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가 없이 사는 1주일의 4일차, 그 과정을 박성호는 정의내린다. 처음에는 쓰레기 없이 어떻게 지내지? 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시간이 흐를 수록, 쓰레기를 없애야 한다는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된다고.

그리고 여섯 명의 남자들은 '잔머리'에서 부터 '크리에이티브'까지 쓰레기를 줄이는 묘수에 노하우가 생겨간다. 덕분에, 첫날만 해도 무지막지했던 쓰레기가 하루, 하루 지나갈 수록 400g, 200G, 드디어 100g대에 이르러 간다. 역으로 무지막지해져만 가는 벌칙과 함께.

 

 

인간의 조건!

 

 

여섯 남자의 하루를 쫓아다니는 카메라와 함께 하다보면, 나온 음식은 먹어 없앤다 하지만, 생각 외로 많은 쓰레기를 낳는 것은, 그것들을 감싸고, 보호하는 포장재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햄버거를 싸는 종이, 택배 상자, 일회용 도시락의 플라스틱 용기, 음료수 병들처럼. 그건 마치 하나만 잘못만나도 터져버리는 지뢰처럼, 그걸 만난 당사자에게 다음날의 벌칙을 예감케 한다.

그에 따라 여섯 남자들의 쓰레기를 피해가려는 자구책도 날이 지나갈 수록 고도화되어 간다. 햄버거 종이로 감싼 플라스틱 용기가 앙징맞은 화분이 되고, 무더기로 나오는 대본은 싸인지에서 부터 재활용 노트까지 다양한 버전으로 변신을 해간다. 가장 허를 찌른 것은 그 누구도 벌칙을 피해갈 수 없으리라 믿었던 김준호의 자양강장제 병 재활용이다. 그 병들이 일정 과정을 거쳐, 시계도, 컵도, 접시도 될 수 있다는 사실은, 그저 '잔머리'라고만 치부할 수 없는 재활용의 신세계였다.

하지만, 박성호가 '트라우마'라고 지칭하는 것이 공감되듯이, 여섯 남자의 일상을 통해 쏟아지는 쓰레기는 피하고, 재활용을 해도 속수무책이란 느낌이 든다. 철을 한 노트도 하루 이틀이지, 일주일이면 몇 권이나 쏟아져 나오는 대본을 어떻게 다 소화해 낼 것이며, 밥이면 반찬이며 국이며 제각각 담겨오는 일회용 도시락 용기에 이르면, 우리가 편리하게 생활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지구의 고통'에 어이가 없어질 지경이다.

 

그래도 내복을 입고 명동 한복판에 나서서 헌 상자를 해체해서 만든 플래카드로 '지구가 아파요, 쓰레기를 줄입시다' 라고 외치듯이, 하는데 까지 쓰레기를 없애려고 버둥거리는 여섯 남자들의 진정성에서 그저 보는 오락 프로를 넘어, 재활용이라며 쉽게 무의식적으로 쓰고 버리는 쓰레기들에 대한 자각이 성큼 다가온다.

쓰레기를 없이 사는 생활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조건>이 그저 그것만이라면 토요일 밤의 채널을 그쪽으로 굳이 돌리지는 않을 것이다. 쓰레기라는 미션의 행간을 차곡 차곡 채워가는 여섯 남자의 '인간미'가 또 다른 <인간의 조건>을 완성하는 충분 조건이 된다.

 

난생 처음으로 부모님을 모시고 방송국과 6.3 빌딩을 다녀보고는 부모님은 자식 농사 잘 지었다고는 하지만 정작 부모님께 해드린 게 없어 자꾸 눈물이 나오는 양상국이나, 아픈 어머님때문에 고향에 내려가서는 우선 아버님을 위해 한 시간에 걸쳐 싸인을 해드리고, 바쁜 일정 때문에 겨우 30분밖에 여유가 없어 아쉬움을 뒤로 한 허경환의 무심한 듯 안타까운 마음은 연예인이라는 벽을 허물고 공감하게 한다.

또 개그 콘서트 맏형이지만 늘 토크 프로에만 나오면 그저 후배들에게 얹혀 가기만 하는 얄미운 형이라는 이미지로 아쉬웠던 박성호가, 정태호의 '형이 변한거 같아'라는 말처럼, 사람 바글거리는 명동 한복판에서 낯설어 할 후배를 위해 솔선수범 앞장서는 모습에서, 개그 콘서트 선후배라는 관계가 정말 '가족'처럼 거듭나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예인이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대중에겐 그다지 연예인답지 않았던 여섯 남자가 자신의 속을 허물어 보여주고, 그 속에서 다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은, 어쩌면 쓰레기 보다 더 <인간의 조건>이란 프로의 보다 결정적 매력일 수도 있겠다 싶다.

by meditator 2013. 2. 10. 0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