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관능의 법칙> 리뷰를 썼었다. 

그리고 그 영화에 대해 리뷰를 쓴 또 다른 분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겼었다. 이글을 쓰고 있는 나는 영화의 주인공이 된 관능의 세대를 훌쩍 넘긴 나이이고, 그 또 다른 분은 아직 그들의 세대가 되려면 한참 먼 나이였다.

그 분이 그랬다. 자신이 그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은, 아, 저 세대가 되어도 저렇게 당당하게 자신의 감정과 본능에 충실하고 자신만만할 수 있구나 란 것이었다고,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똑같은 이야기일 지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세대와 감정에 따라 전혀 다른 감상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내게 오히려 <관능의 법칙>이 불온했던 이유는, 그런 관능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랑 외에는 해결책이 없는 안일한 낭만주의였기 때문이었는데, 누군가는, 그런 가능성이, 여전히 또 나이를 들어갈 희망으로 여겨지게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관점의 차이는 2,30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로맨스가 필요해3>를 두고도 갈라진다. 그 세대를 훌쩍 넘어, 이제는 거의 자식뻘이 되어가는 세대의 이해를 위해 보는 나와, 그들과 동시대를 사는 그분의 입장이 역전되는 것이다. 나는 아, 요즘 젊은 세대는 이렇게 사랑하는구나 라고 하며 보았다면, 오히려, 그분이 본 그 드라마는 현실성이 심각하게 결여된 그저 환타지에 불과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드라마가 다루는 세대가 자신의 세대와 비슷하면 비슷할 수록, 그 다루는 방식이 환타지스러운 것은, 동세대들은 그 현실과의 괴리감에 불편함을 느끼기 쉽고, 오히려 멀어지면 환타지로 받아들이는데 이물감이 적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인생이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진리를 증명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사진; OSEN)

그렇다면 <드라마 스페셜- 들었다 놨다>가 그려낸 마흔 무렵의 사랑은 어땠을까?
대기업의 부장이지만, '내 인생엔 민폐란 없다'란 그의 좌우명의 현실태인 교감의 부족으로 말미암아 조만간 원주로 좌천될 남궁 상(김 C)과 같은 회사의, 하지만 남궁 상과 전혀 다르게 스카웃이 되어 이 회사로 올만큼 잘 나가고 있는 이은홍 부장(우희진), 이은홍 부장이 부하 직원을 달달 볶아 가며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동안, 종이에 그녀를 마녀라 그리며 속으로 궁시렁 대는 장면에서 여실히 드러나듯, 두 사람의 관계의 시작은 같은 회사이지만, 서로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서로 다른 별의 사람들 같은 존재다. 

하지만, 그런 이질적인 두 사람에게 공통점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가까운 곳에 위치한 두 사람의 아파트와, 마흔의 나이에 여전히 싱글이라는 지점이다. 그리고 <들었다 놨다>에서 마흔 무렵의 사랑은 바로 이런 생활 속 교집합으로 부터 시작된다. 남궁상이 절대 그녀와 얽히지 말아야지 하면 할 수록, 이은홍의 사생활은 자꾸 남궁상의 레이더에 잡히고, 그런 그녀에게 무심하게 던지는 남궁상의 관심이 똑부러지는 듯하지만, 홀로 생활하는데 두려움을 가진 이은홍의 싱글 라이프에 동심원을 그리기 시작한다. 두 사람의 관계의 진전이 '품앗이'라는 용어로 정의내려지고, 마지막 이은홍이 원주로 떠나는 남궁 상을 배웅하며, 아파서 병원에 실려간 환자 남궁 상의 보호자 란에 자신의 이름을 쓴 순간 가슴이 따뜻해지기 시작했다고 고백하듯, <들었다 놨다>가 전하고자 하는 마흔의 연애는 싱글의 삶을 채워주는 일상의 공유들이다. 

그리고 잔잔하게 스며드는 품앗이 사랑을 하는 남궁 상과 이은홍의 사랑이, <관능의 법칙> 속 당당한 싱글로써 연하남의 사랑을 쟁취하는 정신혜(엄정화 분)의 사랑에 비해 훨씬 더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듯 느껴진다. 하지만, 그것을 드라마를 다 보고 한 독해의 의미이고, 실제 드라마는 그런 일상의 연애를 보다 스타일리쉬하게 낭만적으로 그려내고자 애쓴다. 민폐를 끼치지 싫어하며 홀로 사는 삶에 충실하고자 하는 남궁상의 바흐의 무반주 첼로 곡이 울려퍼지고, 도서관같은 서가가 폼나게 진열된 전혀 궁상맞지 않은 집을 배경으로, 남궁 상과 이은홍의 해프닝을 로맨틱 코미디처럼 진행시켜간다. 마치, 한 영화를 보고 서로 다른 세대가 서로 다른 판단을 하듯이, 드라마의 극본은 일상의 삶 속에서 조금씩 의지해 가다 사랑에 빠지게 되는 중년의 사랑을 다루었다면, 연출은 그걸 낭만적이고, 로맨틱하게 붓질하겨 애쓰는데, <들었다 놨다>의 묘한 이질감이 존재한다. 덕분에, 남궁 상과 이은홍의 충돌은 부각되지만, 정작 그들이, 서로를 돌아보게 된 시점, 그리고 서로에게 마음이 기울여지는 지점에 대한 설명은 불분명하다. 그저 언제나 로맨틱 코미디의 그것처럼, 김C라는 묘한 존재감에 의지한 남궁상과, 우희진이라는 중년의 나이가 무색하게 아름다운 두 사람이 도드라져보이는, 사랑하기로 예정되어 있는 연인들의 또 하나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래서, 되돌아보면 현실적이었던 공감을 자아낼 수 있는 <들었다 놨다>가 아쉬운 지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가 보는 매체 속 사랑은 늘 한결같이 낭만적이고, 로맨틱해져야 하는지, 작은 한숨이 나오는 순간이기도 하다. 


by meditator 2014. 2. 24. 1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