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d Girl'로 돌아온 이효리가 예능을 순회 중이다.

이미 관계자들과 이야기가 된 것이라 하면서 음악 방송 출연은 2주차로 접었던 것과 달리, <라디오 스타>, <맨발의 예체능>, <해피투게더>를 시작으로 <화신>, <안녕하세요>, 그리고 케이블의 <스토리 우먼쇼>까지 줄줄이 출연할 혹은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물론 담당 피디의 오랜 읍소에도 불구하고 이효리의 출연이 고사해 가는 프로그램의 생명 연장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될까 싶은 <맨발의 예체능>같은 프로그램도 있지만, <해피투게더>와 <라디오 스타>처럼 이효리의 출연 만으로도 높은 시청률을 보이며 예능 대세 이효리를 진가를 널리 알리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은 이른바 예능인으로서의 이효리가 가진 Bad Girl'로써의 이미지를 일괄적으로 충실히 소비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효리가 이번에 들고 나온 앨범의 컨셉이 똑같다 보니, 이효리는 이전보다 한껏 더 거침없고, 더 직설적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덕분에 Bad Girl'로써의 이번 앨범은 1위를 단번에 했든 그렇지 않든과 상관없이 이효리다운 아우라를 충분히 발산한 작품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남을 것이다.

하지만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수가 늘어나면서 도대체 사적인 자리인지, 방송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는 '비난(?)'이 하나 둘 등장하기도 하고, 그녀의 도발적 발언과 행동들에 대한 호불호가 연일 인터넷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이른바 '노이즈 마케팅'으로 치자면 꽤나 성공한 컨셉이라 하겠다. 하지만 한편에선 다시 예능으로 돌아올 이효리를 기대하고 있지만,출연을 거듭하면 할 수록, 제 아무리 기가 센 Bad Girl'로써의 컨셉도 그저 소비될 뿐, 오랜 예능 경험에도 여전히 길들여 지지 않은 혹은 때로는 통제되지 않은 듯한 이효리는 '뜨거운 감자'로, 그저 '해프닝 용'이 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사진; tv리포트)

 

그런 가운데 유독 예능인으로 Bad Girl 효리를 소모하지 않는 예능이 바로 <땡큐>이다.

지난 주에 이어 2회에 걸쳐 방영된 <땡큐>는 마흔 셋 한때는 가수였으나 이제는 잘 나가는 쉐프가 된 이지연에, 새로운 앨범을 가지고 돌아온 이효리, 그리고 원더걸스 였으나 연기자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는 예은 등 이른바 한때 우리나라를 들었다 놨다 한 '디바'들의 시간이었다.

기센 언니 효리도 한때는 이지연의 팬이었고, 그리고 다시 이효리보다 10년이 어린 원더걸스가 있듯이 흘러가는 디바의 시간은 <땡큐>를 통해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가수가 아닌 쉐프라도, 3년만에 다시 자신이 직접 작사작곡한 앨범을 들고 돌아와도, 세월이 흘러 '거울 앞에서 은은한 미소나 짓는 우리 누나'가 아니라 여전히 강풍기 앞에서 뒤질세라 앞자리를 탐내는 '기센 언니'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그녀들의 모습을 솔직하게 담백하게 전해주었다.

 

누가 누가 더 기가 세나 자랑만 한 것도 아니었다.

100명의 미스코리아들을 모아놓고, 지나간 자신의 시간 동안 그 누구도 자신에게 '지금의 너라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이효리의 눈물어린 고백과, 처음 쉐프가 된 후 맡겨진 양파 튀김을 최고로 해내어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던 한때 최고의 가수 이지연의 솔직한 속내는 '기가 센' 여자들로 살아가기 위해 감내해 왔던 시간의 뒤안길을 슬며시 엿보며 애틋해지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오해도 풀었다.

이효리가 이상순을 만나 채식도 하고 소셜테이너가 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상순이 이효리를 통해 달라졌다는 사실을 전해들으며 그간 우리가 얼마나 이효리를 얕잡아 보고 있었는가 뜨금하기도 했다. 이효리의 멘토가 없으면 안쓰는 그저 주어진 것에 행복해 하는 '윤영배'라는 사실에 달라진 이효리를 체감하게도 되었다. 한때는 '국민 나쁜년' 이었던 이지연의 노래를 하고도 할 수 없었던 , 혹은 낯선 땅에서 가진 것 없이 막막하기만 했던 수렁같은 시간을 통해 마흔 셋의 이지연을 용인할 수 있게 되었다.

 

이효리의 눈물 어린 고백에, 지금 그 자체로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에 환호하는 100명의 여성들의 박수는 그저 스타를 향한 우러름이 아니라, 진솔한 공감과 소통이었다.

소비하기 편한 이미지로 재단되어 있는 이효리와 그렇게 한때 소비되고 버려졌던 이지연을 통해 '디바'로 살아가는 삶의 속내를넘어, 한 시대를 살아가는 동료 여성의 삶을 느낄 수 있어 진짜 모처럼 '땡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by meditator 2013. 6. 8. 0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