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1일 정부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였다. '규제 완화', '청약 제도 개편', '서민 주거 안정화'를 목적으로, 재건축 기준 합리화, 대출 금리 완화, 1주택자 청약 자격 완화 등의 정책이 마련되었다. 실세 총리라 불리워진 최경환 경제 부총리에 의해 마련된 경제 살리기 일환으로 마련된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한 마디로 경제 살리기였다. 그리고 그런 경제 살리기 정책의 실효라되는 양 2015년의 봄은, 전세값 상승에 따른 또 한번의 전세 대란으로 시작되었다. <썰전>의 이철희 소장이 예견하였듯이, 대출 금리 완화로 서민들은 보다 많은 돈을 빛을 내어 집을 구하려고 했고, 그것은 다시 전셋값 상을 촉발한 것이다. 결국, 9.1 부동산 대책을 통해 이 정부가 구하고자 한 것은 '집'을 가진 집주인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것을 이 봄 더 오를 것 없는데 오르는 전세 대란이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봄 치솟는 전셋값에 대처하는 서민들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그런 바로 3월 16일 방영된 <mbc다큐 스페셜-2시간째 출근 중, 길 위의 미생>이 그리고 있는 모습이다. 16일 방영된 <mbc다큐 스페셜>은 왕복 하루 네 시간, 일년이면 꼬박 42일은 출퇴근에 써야 하는 아빠와, 1년 동안의 출퇴근 거리를 거리를 더하면 지구 두 바퀴 반이 되는 엄마의 이야기를 다룬다. 



고달픈 길위의 미생
길 위의 미생이라는 제목처럼, 우리 나라 상당수의 직장인들이 직장을 다니기 위해 오랜 시간 길 위에서 보내는 현상을 다룬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 시간이 넘는 출퇴근자가 433만명이다. 심지어 5년 전에 비해 1시간반이 넘게 출퇴근 시간이 걸리는 사람들이 44%가 넘었다. 출 퇴근에 걸리는 시간은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도 아니요, 집에 있는 시간도 아닌, 그 과정 중에 놓인, 속되게 '버리는 시간'이다. 자신의 차를 이용해서, 혹은 전철, 버스, 심지어 ktx 까지 각종 대중 교통을 이용하여 오랜 시간을 출근을 하는데 허비한 직장인들은 직장에 출근하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전쟁을 벌인다. 자신 뿐만 아니라 아이들까지 다그쳐 이른 새벽부터 서두르는 출근 길, 한번의 차를 놓쳐도 곧 그게 '지각'이 되는 초를 다투는 시간과의 전쟁에 시달려 직장인들은 이미 일을 시작하기 전에 파김치가 된다. 매일 출근에 두 시간을 쓰는 사람은 30분을 쓰는 사람에 비해 일년에 약 753시간을 더 쓰는 셈이다. 수면 등의 기본적 활동은 물론, 가족과의 관계, 사회 생활에 있어서도 큰 장애가 된다는 것을 다큐는 밝힌다. 

강고한 노동의 강도에 있어서는 언제나 세계 일류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출퇴근 시간 역시 예외가 없다. 일본을 비롯한 미국, 유럽 등 다수의 oecd 국가들이 출퇴근에 30분 남짓의 시간을 허비하는데 비해, 한국인의 평균 출퇴근 시간은 50분이 넘는다. '30 정도'의 출퇴근이 가장 적당하다며 커피를 들고 여유롭게 직장을 들어서는 외국의 직장인에 허겁지겁 회사문을 향해 치달리는 우리의 직장인들의 여유없는 모습은 대조적이다. 

이렇게 '살인적인' 출퇴근 전쟁에 대해 다큐는 언급한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개인을 짖누르는 모든 사회적 압박은 온전히 개인의 능력이나, 몫으로 치부된다고. 그리고 그런 사회가 짖누르는 압박에 힘겨워 하는 출퇴근 전쟁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의 일상을 세심하게 들여다 본다. 아침에 허겁지겁 아이를 맡기고 출근하는 아내, 하지만 정작 아내의 전쟁은 출근 길만이 아니다. 저녁 7시가 넘엇야 퇴근한 아내는 가장 늦게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찾아와, 그때부터 저녁을 준비한다. 저녁을 준비하랴, 하루 종일 못본 아이와 말이라도 한 마디 나눠주랴, 정신없이 마련된 저녁, 하지만 저녁상을 받은 사람은 아이와 엄마 둘 뿐이다. 아빠는 아직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 아이의 저녁을 먹이고 재운 엄마, 하지만 엄마의 일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밀린 빨래며 집안일을 겨우 마치고 아내는 힘겹게 자리에 누운다. 아내마저 잠든 조용한 집, 뒤늦게 아빠는 들어온다. 아내가 잠들어 불 꺼진 안방, 하지만 겨우 씻은 아빠가 잠을 청하는 건, 안방의 침대가 아니라, 건너방의 대충 편 이부자리이다. 내일 아침의 이른 출근을 위한 '각방'이다. 이 집만의 특수한 사례가 아니다. 보다 헐한 집을 구하기 위해 수도권에서 더 멀리, 멀리 멀어진 상당수의 직장인들의 현실이다. 



기업의 배려로는 해결할 길이 요원한 현실
그렇다면 이렇게 불을 보듯 뻔한 현실에 대해 <mbc다큐 스페셜>이 내놓은 해법은 어떤 것이었을까? 우리나라에서 일을 하고 있는 파키스탄 직장인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없는 오랜 출퇴근 시간을 벗어나기 위해 '이직'을 감행했다. 덕분에, 이른 시간 집에 돌아온 그는 가족을 위해 두 시간이나 걸리는 파키스탄 전통 요리를 만든다. 또 다른 사례, 인천이 집인 또 다른 직장인은 퇴근 후 집 대신에 직장이 그들을 위해 마련해 준 회사 근처의 사택으로 향한다. 사택에 사는, 그리고 먼 집에서 출퇴근하는 같은 직장의 두 사람이 여유롭고, 허겁지겁 시간에 시달리는 서로 다른 처지의 두 사람의 모습이 비교된다. 또한 집은 비록 멀더라도, 매일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집 근처에 마련된 회사일을 볼 수 있는 공간에 가서 회사일을 처리하는 사례도 있다. 또한 자율 출퇴근제를 통해 여유롭게 아이들을 돌보고 난 후 직장에 출근하는 경우도 등장한다. 

물론, 직장이 마련해 중 사택이라던가, 자율 출퇴근제, 집 근처에 마련된 회사일을 볼 수 있는 공간은 당연히 우리 사회가 마련해 가야 할 다양한 복지 제도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 위의 미생'이라면서 처연하게 시작된 오랜 출퇴근 시간에 대한 문제 제기에 비해, 해결 방법이라고 제시된 것들은 어쩐지 '새발의 피'같은 느낌이 든다. 
결국 제시된 방법들은 각 기업이 기업 차원에서 마련해야 할 복지 정책들이다. 하지만, 이 봄 우리 사회에 다시 한번 거세게 불어닥치는 '전세 대란'의 핵심은 무엇일까? 집 가진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부동산 대책, 그에 힘입어 다시 한번 치솟아 오르는 전셋값, 거기에 서민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집값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엄청난 전세가격에 서민들은, 다시 또 더 멀리 이사를 하기 위해 짐을 쌀 수 밖에 없다. 가장 본질은 우리 사회 전체를 짖누르고 있는, 가진 사람들을 한 푼이라도 더 벌어주는 방식으로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경제 정책인데, 다큐를 통해 제시된 정책들은 취지는 나쁘지 않은데 어쩐지, 눈 가리고 아웅하는 느낌이다. 

'길위의 미생'처럼, mbc다큐 스페셜은 이 사회를 살아가는 서민들의 고달픈 삶을 다루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 노력이 3월 16일 방송처럼, 본질인 정부의 정책은 건드리지도 않은 채, 회사의 복지 차원에서, 또 다시 한번 이직 등 개인의 결단 차원에서만 다룬다면, 또 한번의 '외면'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9.11 부동산 대책, 2015년 봄 다시 한번 불어닥친 전세대란, 그것들이 한번 언급되지 않는 출퇴근 전쟁, 그건 공허한 외침이나 어설픈 위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완화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by meditator 2015. 3. 17. 1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