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정치적 이익에 따라 법으로 정해진 무상 급식을 포기하겠다고 나선 홍준표 경남도지사, 야당도 어쩌지 못한 그의 야심찬 실천(?)의 발목을 잡은 것은 뜻밖에도 엄마들이다. '강남 아이들도 하는 무상급식'을 내 아이들은 돈을 내고 먹게 생겼다며, '무상 교육'은 해도, 밥은 돈을 내고 먹어야 하냐'며 경상남도의 엄마들이 분노로 떨쳐 일어났다. 심지어 그런 엄마들의 분노에 찔끔 놀라 홍준표 지사의 결정과 실행에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방조했던 여당마저 너무 섣부른 결정이었다면 한 발 뒤로 물러설 태세다. 이렇게 여당은 방관하고, 야당은 발목 한번 제대로 잡지 못한 한 정치인의 폭거를 내 자식을 향한 엄마들의 사랑이 붙잡는다. 



내 자식을 지키기 위해 학교로 간 엄마
자식을 향한 엄마의 사랑을 흔히 맹목적이라 표현된다. 말 그대로 눈뜬 장님이다. 세상 그 누가 와서 뭐라 하든, 어떤 위해가 다가와도, 내 자식을 위한 것이라면, 내 자식에 해가 되는 것이라면 엄마는 그 누구보다 강한 전사가 된다. 여기 또 한 사람의 '전사'로 거듭나는 엄마가 있다. 바로 제목부터 분노한 엄마가 느껴지는 <앵그리 맘>의 엄마 조강자(김희선 분)다.

3월 18일 첫 선을 보인 <앵그리 맘>에서 엄마가 화가 난 이유는 바로 그녀의 딸 오아란(김유정 분)에게 가해지는 학교 폭력 때문이었다. 철없는 남편에, 시어머니까지 모시며 기사 식당을 운영하는 조강자는 한때는 '일짱'이었지만, 이젠 그냥 아줌마다. 그리고 그저 하나밖에 없는 딸, 아란이에게 한없이 '을'이 되고 마는 아란이 엄마일 뿐이다. 자신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비오는 날 우산을 가져다 줘도 그냥 내빼는 아이 때문에 상처받고 병나발을 불고 마는 마음약한 엄마일 뿐이다. 


그런데, 그렇게 한없이 약해지고 마는 딸의 몸에 누군가에게 맞은 상처가 있다! 엄마는 그 순간 눈이 뒤집히고 만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내 딸의 몸에 감히 누가! 

엄마는 딸의 몸에 상처를 낸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 나선다. 처음 딸의 담임을 만나고, 그 다음에 경찰서를 찾고, 결국은 친분이 있는 판사까지 만나러 간다. 하지만, 그녀가 마주친 현실은 뜻밖이다. 정작 맞은 딸은 자신은 학교 폭력을 당하지 않았다 발뺌하거나, 폭력의 상흔에 주저 않고 만다. 그런 딸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학교 선생은 적반하장으로 딸의 전학을 주선하거나, 요즘 아이들의 네트워크 운운하며, 나대지 말 것을 주문한다. 법은 한 술 더 뜬다. 나서서 도와주기는 커녕 증거를 가져오라고 하고, 감동을 주었던 재판의 뒷모습은 조강자가 기대했던 것과는 딴판이다.
게다가 약속 시간에 늦어 찾아간 법원, 조강자가 기대려고 했던 판사를 붙잡고 한 엄마가 오열을 하고 있다. 포기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래서 법의 심판을 받으려 했는데, 정작 내 아이가 죽어버렸다고.
한때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신념을 실천했던 일짱 조강자였지만, 아란이 엄마로 착실하게 살아보려 했지만, 이제 벌어진 아란이의 학교 폭력은 그녀에게 자꾸 여전히 법은 멀다는 진실을 확인시켜 줄 뿐이다. 결국 남은 것은 '주먹', 결국 자신의 '한 주먹'을 믿고, 딸을 지키기 위해 그녀가 나설 수 밖에.



앵그리 맘이 싸워야 할 만만치 않은 교육 현실
프롤로그 격인 <앵그리 맘>의 첫 회는 한때 '일짱'이었던 엄마 조강자가 자신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 낸다. 
또한 아란이가 전학간 학교가 그저 일반적인 학교가 아니라, 상위 1%의 자제들이 주로 다니는 사립 학교로 상위층의 '갑질'이 일상화되어 있는 공간이며, 그런 상위층 자제들을 배경으로 '명성 재단'이라는 재단의 사학 비리가 첨예화되어 있는 곳으로 우리나라 사교육의 왜곡된 현실이 상징처럼 그려진다. 
결국 자신의 자식을 지키기 위한 아란이 엄마 조강자의 학교 행이 그저 아란이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의 '갑질', 그리고 왜곡된 교육 현실에 대한 '손봐주기'가 될 것임을 예시한다. 그러기에 그 싸움은 그저 내 딸 아란이의 몸에 상처를 낸 놈을 찾아서 혼내주고, 다시는 그런 짓을 못하게 지켜주겠다는 소박한 마음을 넘어서, 그런 상황을 만들어 내는 부조리한 학교, 사회와의 만만치 않은 싸움이 될 것이란 예감을 전해준다. 

하지만 이 무거운 싸움은, 자신의 친 자식이 아님에도 물불을 가리지 않고 나서는, 화가 나면, 음소거가 되버리고 마는 육두문자부터 날리고 시작하는 하지만, 학원 선생도 여전히 고등학생인줄 아는 미모의 젊은 엄마 조강자의 활약을 통해 시작부터 화끈하다. 출생의 비밀에서 부터, 학생들간의 비밀 조직에, 사학 비리까지 얽히고 섥힌 이야기는 복잡해 보이지만, 어쩐지 그 복잡함이, 조강자라는 캐릭터를 통해 한 줄로 잘 꿰어질 느낌이다. 거기에, 첫 회, 야심차게 선보인 영화적 프레임의 화면이며, 연출이 제작발표회에서 노래 한 곡을 불러제낀 연출가의 의욕만큼 만만치 않다. <여왕의 교실>이 연상되는 교육적 현실을 다룬 이야기는 진중하지만, 그 진중함이 <여왕의 교실>의 낯섬 대신에, 여성판 '두사부일체'처럼 경쾌하게 다가온다. 조강자의 한 판 활약이 기대된다.  

by meditator 2015. 3. 19. 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