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화신> 그 시작은 장중했다. 자수성가하여 부동산 재벌이 된 이중만, 그의 내연녀 은비령이 자신을 은인으로 여기는 지세광과 은밀한 관계임을 알고 자신의 생일날 이 두 사람을 제거하려 하지만 역으로, 두 사람과 결탁한 변호사로 인해, 이중만 자신은 목숨을 잃고 아내는 남편 살해 혐의로 감옥행에, 아들 이강석은 쫓기다 교통사고에, 재산마저 지세광 일당의 수중으로 고스란히 넘어가 버리는, 마치 자이언트의 황태섭 일가의 몰락 과정과도 같은 흐름을 보여주었다. 또한 거기서 그치지 않고 열혈 검사로 변신한 지세광과 비리 검사 조상득의 대립은 극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90년대판 새로운 자이언트의 서막이 열리는 듯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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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3회를 거치면서, 교통사고 휴유증으로 천재가 되어버린 이강석이 성인 이차돈으로 변신하면서, <돈의 화신>은 전혀 다른 색깔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바로 그 상징적 장면은 욕실의 거울을 뚫어져라 마주보던 이강석이, 잠시 후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도취한 이차돈의 모습으로 바뀌는 장면에서 드러났다. 교통사고를 당한 후에도 필요한 말 외에는 하지 않거나 할 수 없었던 어린 이강석은, 마치 그의 이름이 이강석에서 이차돈으로 바뀌는 순간, '뇌' 자체가 리세팅이라도 된듯, 입놀림이며 행동거지까지 대책없을 정도로 가볍기 그지 없는 이차돈으로 거듭났다.

 

극적 구성에 딜레마를 맞은 드라마가 가장 선택하기 쉬운 설정 중 하나가 바로 교통사고요, 그에 따른 휴유증인데, 흔히 다른 드라마에서 채택했던 기억 상실증의 흔하디 흔한 설정을 <돈의 화신>은 묘하게 비틀어 도입한다. 이강석은 교통사고로 인해 기억을 잃었지만, 그로 인해 '백치'가 된 것이 아니라, '천재'가 되어버렸다는.

분명히 이 설정은 이중만 아들로 살았던 그 시절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은 그저 남을 부리는 법만 배우면 된다는 아버지의 바램대로 공부랑 담을 쌓았던 이강석을 지세광이 몸담고 있는 검찰로 집어넣기 위한 '우연적'이고 '무리수가 되는' 설정임에도, 졸지에 천재가 되어버린데다가, 어른이 되면서 캐릭터까지 완전히 변해버린 이차돈의 종횡무진 '찌질한' 모습에 말도 안되는 전개를 넘게 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런 말도 안되는 전개를 캐릭터의 연기로 눌러 덮는 것은, 작가의 또 다른 작품 <샐러리맨 초한지>의 전형적인 특성이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브로커를 고용하는 해프닝 등을 벌이는 유방이 말도 안된다 하면서도, 역사 속의 유방만큼이나 기가 막힌 유방의 캐릭터에 수많은 우연들을 그저 덮어두게 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욕쟁이에 천방지축 재벌딸이라는 캐릭터가, 뚱녀 큰 손 딸로, 알고보니 능력은 있지만 결정적 단점 한 가지를 장착한 여주인공이라는 캐릭터 역시 <샐러리맨 초한지>의 그것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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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화신>의 드라마적 성공은 결국, 자이언트같은 복수극 지세광의 스토리와 로맨틱 코미디같은 이차돈과 복재인의 스토리가 얼마 만큼 이물감없이 맞물려 전개가 되어 나가느냐에 달려있다. 4회를 마친 지금까지는, 아직은 흡족한 시청률은 아니지만, 지세광 주변이든, 복재인의 주변이든,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강지환은 물론, 이제는 장영철, 정경순 작가 군단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등장 인물들의 맛깔나는 연기가 그 간극을 눈치채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인물들로 인해 다음 회가 기다려 지기까지 하게 만든다. 과연 '돈'의 신화를 또 한번 이룰지 기대해 볼 일이다.

by meditator 2013. 2. 11. 00:36
  • 익명 2013.02.12 20:57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meditator 2013.02.13 15:12 신고 ADDR EDIT/DEL REPLY

    글쎄요, 아직은 좀 더 두고 봐야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