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를 통해 방영중인 <연애의 발견>은 시청률표에서 늘 고전한다. 월화 드라마중 1위를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을 뿐더러, 시청률 순위표에서 그 이름을 찾기 조차 힘들 때가 많은 정도로 꼴찌는 따 논 당상이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즐겨가는 인터넷 공간으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중이나, 방영되는 이후에 다수의 공간에서, 드라마의 내용들을 가지고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집계되지 않은 '히트 드라마'이다. 


곰곰히 <연애의 발견>의 스토리를 들여다 보면, 아주 익숙한 것들이다. 
한여름(정유미 분)이라는 공방을 운영하는 젊은 여주인공이 있다. 그녀가 현재 사귀고 있는 남자는 잘 나가는 성형외과 의사 남하진(성준 분)이다. 조만간 결혼 약속을 할 거 같은 더할 나위없는 선남 선녀 커플이다. 하지만, 어려운 공방 사정과, 아직 채 다 갚지 못한 학자금때문에, 한여름은 선뜻 남하진과의 결혼을 서두를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성형외과 의사를 둔 하진의 어머니는, 하진에게 좀 더 번듯한 조건의 여성과의 맞선을 주선하고, 그 사실을 안 한여름은, 분노에 차, 그의 맞선 장소로 돌진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정작 한여름이 마주친 것은 5년 전 헤어진 전남친 강태하(에릭 분)이다. 
로맨틱했던 하진과 여름의 연애는, 강태하의 등장으로 복잡해진다. 여전히 여름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한 태하는, 여름의 공방 일을 핑계로 여름의 곁에서 맴돌고, 그와의 연애를 신물나 하던 여름 역시, 철천지 원수가 되었다던, 그에게 흔들린다. 
다음 과정은 익숙하다. 자꾸 엮이게 되는 태하와 여름, 그리고 하진에게 뜻밖에 등장한 어린 시절 동생이었던 아림(윤진이 분), 네 사람의 관계는, 얽히고 섥히며 오해에 오해를 낳고, 그에 따른 해명과, 해프닝으로 이어진다. 
다시 나타난 그룹 대표 전 남친과, 잘 나가는 의사인 두 남자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여주인공이라니! 아침드라마에서부터, 주말 드라마까지,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익숙해도 너무 익숙한, '막장'의 설정이다. 거기에, 이도 저도 아닌 듯 갈피을 못잡고, 두 남자에게, 사랑인듯 사랑이 아닌 듯, 감정을 '흘리고' 마는 여주인공이라니, 이 정도면, '어장관리'의 최고봉이다.

(사진; 일간 스포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애의 발견>이 그 엄마 세대처럼, '욕하면서도 볼 수 밖에 없는' 젊은이들의 스테디셀러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여전히 매력적인, 그 '삼각관계'의 원초적이고도 치명적인 매력 때문일 것이다. 
뻔한 드라마를 보고 있다고 엄마를 흉보던 딸이, 엄마가 자러 들어간 거실에서, 사실 따지고 보면, 엄마가 보던 드라마와 그리 다르지 않는 스토리의 <연애의 발견>을 열중하고 있는 아이러니의 '본질' 이랄까. 어느 틈에, 엄마 세대의 막장 드라마처럼, 젊은 세대들에게, <연애의 발견>같은 로맨틱한, 하지만, 알고보면, 뻔한 구도의 러브 스토리가, 역시나 애용되고 있는 불편한 진실말이다. 

하지만, 그런 보편적인 뻔한 사랑이야기가 가진 매력 말고도, 젊은이들을 사로잡는, <연애의 발견>의 매력은, 바로 제목에서도 명시하듯이, 연애를 발견해 가는 듯한, '청춘의 질감'에 있다. 
마치, <마녀 사냥>의 비디오 판이라도 되듯이, 카메라를 향하여 남녀 주인공들은 자신의 연애를 솔직히 토로한다. 네 사람 사이의 상황이 끝나고, 언제나, 마무리는, 그 누군가의 독백으로 마무리된다. 감정이 섞인. 그리고, 그것을 통해, 뻔한 연애 이야기는, 바로 그것을 시청하는 시청자들의 개인적 경험과 맞물려 독특한 공감을 낳는다. 
연애의 목적이 무엇일까? 결국 남자와 여자가 성공적으로 만남을 유지해 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큼 답이 없는 것이 없다. 뻔한 사랑 이야기인 <마녀 사냥>이 매회 다른 이야기로 메꾸어 지듯이, 수만 번의 연애사라 한들 답이 없이, 난제인 것이다. 매번 잘 하고 싶지만, 결코 잘 해질 수 없는 어설픔으로, 실패로 끝나게 되는 것이 다반사인 젊은이들의 인생사에서, 여름과의 해후를 통해, 다시 잘해보고 싶은 태하의 마음과, 그런 태하를 미워하면서도, 그와의 추억, 그리고 그 속에서 아팠던 사랑을 지우지 못한 여름이의 안타까움, 그리고 그렇게 태하를 놓쳐야 했기에, 이제는 좀 더 능숙하게 잘 해보고 싶은 하진과의 연애사가, 결결이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통해 우러난다. 
엄마가, 막장 드라마를 보며, 자신과 자기 주변의 경험을 투영하며, 열을 내듯이, 어느 틈에, 딸인 그녀들, 심지어, 아들인 그들까지도, <연애의 발견>을 보며, 지난 번 헤어졌던 나의 경험을 되돌아 보며, 그와 그녀의 연애사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은 뻔한데, 그 안에서 던져지는 감각적인 대사와, 혼잣말처럼 카메라를 향해 토로되는, 주인공들의 감정이,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든다. 두 남자에게 얽혀있는 한여름이 '나쁜년'인 줄 알겠는데, 현실의 내 연애사의, 그'년' 혹은, 그'놈'도 만만치 않게 나빴기에,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상황에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5년 전에,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태하와의 사랑을 다하지 못했던 여름은, 어떻게든 이번에는 좀 더 능숙하게, 좀 더 덜 상처받으며, 하진과의 사랑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자 한다. 하지만, 애초에 연애사라는 것이, '미션 임파서블'인 한에서, 이제 여름도 알고, 시청자들도 안다. '발견' 한다고 연애는 익숙해지거나, 답을 얻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렇게, 허무한 연애사로 마무리되는, 또 한 편의 연애사, 초가을, 그 어느 드라마보다도, 허허로운 젊은이들의 감성을 움켜쥔다. 

그리고 <연애의 발견>의 또 다른 숨겨진 매력은, '거세된 현실'에 있다. 
<마녀 사냥>의 숱한 연애사들에, 오로지 연애만 있고, 삶의 고단함은 드러나지 않는다. 알바의 시급도, 직장인의 애환도 거기선 그리 짙지 않다. <연애의 발견> 역시 마찬가지다. 잘 되지 않는다는 한여름의 공방은 그림엽서 속 장소처럼 아름답고, 대학 학자금 융자가 남은 여름의 집은 이상적인 그룹홈이다. 잘 되지 않는 공방의 사정이나, 고학생인 아름이의 어려움에는, 잘 나가는 작가인 엄마와, 그룹 대표인 전남친, 그리고 어린 시절 그녀를 버린 키다리 아저씨 같은 고아원 오빠라는 보험이 있다. 
덕분에, 삶의 냉엄함으로 고통받는 현실의 연애는 그 현실성을 거세당한 채, 오로지, 연애, 그 순수한 결정체로만, 젊은이들에게 마취약처럼 다가간다. 몽롱한 그들의 연애에서, 하지만, 사실은 건설업체 대표와 성형외과 의사와 공방 대표의 '부르조아틱'한 연애가, 내 연애같은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어쩌면, <연애의 발견>의 숨겨진 진짜 매력은, 진짜 궁상스러움을 감춰주는, 연애지상주의의 궁상스러움일지도 모른다. 


by meditator 2014. 10. 1. 1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