기대어 가려는 듯한 인상을 줄 때가 있다.

예전 <남자의 자격>에서 이경규는 김준호가 '꽁트'식으로 하는 것을 질색을 했다. 아마도 그 이유는 프로그램의 흐름을 깨거나, 오히려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 우려가 있기 때무이었을 것이다. <인간의 조건> 멤버들은 ,<개그콘서트>를 통해 단련되어 그 누구보다도 '꽁트'에 뒤질 자원들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본말이 전도되는 상황이 된다면, 금방 변덕스런 시청자들은 외면할 것이다. '먹방'도 마찬가지다.

 

'친구 찾기' 미션이 그랬다. 시청자들은 언제나 그랬듯, 이 프로그램이 친구란 주제를 통해 무언가 더 말하리라 기대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도 친구지 하면서 예의 꽁트와 먹방을 하며 즐기는 걸 보면서 갸웃거리게 되는 것이다. 쉼표 하나도 만만치 않다.

by meditator 2013. 6. 9. 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