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3일 kbs2의 새로운 월화 드라마 <트로트의 연인>이 시작되었다. 

<동안 미녀(2011)>, <구미호; 여우누이전(2010)>의 작가 오선형과 <솔약국집 아들들(2009)>, <구미호; 여우누이뎐(2010)>의 이재상 피디에다,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응답하라 1994>의 히로인 정은지와, <올드 미스 다이어리(2004)>,와 <인형 왕후의 남자(2011)>의 지현우, 그리고 얼마 전 <별에서 온 그대(2013)>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신성록이 합류한 작품이다. 

작가의 전작 <동안 미녀>를 본 사람이라면, <트로트의 연인> 1회를 시청하는 동안, 어렵지 않게 기시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가정 형편(특히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건 둘째치고, 그 문제를 불러일으키는 사고뭉치 가족들), 하지만 그런 환경에서도 결코 주저앉지 않으려는 여주인공. 전작 <동안 미녀>가 회사에 취직을 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동생의 주민등록증을 빌려야 하는 처지를 극의 주된 딜레마로 삼았다면, <트로트의 연인>은 신용불량자가 된 채, 어린 동생만을 남기고 행방불명된 아버지로 인해 졸지에 가장이 된 여주인공이 등장한다. 사회적으로 공감할 만한 어려운 처지에 놓인 여주인공의 처지가 다른 듯 비슷하다. 

그런 여주인공의 주변에 등장하는 두 남자 주인공의 구도 역시 마찬가지다. 해프닝으로 인해 여주인공과 엮이게 되는 여주인공과 비슷한 처지의 남자 주인공, 그리고 다시 거기에 엮이는 백마탄 왕자인 듯 하지만, 어딘가 비어보이는 서브남 캐릭터, 그것을 위해 <트로트의 연인>이 준비한 것은 음악성이 뛰어난 아티스트이지만 안하무인의 행보로 몰락한 가수 장준현(지현우 분)과, 장준현의 소속사 사장아들이지만, 도벽인지, 건망증인지 모를 야릇한 습벽을 가진 조근우(신성록 분)을 등장시킨다. 

하지만 무엇보다 <트로트의 연인> 1회를 통해, <동안 미녀>를 가장 떠올리게 하는 그것은 주인공의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해 보낸 1회의 전개 방식이다. 다짜고짜 마라톤 지망생에서 하루 아침에 스포츠 센터 직원으로, 다시 또 실직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설명해 내는 방식이나, 최고의 스타에서 스캔들로 몰락한 가수 장준현을 설명하는 방식의 '익숙함' 혹은 '진부함'이다.
 
마라톤 지망생에서, 스포트 센터 직원으로, 이제 다시 실직자가 되어가는 최춘희(징은지 분)의 몰락은 88만원 세대, 혹은 우리 사회 신용 불량자의 자녀들의 전형을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과정에서도, 최춘희는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기운내!라며 오뚝이처럼 쓰러지지 않는다. <동안 미녀>의 이소영(장나라 분)도 언제나 그랬었다.  

그렇게 의젓한 여주인공에 비해, 남자 주인공의 등장은 한없이 천박하다. 자기 자신의 음악성만을 믿고 스타 의식이 하늘을 찌르고, 그로 인해 세상이 온통 스타인 자기를 중심으로 돈다 믿는 장준현의 행보는 당연히 무리수의 반복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된 최춘희는 스타 장준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도덕적 원칙을 견지한다. 성숙한 여주인공에 철딱서니 없는 남자 주인공의 익숙함이라니. 

(사진; 뉴스엔)

이렇게 두 주인공의 만남과 거기서 빚어지는 해프닝은 대뜸 최춘희를 보고, '니가 감히!' 식으로 대하며, 어디 그 더러운 얼굴을 들이대!라며 무시하는 장준현과, 그런 장준현에 아랑곳않는 전형적인 스타와 똑부러진 여자의 상황을 되풀이한다. 거기에, 스타이지만 안하무인인 장준현의 행보와, 자기 중심이 있는 여자의 해프닝은 어디선가 본듯 익숙하고,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지 모를 이른바 '웃픈' 상황의 연속이다. 악연으로 맺어진 두 사람이, 벼랑 끝 인생에서 만나 티격태격 성공도 잡고, 사랑을 이루게 될 그 상황이 불을 보듯 뻔하게 연상된다.  

그렇게 <동안 미녀>의 익숙한 전개 방식을 되풀이 하는 <트로트의 연인>은 거기에 토핑으로, <드라마 스페셜> 어느 작품에선가 보았던 듯한, 뮤지컬의 한 장면과도 같은 주인공 최춘희의 '저 푸른 초원 위에'의 상상 속 공연 장면과, 장준현의 환상이 얹혀진다. 만화적 상상력이자, 이른바 '병맛' 코드이다. 구수한 트로트가 기성 세대의 눈길을 위한 낚시밥이라면, 이른바 '병맛'의 설정들은 젊은 세대를 위한 유인 코드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가 뒤섞여 버리니, 그 누구도 딱히 <트로트의 연인>에 집중하기 어렵다.

그래서, <트로트의 연인>은 시청자들에게 인내를 혹은 선택을 요한다. 어디선가 본 듯한 그 뻔한 설정과 스토리의 전개, 그것을 진행시키기 위해, 제 아무리 스타라지만 여주인공에게 '더러운 얼굴'이라 정제되지 않은 무리수의 설정과 전개, 그리고 뜬금없이 등장하는 상상과 환상의 경계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수한 트로트를 불러제끼는 최춘희의 인생사를 들여다 보기 위해, 개과천선하는 장준현의 와신상담을 위해 견뎌내야 하는 건지, 또 다른 선택을 위해 리모컨을 들어야 하는 건지 갈등하게 만든다. 

장준현의 지현우는 이미 <메리대구 공방전>을 통해 찌질한 캐릭터를 선보인 적이 있지만, 어제나 그렇듯, 그런 남자 주인공의 찌질함은 시청자들에게 호불호의 기로에 서게 만든다. 과연 1회 장준현의 캐릭터는 확실한 캐릭터의 안착인지, 혹은 과도한 캐릭터의 향연으로 인한 외면이 될 지는 미지수다. 

그런 갈등에 불을 붓는 건, 여주인공 최춘희 역의 정은지다. <응답하라 1994>에서 그녀를 돋보이게 만든 건 그녀의 걸진 사투리였다. 하지만, 이제 공중파의 주인공이 된 그녀는, 그녀를 매력적으로 돋보이게 만든 사투리를 버리는 모험을 시도한다. 하지만 그때문일까 대사를 치는 그녀에게서 자꾸만 어색함과 머뭇거림이 느껴진다. 표정은 자연스럽고, 대사가 길어지면 쫀득해지는 것과 달리, 새로운 대사를 시작할 때마다, 본인 스스로 표준말을 써야 하는 부담감이, 고스란히 보는 사람에게 전해져 온다. 

아마도 <트로트의 연인>은 <동안 미녀>처럼 결국은 여주인공 최춘희의 꿋꿋한 성공 이야기와 따스한 사랑 이야기를 그려나갈 것이다. 하지만, 그걸 참고 바라보기에, 1회의 전개는 모든 것이 어쩐지 뻔하고 어설프다. 부디 이 난국을 헤치고 <동안 미녀>처럼 순항하기를 바란다. 


by meditator 2014. 6. 24. 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