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6.25가 일어난 지 64주년이 된 날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세월호 사건에, 전방 GOP총기 난사 사건에 우리의 아이들을 차마 문 밖에 내놓기가 무서운 현실의 전쟁과도 같은 삶을 견뎌내느라, 64년전의 6.25가 무색하다.
그렇게 전쟁과도 현실 속에 조용히 6.25 64주년이 다가왔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몇 가지 특집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다. 과연 64년이 지난 전쟁을 이즈음에 우리는 어떻게 되새겨야 할까? <다큐 공감>은 그에 대해, '마지막 전사자'라는 이름으로 전쟁의 비극을 되새기고자 한다.
<다큐 공감>이 주목한 것은, 바로 1953년 7월 27일 정전 협상이 완결된 바로 그날의 전사자들이다. 국립 현충원에는 1953년 7월 27일 전사라고 새겨진 세 구의 묘비가 있다. 왜? 하필, 정전의 그날 이들은 함께 죽임을 당했을까? 다큐는 그 비밀을 알기 위해 이들의 사연을 추적해 나간다.
정전의 그날 전사한 사람들, 이것은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은 이야기이다. 박상연 작가와 장훈 감독이 의기투합하여 만든 2011년의 영화 <고지전>이 아직 기억 속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휴전 협정 막바지 전략적 요충지 '애록고지'를 사수하기 위하여 벌이는 북과 남의 사투, 그 속에서 평범한 청년들이, 지옥의 전사로 변모하며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던 영화가 바로 <고지전>이다. 죽음을 마다하지 않는 청년 장교 신일영(이제훈 분)이 인상 깊었던 영화는, 자신의 소대가 모두 전멸되는 상황에서 살아남아, 몰핀으로 연명하며, 죽음으로 향해 치달아 갔던 꽃같은 청년의 안타까움을 적나라하게 토로한다.
그리고 이제, 다큐는 바로 그, 역사 속의 신일영들을 찾아 나선다.
기록 속에 남겨진 주소 하나만을 들고 찾아나선 역사의 기억들, 거기서 제작진은 뜻밖의 역사를 만난다. 일사후퇴전까지 국군의 전사자가 100만 명, 하지만, 정전 협상이 시작된 후 2년 2개월 동안의 전사자 300만 명, 그 엄청난 전사의 비밀이 밝혀진다.
<다큐 공감>이 찾아나선 전사자, 그들은 이미 딸을 둔 28살의 가장도 있고, 동생이 먼저 군대에 간 나이든 형도 있었다. 즉, 전쟁 초기만 해도 적정 연령대의 젊은이들만이 징집 대상이었지만,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절대적으로 모자르는 군인을 보충하기 위해, 징집 연령은 점점 높아져, 결국 가솔을 이룬 가장까지 전쟁터로 내몰고 갈 정도인 29살까지 연령이 늦추어 졌다. 이들은 전쟁 초만해도 전쟁에 나설 나이가 아닌 나이에 뒤늦게 전쟁에 합류해, 전사자가 되었다.
전쟁이란 자체가 애초에 그것이 내걸은 대의명분에도 불구하고, 결국 무수한 인명의 살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으로 귀결되지만, 특히나 정전 협상 과정의 '땅따먹기'식 고지 사수 작전은, 그 어떤 합리적 이유로도 설명할 수 없는 맹목적 학살의 현장이다.
그 작전에 참가했다 생존한 주인공들은 말한다. 우리가 보면서 섬찟했던 영화 <고지전>이 얘들 장난이라고. 그곳에 배치 받아 고지에 다가갈 수록 시체의 냄새로 인해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던, 땅을 밟을 때마다 피가 울컥울컥 솟아나왔던, 끝도 없이 밀려드는 중공군에 총격조차 무색하다 못해 무서워진, 포탄의 세례로 고지가 사라졌던 그곳에서, 뒤늦게 전쟁에 '끌려간'젊은이들은, 화력 발전소의 사수라른 명분, 혹은, 좀 더 유리한 전선의 확보라는 서류상의 결론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 정전 협정이 발휘되는 바로 그 순간까지.
다큐는 덤덤하게, 주소지를 들고, 전사자들의 흔적을 찾고, 그들의 가족의 증언을 듣고, 이제는 80이 넘은 생존자의 기억을 더듬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명분없는 전쟁 속에서, 사라진 꽃같은 젊음에 대한 안타까움이 충분히 드러난다. 과장된 추도사와, 결기 가득한 각오가 없이도, 그저 과거의 진실을 밝히는 것만으로도 역사의 엄정함이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 바로 <다큐 공감>이 시선을 돌린 '마지막 전사자'가 그것이다. 64년이 흐른, 전쟁을 기억하는 제대로 된 추도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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