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8일 <마이 리틀 텔레비젼>의 시청률은 6.0%를 기록했다(닐슨 코리아 기준) 

백종원이 등장하던 회차들이 평균 8%를 넘는 시청률을 보였던 것과 달리, 8월1일 15회 7.2%, 그리고 8월 8일 6.0 %로 시청률은 떨어지고 있다. 
이런 <마이 리틀 텔레비젼>을 두고, '백종원'이라는 거품이 빠지자, '하락세'를 탔다는 분석이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백종원의 '더 고급진 레시피'와 더불어 세간의 화제를 끌었던 <마이 리틀 텔레비젼>, 출연자들이 각자 자신만의 포맷을 가지고 실시간 채팅창에 출현한 인터넷 시청자들과 함께 인터넷 생방송을 꾸려가는 <마이 리틀 텔레비젼>, 하지만 실상은 60%를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는 신계 백종원의 압도적 점유와, 그에 대적하는 인간계 '미니언즈' 군상들의 고군분투였다. 최근 불거진 '백종원 아버지 백승탁씨의 성추행 사건 등이 불거지며, 백종원은 본의 아니게 하차를 하게 되었다. 실시간 채팅창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에서, 제 아무리 걸른다 해도 아버지와 관련된 잡음은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실시간 방송이 아닌 <집밥 백선생>이 계속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도 백종원이라는 트렌드에 무리수를 두며 기대어 가지 않고 용감하게 신계를 탈출한 <마이 리틀 텔레비젼>의 선택은 박수를 맞을 만하다. 



인간계의 신선한 고군분투 1; 김영만 아저씨의 '힐링' 종이접기 
'신계'라고도 칭해졌던, 점유율 60%가 넘는 백종원의 부재,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우 2%밖에 빠지지 않은 <마이 리틀 텔레비젼>은 '선전'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심지어, 15,16회에 보여진 <마이 리틀 텔레비젼>의 포맷은 이전의 포맷과 비교하여, 오히려 백종원이라는 '먹방' 트렌드를 탈피한 예능의 신선한 가능성을 보여준 회차로 평가할 만하다. 

'백종원'이라는 압도적 콘텐츠가 빠져나간 <마이 리틀 텔레비젼>에서 화제성을 이어간 것은 종이접기 김영만 아저씨였다. 아저씨와 함께 종이접기를 하던 '코딱지'들의 향수를 자극하며, 그 시절처럼 여전히 다정하고 친근하게 교감을 하며 종이접기를 하는 김영만 아저씨의 코너는, 백종원이 빠져나간 빈 자리를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 부분 채웠다. 더구나, 15회에 출연한 그 시절 아저씨와 함께 했던 어린 꼬마 신세경이 어른이 되어 그 시절과 비슷한 모습으로 등장한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화제성을 이어가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김영만 아저씨의 출연은 그저 그 시절 '추억'에서 머무르지 않았다. 16회 김영만 아저씨의 방송분은 어른이 된 코딱지들과의 교감으로서의 '종이접기'의 가능성을 연다. 
무엇보다 김영만 아저씨의 코너에서 뭉클한 감동을 준 것은 늙수그레한 아저씨가 몸을 90도를 꺽어 사과 인사를 하는 그 장면이었다. 이제는 회사를 다닐 정도의 나이가 된 코딱지들, 하지만 그 코딱지들은 여전히 '회사' 문턱에도 가지 못하거나, '회사'를 가도 그 속에서의 '갑을' 관계로 인해 쉴 여가도 없는, 심지어 회사 비품 하나 쓰는 것도 눈치를 보는 존재가 되었다. 그런 코딱지들의 푸념에 아저씨는 눈시울을 적시더니 곧 허리를 굽혀 사죄를 한다. '미안하다'고, '이런 사회를 만들어서 미안하다'고. 언제나 당신들이 살왔던 고달픈 시절을 강변하기에 급급하던 어른들, 그리고 그래서 당신들이 만들어낸 괴물같은 사회에 정당성을 부여하기에 조바심을 냈던 어른들, 살면서 한번도 이런 세상을 만들어 내서 미안하단 말을 듣지 못하던 '코딱지'들은, 뜻밖에도 어린 시절 그들과 함께 동심을 호흡하던, 그 '피터팬'같은 종이접기 아저씨에게서, '사과'를 듣는다. 그리고 채팅창을 'ㅠㅠㅠㅠ'로 물들이며 '왜 아저씨가 사과를 해요'라고 급 착해진 목소리를 전한다. 어떻게 하면 딴지를 걸까, 갖가지 개구진 '드립'만을 연구하던 채팅탕의 코딱지들이, 여전히 종이접기를 하던 그 시절의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 아저씨와 함께 교감하며 'ㅠㅠ'한다. 

게다가 종이접기 아저씨는 '추억'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이제는 어른이 된 '코딱지'들에게 색종이 대신 회사 비품인 서류 봉투로 새로운 종이 접기를 한다. 아저씨 옆에서 재롱을 부리던 뚝딱이 역시 20년째 10살인 뚝딱이의 현실 버전을 선보인다. 채팅창의 '갑을' 관계 운운에, 평생 계약직 신세를 토로하고, 아저씨가 만들어 준 움직이는 종이 여친에 '위아래, 위 아래'하며 운을 띄운다. 그저 그 시절 해보던 '종이 접기'가 어느새, '키덜트'가 된 세대의 눈높이에 맞춰 변주된다. 



인간계의 고군분투 2; 신선한 포맷이 열어준 가능성
그렇게 화제성을 이어간 분은 김영만 아저씨였지만, 뜻밖에도 16회에 1등을 차지한 것은 이은결이다. 마치 작정이라도 한듯, 후배 일루셔니스트들의 물량 공세를 펼친 이은결은 그 노력에 걸맞게 1위를 쟁탈했다. 그리고 이은결의 1위는 그저 우승이 아니라, 그가 주장하는 '일루셔니스트'의 다양한 세계에 대한 가장 적극적인 홍보의 장이었다. 그저 마술이 아니라, 마술이라는 기본을 변주하여, 환타지에서부터 코믹까지 다양한 변주를 연출해 낼 수 있는 가능성으로서의 일루셔니스트의 세계를 1위 쟁탈로 증명해 내었다. 

그렇게 일루셔니스트라는 기존에 존재했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세계를 끌어들임과 동시에, 이것도 예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16회는 보여주었다. 비록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그저 복면을 만드는 사람에서, 그 존재 자체가 예능인 듯한 황재근의 '왕실 디자인 스쿨' 역시 신선했다. 그런가 하면, '아이돌이야?'라고 반문하게 되는 에이핑크 남주의 몸을 던진 '배워서 남주기' 역시, 가능성을 연다. 

김구라의 '트루 맨즈 스토리'에서 선보인 '남자의 변신'은 이미 케이블을 통해서 선보인 남성의 트렌드를 복기하는 듯 했지만, 그 대상이 케이블에서 대상으로 삼은 젊은 남자가 아니라, 김구라나, 김흥국처럼 나이든 세대로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이 코너의 가능성을 열어 보인다. 그저 앞치마 몇 개로도 패션쇼가 가능할 만한 옷들이 만들어 지고, 대학에서 배운 발성 연습만으로도 포복절도하게 만든 시간들은, 결국 '구하면 열릴지니'라는 예능의 신 세계를 연다. 

16회 <마이 리틀 텔레비젼>은 그래서 역설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풍성했다. '힐링'이 되는 종이접기와, 코믹에서 부터, '마술'이 아니라 '마법'이라는 감탄사가 나오는 일루셔니스트의 세계, 그리고 김흥국도 멋진 남자가 될 수 있다는 남자의 변신 시리즈에서, 아이돌과 교수님, 그리고 피디가 한데 어우러져 가장 진지한 학습을 하는데 배꼽이 달아나 버리고 마는 코너까지, 오히려 신이 존재하지 않는 '인간들의 세상'은 왁자지껄 흥분의 도가니였다. 



되돌아 생각 해면 한때 유행하던 '밥아저씨'를 따라 그림을 그리던 그것 역시 특별한 무엇이 아니었다. 그렇듯이 '예능'이란 특별한 무엇이 아닌,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그 무엇이라면 무엇이라도 가능하다는 것을 오히려 백종원이 빠진 <마이 리틀 텔레비젼>은 증명한다. 

하지만 물론 과제도 남는다. 사람들이 백종원의 '더 고급진 레시피'를 들여다 본 이유가 무엇일까, 그래도 '고급지지 않은 더 고급진' 하지만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것 하나는 얻어 건질 수 있다는 '정보'에 대한 소박한 갈구였다. 그런 면에서, 평균 4위 김구라를 넘어서는 매혹적인 ' 정보'의 레시피에 대한 과제는 시청률 상승의 과제로 남겨진다. 
by meditator 2015. 8. 9. 15:38

7월 23일부터 방영을 시작한 tvn의 새 예능 프로그램 <가이드>, 프로그램 제목답게 방송 이전 홍보 영상은 권오중, 안정환, 박정철 등 세 연예인 혹은 준 연예인들의 '가이드' 과정에 촛점을 맞춘 내용이 보여졌다. 생전 처음 아줌마들을 데리고 '가이드'에 나선 이 초짜 가이드들이 예상과는 다른 여행 과정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으로 인해 '멘붕'에 빠지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정작 첫 날 방영된 <가이드>의 내용을 채운 것은 세 사람의 가이드가 아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것도 잘 생긴, 게다가 방송으로만 보던 세 남자 가이드를 대동하고 외국 여행을 떠난,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들의 뭉클한 여행기가 화면을 채운다. 




'난생 처음' 여행을 떠난 주부들
되돌아 보건대, 70이 넘은 할아버지들의 여행, <꽃보다 할배>가 센세이션을 일으킨 이유가 무엇이었던가. 제 아무리 당대의 스타로 한 평생을 살아왔다고 해도, 평생을 '스타'란 이름, 혹은 '배우'의 이름을 걸고 '일만 하느라' 여행 한번 제대로 못다녀본 '할배'들이 어쩌면 생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여행을 같은 길을 오래 함께 걸어온 친구들과 떠난다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 감동적이 아니었는가 말이다. 그런 면에서, 그저 권오중, 안정환, 박정철이라는 연예인 혹은 준 연예인의 이름값에 기댄 여행 프로그램이겠거니 했던, 혹은 그런 식으로 홍보를 했던  <가이드>가 정작 방송 내용에서, '주부들의 힐링 여행'에 촛점을 맞춘 것은 현명한 전략이다.

물론 방영분에서 초보 가이드 세 사람, 권오중, 안정환, 박정철의 매력을 강조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저 좀 웃기는 연예인 권오중, 가끔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안정환, 그리고 아직은 <집밥 백선생>에서 어눌하고 진지함 이상의 그 무엇을 보여주지 않았던 박정철은, <가이드>를 통해 '성'에 밝은 이상 '수석 가이드'로서의 책임감을, 그저 잘생긴 축구 선수 이상의 매력적인 넉살과 오랜 외국 경험에서 오는 여유로운 대처 능력을, 그리고 어눌함을 넘어선 초짜 가이드로서의 순수함과 세심함을 한꺼 드러냈다. 어떻게 저런 조합을?이란 의문이 들 여지도 없이 세 사람은, 불철주야, 심지어 알레르기까지 감수하며 가끔 함께 한 주부들이 '어떻게 연예인들이랑 여행을!'이란 감탄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연예인이란 느낌이 들지 않는 '가이드'로서의 본분에 충실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이드>의 매력은 여행을 떠난 여덟 명의 주부들이다. 30년 동안 주부로 살다 처음 여행을 떠난 왕언니, 혹은 30년만에 처음으로 미용실을 닫은 미용사, 오랜 가이드 생활도 접어두고, 늦둥이를 키우느라 고군분투했던 50대 주부, 그리고 30에 홀로 되어 급식실 도우미로 두 아이를 키우느라 여유가 없었던 50대 엄마 가장, 일과 가정을 병행하느라 아등바등 살아왔던 역시나 50대의 커리어우먼, 농사 지으랴, 5남매 키우랴, 시부모님 모시느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랐던 40대 주부, 그리고 아들은 벌써 고2인데, 권고 사직을 앞둔 '미생'인 40대의 직장인 등, 그 누구하나 똑같은 사연이 없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그래서 각별했던 여덟 명의 주부들이 여행을 떠난다. 

한번도 남편과 아이를 떼어놓지 못해 걱정스러워 하던 주부는, 그런 우려가 무색하게 너무 행복해서 '아이'와 '남편'을 잊었다고 하고, 가이드 생활을 잊지 못하던 주부는 모처럼 '가이드'의 내공을 뽐낸다. 그런가 하면, 아이들과 남편, 그리고 시부모님께 둘러싸여 살면서도 외로워 노래방 앱에 마음을 의지했던 주부는, 모처럼 자신의 말에 귀기울여주는 누군가를 만나 행복하단다. 그렇게 길지 않은 4,50평생을 자기 자신보다 '가족'을 앞세워 살던 주부들은 '멋진 가이드'가 배려해 주는 난생 처음' 외국 여행에 잠자는 시간조차 아까워한다. 



'주방'에 들어 간 남편들
그렇게 주부들이 여행을 떠난 한편에선 남편들이 주방에 들어선다. <집밥 백선생>을 둘러싼 논란은 '단맛' 논란을 위시하여 다양한 이슈들이 있겠지만, 그 본질은 바로 '주방으로 들어간 남자들'이라 할 수 있다. 요식업계 대표 백종원을 차치하고, <집밥 백선생>의 출연자들을 보자. 기러기 아빠 윤상, 경제 문제로 인해 별거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김구라, 그리고 아내의 잦은 출장으로 홀로 식사를 때울 때가 많은 박정철, 거기에 실질적 싱글은 손호준 한 사람 정도이다. 

즉 누군가의 남편이고 가장이지만 '돈'을 버는 것 외엔 무능했던 남자들이 '칼 잡는 법'부터 시작하여, 장을 보고, 이제 하나 둘씩 요리를 만들어 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제 백선생이 가르쳐 준 '야메' 아닌 '야메' 요리로 뚝딱 요리를 만들어 내기 시작한 그들의 '입맛'도 갈수록 세련되어져 간다. <마이 리틀 텔레비젼> 이래로 사람들이 열광했던 백종원 요리의 본질은, 집에서도 내가 별로 어렵지 않게, '그럴 듯한' 집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거였다. 

그렇게 tv 속 남편들은 '요리'의 즐거움을 알아가고, 가족을 위해 봉사해 온 '아내'들은 자신만의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현실을 그렇지 못하다. 2014년 생활 시간 조사에 따르면 10세 이상 인구가 하루 평균 '식생활'을 위해 투여하는 시간은 남성 10분, 여성 1 시간 8분이다. 여성은 맞벌이를 하면 남편은 그나마 8분으로 줄어들지만, 여성은 1시간 28분으로 늘어난다. 심지어 여성만 버는 집에서도 남성은 28분을 하는 '집밥 노동'을 여성은 1시간 25분이나 한다. 이렇든 저렇든 현재 대한민국 여성들은 그 말이 좋은 '집밥'의 노동 속에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이다.(레디안, 김원정, 집밥 혁명은 계속되어야 한다 중) 

그런 면에서 <집밥 백선생>이 '단맛' 등 많은 논란거리에도 불구하고 주방의 문턱을 낮추는데 '공헌'을 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해 주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문턱이 낮춘 들 여성의 처지가 나아지고 있다고 보여지지는 않는다. 지난 1월 15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4,50대 고용율 각가 65.1%, 60,9%로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가계 소득 정체와 불안정한 노후 준비로 인해 취업 시장'으로 나온 중년 여성들이 많다는 것이다. 즉, 오랜 시간 '가사'와 '육아'를 전담해왔던 주부들은 이제 그 '가사'와 '육아'로 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시간, 다시 돈벌이에 나서고 있으며, 현실에서 여전히 '가사'의 부담도 쉬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 바로 통계적으로 증명된 대한민국 주부의 현실이다. 

그런 면에서 <가이드>는 출연한 주부들의 말대로 '꿈'같은 이야이다. 평생 가사 일에 육아에, 그리고 돈벌이에 여유가 없던 주부들에게 '자신의 돈을 출혈하지 않는' 외국 여행이라니 말이다. 더구나 '멋진' 연예인이 자신의 시중을 들어주는. 그런 면에서 어쩌면 <가이드>는 <꽃보다 할배>보다 더 뭉클한, 감개무량한 환타지이다. 

<가이드>와 <집밥 백선생>의 출현은 고달픈 현실의 정점에 그 요구가 닿아있다. 대리 만족 예능의 구현이요, 환타지이다. 

by meditator 2015. 7. 31. 11:14

2011년 7월 '힐링'이라는 트렌드에 맞추어 '스타'를 초대하여 '스타'도 힐링하고, 그의 이야기를 지켜보는 시청자도 '힐링'을 시켜준다는 모토 하에 시작되었던 <힐링 캠프>가 햇수로는 4년, 회차로는 어언 190회를 넘어섰다. 여자 mc였던 한혜진이 결혼과 함께 물러나고 성유리가 그 뒤를 잇는 시간, 이경규는 <힐링 캠프>의 중심이 되었고, 김제동은 조용히 그 곁을 지켜왔다. 때로는 그의 존재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정도로. 


'힐링'이란 단어 만으로 모든 것이 이해되고 설명되었던 시기가 지나고, '힐링'이란 단어만으론 더 이상 '위로'가 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힐링'을 받겠다고 <힐링 캠프>를 드나들던 스타들의 수만큼이나, 이제 나올만한 사람은 웬만큼 다 나왔고, 때로는 몇 번씩이나 등장한 '스타'들도 있었다. 고갈된 '스타'풀에, 그리고 변화된 트렌드에 맞춰 때로는 집단 토크쇼를 시도해 보기도 하고, 요리도 해보고, 시청자들을 찾아 나서기도 했지만, 그 어떤 것도 <힐링 캠프>의 진부한 분위기를 쇄신할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이제 더 이상 '스타'들의 이야기가 그다지 궁금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고, <힐링 캠프>와 용호상박을 겨루는 <안녕하세요>처럼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도 만만치 않다. 

'자중지난'에 빠진 <힐링 캠프>는 일대 혁신을 시도하였다. 지난 4년간 실질적으로 <힐링 캠프>를 이끌어 온 이경규를 하차시킨 것이다. 반면에 그의 곁에서 조용히 지내오던 김제동을 단독 mc로 잔류시켰다. 김제동의 잔류? 하니 사람들은 김제동의 토크 콘서트를 떠올린다. 그리고 그 토크 콘서트의 방송 버전인 <톡투유>도 비교한다. 이에 <힐링 캠프> 제작진은 묘수를 짜낸다. 기존의 <힐링 캠프>와 김제동의 토크 콘서트를 '합체'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힐링 캠프> 더하기, 김제동의 토크 콘서트=???
새로운 <힐링 캠프>의 시작은 김제동의 토크 콘서트처럼 시작되었다. 500명, 아니 499명의 방청객들, 그리고 그들을 단번에 들었다 놨다 하며 좌중을 집중시켜 버리는 김제동,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499명의 관객들은 개었다 흐렸다, 박장대소를 하다, 고민에 빠진다. 

하지만 이래서야, jtbc <김제동의 톡투유>와 다르지 않지 않은가. 그래서 제작진은 499명의 관객들을 mc로 둔갑시킨다. 그리고 단 한 명의 게스트, 첫 번째 게스트 황정민을 무대로 올린다. 짧은 그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졸지에 mc가 되어버린 499명의 관객들이 우후죽순 황정민에게 여러 질문을 던지고, 그에 따라 프로그램은 마치 변칙 복서처럼 좌충우돌한다. 황정민을 오빠라고 부르는 여자 관객은 영화 속 그의 대사를 주문하고, 중학생 관객은 이도저도 아닌 자신의 현재를 투영하여 질문을 던지고, 황정민의 명쾌한 답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이 좋은 거 같다'는 당돌한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갈길이 아득한 배우 지망생에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하지 않는 자에겐 운조차 찾아올 길이 없다는 경험에서 우러난 충고가 더해지기도 한다. 

이렇게 '황정민'이란 인물에 천착해 진행되던 프로그램은, 후반 게스트가 누구인지를 모르고 작성한 관객들의 질문에 따라, 애초에 의도하였듯이 특별한 사람과 함께 하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이제 황정민은 게스트지만, 그의 뒤에 가득 메운 '포스트잇' 속 보통 사람들의 사연을 함께 하는 순간, 특별한 스타가 아니라, 그저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또 한 사람으로, 관객들의 사연에 함께 한다. 그와 더불어, 그리고 보다 적극적으로 가세한 관객들과 함께 풋풋한 젊은 남녀의 연애사에 개입하기도 하고, 암에 걸린 아내와 남편의 애틋한 사연에 함께 눈물짓기도 한다. 어느새 프로그램은 '황정민'으로 인한 '힐링' 대신, 499명이 함께 하는 '공감'의 온도를 높인다. 

이미 <안녕하세요>가 선점한 일반인 예능, 거기에 후발 주자로 종종 구설수에 오르며 화제성을 얻어가는 <동상이몽> 그리고, 김제동이 토크 콘서트를 고스란히 옮겨온 jtbc의 <톡투유>까지 이미 일반인 예능의 구색이 맞춰져 가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보통 사람들의 예능으로 출사표를 던진 <힐링 캠프>의 선택은 기발했다. 기존 연예인 예능과 일반인 예능의 결합은 신선한 실험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저 '첫 술에 배부르랴'란 덕담을 던기지엔, 개편 첫 회< 힐링 캠프>가 남긴 숙제는 많아 보인다. 스타 토크쇼와 일반인 예능의 '콜라보레이션'은 신선했지만, 동시에 어정쩡할 수 있다는 것을 첫 개편된 <힐링 캠프>가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황정민이란 스타에 집중을 하는 것도 아니고,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에 흠씬 접어들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한 것도 아닌 측면이 드러난 것이다. 

김제동의 지인으로서가 아니라, 영화 <베테랑>의 개봉을 앞둔 배우 황정민이 과연 개편된 <힐링 캠프>에 나와서 어떤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었는가에 대해서는 고개가 꺄우뚱해진다. 분명 마지막 황정민은 매우 만족스러운듯한 의사를 보였지만, 영화를 홍보한 것도 아니고, 이전 <힐링 캠프>에 출연했을 때 풀어놓은 그의 '히스토리' 이상의 그 무엇을 보여준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그가 함께한 관객들과 나눈 이야기가 그닥 신선해 보이지도 않았다. 심지어 중학생조차 그의 답을 듣고 '운이 좋았던'거 같다고 정리하듯, 그의 충고나 자신의 지나온 시절에 대한 설명은 '성공한 사람의 후일담' 수준을 넘어서기 힘들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던져지는 일반인 mc들의 질문에 능란하게 대응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스타를 1인 게스트로 하고, 그에 맞선 김제동과 나머지 499명의 관객을 한데 묶어 500명의 mc로 포진시킨 구도는 언뜻 시선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김제동이라는 '토크 콘서트'의 주재자가 개입하여 프로그램을 원활하게 만들 여지가 적은 부분이기도 한 것이다. 500명 정도의 관객,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시청자들조차 만족할 만한 프로그램이 되기 위해서는 '토크 콘서트'의 달인 김제동 정도도 될까말까한데, 제 아무리 사람들이 좋아하는 배우라도 황정민을 무대 중앙에 올려놓고 그를 중심으로 풀어가는 것은 버거워보였다. 그나마 오랜 연극 무대 경험을 가진 황정민이 그 정도일진대, 그보다 무대 경험이나 내공이 적은 사람이라면 과연, 1인 게스트로서 <힐링 캠프>를 이끌어 갈 수 있을 런지. 물론 말로는 김제동을 포함한 500명의 mc라지만, 결국 무대 중앙에 집중할수 밖에 없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게스트의 능력 여하에 따라 프로그램의 재미는 함께 널을 뛸 수 밖에 없단 것을 <힐링 캠프>는 보여주고 말았다. 

애초에 계획은 스타의 이야기도 듣고, 그 역시 보통 사람으로 관객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눈다는 취지는 가상하지만, 스타도, 관객도 그저 맛보기가 되거나, 이도 저도 따로 놀거나, 관객들의 이야기나 듣다 가는 무게 중심의 어정쩡함이 숙제로 남게 된 것이다. 
by meditator 2015. 7. 28. 06:32

2013년 9월부터  jtbcf를 통해 방영된 <적과의 동침>은 '국민들에게는 통쾌함을 정치인에게는 맷집을'을 표방하며 여야 의원들의 버라이어티 예능을 하고자 하였다. 집권 여당의 김무성, 원유철 의원에서 부터 야당의 박지원, 김재윤 의원까지 내노라하는 국회의원들이 출연하여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결국 그 해를 넘기지도 못하고 11월 종영되고 말았다. 처음 '정치인에게는 맷집을'이라며 호기롭게 시작한 프로그램은 하지만 회를 거듭하며 맷집보다는, 정치인 홍보용 프로그램이 되어 가고 말았기 때문이다. 처음엔 제작진이 마련한 종횡무진 각종 예민한 사안들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던 정치인들이, '연성화'된 방송 내용으로 연예인들과 깔깔거리느라 얼굴이 붉게 물들고, 이쁜 연예인도 마다않고 자당 대표와 짝짓기를 하느라 골몰하는 모습들만이 화면을 채우고 말았다. 맷집은 맷집이되, 국민들의 따끔한 회초리로 인한 맷집이 아니라, 이른바 '예능감'으로서의 맷집만 키우고만 셈이 된 것이다. 결국, 애초의 건강한 여야 소통, 혹은 국민 소통을 유도하고자 했던 프로그램은 노골적인 국회의원들의 자기 홍보와, 낯뜨거운 편먹기로 마무리되고 말았다. 


아마도 '셀프 홍보'로 치자면 그 어떤 연예인도 따라가기 힘든 국회의원들의 방송은, 언제나 이렇듯 국회의원의 '홍보'라는 늪에서 쉬이 헤어나오기가 힘들다. <어셈블리>에서 추상같은 여당의 사무총장인 듯하던 백도현(장현성 분)이 차기 선거라는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해 부당 해고 노동자까지 이용하고자 하는, 스스로 정치꾼임을 자임하는 상황은 비단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의 범주가 되었다. 그렇기엔 지난 토, 일요일 밤 10시 30분 2부작으로 야심차게 시도된 <여야 택시> 역시, 내건 의도와 달리, 이런 의심의 눈길을 피해갈 수 없다. 



민심을 듣겠다며 택시 운전기사가 된 국회의원
<여야 택시>는 말 그대로 여당과 야당의 국회의원 혹은 전직 의원들이 택시 운전기사가 되어 서울과, 상대 당 텃밭인 광주, 대구의 지역을 돌아다니며 민심을 취합하겠다는 취지를 내건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이번에 여당 원내 대표가 된 원유철 의원과, 새정치 연합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서울에서, 김문수 새누리당 전 보수 혁신 위원장은 광주에서, 그리고 원혜영 새정치 연합 공천 혁신 추진위원장은 대구에서 택시를 몰고 1일 기사로 나선다. 

그런데 말이 택시 기사지, 이들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이 국회의원임을 숨기지 않는다. 심지어 택시에는 떠억하니 이 차에는 정치인이 타고 있습니다 라고 붙어있다. 가장 서민적인(?) 교통 수단을 통해 민심을 듣겠다며 말만 택시이지 정치인이 운전하는 공짜 택시를 탄 서민들이, 과연 얼마나 민심을 가감없이 전달할 수 있었을까? 방송에서 보여지듯이, '이거 말 잘못했다가 잡혀가는 거 아냐?"라는 반응이 여전히 나오는 대한민국에서, 결국 대놓고 국회의원이 운전하는 택시에서 전달된 민심이란 일단 '필터링'이 거쳐진 민심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를 감안한듯 제작진은 2부에서는 아예 sns등을 통해 정치인에게 하고픈 말이 있는 사람들을 모집한 듯하지만, 다둥이 가족이나 정치에 관심많은 여고생들을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방송 분량이 없는 듯 보였다. 

흔히 상식적 차원에서 생각하듯이, 아니 그 옛날 임금님이 살던 시절부터 민심을 알기 위해서, 제일 먼저 하던 '변복'을 하고, 신분을 숨긴 채 '민심' 속으로 들어가는 일을 왜 <여야 택시>는 하지 않았을까? 그 답은 택시에 승객들이 타기만 하면 네 명의 국회의원들이 빠짐없이 돌리곤 하던 그들의 명함에서 알 수 있다. 그리고 꼬박꼬박 자신이 누군지 아냐고 확인하고, 그 답에 따라 일희일비하던 표정에서도 답은 확인된다. 그들은 자신들이 누군지 숨길 수 없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말이 민심을 알기 위해서라지만, 2회 방영되는 내내 '민심'의 내용보다, 택시를 운전하는 국회의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비추기에 급급하다 못해, 나중에는 꼴랑 하루 택시 운전에 '라디오 방송 노래방 출연'이벤트까지 하는 프로그램 내용을 보면서, 과연 이들의 하루 운전으로 '민심'이 전달되었겠다고 공감하는 시청자가 얼마나 있을까? 오히려 저런 택시 운전 코스프레를 통해 이번에 여당 원내 대표가 된 원유철 의원의 얼굴을 알게 되고, 내년 대구에서 총선에 출마할 차기 대통령을 노리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나, '듣보잡' 국회의원이었던 (?) 강기정, 원혜영 의원을 알게 된 것이 진짜 성과가 아닐까? 제 아무리 아니다 한들, 대구의 새로운 다크 호스로 떠오른 유승민 의원에대해 고군분투하던 김문수 전 지사가, 그리고 박수로 추대되어 입장이 난처했던 원유철 원내 대표에게 유리한 홍보의 장이 되었다는 것은 당연지사다.


택시 운전 코스프레를 하지만 역시 '나으리들'
아니 민심 파악 택시 운전 코스프레를 통해 분명히 알게 된 것이 있긴 하다. 국민들의 대표라 지칭되는, 그리고 언제나 '선거'를 통해 자신들이 민심을 국회에 전달하겠다고 큰 소리치는, 심지어 여당 원내 대표까지 된 이 사람들이, 서민들의 실정에 대해, 혹은 서민들이 정치인들에 대해 생각하는 바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국회라는 곳이 대한민국 밖 어디 다른 곳에라도 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곳에서 하는 일들은 서민들의 삶과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는 것처럼, 택시 운전사가 된 국회의원들이 택시를 탄 서민들의 말에 보이는 반응은 완전 딴세상을 보는 듯했다. 다둥이 문제도, 동네 빵집 문제도, 청년 실업 문제도, 지역 감정 문제도, 그리고 정치인들에 대한 냉정한 반응에도 매우 새삼스럽다는 국회의원들의 리액션을 보면서, 저 사람들이 국회에서 다루는 이른바 '민생'이란 것이 저 사람들에게 얼마나 공허한 것인가를 <여야 택시>를 통해 역설적으로 공감하게 된다. 

기껏 젊은 세대와의 공감을 위해 아이돌 멤버 이름 맞추기나 국회의원 이름 알아맞추기나 내세우는 제작진의 한심한 공감 코드가 문제가 아니다. 그래도 정치인이 운전대를 잡았다고 성의있게 정치에 대해 자신의 간곡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민심을 주마간산 식으로 정말 스쳐가는 승객의 그것들로 열거해 버린 채 운전대를 잡은 정치인에 골몰한 프로그램의 모양새가 그 진정성에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것이다. 

tvn에 동명의 예능 프로그램 <택시>가 있다. 거기에는 택시를 타는 승객이 그날의 주인공이다. 운전대를 잡은 mc는 그 주인공을 돋보이기 위한 보조 장치일 뿐이다. 하지만 <여야 택시>처럼 민심 대신 운전대를 잡은 국회의원이 돋보이는 민심 파악 예능이라면, 그저 인사치례같은 '덕담'을 넘어 민심은 언제나 주인공 대접을 받게 될런지. 
by meditator 2015. 7. 20. 16:58

<마이 리틀 텔레비젼>이 인터넷 생방송으로 방영되던 그 시점부터 7월 18일 tv 방영이 되는 한 주 내내 인터넷은 '김영만 아저씨'로 인해 뜨거웠다. 개그맨 김영만과 동명이인인 종이접기 달인 김영만씨, 하지만 이분은 '김영만씨'아 아니라, '김영만 아저씨'로 꼭 불리워져야 한다. 김영만이라는 이름 뒤에 붙여지는 그 '아저씨'라는 호칭에는 김영만 아저씨와 함께 어린 시절을 공유했던 이제는 어른이 된 코딱지들의 추억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는 다 큰 어른이 된 시청자들에게 여전히 '코딱지'라는 호칭을 불러주는 아저씨와 함께 한 종이접기 시간은 그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퉁하기엔 소중한 '공감'의 데쟈뷰였다. 




김영만 아저씨가 전해준 '추억'의 감동
'김영만'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폭발적으로 밀려드는 접속자로 인한 서버 다운까지, 종이접기 달인 김영만 아저씨의 <마이 리틀 텔레비젼> 출연은 그 자체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김영만 아저씨가 누구인가, 이제는 어른이 된 그들이 어린 시절 누구나 다 한번쯤은 접해 보았을 그 '종이접기'를 가르시던 분이다. '종이접기'가 뭐라고, 하지만 지금 어른이 된 '코딱지'들은 어린 시절 이담에 공부를 잘 하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두뇌를 단련시키기 위해 무언가를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는 '조기교육'의 당사자들이었던바, 그 '코딱지'만한 시절부터, 손재주가 있건 없건 누구나 한번쯤은 tv를 통해서, 혹은 유치원에서 색종이를 꾸적꾸적 접어야만 했고, 그 가르치던 분의 대표주자는 다름아닌 '김영만 아저씨'였다. 그러기에, 김영만 아저씨는 그저 종이접기를 잘 하던 분이 아니라, 어린 시절로의 회귀, 추억의 상징으로 자리매김이 된다. 

그 아저씨가, 이제는 아저씨라기보다는 '할아버지'같은 김영만 아저씨가 tv에 다시 나와 어린 시절 가르쳐 주던 그 '색종이' 몇장으로 갖가지 신기한 물건을 만드는 과정을 보는 것은, 마치 중년 이후의 세대들이 <국제 시장>을 보며 느끼는 감회와도 같다. 고생스럽던 <국제 시장>의 시절을 보며 눈물짖던 어른들처럼, 다 큰 '코딱지'들은 김영만 아저씨와 함께 다시 색종이를 접으며 그 시절을 회고한다. 

아저씨가 접는 목걸이, 모자 등은 다 큰 '코딱지'들이 예전처럼 자랑스레 목에 걸고, 머리에 쓰고 다닐 수 없는 그런 것들이다. 하지만, 마치 그 시절 '코딱지'들처럼 접속자들, 그리고 시청자들은 여전히 아저씨의 색종이 마술의 일거수일투족에 환호를 보내며 반응한다. 그 시절 1cm를 인지하지 못해 '손톱만큼'이라는 아저씨의 기막힌 수사에 무릎을 새삼스레 탁 치며,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아저씨의 접는 속도를 따라하지 못해 쩔쩔 매고, 핑킹 가위따위는 없어도 기가 막히게 모양을 만들어 내는 아저씨의 가위 실력에 어른이 된 지금도 나아지지 않은 손재주에 한탄을 하고 만다. 

그렇게 아저씨와 함께 잠시 '코딱지' 시절로 돌아가 '색종이' 마법에 빠지던 이들은, 접속자 수가 많아 서버가 다운되었다는 어려운 컴퓨터 용어를 전하며 좋아하시는 아저씨 모습에 함께 기뻐하다가, 백종원을 제외한 '인간계' 1위를 했다는 소식에 눈물을 보이고 마는 아저씨 모습에 결국 함께 눈물을 흘리고 만다. 자신들을 여전히 '코딱지'시절처럼 대해주는 '아저씨로 인해 세파에 찌들었던 어른 '코딱지'들은 자신들이 한때 아저씨의 색종이 마법만으로도 행복했던 '코딱지'였음을, 그리고 그런 '코딱지'들의 환호만으로도 눈물이 나올 만큼 아저씨를 행복하게 할 수 있음에 뭉클한 '힐링'을 역설적으로 맛본 것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젼>의 가능성
김영만 아저씨의 출연은 생뚱맞았다. 어린 시절 종이접기 선생님이라니! 하지만 그저 김영만 아저씨가 출연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되고, 아저씨의 출연 방송분이 실시간으로 검색어에 오르내리며 김영만 아저씨의 출연이 <마이 리틀 텔레비젼> '신의 한수'였음이 증명되었다. 

인터넷 방송의 연장, 혹은 확장으로서의 <마이 리틀 텔레비젼>, 그 파일럿 프로그램을 정규화시킨데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셰프 대세 시대의 정점을 찍은 백종원이었다. 여러 요식업체를 이끄는 ceo라는 직위를 내려놓고, 경험에서 우러나온 레시피로 친근하게 다가온 인간 백종원의 매력과, 그의 인간적 매력 못지 않은 '더 고급진' 야메 요리 들이 세간의 화제를 불러 일으켜 이 프로그램을 단번에 인기있는 토요 예능의 강자로 군림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백종원의 압도적 인기는 빛과 그늘이 있었다. 그를 '신계'로 끌어올린 반면에, 그에 적대하는 군소 '인간계"의 고군분투가 생각보다 빛을 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방송의 전설이었던 김구라가 인터넷이라는 한계를 넘어선 '각종 지식 전달'을 목적으로 한 신선한 모색을 하고, 여러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자신의 민낯을 드러내며 애를 쓰고, 홍석천, 이은결, 레이디 제인 등 연예계 재주꾼들이 자신의 장기를 선보였지만, 여전히 '인간계'의 영역을 쉽게 넘어서지 못하는 중이었다. 

그러는 중에 '김영만 아저씨'의 출현은 백종원이라는 신계를 끌어내리지는 못했지만 그에 버금가는 화제성으로 <마이 리틀 테레비젼>을 이끌었다. 또한 김영만 아저씨의 출연은 그저 화제성뿐만 아니라, '공감' 예능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도 신선하다. 누군가의 어린 시절을 함께 했던 그 '추억'을 <마이 리틀 텔레비젼> 방식으로 공유했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런 면에서 종이를 접는 과정 하나하나, 시청자들이 따라 하기 쉽게 친절하게 소개하고, 풀어가며, 그리고 마치 눈 앞에 어린이들과 교감을 하듯 접어가는 '종이접기'라는 것이 절묘했다. '조기 교육'의 이름으로 배운 수많은 것들 중, 그 무엇보다 '종이접기'가 그 누구라도 한번쯤은 해보았고, 가르쳐주는 대로 따라하며 고전했던 그 과정 상의 경험을 선택한 것이 제작진의 탁월한 선구안이었다. 

그런 면에서 김영만 아저씨의 출연은 '공감'의 방식에서 예능의 확장을 보여준 것이고, 김영만 아저씨와 같은 무수한 '추억'들로의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다. '코딱지'들에게 종이접기를 하던 어린 시절만 있었겠는가, 구성애 아줌마의 '성교육'을 듣던 청소년 시절도 있었을테니, 이제 그 가능성의 여러 버전 중 또 하나를 열어 제치면 되는 것이다. 
by meditator 2015. 7. 19. 15:28

17일 방영된 <삼시 세끼> 정선편 10회는 평균 12.4%, 최고 15.9%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찍었다.(닐슨 코리아 케이블, 위성, iptv 시청률 기준) 거기에 10대에서부터 50대까지 걸쳐 동시간대 1위를 하며 전 연령대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호사다마'일까? 뜨거운 시청률만큼, <삼시세끼>를 둘러싼 각종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과연 이러한 논란이 유명세일까? 시청률 고공 행진의 <삼시 세끼>에 그 '구설수'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밍키, 패밀리일까? 촬영용 소품일까?
17일 방송에 시청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운 이유 중 하나는 다름아닌 밍키의 출산이었다. 이미 그 전회 예고에서 보여진바 있듯이 <삼시 세끼>의 귀염둥이 밍키가 임신을 하고, 10회 드디어 출산을 하게 된 것이었다. 

일찌기 이서진이 시인한 바 있듯이 방송 초반 <삼시 세끼> 인기의 견인차 중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 것은 이서진도 옥택연도 아닌 바로 강아지 밍키였다. 그저 동네 강아지였지만 아련한 그 눈빛에, 누굴 보더라도 꼬리를 흔들며 쫓아다니는 서글서글한 성격에, 텃밭을 뛰노는 자유분방함까지, 그저 구색을 맞추기 위해 들여놓은 강아지 밍키가 뜻밖에도 '밍키를 보기 위해 삼시세끼를 본다는' 팬덤까지 만들 정도로 프로그램의 인기에 한 몫을 톡톡히 했다. 오죽하며 만재도라는 외딴 섬에 어울리지도 않는 장모종 치와와 산체를 들이밀 정도로 <삼시 세끼>와 강아지의 어울림은 절묘했다. 

하지만 거기까지뿐이었다. 몇 달이면 성장해버리는 더더구나 가정에서 기르는 애완용 개와 달리, 부쩍 성숙해져 버리는 동네 개 밍키는 <삼시 세끼> 제작진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그래서 밍키를 보기 위해 <삼시 세끼>를 본다는 밍키 팬들은 자유롭게 떠돌던 밍키가 줄에 묶여 한 쪽 구석에 '쭈구려져' 있는 모습을 보며, <삼시 세끼> 보이코트를 운운해야만 했다.

그러던 밍키가 다시 <삼시 세끼> 카메라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밥도 먹지 않은 채 마루 밑에 들어가 웅크려 있던 밍키가 알고보니 임신을 했던 것이다. 부랴부랴 이미 배가 부를 대로 부른 밍키를 데리고 동물 병원에 간다, 집을 지어준다 하며 <삼시 세끼> 패밀리는 밍키에 대한 관심을 보였고, 더불어 시청자들도 아직 어린(?) 밍키를 임신시킨 나쁜 놈을 수배하는 등 부화뇌동하였다. 그리고 드디어 17일 방송에서 밍키는 오랜 산통을 이기지 못하고 제왕절개를 거쳐 '사피와 에디'라는 '바둑이' 두 마리를 출산했다. 

그런데 가슴을 졸이며 밍키의 출산 장면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의 눈을 거슬리는 것이 있었다. 다름아닌 출산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몸부림치는 밍키를 옭죄는 굵은 체인의 '개줄'이었다. 심지어 그 개줄은 두 마리의 새끼를 낳은 후에도 밍키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이미 새끼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이서진과 옥택연이 밍키를 위한 큼지막한 나무 울타리를 한 집을 지어주었는데도 밍키의 몸에선 개줄이 떨어지지 않았다. <동물 농장>에 익숙한 시청자들은, <동물 농장>에선 볼 수 없었던 개줄이 줄곧 밍키의 몸을 얽매이자 불편해 했다. 

불편한 건 그뿐이 아니다. 말이 <삼시 세끼> 패밀리지 자신의 집이 있고 촬영 때만 출연하는 밍키는 강아지 티를 벗은 이후 부쩍 카메라와 <삼시 세끼> 패밀리를 낯설어 하고 눈치를 보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은 강아지를 낳고 난 후 편하게 몸을 풀고 먹이를 먹어야 하는데도 눈치를 보는 모습에서, 동물 예능의 훈훈함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말이 밍키는 우리 가족이요, 자막은 한껏 밍키의 출산을 칭송하고, 그 기쁨을 만끽하는데, 시청자들은 어쩐지 그 과정을 지켜보는게 불편한 것이다. 그러면서 아름다운 시골 풍경 속 '유기농 리얼 라이프"의 환타지에서 퍼뜩 깨어나는 자각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유명세라기엔 어쩐지 불편한 <삼시 세끼>의 시선
물론 이러한 시청자들의 불편함은 인기의 상승 곡선과 함께 늘어나는 <삼시 세끼>에 대한 과도한 애정 표현이라고, 혹은 유명세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삼시 세끼>와 그것을 지켜보는 시청자들 사이의 시선의 차이랄까, 그런 것들이 비번해지면서, 그저 유명세라기엔 짚어볼만한 지점들이 생겨난다. 

7월 3일 방영된 <삼시 세끼>의 게스트는 김하늘이었다. 방영 이전 일찌감치 각종 뉴스를 통해 김하늘의 삼시 세끼 하우스 방문을 알렸고, 그 어느때보다도 훈훈한 분위기였음을 예고했다. 하지만 막상 김하늘을 출연한 8회를 본 시청자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결국은 김하늘의 별명이 되고만 '옹심이'를 야심차게 준비해 온 김하늘, 하지만 칼질조차도 서투른 그녀에겐 버거운 요리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사회 생활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대번에 느껴지는 가장 함께 하고 싶지 않은 태도, 함께 하는 사람들 의견 무시하기, 잘 하지도 못하면서 부득부득 우기기, 그러다 결국 망치기 등등을 김하늘이 8회 내내 보여주었다. 결국 시청자들은 그런 김하늘에 대한 호불호로 의견이 갈렸고, 그로 인한 논란으로 각종 게시판은 뜨거워졌다. 

다음 주 8회의 논란을 알았다는 듯이 <삼시 세끼>는 서투른 김하늘을 '옹심이'라고 놀리며 그것을 웃음의 포인트로 잡아가며, 그런 김하늘을 '만만하고 친숙한'이미지의 인물로 그려냈다. 하지만, 이미 그때는 김하늘이란 이름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은 후였다. 그렇게 친숙한 이미지로 그려낼 양이었으면 왜 애초에 8회에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8회에 그려진 김하늘의 모습은 9회에 달리 포장을 하지 않은, 혹은 포장의 포인트를 달리 잡은 모습이었다. 

그러다 보니 최근 <삼시 세끼>의 총괄 피디 나영석의 인터뷰가 잦아진다. 보아의 출연 이후도, 김하늘의 출연 이후도 나영석은 <삼시 세끼>라는 프로그램 대신 인터뷰를 통해 해명했다. 인터뷰는 인터뷰일 뿐이다. 결국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의 의미는 그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피디의 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 <삼시 세끼의 공감은 유명세라기엔, 구설이 잦다. '공감'의 시선에 대해 반성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by meditator 2015. 7. 18. 17:32

<1박2일>은 매주 대부분 서울이 아닌 어딘가를 찾아다닌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그곳에서 '고향'을 떠올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보다는 휴가 때 놀러갈 만한 좋은 곳, 맛있는 것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기가 우선이다. 그에 반해, 지난 7월 5일과 12일에 방영된 <1박2일>은 이전의 명소를 찾아가는 것과 달리, 우리에겐 이젠 향수로 남아있는 '고향'을 떠올리게 한다. 명절마다 막힌 도로를 뚫고 찾아가는 그곳은 '고향'이라기엔 너무 허겁지겁 '면피용'일 뿐이다. 제사를 지내고 차 막히기 전에 떠야 하는 그런 곳일 뿐이다. 그렇게 명절이 되어서도 '향수'에 젖을 여유조차 없는  고향을 떠나와, 도시에 깃든 우리들은 '철거'가 휩쓸고 간 도시 위에 우뚝 선 똑같은 아파트에 '거주'할 뿐인 시청자들에게 뜬금없이 <1박2일-너네 집으로>편은 '고향'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그렇게 '고향'을 연상케 하기 위해 <1박2일>이 선택한 곳은 여섯 멤버 중 김준호, 김종민, 정준영의 집이다. 물론, 7월 12일 방영분에서 겨우 집에 도달한 정준영의 제주도 집에서, 부모님조차 이제 오래 사시지 않은 그곳에서 어떤 고향을 떠올리게 할 지 모르겠지만, 이미 김준호와 김종민의 집에서 우리가 잊었던 '고향' 내음이 물씬 풍긴다. 

김준호의 집은 이미 그가 출연했던 <인간의 조건>을 통해 소개된 바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조건>과 <1박2일>은 똑같은 김준호의 고향 나들이를 어떻게 다르게 소화해 내고 있을까. <인간의 조건>에서의 귀향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1박2일>이 마련한 것은, 김준호가 고향에서 살던 그 시절로의 회귀이다. 고향집에서 살던 때 김준호가 즐겨 입었던 옷을 입고, 그 시절 친구들과 용돈을 벌기 위해 팔았던 야광 팔찌를 팔아 고향으로 향하는 식이 바로 <1박2일>의 방식이다. 그래서 이미 고향에 도착하기 이전, 김준호가 고등학교 때 즐겨 입었다던, 당시 인기를 끌었던 <영웅본색>의 의상을 입는 순간부터, 여섯 멤버들은 그 시절로 훌쩍 거슬러 올라간다. 

고향, 시간을 거슬러 추억을 더듬어 볼 수 있는 곳.
그렇게 고등학교 시절 입던 옷을 입고, 그 시절 용돈벌이 방식으로, 거기에 그 시절 함께 '개구진' 짓을 하던 친구의 도움을 받아, 당시 친구들의 아지트였던 고향을 찾아가는 방식은, 말 그대로 '그 시절로의 회귀'이다. 그렇게 <1박2일>이 정의내린 첫 번째 고향의 의미는, 그저 어린 시절 보낸 곳을 넘어, 그 시절의 추억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친구들의 아지트였다는, 그래서 20여년을 지나도, '옛날 그집'이란 말로 퉁치며 친구가 바로 찾아갈 수 있는 그곳에서 기다리는 건 뜻밖에도 지금의 친구들, 그 친구들이 김준호 일행보다 먼저 떠억하니 김준호의 방에 누워, '니 방 참 편하다'며 맞이해주는 그곳은 고향을 떠난 아들대신 아들의 사진을 잔뜩 벽에 붙인채 기다려주는 부모님과 함께, '고향'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한다. 



그렇게 김준호의 고향집을 통해 첫 번때 고향의 의미를 되새겨 본 <1박2일>이 선택한 곳은 뜻밖에도 김종민이 어린 시절 잠깐 지냈던 이모님 댁 시골 마을이다. 동생을 본 덕택에 며칠을 울며 엄마와 떨어져 지내야 했던 곳, 그리고 이제는 그곳에 모신 아버지 때문에 성묘를 다니는 그곳이 생뚱맞게도 '너네 집'이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것은, 청소년기의 고향에서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간, '동심'의 고향이다. 어릴 적 마을 사람들이 따가운 햇살을 피해 찾아들던 그늘이 되어주던 아름드리 나무가 여전히 맞이해 주는 그곳, 어두운 밤길을 걸어 집에 갈라치면 그 어두운 길을 더 무섭게 하던 상여집이 있던 고즈넉한 시골길, 그리고 그 길에서 나는 냄새조차 여전하 그 곳, 거기서 시청자들은 굳이 김종민과 같은 시골에 살지 않았더라도 내 어릴 적 잃어버린 고향의 어느 길과 냄새를 연상케 된다. 그리고 이제는 함께 하지 않는 아버지의 그늘까지. 훌쩍 커버려 돌아온, 하지만 냄새만으로도 고스란히 기억되는 그곳이다. 


<1박2일>이 찾아낸 고향은 한 폭의 서정시와도 같다. 그저 청소년 시절 살았던 곳, 어린 시절 잠깐 머물렀던 곳을 넘어, 청소년 시절의 정서가, 그리고 동심의 기억이 공유되도록 만든다. 이제는 우스운 복장을 하고, 친구들과 함께 찢고 까불었던 그곳, 그리고 어린 시절의 두려움과 안온함을 함께 맛볼 수 있는 그곳으로서의 '고향'을 연상케 한다. 이미 <서울> 편을 통해 시청자의 감성을 울렸던 발군의 '서정적인 정서'가 다시 한번, '너네 집으로'편을 통해 시청자의 감성을 두드린다. <1박2일>시즌3를 시즌3답게 만드는 고유의 정서다. 덕분에 김준호처럼 청소년 시절을 보내지 않았어도, 김종민처럼 시골에서 지내지 않았어도, 도시에 갇혀 주눅들어 가던 시청자들의 정서는 잠시 '아파트 숲'과 '콘크리트 정글'을 넘어 잃어버린 고향의 하늘에서 유영한다. 

by meditator 2015. 7. 13. 06:22

6월 29일 <힐링 캠프>의 출연자는 뜻밖의 인연이다. 얼마전 종영한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양재화 비서로 출연했던 배우 길해연과 요즘 예능 대세로 떠오른 배우 황석정이 나란히 손을 마주 잡고 출연했다. 함께 출연한 작품으로 기억되지 않는 두 사람의 인연은 그들의 연기가 나고 자란 연극무대이다. 연극 무대 선후배로, 그리고 이제 인생의 선후배로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사이인 두 사람은 나란히 <힐링 캠프>의 주인공이 되었다. 


하지만 연극계에서 잔뼈가 굵은, 그리고 이제는 안방 극장의 '씬스틸러'로 자리잡은 이 두 중견 여배우를 맞이한 <힐링 캠프>는 그녀들의 자유로운 끼와 사연의 발현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을 남긴다. 

우선 이유도 분명치 않게 자리를 메인 mc 이경규가 자리를 비웠다. 방송 말미 그 어느때보다도 자유로웠다는 하지만 이경규를 몹시 종하한다는 길해연의 말에 김제동은 이경규가 있었다면 그렇지 못했을 것이라며 답하는 것으로 이경규의 부재에 대한 해명을 대신했다. 그 전회 이덕화의 출연분이 이경규 단독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아서, 아마도 <힐링 캠프>가 모색한 변화인 듯 하지만, 그 조차도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아니 이경규가 그 자리에 없어도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경규의 색깔에 맞춰, 혹은 김제동의 색깔에 맞춰 '따로 또 같이'라는 변화의 모색이라면 그 변화의 지점이 공감되어야 하는데 황석정-길해연 편은 그저 이경규나 있으나 없으나 한결같은 <힐링 캠프>였다. 김제동은 같은 김제동인데, <톡투유>에서 방청객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던 그 사려깊은 mc대신, 황석정과 '썸'에 말려 고군분투하는 철딱서니없는 노총각이 있을 뿐이다. mc건, 출연자건, 그 캐릭터를 '납작하게' 만들어 단순히 소모하고 마는 제작진의 탓일 것이다. 



그녀들의 '자유'를 해석하는 <힐링 캠프>의 구태의연한 방식
황석정-길해연 편은 먼저 도착한 황석정으로 부터 시작된다. 그녀가 출연하는 드라마에서 늘 누군가의 엄마로 익숙한 황석정은 여전히 싱글이다. 싱글의 그녀답게 <힐링 캠프>는 황석정과 만남의 매듭을 뜻밖에도 역시나 싱글인 김제동과의 '썸'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노골적인 황석정의 '썸'타기로 시작한 이날의 '썸'은 게스트들을 위한 요리를 만든 요리사까지 결부되어 장황하게 프로그램을 지배한다. 

황석정은 술좌석에서 좌중의 모든 남자를 휘어잡는 '썸' 요령을 강의하고, 새로이 등장한 요리사에 대한 호감에 김제동이 노골적으로 감정을 드러내며, 황석정 표 작업의 정석은 물이 오른다. 또한 또 다른 여배우 길해연을 설명함에 있어서도 후배들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푸는 그녀를 '애마부인'으로 풀어냈고, '팜므 파탈'로 이어갔다. 

물론 의도치 않았다 하지만, 190회차 프로그램의 소제목인 '자유'는 프로그램의 상당 부분을 남녀 관계에 집중함으로써, '성적인 자유'의 이미지로 이어가게 했다. 물론, 한 사람이 자유롭다 라고 했을 때, 거기에 '성적인 자유분방함'도 들어 있을 수 있다. 지긋한 나이에도 싱글인 여배우가 당당하게 자신의 이성을 향해 관심을 표명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 과연, 황석정이나, 길해연 또래의 남자 중견 배우들을 초대해 놓고서도 프로그램의 상당 부분을 '썸타기'로 물타기할 것인지. 

이는 얼핏 보면 이 두 배우를 '자유'라는 컨셉으로 표현하는 듯 하지만, 그 정도의 경륜을 가진남성 연기자라면 그들의 연기에 대한 조명과 예후를 우선할 것임에 비해, 중견임에도 불구하고, 이 두 배우들을 '성적'으로 여성에 국한하여 소모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그저 그들이 연극 무대에서 갈고 닦은 세월을 '애마 부인'이나, '참을 수 없는 끼를 분출하는 자유 여인'으로 설명해 내기엔, 이들의 내공이 너무 길고 깊지 않을까.

결국 그러다 보니 장황하게 웃고 떠들고 먹고 춤추고, 그러다 보니 이들 두 사람의 사연은 프로그램의 런닝 타임 한 시간을 훌쩍 넘은 시간에 풀어지고 만다. 해가 지도록 피리를 연습하여 서울대 국악과를 갔던 황석적의 음악적 역량은, 그녀가 입으로 풀어내는 피리 산조에 대한 웃음으로 풀어지고, 남편을 보내는 그 순간에도 무대에 섰던 길해연의 열정은 허겁지겁 생활고로 이어진다. 이해랑 연극상을 비롯한 연극계에서 숱한 상을 받았다던 길해연의 내공과 세월은 황석정을 중심으로 한 '썸타기'에 양념이 되고, 황석정 역시 예능 대세 황석정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아마도 <힐링 캠프>는 고전하고 정체되어 있는 프로그램의 변화를 조금 더 가볍게, 조금 더 트렌드에 맞는 방향으로 가고자 생각한 듯 하다. 황석정-길해연 편에서 보여지듯이, 한 회차의 상당 부분을 '썸'을 빙자한 가벼운 농담으로 채우고, 요리사까지 불러다 놓고 먹고 즐긴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더 이도저도 아니다. 과연 사람들이 <힐링 캠프>에 황석정-길해연이란 신선한 인물이 출연한다고 하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 프로그램을 볼까? 그런 본질적 질문에 <힐링 캠프>는 답해야 할 것이다. 그저 여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줬던 모습을 재탕하고, 트렌드에 맞게 요리나 해 먹고 만다면, 굳이 <힐링 캠프>을 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최소한 <나혼자 산다>에서의 황석정의 삶을 넘어서고, 양비서로 각인된 길해연에 대한 인물에 대한 궁금증을 진지하게 해소해 줄 수 있어야, 그래도 '힐링'의 면피는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홀로 살아서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 그 영혼의 자유로움에 대한 진지한 이해가 있어야, 자유롭지 않은 세상에 '힐링'의 '힐'자라도 꺼낼 수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by meditator 2015. 6. 30. 11:27

두 개의 드라마를 할 정도의 시간을 들여 <프로듀사>의 시청률을 끌어 올려 놓았던 kbs예능국, 그렇다면 예능국 본연의 자리로 돌아와 새롭게 선보인 작품은 어땠을까? 6월 27일 <프로듀사>의 시간에 첫 선을 보인 건 파일럿 프로그램< 네 멋대로 해라>이다. 


스타들의 옷갈아입기 패션 프로그램, 생뚱맞죠~
<네 멋대로 해라>에 대한 소개는 다음과 같다. '스타일리스트의 도움없이 협찬 의상이 아닌 자신의 옷을 입고 나타난 연예인들, 그들은 '연예인'이라는 화려함을 벗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 천차만별 개성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천차만별'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 파일럿 프로그램 첫 회 이른바 '패션 테러리스트'라 불리워지는 '성시경, 문희준, 택연, 강남'이 출연했다. 방송국의 카메라는 출연자 각자 집의 옷방을 훑고, 각자의 집에 있는 옷을 스튜디오로 가져왔으며, 출연자들은 스튜디오로 옮겨진 자신의 옷방에서, 주어진 상황에 맞춰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미션이다.

이들에게 주어진 미션은 '첫사랑', 10년만에 만난 첫사랑을 만나러 가기 위해, 혹은 집앞에 찾아온 그녀를 위해, 그리고 그녀의 결혼식에 축가를 부르러 가기 위해 출연자들은 상황에 맞춰 옷을챙겨 입고 등장한다. 

이렇게 스타들의 옷방을 소개하고, 그들의 옷입기 과정을 소개하는 <네 멋대로 해라>, 이 파일럿 프로그램과 <프로듀사>에서 어떤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이전에 방영했던 <두그두근 인도>와는. 

kbs예능국이 주체가 되었다는 점에 더해, 또 한 가지의 공통점을 찾아보자면, 그건 바로 '스타'가 아닐까? 

<두근 두근 인도>는 네 명의 아이돌들이 인도 여행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말은 인도 여행이었지만, 이 네 명의 아이돌들은 가는 곳곳마다 '한국의 아이돌'이라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데 연연하였다. 그 다음에 방영한 <프로듀사>, 말이 좋아 방송국 피디들의 체험담이지, 결국 당대 최고의 스타 김수현의 방송국에서 연애하기 아니었는가. 방송국 피디로 분한 김수현이 피디인 공효진과, 스타인 아이유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이야기. 결국 <프로듀사>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되지 못했다. 

<네 멋대로 해라>도 구구절절 그럴 듯한 설명을 붙였지만, '패션'을 명목으로 '스타'들의 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이렇게, kbs 예능국의 프로그램의 기저에는 일관되게 '스타'에 방점이 찍혀있다. 



'스타'에 방점을 찍은 kbs 예능국에게 남겨진 과제
프로그램의 운영도 마찬가지다. 성시경, 문희준, 택연, 강남을 불러다 놓고, 막상 프로그램의 스포트라이트는 아이돌 '택연'으로 향한다. 패널로 등장한 홍진경은 다른 출연자들이 등장할 때는 노골적으로 인상을 쓰다가, 택연만 등장하면 환해지며 '이미 몸이 패션의 완성'이라며 극찬한다. 결국, 나름 일관적 컨셉을 가지고 예능 컨셉으로 옷을 입고 나온 문희준은 웃음거리가 되고, 성시경은 면피에, 강남은 하와이 거지 수준이지만, 택연은 그냥 그 몸매를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호들갑으로 프로그램을 이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이 날 판정단이 손을 들어준 것은 프로그램 내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택연이 아니라 성시경이었다. 마치 반전 극장처럼 여대생 출연자들은 언제나 깔끔한 팬션 감각을 선보였던 성시경이 사실은 집에 제대로 된 옷 하나 없는 털털한 모습에 호감을 느껴 그의 노력한 패션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심지어 하와이 거지같다던 강남도 두 표를 얻었고, 문희준도 한 표를 얻었다. 프로그램 중 패널이 극찬한 택연은 프로그램 내내 웃음거리가 되었던 문희준과 같이 한 표를 얻었을 뿐이다. 

그저 이 상황을 뜻밖의 반전이라고 하기엔 씁쓸하다. 프로그램 내내 다른 출연자들에게 노골적으로 옷을 못입는다고 '구박'에 가깝게 퍼부었는데, 정작 마지막 일반인들은 그 '구박'한 택연을 제외한 다른 출연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는 것은, 애초에 <네 멋대로 해라>가 추구한 '패션'의 개념에 대해서조차 제고해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중파 프로그램 패널이라기엔 민망할 정도로 가슴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 옷을 입고 나와서 오로지 몸좋은 아이돌 바라기만 하는 홍진경이나, 스타일리스트 김성일과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패션의 관점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지, 파일럿을 넘어서기 위한 <네 멋대로 해라>의 과제가 된다. 또한 이제 더 이상 '아이돌'만으로는 시청자의 관심을 잡아둘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삼시 세끼>도 아이돌의 원조 보아와 유해진을 함께 불렀을까? 더구나 그 편에서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보아가 아니라, 유해진이다. 

<삼시 세끼>의 나영석은 그 몸좋은 아이돌 택연을 몰랐을까? 하지만 <삼시 세끼>는 몸좋은 아이돌 택연을 전혀 다른 쓰임새로 쓴다. 몸좋은 아이돌 택연은 <삼시세끼>에서 '빙구'가 되어 사람좋은 웃음을 날린다, 정선에 머무는 동안 제대로 씻지 않아 시커재민 발을 카메라에 노출시킨다. 그나마 예능감이 없던 택연을 살려낸 것은 바로 그런 <삼시세끼>의 인간미인 것이다. 그런데 그에 반해 <네 멋대로 해라>는 여전히 '아이돌'의 간지에 머무른다. 그저 운동복 뿐 제대로 된 옷 한 벌 없는 성시경, 실밥 뜯어진 반바지를 입고 나와 첫사랑과 함께 편의점에서 와인을 사서 평상에서 종이컵에 나누어 마시겠다는 그에게 여대생들이 왜 손을 들어주었는지, <네 멋대로 해라>는 설명하지 못한다. 나름 예능의 파격을 추구하겠다고 진행이 안되는 안정환을 불러온 파격은 그저 해프닝일뿐, 정작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의 알맹이인 것이다. 

아니 무엇보다, 과연 금요일 밤 9시 대의 공중파 시간대에 스타들의 집을 뒤져 그들의 옷을 가져와서 제멋대로 옷을 입히는 예능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패션'의 화두를 처음 꺼낸 것은 케이블이다. 하지만 이제는 케이블조차 '패션'은 그닥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의 주제가 아니다. 그렇게 한물 간 화두에 스타라는 소재를 얹는다고 달라질 것은 아니다. 아니, 애초에 '스타'라는 화두 자체가 이미 철 지난 코드일 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아야 할 것이다. 케이블의 본을 따자고 든다면 스테디 셀러 <썰전>도 있고, 외국인들의 난상 토론 <비정상회담>도 있고, 소박한 <삼시세끼>도 있는데, 굳이 생뚱맞은 패션을 끌고 오는 것인지. 아니 어쩌면 패션이라는 소재가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요리'와 관련하여 목요일 밤 조용히 시작했다 사라진 <대단한 레시피>(6,3~6,18)를 보면 어쩌면 문제는 무엇이 아니라, 누가 어떻게가 문제일 지도 모르겠다. 

공영방송 kbs에서 금요일 밤 금쪽같은 그 시간대를 활용하는 방법과 가치의 근본에 대해 생각해 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저 시청자들의 이목을 잡기에 급급하진 않았는지, 그래서 '스타'를 내새우려는 얕은 수는 쓰지 않았는지, 이제 <프로듀사>라는 신기루가 사라진 kbs예능국의 과제다. 
by meditator 2015. 6. 28. 13:49

6월 22일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이하여 <비정상회담>에 전달된 안건은 '제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날까봐 걱정하는 나, 비정상인가요?'라는 전쟁과 평화에 대한 의문이었다. 전현무, 유세윤, 성시경 이 세 사람이 진행하기에는 버거운 주제라 판단한 제작진은 급하게 진중권 교수에게 sos를 쳤고, 이에 진중권 5월 18일 혐오주의 편에 이어 가장 최단 기간 내에 게스트로 재출연하여 품격높은 토론을 이끌었다. 


전쟁의 위협에서 시작되어, 세계 정세에 대한 현명한 해석으로 
언제나 그랬듯이 정상 vs. 비정상에 대한 표결로 토론은 시작되었다. 그런데, 비정상에 손을 들었던 타일러 라쉬는 '전쟁은 시대에 따라 모습이 바뀐다. 제 2차 세계 대전 이후 세계는 항시적으로 전쟁 중이다. 단지 그 형태가 바뀌어 다수의 국가대, 다수의 국가가 맞부닥치는 대전의 형태가 아니라, 각 지역 국가 내의 내전 형태로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지금 현재에도 지구촌의 여러 국가는 내전 상황에 놓여져 있다. 이게 바로 3차 대전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는 도발적 해석으로 토론의 물꼬를 튼다. 이런 타일러의 의견에 대해 반대 의견을 가진 쪽은 제 2차 대전 중 사용된 무기의 양과, 살상된 인명의 숫자를 들어 대전과 내전은 그 형태와 질을 달리한다며, 현재에 국지적으로 진행되는 내전의 범람을 곧 3차 대전이라 몰고가는 것은 논리적 무리수라 지적한다. 



이렇게 갑론을박하는 G12들의 격렬한, 하지만 심도깊은 의견 교환에, 세 MC들은 눈만 끔뻑거리는 상황에서, 진중권 교수는 명쾌하게 정리를 해낸다. 즉, 대전과 내전은 전쟁이라는 형태는 같지만 질을 달리한다는 것에 한 표를 던진 것이다. 그리고 그 예로서, 우리나라의 6.25를 든다. 6.25의 배후에는 구 소련과 미국이라는 강대국이 있었지만 우리가 6.25를 세계 대전이라고 부르지 않듯이, 최근에 내전이 잦다고 해서, 그것을 제 3차 대전이라고 규정하는데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덧붙여, 진중권 교수는 타일러 라쉬의 의견처럼 전쟁의 형태는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상황에서 민족국가가 중심이 되었던 세계 제 2차 대전 이후 더 이상 진영과 진영간의 대결이 극대화된 대전의 형태는 힘들지 않을까라며 자신의 의견을 덧붙인다. 

이렇게 제 3차 대전이란 막연한 전쟁의 공포, 혹은 우려로 시작된 '즉자적' 질문은 G12들의 다양한 의견과, 그 의견을 적절하게 수렴하게 자신의 식견을 덧붙인 진중권 교수의 마무리로, '전쟁과 평화'에 대한 심도깊은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아마도 진중권 교수가 없었다면, 타일러 라쉬의 어찌보면 속단에 가까운 논리도, 그 반대의 막연한 개념도 허공으로 흩어져 세 MC의 공허한 유머로 마무리되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진중권 교수의 적절한 마무리로 생각해 볼만 하지만, 결코 논리적 비약이 아닌, 현재 세계에 대한 예리한 분석으로 마무리 되었다.

진중권, 논쟁의 중심보다는, 토론의 마무리 구원 투수가 되다. 
키보드 워리어 라는 진중권 교수에 대한 세간의 이미지로 섣불리 판단한다면 그는 오히려 전쟁의 위협을 강조할 것 같지만, 오히려 G12 중 전쟁의 위협을 강조하는 사람들과 달리, 전쟁의 형태는 달라질 것이며 더 이상 전세계적 대전의 위협은 없을 것이라며 '낙관'의 편에 자신을 둔다. 이후에 자연스레 이어진 각 나라의 패권에 대한 해석에서도 마찬가지다. 

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풀려져 가면서 이야기는 그 자리에 있는 쟁쟁한 국가의 출신들 답게 역사적으로 패권을 가진 국가들의 이야기로 흘러들어간다. 또한 역사적으로 서로 앙숙이었던 관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 한때는 앙숙이었지만, 이제는 그저 어른들 시대의 이야기가 된 독일과 프랑스의 이야기도, 미래 세계의 패권을 두고, '답정너'의 중국의 장위안과, 타일러 라쉬, 그리고 잠재적 가능성을 지닌 독일의 다니엘 린데만, 러시아의 벨라코프 일리야의 입이 바빠진다. 결국은 미국이냐, 중국이냐를 두고 달러의 위력, 소프트 콘텐츠의 저력 등을 들며 미국의 우세를 점치는 편과, 깨어나고 있는 중심 중국의 가능성을 점치는 의견이 엇갈린다. 하지만 이런 편가르기식 의견 나누기에서, 진중권 교수는 우스개로 시작된 제 3세력의 해석을 확장시킨다. 즉, 여전히 달러 경제를 기반으로 한 미국의 우세가 쉬이 수그러들지 않고, 중국의 기세 역시 만만치 않지만, 유럽 등 여타 세력의 존재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다극화된 세계로 갈 것이라는 것이 그의 해석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그의 의견은 앞서 제 3차 대전에 대한 해석의 연장선상에서 일관성을 가진다. 



<비정상 회담>이기에 가능했던 이야기들 
결국 제 3차 대전에 대한 위협에서 시작된 전쟁과 평화의 이야기는 '호국 보훈의 달' 특집답게 순차적으로 우리나라의 평화, 그리고 통일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져 간다. 이어진 '통일'에 대한 G12의 의견. 그런데 정작 통일을 경험한 독일의 다니엘은 한국의 통일에 반대한다. 그 이유는 바로 그다지 큰 경제적 차이를 가지지 않은, 그에 비해 국토의 압도적 우세로 시작된 독일의 통일은 그 이후 25년이 지난 현재의 시점에서도 여전히 엄청난 부담을 독일에게 지어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에 비해 이미 경제적 격차가 너무 현격해진 남과 북, 그리고 통일에의 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통일이 다가온다면 한국은 그걸 소화해 내기 힘들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다니엘의 의견을 받아든 진중권 교수 역시 그에 동조한다. '통일바라기'일 것 같던 세간의 편견과 달리, 그 역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타일러 러쉬의 생각처럼, 정전 상태인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 첫 걸음이라는 데 자신의 의견을 더한다. 이제는 어찌해볼 수 없는 경제적 격차가 난 한반도에서 갑작스레 다가올 '통일'은 생각만 해도 아찔한 결과를 나을 지도 모른다고 의견을 덧붙인다. 오히려 외국이라는 쉽게 교류를 트며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는 관계가 '통일'이라는 화두에 얽혀 어려워지고 있다고 아쉬움을 더한다.

6월 22일 호국 보훈의 달이라는 거창한 명칭을 걸고 시작된 '전쟁과 평화'의 특집은 <비정상회담>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들을 담아낸다. 아마도, 이런 주제가 G12가 아닌 우리나라 사람들끼리의 의견이었다면, 거기엔 또 이른바 '진영 논리'라는 편가르기가 더해졌을 것이며, <썰전>에서 보듯이 강용석처럼 자신의 편을 위해 막무가내식 들이대기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물론, <비정상회담>에도 중화주의적 논리를 내세운 장위안의 '답정너'가 종종 등장하지만, 그외의 G12들의 심도깊은, 그리고 다양한 해석으로 인해,  '답정너'로 애교로 넘어갈 수 있다. 아마도 진영 논리의 싸움판이 되었다면 진중권 교수 역시 예의 '키보드 워리어'의 기질을 살려 편견을 사로잡기 위해 또 한 사람의 싸움꾼이 될 수 밖에 없을수도 있지만, G12의 객관적인 다양한 의견 들 속에서 진중권 교수는 가장 객관적인 해석자의 입장을 견지할 수 있고, 세간에서 그를 오해(?)하는 것과 달리 가장 완곡한 입장을 피력해 낼 수 있었다. 

덕분에, 시청자들 역시 누군가의 편에서, 혹은 어떤 편견에 사로잡혀 들여다 보았단 '전쟁', 평화 그리고 통일에 대해 한번쯤은 객관적으로 되돌아 볼 수 있는 진짜배기 '호국보훈의 달' 특집이 되었다. 모처럼 <비정상회담>이 제 몫을 해낸 시간이었다. 바라건대, 진중권 교수가 비상근 게스트가 된 이런 자리가 종종 마련되기를 바란다. 


by meditator 2015. 6. 23. 1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