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관한 경구 중, 아마도 가장 대중적으로 공감을 받는 문구는,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바로 이것일 것이다. 유홍준 교수가 그의 책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를 통해 소개해서 널리 알려지게 된 이 경구는, 조선 후기 문장가 유한준 선생(1732~1811)의 정의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여행 프로그램은, 바로 이 정의를 실현하는데 충실하고자 한다. 7월 18일 방영된 <7인의 식객>도 다르지 않았다. 악숨에서 우여곡절 끝에 '에티오피아 식' 닭고기를 맛본 식객들은 마늘향이 감싸고, 숯불로 잡내를 없앤 닭고기 맛에 감탄한다. 그리고, 중국에서도 그렇고, 세계 어디를 가도, 미식에 대한 취향은 통한다라는 공감을 하며, 알면서 사랑하게 된 에티오피아에 대해 저마다 한 마디씩 보탠다. 
바로 거기서 등장한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들은 바로 유한준 선생의 경구와 통한다. 7인의 식객들이 만난 에티오피아, 인터넷 웹서핑으로는 만날 수 없었던 에티오피아의 진정한 맛에 새삼 그들은 감탄한다. 그런데, 이제 세번 째 시간을 맞이한 그들의 여행에서 그런 그들의 감탄사가 과연 시청자들의 공감으로 이어질까? 그건 미지수다. 아니 미지수라기 보다는 '불감'에 가깝다는 걸, 3.8%(닐슨)의 낮은 시청률이 증명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과연, 한국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닭고기 바베큐를 통해 새삼 느끼게 된 에티오피아의 맛이라, 그게 정말 에티오피아의 진면목일까? 제목에서부터 내걸었듯이, '식객'으로서의 관점을 유지하는 프로그램이기에, 에티오피아 식 닭고기를 통해 그렇게 접근할 수도 있다 싶기는 하다. 하지만 어쩐지, 그건 마치 외국인이 한국을 찾아 음식점에서 맛본 김치맛 하나를 통해, 한국을 알았다 호들갑 떠는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는지. 

(사진; osen)

물론 에티오피아 식 닭고기 바베큐를 먹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너무 편한 여행이다 싶었는지, 느닷없이 직접 닭고기를 잡으라는 미션이 주어진 악슘팀, 서로 누가 닭을 잡으로 갈건가 미루다 결국 투표까지 하게된다. 이 심각한 과정을 통해 시청자들이 유추할 수 있는건, 어디 정글에 가서 직접 닭을 사냥이라도 해오나 싶은 거였다. 하지만 정작 남상일과 키가 한 일이라곤 에티오피아 시장을 찾아가 닭을 사오는 거였다. 그저 낯설은 동물, 직접 닭을 손으로 들고 오는 과정을, 심각하게, 프로그램은 닭을 잡는다고 내세운다. 당연히 그 다음, 진짜로 닭을 잡아 요리를 하는 과정은 에티오피아 요리사의 몫이고 그 과정은 생략된 채, 식객들은 바베큐용 나무 쌓는 걸 실랑이를 벌이다 지글지글 숯불 장작에서 요리된 닭고기를 뜯으며 에티오피아의 참 맛을 알았다며 감탄한다. 상대편 방송에서는 정글로 들어가 요기꺼리가 되는 거라면 벌레에서 나무 뿌리까지 모든 것을 '채집'하고 '사냥'하는데, 에티오피아의 참맛을 알겠다며 기껏 시장에 가서 닭을 직접 사오는 걸로 '닭을 잡는다' 호들갑을 떨고, 요리를 한다며 니가 나무를 잘 쌓았네, 내가 나무를 잘 쌓았네 하며 실랑이를 벌이는 이 '식객' 프로그램이 과연 경쟁력이 있을까?

에티오피아에 간다고 할 때만 해도 이번에는 제대로 여행다운 여행을 하려나 싶었는데, 막상 에티오피아에서 <7인의 식객>이 보여주는 모습은 하다못해 ebs의 <세계 테마 기행>보다도 겉훑기식이고, 우리나라 버전 식객 프로그램인 <한국인의 밥상>보다도 어설프다. 

소금 사막을 찾아 '다나킬'로 여행을 떠난 김경식과 손헌수, 대낮에는 40도가 넘는 사막의 열기는 보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보인다. 겨우 소금 사막에 도착한 두 사람, 두 사람은, 거기서 소금을 캐는 사람들의 일을 체험한다. 소금 땅을 캐보기도 하고, 상품화 하기 좋게 정사각형으로 소금을 깍아 보기도 하고, 하지만 그뿐이다. 힘들게 간 소금 사막도, 거기서 소금 캐기 체험도 해보지만, 그저 그곳에 가고, 거기서 신기한 체험을 해봤다는 이상의 감동을 주지 않는다. 
곤다르의 전통 음식점, 포시스터즈를 찾아간 서경석, 이영아, 신성우 등 나머지 식객들, 에티오피아 전통 음식을 맛보고, 전통 춤 공연을 보고, 직접 인제라, 떼지 등 에티오피아 음식들을 만들어 본다. 
힘들게 소금 사막에 들어간 김경식 팀도, 전통의 에티오피아 음식을 맛본 5인의 팀도, 분명 그들은 에티오피아의 많은 것을 보고, 맛보고, 체험하는데, 그저 그뿐이라 느껴진다. 마치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이 민속촌에 가서 절구질도 해보고, 전도 부쳐보고, 각종 공연을 보는 느낌이랄까. 

과연 하루 종일 사막에서 일하는 에티오피아 인들의 삶을 알아본다며, 소금 땅 한번 깨고, 소금 덩어리 한번 맛보는 것으로 에티오피아의 삶을 알 수 있을까? 정말 그곳을 체험하고 싶다면, 적어도 하루라도, 그들처럼 소금 사막의 일꾼이 되어 일은 해봐야 하지 않을까?  정말 에티오피아의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에티오피아의 잘 알려진 음식점이 아니라, 에티오피아 사람들의 집으로 들어가 함께 어울려 지내야 하지 않을까? <7인의 식객>은 에티오피아의 대표적인 문물과 음식들을 소개해 주지만, 그 소개가 '공감어리게' 다가오지 않는 건, 여전히 '관광'을 온 여행자의 눈높이 이상을 넘어서지 못하기 때문이다. <7인의 식객>이 빌려쓴 이름, 허영만의 <식객>이 장기간 베스트 셀러가 된 이유는, 거기서 소개한 하나, 하나의 음식에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연과 역사가 있기 때문이었다. 

<7인의 식객>에 에티오피아의 멋지거나, 희한한 풍광과 맛있는 음식은 있지만, 거기에 지금 에티오피아에 사는 사람들의 숨결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관광지에서 만난 이방인들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에티오피아 인들을 비춰주는 것만으로, 에티오피아 인들을 만났다 하면 안된다.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의 유래가 주인들이 먹다 버린 목과 날개를 먹기 위해 닭을 기름에 튀기기 시작한 흑인 노예들의 음식이라는 정보도 고맙지만, 에티오피아에서 닭은 먹기 힘든 귀한 음식이라는 그 에티오피아의 실정으로 조금 더 천착하는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어떨까? 비싼 식당에서 이게 에티오피아 음식이야 할 게 아니라, 한때는 지중해의 강자였으며, 단 한번도 식민지의 경험을 가지지 않는 자부심을 지닌 독립국이지만, 이제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 속하는 40도가 오르내리는 소금 사막에서 하루 종일 일해야 겨우 일당 몇 푼을 손에 쥐는 닭고기조차 귀한 에티오피아의 참모습으로 조금 더 다가가면 어땠을까 싶다. 

에티오피아의 닭고기를 맛보면서 '생각 외로 맛있다며 감탄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에는, 사실, 에티오피아 음식은 먹기 힘들 것이라는 '우리 안의 또 다른 오리엔탈리즘'이 존재하는 것이 보인다. 거기에는 여전히 호텔과 식당과 풍광좋은 여행지를 전전하며, 이방인으로 스쳐 지나가는 여행객이 있을 뿐이다. 

비단 <7인의 식객>만이 아니다. <꽃보다> 시리즈를 시작으로 여행 프로그램이 하나의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의 여행 프로그램들은, 여전히 이국의 문물 앞에서도, '나'만이 중심이 된 자기 중심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국의 문물 앞에서 우리까지 웃고 떠들고, 감동하고, 감상에 빠지고. 장소만 바뀌었을 뿐, 어쩌면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이다


by meditator 2014. 7. 19. 1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