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한겨레 신문 토요판에 재미있는 제목의 기사가 하나 실렸다. ''가해자 쉴드 치냐고'고 질문한 독자들께'가 바로 그 기사의 제목이다.
기사의 내용인 즉 그렇다. 지난 5일 윤일병 사건을 수사한 검찰의 수사 기록을 보고, 가해자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윤일병에게 그런 가해를 하게 이르렀는지에 대한 분석 기사를 '원래 부터 악마는 아니었다'란 첫 문장으로 쓴 후, 이른바 '가해자 쉴드 치냐'는 반응을 들었다고 한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 죄를 저지른 것이 사람인 한에서, 그 사람을 쉽게 이해하거나, 심지어 용인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나, 범죄의 극악함 정도에 따라, 그 이해가, '가해자 쉴드 치는'것처럼 보이는 것도 어쩔수 없는 인지상정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그 가해자가, 미처 성인이 되지 못한 '청소년'이라면?
7월 4일부터 매주 일요일 9시 40분 청소년 기획으로 kbs1tv를 통해 <세상 끝의 집>이 방영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세상 끝의 집은 김천 소년 교도소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만 19세까지 아이들은 범죄를 저질러도 청소년이란 법적 보호를 받는 존재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관대한 처분을 받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범죄자의 경우, 성인처럼 징역형을 받지만, 대신, 일반 성인 수형자들과 격리하여, 소년수들만 수용하는 김천 교도소로 오게 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죄질이 나쁜 1등부터 200등까지 소년수가 모인 곳' 그곳이 바로 김천 교도소다. 그리고 <세상 끝의 집>은 6회에 걸쳐 그곳에 사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한참 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많을' 나이에 세상과 격리되어 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벌을 충분히 받고 있다고 말해지는 김천 교도소의 아이들, 그 아이들을 멘토링하기 위해 정찬과 이지훈이 그곳을 찾는다.
비록 누군가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심지어 목숨을 앗아가는 중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이지만, 6회 동안 한 명, 한 명 들여다 본 아이들은, 그저 사연많은 아이들에 불과했다.
집을 나간 엄마와, 목을 매 죽은 아버지, 그래서 이제 유일하게 남은 혈육은 할머니이지만, 그분마저도 알츠하이머 병으로 집 주소도 기억못하는 가족을 가진 환수에겐 할머니 곁으로 돌아갈 날이 9년이나 남았다.
감옥에 간 아들을 견디지 못하고 병이 난 가족도 있다. 악취가 펄펄나는 쓰레기 같은 녀석이라며 아들을 불렀던 아버지는, 하지만 자신의 죄를 반성하는 아들의 편지에 답을 하지 않는다. 아니 하지 못한다. 폐암이 임파선으로 전이되어 기침 한번에 어지러워 누워야 하는 아버지는 그 예전의 불호령을 내리던 아버지가 아니다.
심장에 박동기를 끼고도 경주에서 김천까지 꼬박 세 시간이 걸리는 길을 매주 한번도 거르지 않고 12분의 면회를 개근하는 엄마도 있다.
아니 교도소에 있는 아들이, 엄마와 형의 안부를 걱정하느라 잠을 못이루는 가족도 있다. 지적 장애 1급의 엄마, 지적 장애 2급의 형, 그나마 59, 낮은 아이큐라도 이 가족 중 유일하게 정상인 아들은, 교도소에서 엄마가 전기세는 제대로 내는지, 수도는 끊기지 않았는지 걱정에 애가 마른다. 하지만 그런 아들의 편지를 문맹인 엄마는 읽을 수 없다. 형은 읽어도 뜻이 통하지 않는다. 모처럼 마련된 자리에서 엄마는 아들을 안지만, 감정을 표현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가족의 보호자가 되어야 할 아이도, 곧 돌아가실 지도 모를 혈육을 가진 아이도, 아직 그들에게 교도소의 벽은 높다. 문이 열리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자신이 저지른 '죄과'의 댓가는 깊고 크다. 그들이 가장 그리운 음식은 '집밥'이지만, 그 집밥을 먹을 시간은 유예되어 있고, 어쩌면 영영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소년수들은 일반 수형자들처럼 노역을 하지 않는 대신, 출소 후 사회 적응을 위한 각종 교육을 받는다. '검정고시', 정보 전산', '용접', '자동차 정비', '제과 제빵', 매년 자격증 시험도 치른다. 자동차 정비 교육을 받는 아이는, 아픈 몸을 이끌고 자신을 보러오는 엄마를 위해 자격증 따 자랑하고 싶어한다. 직업 교육만이 아니다. 수형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위해서 '부끄러움 없이 추구할 수 있는 행복'이란 의미의 '유데모니아'라는 심리 상담 프로그램도 있다. 15번의 보호 관찰 처분을 받으며 '세상에 믿을 사람이 없다'던 영석이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비로소 보육원을 탈출한 이후 먹고 살기 위해 범죄를 저질르며 살았던 자신의 지난 날에 대해 풀어놓기 시작한다.
교육만이 아니다. 평생 뮤지컬은 본 적도 없는 아이들이, 소리만 지를 줄 알지 노래를 할 줄은 모르는 아이들이, 싸움은 잘 하지만 춤은 못추는 아이들이 스스로 대본을 쓰고, 노래에 가사를 붙여 공연을 한다. '날개'라는 제목의 뮤지컬 공연을. 공연이 끝나고, 공연에 참가한 많은 아이들이 펑펑 눈물을 흘린다.
6부작의 함의는 단순하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의 그 원칙에 놓여있다. 그리고, 그 미워할 수 없는 근저에는 그들이 불가피하게 짊어진 가족이라는 원죄가 있기도 하다. 그게 아니라도, 아직은 하고픈 것이 많을 어린 나이의, 하지만 자신의 죄의 대가를 감수하는 그들을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무엇보다, 청소년 기획답게, 여전히 그들이 아직은 우리가 보호하고 이끌어 주어야 할 '아이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시간이다. 비록 방송이라는 형식을 통해서 였지만, 매일 밤 집에 편지를 쓰며 가족이 나를 버린게 아닌가 두려워 하던 두 소년은, 엄마와 아버지를 만나, 오해를 풀고 해원을 갚아내었다. 부디, 그들에게, 신이 아닌, 사회의 은총이 있기를.
6부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3년만에 출소하는 수감자의 삼일을 담는다. 일각이 여삼추같던 하루하루를 보내고, 교도소 생활을 통해 제빵 기능사 자격증까지 딴 그가 출소한다. 다시는 죄를 저지르는 말라는 교도관들의 독려을 등에 업은 채. 하지만, 그가 떠난 잠시 후, 줄줄이 포승줄에 굴비처럼 엮인 또 다른 청소년 수형자들이 우르르 버스에서 쏟아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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