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적 삶을 예능의 화두로 삼으며 화제를 몰고 시작했지만 결국 동시간대 <세바퀴>에 못미치는 시청률의 벽을 뛰어넘지 못해 시즌 1으로 마무리지어진 남자멤버들의 <인간의 조건>이 시즌 2로 돌아왔다. 


비록 높지않은 시청률이지만 <인간의 조건>을 아끼던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시즌1의 멤버들에 대한 정이 들어, 과연 이들을 능가할 시즌2가 가능하겠는가 라는 회의적인 반론이 나왔던 상황을 참고하기라도 한 듯, 시즌1의 멤버 중 김준호, 김준현, 정태호가 살아남았다. 
정태호로 말하자면 <인간의 조건>의 엄마같은 존재로 <인간의 조건> 1기가 끝난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아쉽다고 언급된 멤버로서 그의 생존은 어찌 보면 당여한 듯이 보인다. 하지만, 나머지 멤버 김준호와 김준현으로 가면, 아마도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김준현의 경우, <인간의 조건> 초창기에만 해도 주도적으로 <인간의 조건>이라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가장 잘 살려낸 멤버였지만, 후반부에 갈수록 미션에 따라 리액션을 넘어선 듯한 짜증을 보이거나, 여유를 지나 게을러보이기도 하는 모습으로 그 성실성에 의심을 살만한 행동을 보였던 바이기 때문이다. 또한 김준호로 말하자면, 이미 <1박2일>이라는 리얼리티 예능이 그의 주력 무대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또 하나의 리얼리티 예능을 한다는 것이 과연 그자신에게나, 프로그램 자체에 도움이 될까 싶은 경우이다. 
하지만, 새로운 멤버를 영입하여 재개되는 시즌2에서, 낯선 인물들과의 시너지를 고려할 때, 기존의 박성호나, 허경환이 낯을 가리고 친해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개인적 딜레마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무람없이 프로그램의 질을 담보해낼 수 있는 김준호와 김준현의 선택은 불가피했으리라 보여진다. 또한 김준호는 늘 악역을 자처하며 프로그램의 궂은 자리를 마다하지 않으며, 김준현은 촌철살인으로 프로그램의 맥을 짚는데 탁월하니, 결국 선택의 자리를 놓고 본다면 불가피한 카드였으리라. 

하여튼 이리저리 따져본 끝에 선택되어진 듯한 김준호, 김준현, 정태호가 시즌2의 선배로서 멘토의 역할을 자청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할 멘티로서 선택되어진 것은, kbs의 아나운서 조우종과 힙합 듀오 '다이나믹 듀오'였다. 
기존의 <인간의 조건>이 개그 콘서트를 기반으로 한 인간적 유대에 밑바탕을 두고, 그때그때 적절한 게스트를 섭외하는 것으로 갔었다면, 이제 <인간의 조건> 시즌2는, 그 유대의 폭을 기존 멘티로 국한시키고, 예능에 있어 신선한 인물을 수혈하여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는데 주력하고자 하는 듯 보인다. 그런 면에서 지금까지 예능을 통해 한번도 선보인 적이 없던 '다이나믹 듀오'와, '조우종'이라는 카드는 '예능의 새로운 피를 공급했다는 점에서 주효했다. 더구나 이미 주부들 대상의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중년층 이상에게 익숙한 조우종과, 젊은 층들에게 열광적 지지를 얻고 있는 '다이나믹 듀오'의 선택은 전세대를 포섭하려는 제작진의 포석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동시에 이것은 나이든 세대에겐 '다이나믹 듀오'가 낯설고, 젊은 세대에겐 '조우종'이 '뭥미?'일수도 있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도 포함한다.

(사진; 뉴스엔)

하지만 무엇보다 시즌2의 관건이 되는 것은 과연 이 새로운 세 사람의 멤버가 보여줄 예능적 가능성과 기존 멤버와의 시너지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시즌2의 첫 회는 아직 유보적이다. 

새롭게 참여한 멤버 중 조우종은 방송에서 보여진 친숙한 이미지를 넘어선 털털한 노총각의 이미지를 선보였다. 또한 미션에 임하면서 철저한 미션 수행을 위해 결국 포장지가 두려워 빵 한 조각도 입에 넣지 못한 채 '멘붕'에 빠지는 혼란스러운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다이나믹 듀오'의 최자와 개코 역시 다르지 않았다. <인간의 조건>1기 멤버들이 첫 날 생각지도 못한 포장지로 인해 미션 수행에 어려움을 겪은 것과 달리, 최자와 개코는 첫 날 부터 모범생처럼 미션에 철저하게 적응해 나가려는 모습을 보여주어 첫날부터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미션의 수행 면에서 보자면 새로운 멤버들은 모두 나쁘지 않았지만 과연 한시적 게스트가 아닌 2기의 고정 멤버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심심해'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과연 이들을 데리고 2기라는 시간을 채워나갈 '예능적 건더기'가 있을까 의문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이들의 문제라기 보다는 언제나 그래왔듯이, <인간의 조건>이라는 프로그램을 꾸려나가는 제작진의 문제로 다시 귀결된다. 같은 관찰 예능으로, <꽃보다> 시리즈를 만들고 있는, <인간의 조건>을 탄생시킨 나영석 제작진의 그것과 <인간의 조건>과의 차별성이 비교가 되는 것이다. <꽃보다 할배>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나영석 피디는 새롭게 예능에 첫 선을 보이는 이서진이라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몰래 카메라를 동원하였다. 그 과정에서 이서진이라는 인물의 면면이 고스란히 들어났고, 시청자들은 그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이미 예능을 통해 익숙한 인물이었던 이승기를 <꽃보다 누나>에 짐꾼으로 도입하면서, 제작진은 이미 대중에게 익숙한 그의 이미지 외에, 스타가 되었지만, 해외 여행을 함에 있어서는 혼란스러운 스물 몇 살의 청년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었다.
즉, 예능에 새로운 인물을 초대할 때는 그 인물에 대해 시청자들이 감정을 이입할 여지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인간의 조건>은 늘 투박하다. 아니 핸드폰 없이 살기나, 쓰레기 만들지 않기라는 미션에 대한 자부심 때문인지, 게스트나, 새로운 멤버에 대해 불친절하다. 이미 그들에 대해 알려진 이미지 외에, 더 나아가는데 있어 단편적이거나, 더 나아갈 수 있는 상황에서도 지레 멈춰버린다. 

5월 17일 방송에서도 마찬가지다. 방송 초반 개코의 집을 방문하여, 짐을 싸고 그와 함께 나온 제작진은 그저 신기한 듯 자신의 차를 자랑하는 개코를 비춰준다. 차량 마크가 흐리게 처리된 영상에서 시청자들은 그저 정말 개코가 자신의 차를 참 사랑하는구나 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되는 것은 방송 말미에 가서야 알게 된다. 그렇게 자부심이 넘쳤던 차가 알고보니 십 여년이 넘은 오래된 차였던 것이다. 그렇게 개코라는 힙합 가수를 넘어 그를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화두를 제작진은 그저 스치듯 짚고 지나쳐 버린다. 방송 초반 자신의 차에 자부심이 넘치는 개코를 그저 '차를 좋아하는 연예인'으로 치부해버리고 채널을 돌린 시청자라면 결코 개코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다보고 나면, 저렇게 <인간의 조건>에 어울리는 내용을 저렇게 부실하게 다루나 싶을 정도다. 그 장면은, 개코가 <인간의 조건>에 참 어울리는 연예인이라는 걸 부각시켜주는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작진은 그걸 그저 여느 아이템 중의 하나로 소비시켜 버린다. 차라리 방송 초반, 오래된 차를 애지중지하면서 아끼는 소박한 인물로서 개코를 좀 더 부각시켰다면, 방송 말미 와이퍼가 고장난 상황이 그저 웃기는 걸 넘어 애특해 졌을 것이다. 

<인간의 조건>이 가진 착한 예능으로서의 강점은 독보적이다. 하지만, 시즌1을 넘어서, 이제 시즌2가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면, 그저 새로운 멤버들에게 다시 독한 미션을 던져주는 식을 넘어, 그들의 이야기가 되도록, 그리고 그들이 멘티들과 짧은 시간이나마 '인간적' 유대를 끌어나가도록 장을 풀어놓아야, 진짜 착한 예능으로서 <인간의 조건>의 맛이 들어가는 것이다. 그저 새로운 멤버가 새로운 혼돈에 빠지는 딜레마만이 아니라, 왜 이들이어야 하는 가를 설득하고자 좀 더 진력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시청자들이 낯선 인물들에 정을 붙이고 <인간의 조건>에 채널을 고정하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인물들의 새로운 웃긴 이야기라면 <세바퀴>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부디 이점을 잘 살려 2기 <인간의 조건>이 자리잡길 바란다. 


by meditator 2014. 5. 18. 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