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기대가 컸다. 그도 그럴 밖에 2월 5일 방영된 sbs스페셜<대통령의 탄생>은 미디어에 조작된 이미지가 지금까지 한국 현대 정치사의 비극을 양산하는 주요한 '수단'이었다고 냉정하게 진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정치인의 민낯을 낱낱이 끄집어 낼 '끝장 토론'이 필요하다고 했고, 그에 대한 sbs 자사의 해결책으로 <대선 주자 국민 면접>을 들고 나왔기에 '준비된 정견' 그 이상의 대선 후보를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 될까라는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이미 연초 jtbc를 통해 방영되었던 유승민, 이재명 두 대선 후보가 참석했던 100분 토론에서 느꼈던 생생한 감흥과 전원책 패널로 인해 아쉬웠던 진솔한 모습에 대한 기대도 덧붙여졌다.
혹시나했지만, 역시나
하지만, 2월 12일 방영된 sbs의 <대선 주자 국민 면접>은 안타깝게도 '혹시나'의 벽을 넘지 못한 채 '역시나'로 마무리되었다. 정치부 기자가 배석한 대담 형식을 취한 kbs와, 김호기 연세대 교수와 홍성걸 국민대 교수 등 전문가가 패널로 등장하여 심층적인 질문을 던진 mbc에 비해서도 한참 못미친 내용이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대선 주자 국민 면접>에는 mc인 박선영 아나운서 외에 '국민'을 대표하는 다섯 명의 패널이 함께 했다. 철학자 강신주, 소설가 김진명, 평론가 허지웅, 미학자 진중권, 전 정치인 전여옥 등이다. 이미 <외부자들>을 통해 정치 패널로 활동하는 진중권, 전여옥을 제외하면, '정치'의 현장에 있는 활약하는 사람들이 아니며, 소설가, 평론가, 그리고 철학자 등이 대부분인 패널들은 '정치'적 전문가라기 보다는 '문화적' 인물들이라는 것이 정확하다. 민족주의적 색채가 강한 김진명 소설가에, 전 여당 정치인이었던 전여옥을 합류하여, 나름 진보와 보수의 색채를 맞추려고 한 시도는 보였지만, 그런 정치적 색채와 별개로, 과연 이들이 '국민'을 대표할 인물인가에서 부터, 대선주자를 검증할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가까지, 패널 선정에서부터 <대선 주자 국민 면접>은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물론 전국민을 대표할 대통령을 꼭 '교수' 등의 전문가가 나서서 '검증'해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방송이나 작품 등을 통해 대중들에게 '인기'있는 인물들을 등장시킨 전제에서 부터, <대선 주자 국민 면접>은 이미 상당히 '예능적' 요소를 품고 시작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형식적 정파성을 넘어, 세대별, 직업별, 성향별 대표성을 위해 최소한의 모색이라도 보였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는지, 패널 설정의 첫 단추부터 한계를 드러냈다.
물론 '예능적 요소'가 다분한 '인기 문화인'들이나, 정치 프로그램의 인기 패널들이라 해도, 프로그램의 내용이 그런 패널의 한계를 넘어선다면 <대선 주자 국민 면접>은 충분히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선 주자 국민 면접>의 첫 번째 문재인 후보 편을 보면, ,<대통령의 탄생>을 통해 '이미지네이션'의 한계를 설파했던 방송의 그 잘못된 행태를 바로 되풀이하고 있지 않은가란 우려가 든다.
형식적 질문, 준비된 답안
물론 방송은 이력서부터 시작하여, 심층 면접까지 다양한 방법을 통해 대선 주자 문재인의 면면을 접근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 문재인의 면접을 통해 시청자들이 과연 문 후보에 대해 새로운 면면을 알게 된 것이 있을까? 안타깝게도 '생각할 시간을 좀 드릴까요?'라는 질문 자체가 무색하게, 아나운서 박은영을 빗대어 일하는 여성의 육아 문제에 대한 대답마저도 문재인 후보의 입을 통해 등장한 답들은 하나같이 가즈런히 준비되어온 모범 답안처럼 들렸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질문은 있되, 답에 대한 반격이나, 설전은 없었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탄생>에서 짚은 선관위 주최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질의 응답조차, 정해진 답을 앵무새처럼 달달 외어 말하고야 마는 시스템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대선 주자 국민 면접>은 달랐을까? 도대체 다섯 명의 패널이 왜 필요한지조차 궁금해 지는 출연한 몇몇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기껏해야 한 두가지의 형식적 질문을 하는 식의 질문 방식에서 무엇을 알 수 있을까? '편집'의 예술이 거쳐간 프로그램에는 사람좋은 웃음을 띠며, 이미 문재인 후보가 늘 해왔던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이야기를 다시 반복하며, 가끔 농담이나 곁듯이는 시간을 '냉정한 면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여전히 '종북'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보는 '보수층'에게 '특전사' 경험의 되풀이가 설득력을 가질까? 차라리 전원책의 '자주국방' 어깃장이 아쉬울 정도였다.
물론 그 조차도 가능하지 않았던 지난 시간에 비해, 이제 우리는 '탄핵' 중이라는 정치적 공백에 기대어 각 방송사마다 유력 대선 주자에 대한 풍성한 '검증'의 시간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편집'의 미덕을 살려, 질문에 대한 답만 있고, 날카로운 재질문이 허용되지 않는 방식의 '검증'이라면, 조금 더 시간이 주어진 정견 발표회랑 무슨 차이가 있을까? 편집에 의해, 방송사 측의 재량에 따라, 충분히 또 다른 '이미지네이션'이 가능한 '편집' 방송을 과연 '국민'이란 수식어까지 쓰기엔 너무 과대 포장이 아니었나란 생각이 든다. 그저 대선 시즌 <힐링 캠프> 특별편이라 했으면 더 어울렸을 <대선 주자 국민 면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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