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퀴즈>가 시즌4로 돌아왔다. 

우리나라 메디컬 범죄 수사극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신의 퀴즈>는 그 위치를 증명하기라도 한듯, 의기양양하게 시즌4에 돌입했다. 시즌제를 도입하고 있는 드라마 중 가장 앞서나가는 성과이다. 한국 의대 법의관 사무소를 배경으로, 촉탁의로 활약하는 천재 의사 한진우의 희귀병 연구를 기반으로 한 범죄 수사극은 여전히 그 힘을 발휘하며 시즌4 1회부터 본연의 맛을 증명한다. 

자신의 병으로 인해 전 시즌 내내 자기 분열의 혼돈 속에서 괴로워했던 한진우(류덕환 분)는, 시즌4의 초입 1년간 병원에 누워있는 식물인간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그가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에서 장애인을 납치 감금 폭행하는 범죄가 등장하고, 법의관 사무소 전담 형사로 일하게 된 강경희(윤주희 분)가 그 사건의 담당 형사가 된다. 하지만, 범인의 조력자라 생각해서 잡은 사람은 오히려 자기 딸이 납치되어 범인을 쫓았던 장애인 딸을 둔 아버지였고, 탈출한 장애인들의 진술로 범인은 오히려 밀항을 한 듯 여겨져 수사는 난관에 처한다. 바로 그때, 신의 계시라도 받은 듯, 한진우가 깨어난다. 1년간 정신을 잃고 누워있던 사람이라는 설정이 무색하게, 그는 예의 그 위트넘치는 한진우의 캐릭터로 돌아왔고, 그의 몸 역시 급격하게 회복되어 간다. 1년간 그의 옆에서 한결같이 그를 돌보았던 강경희 형사가 고뇌하는 것을 본 한진우는 강경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있을 곳은 바로 법의학 연구소임을 다짐하고, 사건에 개입한다. 

한진우(류덕환)

언제나 그래왔듯, <신의 퀴즈>의 묘미는 바로, 우리가 듣도보도 못한 희귀명 사례와 사건의 절묘한 결합이다. 형사들의 집중적 수사에도 실마리를 얻지 못하던 수사는 한진우의 참여로 수사폭을 좁힐 수 있었다. 즉, 탈출한 장애인들의 희귀병 사례를 살펴 본 한진우는, 이전에 일상적인 증인 심문으로는 결코 밝혀낼 수 없었던, 세 사람 중 청각이 남다르게 예민한 남성 장애우의 증언을 통해, 사건 현장 근처에서 불꽃 놀이가 있었음을 발견해 냈고, 또 다른 여성 장애우의 알러지 반응을 통해 또한 사건 현장 주변에 메밀이 재배되고 있음을 밝혀낸다. 아직 한진우의 몸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설정되어, 범죄 현장에서의 그의 활약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다시 돌아온 첫 회, 역시나 희귀병 사례를 통한 범죄 수사의 진척은 <신의 퀴즈>시청자만이 누릴 수 있는 메디컬 범죄 수사극의 묘미이다. 

또한 매회 희귀명 사례를 통한 에피소드 외에, 시즌에 시즌을 거듭하는 또 하나의 매듭인, 한진우의 내적 갈등 역시, 1회를 통해 그를 수술했던 사람에 대한 미스터리를 남김으로써, 여전히 한진우 본인의 갈등 요소 역시 잔존해 있음을 보여준다. 

시즌3에서 강경희 대신 안내상이 분한 배태식을 등장시켜 한진우의 병으로 인한 혼돈과, 배태식의 트라우마를 배합시켜, 병으로, 혹은 과거의 경험으로 인한 심리적 갈등을 극대화 시키는데 촛점을 맞췄었다. 그에 반해 시즌4는 강경희의 복귀와 함께, 아이돌 출신의 법의학 사무소 연구관 임태경(재경 분)과, 한시우(동해 분)를 등장시킴으로써, 4각 관계의 구도를 형성하여, 한층 말랑말랑한 러브 라인을 형성할 포석을 깐다. 과연 이렇게 한결 부드러워진 <신의 퀴즈>가 과연, 기존의 <신의 퀴즈>호청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지는 미지수다. 한태경이라는 톡톡 튀지만, 숙명적으로 병에 짓눌린 이중적 모습의 캐릭터가 운명론적으로 이끌었던 드라마의 분위기가 시즌4의 새로운 캐릭터들의 등장으로 부드러워진 분위기로 되는 것이, 신선함이 될지, <신의 퀴즈>의 정체성 상실로 받아들여질지는 결국 사랑이야기조차 <신의 퀴즈>만의 방식으로 풀어낼 제작진의 내공에 달려있다 하겠다. 한진우라는 독특한 캐릭터와, 희귀병 사례에 기반한 범죄수사극의 특성이, 뻔한 사랑 이야기에 침식 당하지 않길 바란다. 

또한 메디컬 수사극임에도 언제나 사건 해결의 정점에 이르러서는 '신파'로 흐르는 <신의 퀴즈>아니, 한국식 수사극의 맹점 역시 여전히 시즌4에서도 노정되고 있는 점 역시 여전한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시즌4의 첫 회, 제목이 '붉은 눈물'이듯이, 장애인 수사로 이어지던 극은, 붉은 눈물을 흘리는 희귀병을 가진 딸을 잃어버린 아버지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아버지는 동네 사람들에게 피눈물을 흘린다고 손가락질 받는 딸을 보호하고자 딸과 함께 다시는 울지 말자고 약속했다고 했으나, 그것이 딸의 그나마의 감정 소통마저 막는다고 생각한 한진우와 강경희는 왜 딸에게 눈물조차 흘리지 못하게 했냐며 아버지를 다그친다. 극적 장치를 위한 부분이지만, 늘 정의감을 넘어 때로는 오지랖이다 싶게 남의 문제에 감정적으로 개입하는 한진우나 강경희는, 그것이 바로 <신의 퀴즈> 캐릭터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여전히 '신파'를 조장하거나, 감정적 비약으로 느껴져, 늘 <신의 퀴즈>의 한계처럼 느껴져왔다. 시즌4에 있어서도, 여전한 그런 극의 해소는 이제는 어쩌면 그것마저도 홍길동같은 한진우 캐릭터와 함께, <신의 퀴즈>의 클리셰로 받아들여 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든다. 때로는 상투적이고, 도식적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메디컬 범죄 수사극으로서의 <신의 퀴즈>는 시즌4에 이를 정도로 한국 범죄 수사극에서 독보적이다. 건투를 빈다. 


by meditator 2014. 5. 19. 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