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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박유천'의 캐스팅 소식이 전해졌을 때 '출연료'없는 '특별 출연'이라는 기사를 접했었다. 하지만 웬걸 정작 '박유천'을 내세워 늦은 개봉을 핑계댔던 <루시드 드림>은 개봉 이후에 '특별 출연'인 박유천과 관련된 기사를 쏟아냈다. 검찰에 출두했던 그 어떤 정치 경제적 인물보다 더 많은 언론이 달려갔던 박유천이기 때문이었을까? 여전히 한류 스타 박유천은 그토록 언론이 많이 오래도록 기사를 퍼부어 연예계에서 멸종을 시키려해도 '핫'해서 여전히 <루시드 드림>과 관련된 화제성이 높기 때문이었을까? 심지어 주연 배우 인터뷰 기사 제목에 조차 '박유천'이 언급되는 이 이상한 마케팅은 막상 영화를보면 이해가 된다.
자신이 꿈을 꾸고 있음을 '인지'하는 설정만으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이란 비교가 되었던 <루시드 드림>, 하지만 그 '어마무시한' 설정의 영화는 10만의 고지조차 버겁다(2월 27일 영진위 기준, 92672명) 물론 막상 본 영화는 그간 영화의 질적 내용과 상관없이 흥행했던 작품들에 비하면 별 하나를 받을 정도는 아니다 싶다. 아쉬운 것은 그래도 한국 영화에서 '신선한' 설정을 다룬 영화에 '홍보'와'배급'이 도와주지 않은 점이다. 막상 '망했다'고 소문난 데 비해 찾아간 영화관은 남성 관객들이 상당수 있었으며, 본 사람들은 '볼만했다'했으니까. 아니다 싶으면 재빨리 '관'이 빠져버리는 현 실정에서 '실험'이나 그냥저냑 볼만한 영화의 설 자리는 점점 더 없어질 듯하다.
영화 <인셉션>은 타인의 머리에 들어가, 그의 꿈을 훔쳐온다는 설정을 통해, '무의식'의 세계를 영화적 담론으로 제시한다. 그냥 쉽게 남의 머리에 들어가 꿈을 훔쳐오는 것으로 생각했던 작전은 정작 그 무의식인 '꿈'의 세계에서 자신의 무의식이 결부되며, '의식'과 '이성, '무의식'와 '감정'이란 인간의 '뇌내 세계'의 문제를 전면으로 끌어낸다. 그래서 섣부르게 <매트릭스>와 비교되었던 영화. 덕분에 '봐도 모르겠다는' 난독증의 트라우마를 남겼던 영화.
아쉬움이 남는 한 시간
하지만 <루시드 드림>은 지레 또 <인셉션>처럼 꿈의 미로에 빠져들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영화는 그저 아들을 잃어버린 대호(고수 분)가 아들을 잃어버린 그 날을 상기시켜 '수사'에 도움을 주는 수단으로 충실히 작동한다. 혹시나 <인셉션>처럼 관객들이 '꿈의 미로'에 빠질까, 디스맨의 존재에서부터 클라이막스에 등장하는 두 명의 악인에 대해 의사인 소현(강혜정 분)에서부터 그 긴급한 상황의 대호까지 충실하게 '설명'하고 있으니 전혀 이해하지 못할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루시드 드림'과 관련된 설정들은 소현이 안된다고 하자, 컵 하나 깨뜨린 대호가 단박에 루시드 드림에 성공하고, 그것도 무색하게 형사에, 매점 주인까지 줄줄이 잠에 빠지며 설정의 딜레마를 쉽게 극복해 버린다. 그리고 바로 이런 '쉬운' 루시드 드림으로의 진입은 이후 수사의 딜레마와 달리, '꿈길 밖에 길이 없어'를 기대하고 들어간 관객의 김을 빠지게 하는 첫 번째 요소가 된다.
그렇게 '쉬운 꿈길'과 함께 관객의 맥을 빠지게 만든 것은 뜻밖에도 주연들의 연기다. 주인공 대호 역을 맡은 고수는 아이를 잃기 전과 잃은 후 십 여키로의 살을 빼며 '변신'의 고군분투를 했지만, 그런 외적 변화와 상관없이 관객의 눈에 들어온 건 '언제나 그렇듯' 진지한 고수 표 연기다. 대호의 캐릭터야 그럴 수 밖에 없다 치는 상황에서 아쉬운 것은 대호의 조력자로 등장한 송방섭 형사 역의 설경구와 친구이자 의사인 소현 역의 강혜정이다. 내리 진지하고, 우직한 이들 세 사람의 연기로 채워진 전반부 한 시간여는 덕분에 유괴범의 실마리를 밝혀가는 수사 진전 과정을 단조롭고 무겁게 짖누르며 간다. '유해진'이름만으로 영화 브랜드 평판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시대에 후반 반전을 고려한 설정이라 했더라도, 차라리 설경구가, '연기로 말하자면 두 말할 나위가 없는' 설경구이기에 '강철중'은 아니더라도 그렇게 노골적으로 '악'해보이는 캐릭이 아니라, 조금 더 유연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다. 그와 함께 굳이 강혜정 정도의 배우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설명' 이상의 역할을 하지 않는 긴장감없는 조력자 소현의 캐릭터 역시 영화의 맥을 빠지게 만든다.
디스 맨 박유천과 노익장 강성필 등 조연들의 활약
이렇게 답답하게 진행되던 영화의 활기를 불어넣는 것은 영화 개봉 후 기사의 주인공이 된 박유천이다. 그리고 박유천만큼 '특별한 출연'인 박인환이다.
영화 초반 의문의 남자로 등장했던 디스맨, 하지만 그 의문은 친절한 소현 박사의 설명으로 주저앉는다. 하지만 뜻밖에도 굳어있던 영화가 살아나기 시작한 것은 조명철 회장을 따라간 백화점에서 마주친 꿈 속의 디스맨과의 조우이다. 덕분에 수사 드라마의 한계에 부딪쳤던 영화는 듣도보도 못한 기발한 디스맨 권용현의 존재와 캐릭터로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레베루가 다르다며' 지금까지 등장한 시종일관 진지한 캐릭터들과 달리, 말많고 하지만 능력 하나는 확실하고, 비록 두 다리는 못쓰지만 자기 하나는 확실히 챙기려는 '덕후'의 캐릭터는 기존의 영화에서 보던 '덕후'와는 신선한 존재로 극의 활기를 불어넣는다. 그 팔딱거리는 캐릭과 함께, 그가 시도했돈 공유몽 역시 초반 디스맨의 등장만큼 비로소 '꿈길'을 따라온 맛을 느끼도록 한다.
마찬가지로 실버 심부름 센터의 강성필 소장과 그 똘마니들의 등장 역시 재미를 더한다. 영화 속 가장 흥미진진했던 격투씬은 대호나 송반장이 아닌 노익장을 과시한 강성필의 한판이었다. 차라리 애초에 영화를 루시드 드림을 소재주의적으로 끌고간 유괴범 찾기가 아니라, 조력자인 척 하지만 무기력한 송반장을 중심으로 한 경찰 수사와 절차 따윈 필요없는 내공 '만랩' 실버 심부름 센터의 재야 수사 인력의 대결, 그리고 역시나 몇 장면 아닌데도 무시무시했던 조명철 회장의 비호 아래 루시드 드림 연구 센터와 덕후인 디스맨의 공유몽의 대결이라는 구도로 갔더라면 한결 더 흥미진진한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란 아쉬움을 남기게 하는 것이다.
물론 영화는 절정에서 인셉션 못지 않은 cg로 꿈의 세계를 재연하며 영화를 인내해왔던 관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꿈 속에서 벌어지는 혈투와, 그 혈투의 결과가 꿈에 갇히는 절체절명의 상황 역시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신인 감독에게는 버거웠던 주연급 배우들의 존재감때문인지, 그저 '루시드 드림'이란 소재에 빠진 패착인지, 영화는 '루시드 드림'이란 한국 영화로썬 드문 소재를 바람이 좀 빠져버린 풍선처럼 다루고 마는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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