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가 끝나자 화면에 대뜸 송중기가 얼굴을 비췄다. 왜지?

그러자 송중기가 말한다. 개그 콘서트와 인연이 깊다고. 아하, 생활의 발견에서~ 송중기가 게스트로 나오자 신보라가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몰라했던, 그래서 송중기가 앙탈(?)을 부리며 안먹는다고 뱉어낸 음식까지 줏어 먹던 진짜 같던 그날의 개그가 기억에 떠오른다.

이어서 등장한 첫 코너 모처럼 돌아온 '꺽기도'에 이어, 정말 오랜만에 개그 콘서트에 등장한 '수다맨'에 진짜 수다맨 강성범이 등장했다. 어디 그뿐인가, '씁쓸한 인생'에선 개그콘서트 초창기 멤버였던 김영철이 텔레마케터인양 등장해서 예의 애드립 풍년을 이룬다. 심지어, 개그콘서트의 효시인 전유성은 '버티고' 코너에서 곰 탈을 뒤집어 쓰고 등장했다. 그 당시에는 정말 뚱뚱했떤 정형돈이 인기와 반비례하듯 홀쭉해져 돌아와 '도레미 트리오'를 다시 선보이고, 아직도 개콘 멤버 같은 이수근, 신봉선, 김병만이 '키컸으면', '대화가 필요해', '달인' 등 추억의 코너에 등장한다. 물론 오랜만에 등장한 선배들의 호흡은 딸리고, 대사의 웃음 포인트는 빗나가기 일쑤였다. 하지마, 그들의 등장만으로도, 700회, 단 90분 만에 개그콘서트의 역사가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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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m스타)

 

 

 

700회의 개그 콘서트가 잔칫집 같던 이유 중 하나는, '무한 도전' '개그야' 등 공중파 타 방송 개그 프로그램의 축하 인사는 물론, tvn의 'SNL' 을 거쳐, 심지어, '썰전(썰전이 개그 프로그램이었어?)' 멤버의 축하 인사를 집어 넣은 것이다. 그 느낌은 마치 환갑 잔치에 동네 방네 지인들을 초대하듯한 느낌이기도 하고, 방송국을 불문하고 모든 개그맨들이 하나된 듯한 묘한 일체감같은 걸 느끼게도 해주었다. 심지어, TVN의 '코미디 빅리그' 출연진들은 박준형, 안영미, 박휘순 등 거의 대부분 한때 개그 콘서트에 몸담았던 개그맨들로, 새삼 개그 콘서트의 저력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또한 700회지만 출연진의 면면도 새로웠다. 이미 다른 특집에서 등장했던 김미화나 심현섭이 아니라, 또 강성범이나, 김영철, 심지어 전유성을 초대한 것처럼, 선배들마저 순번으로 등장할 정도로 개그콘서트의 인력 풀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 냈다.

또한 자주 등장하는 선배이고, 코너인 이수근의 '키컸으면'과 '달인'은 특집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되는 듯하다. 지난 번 '키컸으면'이 원조 장두석, 이봉원을 초대해 원조와의 콜라보레이션을 벌였다면, 이번에는 개그콘서트의 키가 비슷하게 작은 개그맨들을 동원해 일곱 난장이 버전으로 새로운 개그를 선보였다. 김병만의 '달인'도 지금 그가 잘 나가고 있는 SBS의 정글의 법칙를 그래도 이입시켜 '정글의 달인'으로 재탄생시켜, 또 다른 공감을 얻어갔다.

물론 모든 개그 콘서트 출신의 개그맨들이 여전히 개그 콘서트 팀과 사이가 좋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때 개그콘서트를 거쳐갔던 그들을 외면하는 게 아니라, 잔칫날 불러서, 심지어 지금 그들의 성과 조차 흔쾌히 박수쳐 가며 개그콘서트 버전으로 재 탄생시킨 것은 700호를 거친 개그 콘서트의 품이 그만큼 넓고, 깊어 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 했다. 그리고 그건, 결국 어떤 누가 와도, 혹은 누가 가도, 개그 콘서트의 시스템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사진; tv리포트)

 

700회 특집에서 또한 돋보인 것은, 지금 <개그 콘서트>를 이끌어 가고 있는 이른바 최고참, 박성호, 김대희, 김준호 3인방의 활약이다. '애정 남보원', '대화가 필요해', 씁쓸한 인생' 등 이미 추억이 된 코너에서는 물론, 여전히 '화가 난다~', '쇠고기 사묵겄지' 하며 유행어를 들이대며 지금 현재 진행형으로 <개그 콘서트>를 이끌고 있는 이들의 존재감이 새삼 특집에서 빛났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뒤를 받쳐주고 있는 김준현, 정성호, 박성광 등 애정남 최효종의 정의처럼, 이제는 그의 이름도 알고, 그가 한 코너도 사람들이 알아봐주는 인기 개그맨이 된 개그맨들의 두툼한 인맥 풀도 이젠 든든하게 <개그 콘서트>를 빛내주고 있다는 걸 자랑하며 내보일 만 했다. 그리고 그에 질세라, 새내기 개그맨들의 의욕적인 재롱잔치도 700회 특집은 놓치지 않았다.

소문난 잔치 먹을 거 없다고 하지만, 700회의 역사를 훑어 보는 것만으로도 <개그콘서트> 90분은 충분히 과식감이다.

by meditator 2013. 6. 10. 0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