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 394회를 맞이한 <라디오 스타>가 마련한 특집은 <아빠와 함께 뚜비뚜바> 특집으로, 가수 설운도와 그의 아들 아이돌 그룹 엠파이어 보컬 루민과 개그맨 장동민과 그의 아버지 장광순씨가 연예인 부자로 출연했다.

 

10월 1일 라디오 스타의 포인트는 바로, 아버지와 아들이라지만, 달라도 너무 다른 설운도-루민 부자와, 장동민-장광순 부자의 다른 관계에 있다.

 

아들의 생일도 모르는 아버지 설운도, 아들 루민이 무슨 말을 할라치면, 방송에 나와서 할 말을 가려 해야 한다며 하고픈 말이 많다는 아들의 입을 지레 막는다. 아버지의 무심함에 서운한, 그리고 그에 동조한 mc들이 무심한 아버지 설운도의 자세를 지적할라치면, 역으로 일년 내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행사를 뛰는 자신의 처지를 토로하며 불가피한 처지를 역설하고, 그게 아니라면 자신 못지 않게 돈이 필요해야 아버지를 찾는 야속한 아들들을 원망하기도 한다.

 

그런 설운도 부자와 사사건건 비교 대상이 되는 건 개그맨 장동민과 그의 아버지의 남다른 부자 관계이다. 아버지라기보다는 나이 많은 형같다는 아버지 장광순에게 장동민은 '밥 먹을까' 식으로 늘 친숙하게 반말을 건네며, 일찌기 고집스레 먼지를 집어먹던 고집스런 아기 장동민을 간파하고 그가 무슨 일을 하던 반대를 해본 적이 없다는, 장광순의 '자유방임주의'는 모든 면에서 설운도네 부자와 비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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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 경졔)500,802

 

사고싶은 오픈카가 있어, 방송을 통해 아들에게 확인 도장을 받고 싶어하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위해, 아직 그리 나이들지 않은 연세에 손주나 보기엔 아깝다며 고깃잡을 준비하는 아들, 격식은 없지만, 격식 없음이 무례가 아니라, 편한 믿음을 전제로 한다는 걸 보여준 장동민 부자의 관계는, 요즘 젊은 부자들의 이상적 모습처럼 보인다.

그에 반해, 사사건건 mc들의 태클을 받는 설운도는 이제는 과거의 한 장이 되어가는,

이른바 '가부장'으로서의 아버지의 모습이다. 돈을 벌어오는데 치중하며, 그것을 통해 모든 권위가 생성되어가는, 이전 세대 아버지의 전형적인 모습을 설운도는 고스란히 보여준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돈이 필요해야 자신에게 연락하는 아들에게, 자신이 가진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면서, 스스로 벌어먹고 살 힘을 키우라는 아버지 설운도는, 흡사 자신의 새끼를 벼랑 아래로 밀어넣는 맹수들의 제왕 사자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달라도 너무 다른 아버지이지만, 단지 사랑하는 방식이 다를 뿐, 자기 자식을 파악하고,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는 결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음이, 시간이 흐를 수록 드러난다.

그토록 자유분방하던 아버지 장광순도 아들 장동민이 대학을 나온 장동민이 개그 시험 준비를 한다면 친구들과 방구석에 틀어박힐 땐 아들의 미래가 걱정되어 결국 아들에게 한 소리를 하고야 말았으며, 집에 온 여자 친구를 '박대하는' 설운도의 속깊은 곳에는, 잦은 아들의 이성 편력을 걱정하는 자상한 배려심이 숨겨져 있다.

 

달라도 너무 다른,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걱정하고 아들을 믿고 사랑하는 마음에선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던 설운도-루민, 장동민-장광순 부자의 토크는, 말끝마다 '괜히 나왔어'를 반복하는 설운도의 언급이 후렴처럼 반복되었지만, 훈훈한 웃음을 시종일관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훈훈했던 분위기와 달리, 보면 볼수록 연예인 부자의 그 익숙한 구도가 어디서 본 듯하다. 부자 관계에 불을 지피는 김구라의 익숙한 멘트, 그에 대해 발끈하는 설운도, 그런 설운도가 들으라는 듯, 자기 가족 자랑을 하는 장광순, 바로 매주 토요일 밤 찾아오는 <세바퀴>에서 자주 보았던 토크의 스타일이다. 아니 10월 1일의 <라디오 스타>는 아예 <세바퀴>의 출연진 중 한 부분을 담씩 들고온 것 같다. 출연자들이 나이가 중후하기에 함부로 못하면서도, 그러면서도 은근히 툭툭 건드리며 할 말은 다하고 보는 스타일의 토크에서부터, 서로 다른 관계의 선명한 대비까지. <세바퀴>를 통해 너무 익숙한 것들이다.

 

이런 <세바퀴> 식의 <라디오 스타> 특집은, 무슨 이유때문이었을까?

이제는 온갖 조합을 다 갖다 꿰맞추다 보니, 소재가 고갈되어, <세바퀴>의 스타일조차 베껴야하는, 그게 아니라면, 모처럼 신선하게 <세바퀴>식의 게스트 조합과 토크가 차용한 것이었을까?

혹시나 그도 아니라면, 동시간대 타 방송국에서 중년층을 타깃으로 한 것이 분명한 <풀하우스>를 저격한 공격적인 기획이었을까? 하지만 공격적인 기획이라기엔, 동시간대 경쟁작 <풀하우스>의 시청률은 <라디오 스타>가 견제할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신선한 모색이었든 궁여지책 답습이었든, <아빠와 함께 뚜비뚜바> 특집은 훈훈한 재미는 있었지만, 어쩐지 익숙한 허전함을 주는 건 어쩔 수 없다. 지난 주 노골적인 홍보를 위한 차태현과 그가 출연했던 영화의 감독, 또 다른 출연자로 급조된 특집이 뜻밖에도 전형적인 <라디오 스타>의 맛을 살렸던 것과 달리, 이번 주, 준비된 특집, '아빠와 함께 뚜비뚜바' 특집은 오히려 홍보보다도 그 맛이 덜 <라디오 스타> 같다.

결국 <라디오 스타> 다움은 기발한 특집 문구와 조합에서 마련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누가 오더라도, <라디오스타>가 되는, <라디오 스타>만의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는 개성에 있다. 그런 면에서 10월 1일 <아빠와 함께 뚜비뚜바> 특집은, 재밌었지만, <라디오 스타> 답지는 않았다.

 

 

 

by meditator 2014. 10. 2. 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