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캐슬'은 어느덧 고유명사가 된 듯하다. 2018년에서 2019년에 걸쳐 jtbc를 통해 방영되었던 미니 시리즈 <스타이 캐슬>은 대한민국 상위 1%에 들기 위해, 혹은 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부모와 자식들이 벌였던 무한질주 '리얼' 코믹 풍자극이었다. 요즘처럼 드라마 시청률이 저조한 시대에 23%를 넘는 획기적인 반응처럼 '교육'에 대한 드라마가 보인 욕망에 우리 시대 사람들은 열광적으로 호응했다. 

최근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며 드라마 속 야망의 화신으로 자신의 아이들에게 공부를 닥달했던 차민혁 교수(김병철 분)는 사실 순진한 아빠였다는 우스개가 회자되듯, 어느덧 우리 사회 '교육 에스컬레이션'의 바로 미터가 되었다. ​​​​​​​하지만 비극적 죽음으로 시작했던 시작과 달리 이도저도 아닌 좋은 게 좋은 식으로 마무리된 드라마는 애초에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에 관심을 가졌던 '문제 의식'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그리고 바로 이 '아쉬움'을 달래줄 '장르'물로서 <미스터 기간제>가 완결지었다. '극사실주의적'인 <스카이캐슬>이다. 

 

 

<스카이 캐슬>의 시작은 3대째 의사를 만들고도 결국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거둔 이명주의 죽음으로 부터 시작된다. 마찬가지로 <미스터 기간제> 역시 한 사람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명문 사학이라는 천명 고등학교 학생 정수아(정다은 분)가 칼에 찔려 사경을 헤매다 죽음에 이르고 같은 학교 학생 김한수(김동주 분)가 가장 유력한 살인용의자로 체포되었다. 

그리고 이 사건에 대한민국 최고 로펌인 '송하'가 개입된다. 송하  로펌의 에이스 변호사, 송하에서 벌어지는 온갖 골치아픈 사건을 해결하는 기무혁(윤균상 분) 변호사가 참전하다. 그런데, 뜻밖에도 송하 로펌 대표 이도진(유성주 분)는 에이스 기무혁에게 적당히 검찰과 형량 협의하여 빨리 마무리할 것을 종용한다. 하지만 법정에 선 기무혁은 대표의 청과 달리 김한수의 무죄를 주장하며 사건의 승기를 잡으려고 하고 그런 변호사의 '호의'에도 불구하고 정작 김한수는 자신의 변호사 기무혁을 공격하고, 자실 시도를 한다. 결국 이 사건으로 기무혁은 변호사 자격을 정지당하게 되는데. 

 

 

기간제 선생님이 된 변호사 
<미스터 기간제>의 설정은 독특하다. 최근 드라마 계에서 자리잡아 가고 있는 '명문 사학' 비리나, 교육 문제가 하나의 '클리셰'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가운데, 이 '클리셰'의 접근을 기간제 선생님이 된 변호사라는 신선한 설정을 통해 돌파해 나간다. 

기강제 기간제 선생님으로 변신한 기무혁은 직접 명문 사학 천명의 현장에 뛰어든다. 그리고 그가 마주한 건 학교 내 상위 1%의 그룹으로 자리잡은 송하 로펌, 국회의원 유양기 (김민상 분) 등의 자제들 유범진(이준영 분), 이기훈(최규진 분) 등에 의해 통솔되는 학교와 그런 그들의 스펙을 관리해주는 재단, 그리고 그 아래 신분제 처럼 층위가 나뉘어져 굴러가는 아이들의 말이 교육이지 현실의 또 다른 비열한 축소판이다. 

그리고 기간제 선생님이 된 기강제, 아니 기무혁 변호사는 김한수, 그리고 정수아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천명 재단의 비리에 한 발, 한 발 다가서게 되고, 그 과정에서 스카이 캐슬 정도는 알고보니 애교이자, 그 정도면 '노력'이라 할만한 '교육 에스컬레이션' 협장의 실체를 알게 된다. 

명문 사학이라는 명목 하에 모여든 쟁쟁한 사회 지도층의 부모들, 이들에게 각종 명목으로 '후원'을 받은 재단, 그리고 그 실질적 관리자 이태석 행정실장(전석호 분)은 그런 후원만큼 학생들의 스펙을 '관리'한다. 여기서 관리라 함은 상위 1% 학생들 사이에서 협의된 각종 경시 대회에 따라 학생들 성적을 조작하고 스펙을 만들어 주는 것. '후원'을 하지 않은 대다수의 학생들은 바로 이런 상위 1% 학생들의 스펙 만들기 들러리가 되는 상황.

하지만 천명 재단의 후원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바로 법정에서 기무혁이 다가가려 했던 진실, 개인적으로 연예 매니지먼트를 운영했던 이태석 실장은 불우한 환경의 학생들을 고용하고 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스폰서'가 될 수 있는 국회의원, 검찰 등의 주요 인물들에게 각종 성접대를 비롯한 향응을 제공토록 한 것. 바로 정수아가 그 성접대에 동원된 학생이었던 것이다. 

 

 

괴물이 만든 괴물 
정수아의 살인 사건으로 시작된 사건은 이기훈의 허락을 얻고 학교 내에서 실전 격투기를 벌이고 이를 중계하는 손준재에 의한 사회 배려자 전형 안병호에 대한 '이지매', 그리고 안병호를 통해 김한수에게 전해진 '자살 유도 메시지' 등 사건의 실체를 향해 다가가던 중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태석이 자살로 위기에 봉착한다. 하지만 실체를 알고 반목하던 기무혁과 천명고 하소연(금새록 분) 선생, 차현정(최유화 분)검사가 힘을 합치고, 반면에 천명고 4인방이던 유범진, 이기훈, 한태라, 나예리가 서로를 의심하게 되며 결국 정수아 사건의 진짜 범인인 유범진이 드러나기에 이른다. 

마지막 회, 그러나 유범진은 법정에 서지 않는다. 천명고 옥상에서 만난 유범진은 자신을 법으로 옭아매지 못하는 기무혁 변호사를 조롱한다. 하지만 그런 유범진에게 기무혁은 말한다. 진짜 승리는 법정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고. 지금까지 학교의 진정한 상위 1%의 실세로서 학교와 아이들을 '조종'해왔던 유범진, 하지만 그의 아버지 유양기 국회의원이 정수아와 부적절한 관계였다는 사실이 폭로되며 나아가 그걸로 협박하는 이태석의 살인을 교사했다는 범죄로 법정에 서게 되며  이제 더는 학교에서 예전의 '권력'을 누릴 수 없게 된다. 그가 살인도 감수하며 설계했던 '미래'가 날아가 버린 것이다. 

남들과 다르다는 '특권' 의식으로 누군가를 맘대로 조종하고, 심지어 아버지의 미래, 그리고 곧 자신의 미래에 흠집이 될 누군가의 목숨마저도 거침없이 거두어 왔던 유범진의 설계가 이제 더는 무의미해졌다는, 그래서 그가 자신의 오랜 연인이라 칭해왔던 한태라를 죽일 때 했던 것처럼 오래도록 사람들이 유범진과 그의 아버지를 '오명'으로 잊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기무혁의 '복수'이다.

<미스터 기간제>는 최근 한 달 여 우리 사회를 들끓게 만드는 문제로 인해 더욱 '시의성'이 느껴지도록 만든 드라마다.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살인 교사'도 거침없는 정치인 아버지, 그 아버지는 법정에서 조차 자신의 양심을 운운하며 '아들'을 핑계댄다. 그러면서 권력의 뒤에서는 정수아라는 미성년자를 탐하는 부도덕한 행위에 거침이 없었다. 이렇게 한 손에 권력, 그리고 다른 한 손에 '탐욕'을 쥔 '괴물'인 아버지 '유양기'의 아들로서 자라, 그의 아들답게 살라는 닥달을 받은 유범진은 그의 아버지못지 않은 '괴물'이 된다. 흔히 그 예전 속담에서 처럼 '바담풍'을 하며 '바람 풍'이라 하라 해도, 그 아비를 보고 배운 자식은 '바담 풍' 하기 마련, '콩심은데 콩나고, 팥심은데 팥난다'는. 그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우리 사회 입신양면의 현실을 이보다 더 섬뜩하게 그려낼 수 있을까. 

 

 

세 치 혀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자신이 주변 사람들에게 '거짓'으로 현혹하고, 자신의 세력권 아래 오도록 '조종'하며,  그것만으로도 부족하면 '살인'도 마다하지 않은 '사이코패스', <미스터 기간제> 속 유양기, 유범진 으로 귀결된 '사이코패스 부자는 여느 '장르물'의 범죄자와 달리, 우리 사회 내 교육을 통해 재생산되고 있는 이제는 어언 '신분제'로 고착되어가고 있는 대한민국 권력과 탐욕의 현실이 배태해낸 '괴물'이라는 점에서 '극사실주의'이다.

'부도덕'한 권력을 쥔 '아버지'의 세대가 갖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탐욕스럽게 키워낸 아이는 무엇이 될까? <미스터 기간제>는 질문한다. 바로 <스카이 캐슬>이 낭만적으로 마무리지은 진짜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하지만 장르물로서 <미스터 기간제>속 부도덕한 부자는 법적이든 사회적이든 통렬한 '처벌'을 받게 되었다. 과연 우리가 만난 현실이 '괴물'들은 어떨까. 그렇게 따지면 여전히 장르물임에도 <미스터 기간제>는 현실에 비하면 또 하나의 '환타지'일 지도 모르겠다. 극사실주의 장르물이 되어버린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 이 고착된 신분제 사회에 대한 현실적 답은 아득하다. 

by meditator 2019. 9. 6. 1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