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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일 11시 15분 또 하나의 새로운 예능이 등장했다. <국민고충처리반 부탁해요>
'부탁해요~'라는 제목에 걸맞게 이덕화가 처음으로 '쇼'가 아닌 '예능'에 등장한다. 이름하여, 고충처리반 단장이다. 이덕화와 함께 프로그램을 이끄는 건, 무려 5년 만에 mbc로 귀환한 이경규이다. 그들과 함께 고충처리반 단원으로 유상무, 시스타의 보라가 활약한다.
그런데, 5년만의 이경규의 귀환답게(?), 첫 방송된 <국민고충처리반 부탁해요>의 면면은 어디선가 본듯 익숙하다.
첫 번째 꼭지로 등장한 빌라에서 닭키우는 집은 그 상황만으로도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아버리는, <국민고충 처리반 부탁해요> 첫 회를 장식하기에 충분할 만큼 충격적이다. 사업의 실패 후 육체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집에서 두문불출하던 준 '닭'에게서 위안을 얻기 시작하여 기르게 된 닭이 무려 500여 마리가 넘는 상황은, 카메라에 비춰진 그 자체로 '아비규환'이었다. 외부에서 키워보려 했지만, 민원이 거듭되어, 결국 집안으로 들여올 수 밖에 없다는 민원의 그 집에는, 방이고, 거실이고, 부엌이고, 베란다고 온통 닭과 닭깃털, 닭똥 투성이였다. 식구들은 그 안에서 닭과 씨름하며 밥을 먹고, 잠을 잔다. 성장한 자식들은 그런 집을 이해 못해 기숙사로 떠나거나 군대로 가버렸고, 친정 어머니는 의절을 선언했다. 시시때때로 울어대는 닭소리와 500마리의 닭들이 뿜어내는 냄새에 동네 주민들은 잠을 못잘 지경이다. 그저,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고충 처리'의 필요성이 절감하고도 남을 상황이다.
(사진; tv데일리)
이렇게, 닭키우는 빌라의 상황은, <세상에 이런 일이>에 등장할 상황이다. 하지만, <국민 고충 처리반 부탁해요>는 '세상에 이런 일!'을 그저 보도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직접 그 집을 찾아가 대화를 거부하던 주인 내외를 설득해 닭을 키우게 된 사연을 듣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좀 더 나은 해결책을 찾자고 설득해 들어간다. 드디어 주인 내외가 수락하자, '고충저리반'이 나서서 그들이 마련한 비닐 하우스를 개선하고 닭이 살만한 공간으로 만든다. 집에서 닭들을 깨끗이 치우고, 친정 어머니를 초대해 마음의 앙금을 풀어냄으로써, 첫 번째 고충 처리를 말끔히 해결한다.
두번째 고충처리 안건은 더더욱 익숙하다. 일찌기 이경규를 mbc의 얼굴, 공익 캠페인의 대명사로 만들었던 '양심 냉장고'의 2014년 판 버전이다.
서대문구, 중구, 강남구의 세 곳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세 곳의 구청장까지 출연시켜, 사람들의 무단횡단을 감시한다. 그 결과 가장 많은 사람들이 무단횡단을 했던 서대문구는 물론, 중구, 강남구까지 구청장까지 직접 나서서 '무단횡단 근절' 캠페인을 벌이고, 일주일 후, 카메라를 설치했던 그곳의 무단횡단은 한결 줄어든 것으로 방송은 마무리된다.
우선, 공익 캠페인성 프로그램의 대명사가 된 이경규의 복귀와 '양심 냉장고' 등으로 한때 붐을 일으켰던 공익성 예능이 다시 돌아온 것은 기쁜 일이다.
첫 회 충격적인 집에서 닭을 키우는 집과, 무단횡단 근절 캠페인은 오랜 친구를 만난 듯 괜히 반갑고 친숙하다. 이경규와 호흡을 맞춘 이덕화 역시 예능의 첫 mc란 말이 무색하게 여전히 위트넘치는 진행의 일가견을 보여준다. 단원으로 등장한 유상무와 보라도 무리없이 어우러져 보인다.
하지만, 친숙함과 반가움을 뒤로 하고, 냉정히 평가해 보면, <국민 고충처리반 부탁해요>는 21세기로 떨어진 20세기의 예능 같단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집안에서 닭을 키우는' 부부의 사례를 보자.
주민들이 빌라에서 닭을 키우는 집 때문에 민원을 넣는다. 그래서 찾아가 주인을 설득하여 닭을 소거하고, 척진 주변 관계를 해소한다. 언뜻 보기에 모든 문제가 해결된 듯하다. 하지만 , 정말 그럴까? 아마도 텔레지젼을 보는 사람들 중 누군가는 그런 말을 하지 않을까? 비닐 하우스를 지어 옮겨 놓으면 뭘 하나 잡지도 않고, 부화기까지 동원해 마구 키워대는 닭을 앞으로 어찌 하려고? 도살되지 않은 닭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텐데, 과연, 그럴 듯하게 지어놓은 비닐 하우스가 해결책이 될수 있을까?
여기서 21세기의 해결책은, 닭을 빌라에서 '소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게 친정 어머니로부터 '미쳤다'는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자기 자식까지 나몰라라 하면서 '닭'에 매달리는 두 부부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뒤틀린 애정'의 마음 상태에 대한 치료 없이, 당장 닭을 집에서 몰아낸다고, 해결이 된 것일까? 그 집에 필요한 것은 닭들의 상태를 살피기 위한 수의사가 아니라, 두 부부의 마음을 들여다 볼 심리 치료사나 정신과 의사이다.
하지만, <국민 고충처리반 부탁해요>는 그 예전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다수 코너들이 하듯이, 방송이 나서서 무언가를 없애주고, 지어주고 함으로써 해결되었다라고 한다. 하지만,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다수의 그런 해결주의적 프로그램들이 한 시대를 풍미하다 사라졌듯이, 노회한 시청자들도 안다. 그런 것이, 그저 방송용 깜짝쇼가 될 여지가 크다는 것을.
무단횡단 근절 캠페인도 마찬가지다. 물론 무단 횡단 근절 중요하다. 하지만, 그저 무단 횡단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캠페인 성 접근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여지를 남긴다.
서대문구 사례를 보자. 연세대 앞 골목은 2차선으로 주말에는 차없는 거리로 활용되는 곳이다. 이덕화의 변명처럼 사람들은 주말의 습관을 주중에도 이어나간다. 구청장은 곧 이곳을 주중에도 차없는 거리로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코너를 이끌어 가는, 이경규는 그런 변명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말을 자른다. 여전히 나라에서 만든 법은 지켜야 한다는, 우직한, 하지만 어찌 보면, 지극히 '상명하달식'의 고답적 법치주의 가치관이다.
오히려,서대문구라면, 차라리 빨리, 주중에도 차없는 거리를 만들자고 하는 것이었으면 어떨까? 거리를 무단횡단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 강남구와 중구도 마찬가지다. 왜 그곳에 사람들이 굳이 횡단보도를 놔두고, 자꾸 무단횡단을 하게 되는지 짧은 꼭지의 시간에 쫓겨서인지 들여다 보지 않는다. 그리고 여전히 사람보다 '법'이 우위다. 사람들은, 그저 '법'이니까 지켜야 한다고 본다. 그러다보니, 구청장들이 사람들을 동원하고, 플랜카드를 만들어 보이는 행정을 통한 해결책 밖에 결론이 없다. 이제 그런 걸로 사람들을 설득하는 시대는 아니지 않는가.
<국민 고충처리반 부탁해요>는 새로운 예능이라며 연예인들을 데려다 짝짓기를 하고, 여행을 다니고, 음식을 먹는 여타의 예능에 비하면 신선하다. 하지만, 고충을 처리하는 방식은, 8,90년대의 방식을 넘어서지 못해 진부해 보인다. 2014년이라면, 오늘의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 맞는 '고충 처리'를 모색해 보아야 할 것이다. 부디 좀 더 '사람'이 중심이 되는 고충 처리의 방식을 가지고, 롱런하는 프로그램으로 살아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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