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2013년 발표된 OECD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1000명당 2.3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이혼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현실적으로 높은 이혼율과 달리 결혼의 또 다른 과정인 '이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경우는 드물다. 그저 연예인들의 이혼 과정을 '가십성 기사'로 다루거나, 혹은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나에게는 발생하지 않을 일이려니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식이 우리나라의 '이혼'문제이다. 그러나 결혼 생활을 하는 부부라면 다 공감하겠지만, 살면서 누구나 '이혼을 꿈꾼다'. 여기서 이혼을 꿈꾼다 라는 것은 말 그대로, '꿈을 꾸기'때문이다. 이렇게 이혼을 꿈꾸지만, 막상 현실로 다가오는 이혼에 무지한 사람들에게 <SBS스페셜>은 현실로서의 이혼을 생각해 보게 한다.
결혼의 균열을 위한 카드, 이혼
현실로서의 이혼을 위해 준비한 무시무시한 카드는 생각지도 못한 이혼 서류이다. 그래도 자신이 행복한 결혼 생활을 누리고 있다고 자부하던 30대의 주부에게 남편은 뜬금없이 이혼 서류를 내밀고 집을 나간다. 청천벽력같은 그 소식에 아내는 어떻게든 상황을 추스려보려고 하지만, 이혼 서류 대신 남편의 각서 요구는 오히려 아내의 발목을 잡는다. 주변에서 이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이혼이 낫다고 하지만 아내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 남편의 외도로 평생을 살아온 60대의 주부는 남편이 이제 와 재산을 현금화하여 빼돌리려고 하니, 딸들의 도움을 받아 이혼을 서두른다.
이렇게 뜻하지 않게 다가오는 '이혼'이라는 현실, 그래서 <sbs 스페셜>은 결혼 생활의 위기를 겪는 부부에게 '이혼 연습'을 하도록 한다. 최초로 시도되는 '가상 이혼 프로젝트'이다. 그 대상이 된 것은 결혼 10년차 이재은 이경수 부부, 전주의 결혼 2년차 유씨 부부 등이다.
결혼 10년차 이재은, 이경수 부부, 아이가 없는 이들 부부의 일상은 건조하기가 이를데 없다. 남편은 늦게 들어온 아내의 애교에 짜증을 내고, 멀찍이 앉은 부부의 눈은 tv나 핸드폰에 향해 있다. 한 공간에 있어도 대화 한 마디가 힘든 이들 부부는 잠도 따로 자고, 일상도 따로따로다.
그런 익숙한 듯 낯선 부부의 일상에 남편 이경수가 이혼 서류를 내밀며 위기의 결혼을 되돌아 보자고 한다. 아내 이재은은 '결혼'을 돌아보기 위한 '가상 이혼'이라는 말에도 불구하고, 눈시울이 붉어진다.
결혼 2년차 전주의 유씨 부부도 마찬가지다. 세상에서 가장 자상할 것 남자라 생각하여 결혼 했지만 남편은 집에 들어오면 손 하나 까닥하지 않고, 친구들이 부르면 언제나 ok다. 아내가 불만이라도 터트릴라 치면 그럼 돈을 벌어오든가, 더 잘 하라는 식이다. 결국 참다못한 아내는 이혼 서류를 내민다. 호기롭게 '이혼해'라고 했지만 남편의 심사는 복잡하다.
현실로서의 이혼을 연습하다
그렇게 각자 이혼 서류를 준비한 부부는, 각자 이혼이라는 현실에 대해 다가간다. 도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라며 좌절하던 아내 이재은은, 받아든 이혼 서류의 현실을 알아보기 위해 도움을 요청한다. '이혼 플래너'에, 변호사를 통해 만나본 이혼, 이혼 서류는 단 한 장이지만, 그 이혼이 합의하기 위해, 혹은 결국은 합의가 되지 않아 재판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전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구동성이다. 그저 막연하게 생각하던 이혼이, 실질적 과정으로 이어지면 재산 분할 등의 구체적인 현실로 다가온다. 가진 거 주면 돼지 라고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이혼 후의 현실은 또 다르다. 이혼의 현실과 마주한 이재은에게 든 마음은 '그저 이런 과정을 겪고 싶지 않다' 뿐이다.
전주의 아내 유씨도 마찬가지다. 더 이상 이런 식으로 살 수는 없을 거 같아, 이혼을 알아보기 위해 나선 아내, 그녀 역시 이혼의 현실 앞에서 좌절한다. 결혼 후 2년간 전업 주부로 살아온 그녀에게 생각보다 재산 분할이 적다는 사실 앞에 좌절하고, 또 300을 요구한 자신의 보육비에, 답한 50만원의 현실, 그 조차도 받기가 쉽지 않다는 또 다른 이면의 현실에 좌절한다. 게다가 유명인들의 엄청난 위자료는 보통 서민에게 그림의 떡이었다. 아쉬운 마음에 찾아간 친정 엄마는 그러니 저러니 해도 남편 그늘이 낫다며 참고 살라고 한다.
결국 이혼을 준비한 두 부부가 도달한 곳은 그대로 이혼보다는 결혼이 낫다이다. 아내 이재은은 그래서 이혼서류를 쓰는 대신 남편에게 편지를 쓰고, 남편은 한번 더 아내를 보다듬겠다고 다짐을 한다. 아내 없이 아이와 하루를 보낸 남편은 자신의 태도를 반성하고, 이혼의 현실을 엿본 아내는 결국 남편과 아이가 있는 집으로 돌아온다.
<sbs스페셜-이혼 연습이혼을 꿈꾸는 당신에게>는 생각지도 못하게 이혼 통보를 받은 아내의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결국 '이혼' 과정을 도와주기 보다는 '이혼'이라는 과정이 이혼을 꿈꾸듯 그리 만만치 않은 과정이라는 것을 보여주는데 주력한다. 유명인들의 이혼 과정에서 보이는 진흙탕 싸움이라는 것이 이혼 과정에서 누구나 겪게 되는 과정이라는 것, 그저 부부의 이혼으로 시작된 과정은 결국 육아, 재산권의 문제로 이어지며 이전투구의 현장이 되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리기에 주력한다. 거기에 대한민국 현실에서 위자료가 그리 만만하게 얻어낼 만한 것이 아니며, 얻어내도 이혼 후의 현실을 보장하기에는 미흡하다는 것도 알려준다. 심지어 이혼 후 아이들의 양육비는 턱없이 적거나, 받기조차 힘든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는 것을 보여주는데 충실한다.
그리고 그 취지에 걸맞게 '이혼 연습'을 하던 두 부부는 다시 맘잡고 잘 살아 보자고 미소를 띠고 결혼 생활로 돌아간다. 물론 이혼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혼이라는 게 생각만큼 녹록치 않은 현실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취지는 성공적이었을지 모르지만, 그 또한 이혼율 1위의 대한민국에서는 하나의 '환타지'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하루 아침에 남편에게 진짜 이혼 서류를 받은 부인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 부인도 이혼이 녹록치 않으니 참고 각서를 쓰고 남편과 부부로 살아가게 될까? 60평생 참고 산 부인은 남편이 재산을 빼돌려도 두고 보아야 하는 걸까? 분명, 이혼의 현실을 엿보게 해준 성의는 가상하지만, 그 현실의 찬바람에 불가피하게 설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실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야만 물론 현실을 모르고 꿈꾸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가상 이혼 프로젝트'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결혼을 위한 이혼이 아니라, 진짜 '이혼'이 아쉬운 것이다.
'tv > 다큐' 카테고리의 다른 글
<sbs스페셜-메르스의 고백> '현장'의 목소리로 '메르스'를 복기하다 (0) | 2015.07.27 |
---|---|
<추적 60분-흔들리는 한인타운 신오쿠보>한류가 쓸고 간 자리, 신오쿠 상인들은 운다 (0) | 2015.07.23 |
<mbc다큐 스페셜-잠을 지배하라>능력 사회에서 성공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잠을 자라 (0) | 2015.07.07 |
<sbs스페셜-해녀 삼춘과 아마짱>문화 유산 등재 보다는'해녀'에 대한 직업적 존중이 우선! (0) | 2015.07.06 |
<추적60분-시간 빈곤, 엄마의 시간은 어디로 갔을까?> 숨겨진 엄마들의 '가난'을 찾아내다. (0) | 2015.06.25 |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