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게스트 쇼'라는 기획 의도를 내걸고 대한민국 상위 1%와의 1박2일을 보내는 예능 프로그램, <보스와의 동침>이 첫 게스트로 박원순 시장과 함께한 1,2회가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야심차게 첫 '보스'로 천만 서울 시민을 대표하는 서울 시장을 섭외한 이 프로그램이 서울 시청 홍보 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을까? 고개가 갸웃해진다. 


<보스와의 동침>의 mc는 김구라, 데프콘, 황광희의 조합이다. 박원순 시장을 찾아간 이들은 각자, 정책 보좌관, 비서, 시민의 한 사람이 되어 1박2일에 걸쳐 박원순 시장과 함께 한다. 
우선 시민의 '매의 눈'으로 보여지는 박원순 시장의 모든 것을 낱낱이 파헤치겠다느 야심 하에, 박원순 시장의 방을 '급습'하고, 그의 방을 빼곡히 채우다 못해 쌓인 서류의 실체를 파헤친다. 숨은 서류 찾기를 통해, 박원순 시장의 즐비한 서류들이, 그저 보여주기 위한 '전시용'이 아님을 증명하고, 소탈한 시장의 모습을 증명하듯, 함께 박원순 시장이 즐겨 먹는 짜장면을 시켜 먹는다. 
박원순 시장과 일정을 함께 하던 mc들은 잠시 시장과의 동행을 미루고, 거리로 나가 시민들의 시장에 대한 생각을 듣는다. 때로는 방송으로 내보내기 힘들 정도의 욕설도, 무한 찬양도 모두 모아, 저녁 무렵 만난 자리에서 거의 거르지 않고 시장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진실 게임, 늘 박원순 시장이 시장으로서 최우선하는 '시민'이라는 존재의 중요성을 아내와 시민이 물에 빠지면 누구를 먼저 구하겠느냐는 식의 질문을 통해 확인하는 것에서부터,세간의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대통령 후보로 나설 것인지의 여부까지 전기 충격기를 통해 진실을 확인한다. 또한 함께 잠자리에 들고, 다음날 함께 아침을 먹고, 시민들의 목소리가 담긴 포스트잇을 함께 읽으며 하루를 함께 보낸 mc들의 박원순 시장에 대한 평가와 충고 등 훈훈한 마무리를 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렇게 박원순 시장과 보낸 1박2일이 그렇게 재밌지도, 충격적 사실을 알려주지도, 심지어 대한민국 상위 1%의 삶을 통한 교훈조차도 느껴지지 않았으니 어쩐다. 
무엇보다, 세 명의 mc가 대한민국 상위 !%의 보스들과 함께 1박2일을 보낼 자질들이 있는가 여부에 첫 번째 의심을 시선을 보낼 수 밖에 없다. 
서울 시장을 만나러 간 김구라, 데프콘, 황광희는 한결같이 박원순 시장을 너무 어려워 한다. 서울 시장이 누군인가. 천만 서울 시민을 대표하는 서울 시정의 대표자이기도 하지만, 시민들의 손에 뽑혀진 선출직 자리 아닌가. 하지만, 2회의 프로그램 내내, 세 명의 mc들은 '높은 분'을 만나러 왔다는 '황망함'을 떨치지 못한다. 그래서 늘 조심하고, 늘 눈치보고, 해야 할 질문을 던지고서도 그 질문을 '감히' 던졌다는 사실에 본인들이 어쩔 줄 몰라한다. 덕분에 프로그램의 마지막 그들이 하루를 함께 박원순 시장과 보내고 나서, 박원순 시장을 평가한 '소탈함' 등이 그리 새롭지도 정확해 보이지도 않는다. 나름 재밌자고 한, 김구라의 시장님이 말이 많으니 조심하시라는 충고에 이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하루를 높은 분과 보낸다는 황망함에, 혹시나 야당 출신의 시장과 친해 보이면 누가 오해할까 싶어 어쩔 줄 모르다, 기껏 내놓은 충고가 말 많이 하지 말라니!

서울 시장이 누군지 조차 모르는 젊은이, 그리고 서울 시장을 박원순으로 뽑지 않았으니 당연히 그를 좋아하지 않을 뿐더러, 그의 정책으로 인해 자신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생각해 그를 싫어하는 시민의 목소리를 전달하는게 무슨 그렇게 큰 잘못이라도 저지르는 양 쩔쩔 매야 하는 것일까? 오히려, 그런 장면을 내보내며 대단한 일이라도 하는 양, 박원순 시장의 눈치를 보는 모습을 보는 건, 우리 사회에서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갈수록 직언을 하기 힘들다는 현실을 역으로 증명하는 것같아 씁쓸했다. 

그리고 당연히 현재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행보를 물어보는 것 자체가 무에 그리 잘못이라도 되는 양, 그리고 결국은 가장 뻔한 대답 이상을 얻어내지도 못할 꺼면서 그 질문을 했다는 사실 자체를 그렇게 박원순 시장에게 미안해 해야 하는 것인지. 또 조금이라도 '친분'이 있어 보이면, 혹시나 그것이 자신의 정치색처럼 보일까 쩔쩔 매야 하는 것인지, 선출직 시장이 아니라, 자신들이 감당하기 힘들 높으신 분을 모셔놓고, 뜨거운 감자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으로 일관되었다. 그러자 보니, 2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비춰진 박원순 시장은, 그가 서울 시장이 되기 위해 선거 유세 동안 보여진 모습 그 이상, 아니 그 보다도 못한 내용이었다. 오히려 아쉽게도 소탈한 사람 박원순이 아니라, 높으신 서울 시장 박원순을 발견한 듯 뒷맛이 씁쓸하다.  

가장 소탈하고 일 열심히 하는 시장이라지만, 정작 그가 바쁘게 일하는 하루 일과는 두드러지게 드러나지 않았고, 덕분에, 박원순 시장이 공언하는 '시민'을 위한 삶이 프로그램을 통해 전달되지 않으니, 제 아무리 시민이 가장 우선이라 말해도, 그런 말이, 공허하게 정치적 홍보 멘트처럼 전달될 뿐이다. 일상의 소탈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아니고, 정치인이나 서울 시장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것도 아닌, 그 어정쩡한 딜레마가 프로그램의 발못을 잡는다. 새로운 사실도, 신선한 면모도 전달하지 못한 이런 프로그램이 과연 대한민국 상위 1%의 존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차라리 바쁘게 일하는 그를 쫓아다니는 다큐멘터리의 솔직한 시선이 더 진솔하지 않을까 란 아쉬움마저 남긴다. 그게 아니라면 요즘 유행하는 멘토링식의 강연을 하게 하고, 질의 응답을 받게 하던지. 

늘 '독설'의 대가라지만, 정작, '힐링'을 목적으로 한, '힐링 캠프'의 이경규 만큼도 직설을 해내지 못한 김구라를 통해, 시청자들이 어떤 보스의 진실에 도달할 수 있을까? 차라리 자신들이 감당못한 보스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데프콘이나 황광희 대신, <썰전>에서 김구라와 함께 야대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는 이철희나, 강용석이 그 자리에 함께 하며 서로 다른 생각이 마주쳤다면 어땠을까? 최소한 mc들이 보스와의 대면에서 주눅들지 않는 당당함은 전제로 해야, 보스를 배우던지, 알던지 할 수 있지 않을까?

보스를 모셔다 놓고, '예능'을 한다는 목적으로 인해, 결국 '예능적 재미'도, 보스의 실체도, 그를 통한 교훈도, 끄집어 내지 못한, <보스와의 동침>은 자신들이 입속에 굴리지도 못할 대한 민국 상위 1%의 요리 방식과, 요리사들에 대해 좀 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듯 싶다. 


by meditator 2014. 8. 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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