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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5.21 장윤정, 유정현, 이제 이 사람들이 좀 믿어지나요?
언제부터인가 연예인을 '공인(公人)'이라 지칭한다.
국가로부터 어떤 공적인 임무를 띤 임명장을 한번도 받은 적이 없는 이들이지만, 사람들은
하지만 공인이라 부르면서, 그 어떤 공적 자리에 있는 사람보다도 냉혹한 잣대로 평가하며, 그 누구보다도 그들을 사적으로 소비한다.
사람들이 두어서넛만 모이면 처음엔 서로의 안부를 묻다가, 자식 이야기를 하다가, 집, 재테크, 돈 버는 이야기를 하다가, 그것도 시들해 지면 그때부터 요즘 보는 드라마 이야기를 시작해서 '누가 어떻드라'라며 연예인들의 카더라 통신으로 넘어가기가 십삽이다. 그리고 그 카더라 통신은 청와대 대변인 만큼이나 확신에 차고 공식적인 듯 전달된다.
20일 밤 sbs <힐링캠프>의 장윤정과 tvn의 <택시>의 유정현은 공교롭게도 그 카더라 통신으로 인해 오랜 마음 고생을 겪은 사람들이다.
그렇다. 장윤정이 말하듯 언제부터인가 장윤정을 걸어다니는 중소기업이라고 지칭하기 시작한 그 시점부터일까, 그녀와 관련된 온갖 루머들이 세상에 떠돌아 다녔다. 그리고 <힐링 캠프>를 통해 밝히기를 세상의 제 멋대로의 해석에 장윤정은 마음을 다치지 않기 위해 닫아 걸었었다고 한다.
유정현도 마찬가지다. <택시>를 통해 모 여배우와 관련된 자신의 루머를 선거를 바로 몇 일 앞두고 알게 되었고, 그로 인해 아내는 물론, 장모님까지 밖으로 다니지 못하실 정도의 마음 고생을 겪었다는 것이다.
(사진; 스포츠 동아)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유정현은 그 루머를 신고했고, 경찰은 수사해서, 최초 작성자와 유포자를 밝혔다는 사실이다. 이게 왜 놀라운 사실이냐고? 이 자리를 빌어 사과컨대, 그 당시 하도 당연하게 인터넷 기사로까지 도배되었던 그 루머의 결과를 몰랐던 나 역시 그러려니 했었다는 것이다. <택시>에서 유정현이 안타깝게 밝혔듯이, 카더라로 돌 때는 모든 언론이 꿍짝이 되어 한 목소리로 떠들어 대더니, 정작, 그 수사 결과에 대해서는 한 두 매체를 빼놓고는 관심을 보이지 않더라는. 그러니 나처럼 여전히 유정현은 그런 놈(?) 이려니 하고 살게 되는 것이다.
장윤정의 해명 과정은 더 극적이다. <힐링 캠프> 출연과 관련하여 장윤정의 최근 가족사가 언론에 기사로 뿌려지기 시작했었다. '걸어다니는 중소기업이라더니, 빛이 있대!'
덕분에 수전노처럼 돈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것처럼 퍼지던 온갖 소문은 하루 아침에 장윤정을 가족을 위해 밸도 다 꺼내주는 속없이 착한 딸로 버전이 바뀌었다.
빛만 남고 다른 가족들과 헤어진 상태의 장윤정은 말한다. 사람들이 자신을 믿지 않는다 여겼는데 오히려 이번 일을 겪으며 그렇지만은 않은 거 같아 좋은 점도 있다고. 그간 오죽이나 사람들로 세치 혀로 인해 마음 고생을 했으면 저렇게라도 위로를 할까.
물론 여전히 의심이 많은(?) 사람들, 기사를 곧이곧대로 믿고 마음을 돌린 우리를 보고 순진하다 하는 누군가는, 저런 결과를 놓고 또 다른 해석을 들이대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저 마음가는 대로 저 사람들을 이렇게도 평가했다. 저렇게도 평가했다 그런다. 그리고 그 풍문의 말들이 굴러굴러 누군가의 국회의원직을 빼앗을 수도 있고, 또 누군가의 마음을 꽁꽁 닫아 걸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족쇄는 검찰 수사를 거쳐도 잘 풀려지지 않고, 쫄딱 망해야 그때서야 아 그랬어? 하고 다르게 생각해 주는 정도다.
(사진; 한국경제)
연예인이 공인이란 이름으로 우리 곁에서 한없이 만만하게 소비되기 시작한 것은 가족이 해체되고, 동네가 사라지면서 부터일지도 모르겠다. 풍문으로 떠돌던 옆집 누구네 이야기, 건너 마을 누구네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없게 되면서, 가족끼리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대신에 저마다 텔레비젼 화면만 뚫어지게 바라보게 되면서, 어느 틈에 텔레비젼 속의 그들은 정겹게 우리 가족과 이웃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텔레비젼 악역을 거리에서 만나면 한 대 후려치는 자연스러운 반응처럼, 그들의 이야기를 우리의 것처럼 소비하는 '현대판 고독'의 상징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 고독의 해소 때문에 그들을 '날라온 돌에 맞은 개구리'로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힐링 캠프>의 교훈은 '나쁜 년(?)'었던 장윤정에 대한 면죄부가 아니라, 만만하게 누군가를 세치 혀의 잣대로 목조르지 말자는 것이어야 했다. 그런데 제 버릇은 쉬이 개 주지 못하니, 찜질방, 식당, 커피숍 구석에서 여전히 누군가는 나쁜 년놈으로 또 씹어지고 있는 중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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