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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부처님 오신 날이 되면 빠지지 않고 여러가지 특집이 마련되곤 한다. 올해는 부처님이 오셔도 구제하기 힘든 재난과, 연휴의 끝자락이라는 분위기에 휩쓸려서 인지 다른 해보다 조용히 부처님이 다녀가신 듯하다. 그런 와중에도 <다큐 공감>은 부처님 오신 날 특집에 맞춰, 각국의 불교 문화 발전에 따라 달라진 수행 음식에 대한 다큐를 마련했다.
예수 그리스도가 사람들이 모인 벌판에서 다섯 개의 빵과 두 마리의 물고리를 그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준 기적이, 그리고 최후의 만찬에서 함께 나눈 포도주가 기독교의 상징 음식이 되듯, 불교 역시 불교를 만든 석가모니가 먹었던 음식에서부터 불교의 음식이 시작된다. 이런 불교라는 종교 아래 서로 다른 음식 문화를 <다큐 공감>은 1부, 탁발, 2부, 발우를 통해 자세히 들여다 본다.
2005년전 인도 보드가야에서 6년간의 고행 후 보리수 아래 몸을 누인 석가모니에게 수자타가 공양한 유미죽이 바로 그 불교 수행 음식의 시작이다.
하지만 불교의 음식들은 불교가 전파되는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르게 변화된다.
인도에서 남쪽 방향으로 전래된 불교는 남방 불교가 되어 '수행'에 중점을 둔 불교로 발전한다. '수행'이 중요한 남방 불교에서는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음식을 얻는 '탁발'의 과정이 수행의 한 과정으로 중시된다.
물론 나라마다 상황은 다르다. 스리랑카에서는 특별한 날 신자가 직접 음식을 만들어 절로 향하는 식의 탁발을 한다면, 스리랑카나, 미얀마에서는 스님들이 직접 신자의 집을 찾는다.
이렇게 신자들이 주는 음식을 수행의 과정으로 먹는 것이기에 스님들은 신자들이 주는 그 어떤 음식도 거부치 않는다. 당연히 그 음식에는 고기도, 마늘도 들어가 있다. 남방 불교에서 음식은 육신을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마음 수양을 위한 하나의 과정이며, 그 과정 중에 신도들이 주는 음식 중 고기를 먹는 건 살생으로 치지 않는다. 아니, 고기든, 채소이든 그 어떤 것이든 생명이 없는 것이 아니기에, 굳이 가릴 필요가 없단 생각이랄까.
이렇게 신도들의 음식을 직접 얻어 먹어야 하는 '탁발'의 과정이 수행의 중심이 된 남방 불교와 달리, 중국 쪽으로 전파된 대승 불교는 '계율'을 중시하면서, 공양 과정의 형식에도 중요성을 부여한다.
또한 중국 역사에서 등장한 '폐불 운동' 등으로 인해 탁발이 여의치 않았던 중국의 상황은 스스로 농사를 지어 경제적 자립을 도모한 '선농일치'방식을 통해, 절내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는 발우의 형식을 띠어간다. 또한 달마 대사 이후 참선 수행에 집중한 선불교는 스스로의 믿음을 통한 깨달음에 이르기 위해 음식을 먹는 공양 과정도 그 일환으로 중요시 여겨지게 되었다.
탁발이 돌아다니며 신자들이 주는 음식을 무엇이든 먹는 과정 자체에 방점이 찍혔기에 음식을 가리지 않았다면, 스스로 음식을 만들어 먹기 시작한 중국 불교의 발우는 음식을 통해 불교 정신을 살리고자 육식과 오신채(부추, 대파, 마늘, 양파 등 향이 강한 양념)를 금하는 형식을 중요시 한다. 또한 자연 속에 한 몸이 된다는 취지 하에, 최소한의 양념으로 재료 그대로 조리하는 방식으로 자연 그대로의 맛을 살리는 사찰 음식의 전통을 만들어 나간다.
중국의 불교가 이후 맥이 끊긴 것과 달리, 8세기 유학승 법랑을 통해 한반도로 도입된 선불교는, 선종의 정신전 본령으로 그 전통의 중심에 서있다.
또한 그에 걸맞게 선불교에서 이어져온 육식과 오신채를 금하고 채식을 하는 사찰 음식의 전통 역시 보다 가다듬어 발전시켰다. 그에 따라 발우는 모든 사람이 한 자리에서 똑같이 나누는 평등 정신의 실현이자, 절제와 욕심을 버리는 과정이 되어, 자신의 삶 속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양을 스스로 취하고, 먹는 과정에서도 음식을 남기지 않음으로써 빚을 남기지 않고 남은 공덕을 돌린다는 취지의 불교 정신에 맞는 형식적 틀을 갖추기에 이른다.
또한 스님들의 기혈을 보하는 쌀가루, 겨울에 난 제철 동백, 그 동백의 찬기를 보하는 들깨 등으로 만든 음식처럼, 적절한 계절 음식은 물론, 음식이 곧 약이 되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또한 음식을 만들기 위해 불을 때고, 식재료를 오랜 시간에 걸쳐 준비하는 그 과정 자체가 곧 수행의 과정으로, 나를 내려놓고, 오히려 그를 통해 마음을 들여다 보고 살찌우는 수행의 일환으로 승화된다.
이렇게 <다큐 공감>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아왔던 불교 음식의 전통 조차도, 불교가 국가별, 지역별로 전파되어 가며 발전되고, 변화되어진 결과의 산물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살생을 금한다는 육식 금지의 정신 자체도, 그것이 궁극적으로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차원으로 넓혀지면, 채소 역시 생명의 상징이 되어, 또 다른 해석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남방 불교의 탁발 수행을 통해 생각의 지평을 열어준다. 그저 형식적인 부처님 오신 날의 특집이 아니라, 이제 우리 사회의, 혹은 또 다른 나라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불교를 문화적, 그 중에서도 먹거리를 통해 들여다 본 문화의 다양성을 살펴본 가치있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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