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특집으로 선을 보였던 <헬로 이방인>이 외국인 예능 대세라는 트렌드를 타고 정규 프로그램으로 첫 선을 보였다.
추석 특집 최악의 mc로 뽑혔다던 김광규가 자신은 mc가 아니라 게스트 하우스 주인장이라는 변명 아닌 변명을 하며 'mc'계의 이방인이자, 한국 대표 노총각으로 잔존한 가운데, 추석 특집에서 등장했던, 중국의 레이, 미국의 데이브, 독일의 존, 콩고의 프랭크가 다시 합류하고, 새롭게 캐나다의 조이, 일본의 강남, 일본의 후지이 미나, 파키스탄의 알리, 리비아의 아미라가 새로운 이방인으로 들어왔다.
한국말을 쓰지 않으면 게스트 하우스 주인장의 미움을 살 꺼라는 공고문이 무색하게, 한국 거주 10여년이 넘는 겉모습만 외국인인 아미라와 알리에서 부터, 이미 추석 특집에서 부터 한국인이 아니냐는 의심을 샀던 레이, 그리고 이제 한국에 발을 디딘지 1년 밖에 되지 않았다는 조이까지 한국어가 낯설지 않다.
아니, 한국어만이 아니다. 만나자 마자, 띠까지 들먹이며 아래 위를 따지는 모습은, 딱 한국인이다. 여자들끼리 모여 이쁘다며 호들갑을 떠는 것에서 부터, 시장에 가면 값부터 깍는 모양새에, 심지어, 연세대 재학생인 존과, 고대 재학생인 알리의, 고연전, 연고전 실랑이에 이르면, 김광규의 '졌다'하는 실소가 딱 내 맘이다 싶다. 만난지 얼마나 되었다고, 누나 동생하며 왁자지껄하며 어울리는 모습이 딱 우리네 모습이다.
<헬로 이방인>은 <비정상 회담>이 드러낸 한국 속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외국인의 진솔한 모습과, <나혼자 산다>의 무지개 라이프가 합친 듯한 빛깔을 드러낸다.
동서양을 두루 배분한 각 나라의 출연자들은, 할랄 닭고기를 사오고, 이층 침대 꼭대기에서 엉덩이를 드러내며 기도를 하는 등 서로 다른 문화적 차이를 드러내지만, 후지이 미나가 가져온 일본 전통 놀이 기구 켄다마를 서로 해보고, 함께 한국의 닭도리탕을 해 먹는 등 이방인들만이 빚어 낼 수 있는 '따로 또 같이'의 문화를 보는 재미를 톡톡히 선사한다.
김광규가 들어선 게스트 하우스 현관 앞에는 출연하는 이방인들의 국기가 나란히 걸려있다. 그리곤 한국에 거주하는 전체 외국인이 160만 명에 이르는 현실을 밝힌다. 마치 그들이 우리나라 거주 외국인들의 대표인 듯 보인다. <국경없는 청년회 비정상 회담<이하 비정상 회담)>도 마찬가지다. 가나의 샘 오취리, 캐나다의 기욤 패트리, 터키의 에네스 카야, 벨기에 줄리안 퀸타르트, 이탈리아 알베르토 몬디, 중국 장위안, 미국의 타일러 라쉬, 프랑스 로빈 데이아나, 일본의 데라다 타쿠야, 호주의 다니엘 스눅스, 독일의 다니엘 린데만 등에서 보이듯이, 각 나라의 대표를 골고루 뽑아놓은 모양새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비정상 회담>의 타일러 러쉬와 <헬로 이방인>의 아미라는 서울대생이다. 촌놈 취급 당하는 <비정상 회담>의 샘 오취리는 알고보면 서강대생이고, <헬로 이방인>의 존과 알리는 연세대, 고려대생이다. 미국의 데이브의 우스개 말로, <헬로 이방인>에 이른바 sky가 다 모였다. 어디 그뿐인가, 콩고의 프랭크 역시 성균관대생이다.
그런가 하면, 일본의 강남, 후지이 미나, 데라다 타쿠야, 줄리안 퀸타르트, 다니엘 스눅스, 에네스 카야 등 연예계에서 활동하거나, 활동할 예정인 사람들을 제외하고 보면, 유명 자동차 회사 카딜러에, tv아나운서 출신에, 컨설팅 회사 마케팅 매니저란다.
국적만 외국인이지 연예인이 아니면, 몇 손가락 꼽히는 국내 대학의 학생이자, 내로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로 구색이 맞춰져 있다.
말이 160만 외국인을 대표로 하는 이방인들이라지만, 거기 어디에도 한국에 '노동'인력으로 수급되어 온 동남아 대표들은 없다.
'한국에 온 10년 동안 때로는 돈을 빼앗기기도 하고, 맞기도 하고, 갖은 욕을 다 먹으면서도, 돈을 벌어야 겠다는 일념으로 그 모든 것을 다 견뎌왔다'는 <인생 수업 프로젝트>의 네팔인과 같은 존재는 찾아볼 수 없다. 출연자는 골고루 모은 듯하지만, 상당수가 푸른 눈의 하얀 피부의 백인이요, 거기에 동양권이라 해도 중국와 일본을 넘지 못하고, 아프리카 사람은 말 그대로
구색을 맞춘 듯, 양 프로그램에 단 한 명에, 색다른 국가로, 중동의 몇몇 나라들이 등장한 것이, 약속이나 한 듯 똑같다. 그들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온 이방인들은, 그들이 개그맨 지망생이건, 모델 지망생이건, 어느 정도 존중감을 가지고 바라봐 주는 것과 달리, 아프리카에서 온 이방인들은 그들이 대학생이건 그렇지 않건, 시골에서 온 촌놈 대하듯 한다. 터키나, 파키스탄, 리비아등 낯선 국가와, 그나라 풍습에 대한 자세 역시 일관되게 신기한 풍물 보듯 하는 모양새를 넘지 못한다.
마치 우리가 생각하는 외국인이란, 그렇게 유럽이나 미국에서 온 사람들이나, 우리나라에 공부하러 온 대학생, 그도 아니면 한국에 진출한 외국 유수 기업들에서 일하는 사람이 전부인 듯 하다. 실제 우리나라 외국인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그저 우리가 고용한 사람들일 뿐, 우리가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할 '이방인'이 아니라는 듯이. 결국 우리 안의 또 하나의 오리엔탈리즘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 최근 각광받기 시작하는 외국인 예능 프로그램의 모양새이다. 말은 우리 안의 이방인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고 하지만, 기실은 우리 안의 편견과 차별감을 재생산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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