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7일 <라디오 스타>에는 송승헌이 모처럼 예능 나들이를 했다. 제목도 거기에 어울리게 송승헌과 줄줄이 사탕, 영화 <인간 중독>에 출연한 배우 송승헌은 그간 부진했던 영화 흥행을 만회하기라도 하려는 듯, 함께 영화를 한 감독, 배우들과 함께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이후 처음으로 예능 출연을 감행했다.


송승헌이 <라디오 스타>에 출연하기도 전에 수많은 기사가 그의 <라디오 스타> 출연을 기사화했든 그의 예능 출연은 그 자체로 이슈가 되었다. 하지만, 방송 말미, 송승헌의 출연을 계기로 권상우 등 많은 스타들이 출연의 물꼬가 터질 것이라는 mc의 언급에, 송승헌은 씁쓸하게 오히려 반대일 것 같은데요 라고 대답한다. 

모처럼의 예능 출연에 대해 작정하기라도 한듯 송승헌은 <라디오 스타>를 통해 그간 베일 속에 가려진 자신의 모습과 속내를 전하는데 결코 주저함이 없었다. '욱'한다는 조여정의 평가에 거부치 않고 자신이 욱하는 경우를 세세하게 설명했으며, 데뷔의 계기에서 부터, 첫 작품에서의 발연기, 연기 대상 논란에 대해 속시원히 털어 놓았다. 그리고 짖궃은 mc들의 요구에, 당시 시트콤에서 했던 '배트맨' 개그도 마다치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의 등장에서, mc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더 그의 '잘생김' 이상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만약 <라디오 스타>를 본 누군가가, 송승헌이 이렇게 잘 생긴 배우였던가 라며 감탄하고, 그의 영화<인간 중독>를 보러 간다면, 그의 <라디오 스타> 출연은 성공한 것일 터이다. 하지만, 신비주의를 내걸었던 배우 송승헌의 모처럼의 예능 출연이라고 하는 관점에서 보자면, 어쩐지 5월 7일의 <라디오 스타>는 그닥 흡족하지 않아 보인다. 마치 송승헌이 보여줄 수 있는 정도의 비밀을, 예의를 갖춰 '아, 이런 비밀이 있었어요' 하는 느낌?, 그러기에, 그의 잘생김을 뛰어넘은 토크의 묘미는 어쩐지 형식적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에 대한 질문들은 다양했지만, 그 질문들이 꿰어져 인간 송승헌에 대한 이해나, 색다른 매력을 찾아내기에 <라디오 스타>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인간적인 매력은, 조여정이 송승헌 대 온주완을 놓고, 온주완을 선택했듯이, 온주완의 편이 더 강했다. 영호남을 평정했다는 그의 여심 섭력 필살기와, 그의 가족 이야기는, 온주완이라는 인물에 입체성을 더해주었다. 
하지만 그뿐이다. 등장과 더불어, 언제까지나 기대주라던 온주완에 대한 평가는, 단지 그가 배우가 되지 않았으면 제비가 됐을 정도로 여자를 잘 안다는 것 이상, 배우 온주완에 대한 깊이를 더해주지는 않았다. 

(사진; 뉴스엔)

또 다른 출연자 감독 김대우와, 배우 조여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것은 게스트의 문제라기보다는, 언제부터인가 정체되어 있는 <라디오 스타>라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의 문제로 부터 기인하는 듯하다. 

초창기 <라디오 스타>는 정말 정신없었다. 도대체 대본은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질문은 중구난방이었으며, 그 질문의 내용도 꼿히는 대로, 그저 한 방향으로 흐르다, 시간이 되면 끝 하는 식이었다. 그런데도, 그런 정신산란한 <라디오 스타>에는 어쩐지 인간 냄새가 났다. 모자라면 모자란대로, 미숙하면 미숙한대로, 무장해제당한 채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 보이는 스타들의 훈훈함이 드러났었다. 

하지만 이제 수요일 밤의 예능 강자가 된 <라디오 스타>에는 그 예전의 <라디오 스타>가 가졌던 인간미가 덜해졌다. 쟁쟁한 작가진들에 의해, 출연자들이 혀를 내두르는, 예를 들어, 송승헌과 권상우가 클럽에서 누가 더 잘 생겼냐 물어봤다는 식의 고급 정보들이 출연자들의 무장해제를 돕긴 하지만, 그뿐 그 이상의 출연자에 천착하여 그의 매력을 들여다 보는 여유를 잊었다. 
질문은 날카롭게 던져지지만, 그 질문들을 하는 mc들의 자세는 어쩐지 고답적이고, 형식적이다. 이승환 편과 송승헌 편에서 그 분위기가 차이가 나듯, 특히나, mc 중 누군가와 가까운 사람이 아니라면, 더더욱 그런 증세는 심해져, 애써 출연자에 천착하기 보다. 그저 묻고 답하는 식의 문답쇼 형식을 넘어서기 힘들어 보인다. 그저 웃기는 꺼리, 화제가 될 만한 꺼리 하나 잡고 늘어지는 식이 되기 십상이다. 그렇게 얻어 걸린 것이 송승헌 편에서는 송승헌의 잘생김이요, 온주완의 여자 꼬시는 능력인 것이다. 그리고 그저 그뿐, 그 이상 출연자에 대해 mc들이 예전 처럼 진지하게 그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 보지 않는 것이 느껴진다. 그러다 보니, 어딘가 겉훑기 식의 토크쇼가 되어 가는 것이다. 덕분에, 송승헌은 모처럼 각오을 다지고 예능 출연을 했지만, <라디오 스타>를 통해 그가 보여준 것은, 그저 잘생긴 송승헌일 뿐이다. 

굳이 <라디오 스타>에게까지 지금과 같은 시기에 걸맞은 자세와 힐링 같은 걸 요구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라디오스타>에서만 느끼던 인간 냄새마저도 점점 옅어지는 건, 어쩐지 안타까운 일이다. 


by meditator 2014. 5. 8. 0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