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코난>은 아오야마 고쇼의 만화 원작으로, 1996년부터 현재까지 인기리에 방영중인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셜록 홈즈를 능가하는 추리력으로 여러 사건에서 큰 활약을 보인 고교생 탐정 신이치(우리나라 방영 작품에서는 남도일)이다. 하지만 신이치는 그가 쫓던 검은 조직의 마수에 걸려 이상한 약을 먹은 후 어린 아이로 변해 버린다. 그후 자신의 예전 모습을 숨긴 채 아버지가 탐정사무소를 하는 여자 친구네 집에 얹혀 살면서 여전히 탐정으로 예전 활약을 이어간다.


이상한 약을 먹고 <명탐정 코난>의 주인공은 어린 아이로 변해버렸지만, <꽃할배 수사대>는 그와 정반대의 설정이 벌어진다. 
연고가 없는 교포 출신 사업가들의 실종 사건이 벌어지자, 경찰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각 개성이 뚜렷한 다섯 명의 형사를 모아 특별 수사반을 구성한다. 이들은 실종된 사람 중 한 사람이 노인의 모습을 한 채 시체로 발견되고, 네 명의 형사들은  이 사건의 실마리가 된 공장을 찾아간다. 거기서 겨우 스물 다섯 살이라지만 외모는 노인이 분명한 사람들이 물 속에 갇혀 있는 것을 구하기 위해 물 속에 뛰어든 네 명의 형사, 단 한 명만을 제외한 채 모두 물 속에 갇힌 사람들처럼 노인으로 변하고 만다. 

약품 냄새가 진동함에도 불구하고 그 물이 어떤 물인지 알아보지 않고 다짜고짜 물 속으로 뛰어든 네 명의 형사들의 어처구니 없는 상황 설정은 <꽃할배 수사대>에서 애초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이 드라마의 관건은 <명탐정 코난>에서 얼토당토치 않게 고등학생이 어린 아이로 되어가는 만화적 상황처럼, 그런 만화적 개연성만을 적절하게 만들어 주면 될 뿐이다. 그런 면에서, <꽃할배 수사대>의 젊은 형사들이 노인으로 변화되는 상황은, 만화적이지만 그럴 듯하다. 

애초에 <꽃할배 수사대>는 세대간 공감을 모토로 내건다. 
'젊은 세대는 나이든 세대를 혐오하고, 나이든 세대는 젊은 세대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요즘 세대를 전제로 내걸고,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1회의 상당 부분을 할애한다. 한번 본 것을 다 기억하는 아이큐 150 창창한 나이 스물 아홉 엘리트 형사 이준혁(최진혁 분)은 인질로 잡혀있는 노인을 두고 대놓고 잉여 세대니, 노인 한 사람이 없어지면 자신들의 복지 부담이 준다느니 라는 표현을 쏟아 붓는다. 물론 인질를 구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지만, 나이든 부모님들을 그저 '걸림돌'이라고 핸드폰에 저장해 놓은 그의 사고방식으로 볼 때 아주 없는 생각은 아닌 듯하다. 

(사진; 마이데일리)

이준혁만이 아니다. 그의 동료 형사들은 '젊음'이란 상징체처럼, 자신의 젊음과 능력만을 믿고 안하무인이거나, 그걸 외모로나, 체력적으로나 뽐내지 못해 안달인 것처럼, 발산하고 또 발산한다. 당연히 그렇게 자신들의 젊음 만을 믿는 그들이 누군가와 '함께'하는 법을 알리 가 없다. 이준혁은 그의 라이벌 박정우(김희철 분)을 눈엣가시로 여기며, 다섯 명의 형사들은 그들 각자의 개성만큼 울뚝불뚝 서로 튕겨져 나가기에 바쁘다. 단지 그들이 함께 동의하는 것이 있다면, 특별수사팀의 팀장으로 부임한 '젊은 놈들 때문에 나라가 이 모양 이꼴이야'라고 입버릇처럼 내뱉는, 나이만 많았지 능력은 없이 자신들의 성과를 빼돌릴 것같은 늙수그레한 김용철(김응수 분)를 배제시킬 때 뿐이다.  

그렇게 가장 멋지고, 활기찬 젊음만을 믿고 날뛰던 이십대 후반의 젊은 형사들이 하루 아침에 노인이 되었다. 훤칠하던 덩치는 쪼그라 들었고, 여심을 녹여버리던 외모는 쭈글쭈글해졌으며, 지칠줄 모르던 체력은 괄약근조차 통제가 안되는 노구로 변해버렸다. 심지어, 특별 수사반이라며 촉망받던 처지는 하루 아침에 실험 대상으로 조사나 받아야 할 처지가 되어 버렸다. 

<꽃할배 수사대>는 이렇게 팔팔하던 젊은이들을 대번에 노인으로 만들면서, 세대의 벽을 건너 뛰어 버린다.  젊은이지만 몸은 나이들어 버렸다는 설정은, 만화나, 영화 등을 통해 이미 익숙한 방식이지만, '코믹'이라는 장르로 인해 굳이 거기에 토를 달게 되지 않는다. 하물며 애초에 목적이 노소의 공감이라는데야, 더더욱.  젊은 최진혁, 박민우, 박두식이, 이순재, 변희봉, 장강이 되는 건 어처구니 없지만, 세월 앞에 장사업다는 그 속담에 어쩐지 걸맞은 조합이었다. 

'환타지 코믹수사물'이라는 묘한 조합에 걸맞게, 1회의 설정은 신선하고, 할배들의 등장은 자연스러웠으며, 그들의 현실은 공감이 되었다. 세대간 공감을 위한 전제로는 적절했다. 이로써, tvn이 개척하는 장르적 실험 영역은 또 한번 확장된다. 몇 십년을 두고 어린 아이의 상태로 남은 <명탐정 코난>정도는 아니지만, <꽃보다 할배> 시즌에 이어, 섣부르게 <꽃할배 수사대> 시즌제를 기대해 볼 만큼, 젊은 정체성을 가진 그들이 나이든 몸을 가지고 벌이는 해프닝은 기대가 된다. 


by meditator 2014. 5. 10. 0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