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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다이어트 산업 배후에 치열하게 벌어지는 음식 정치를 다루었던 <sbs스페셜- 끼니外란> 이 12일 그에 이어 영양제에 타깃을 맞추었다. 다이어트 산업만큼이나 우리 사회에서 매우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영양제 시장, 그 필요성에 대한 평행선같은 주장과 그 이면에 숨겨진 또 다른 '막후 전쟁'을 다룬다.
평행선과 같은 영양제 진실 게임
대항해 시대 오랜 항해 동안 신선한 채소를 먹지 못해 선원들이 죽어가며 중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한 비타민 c의 중요성, 이처럼 비타민과 미네랄 등은 그 존재를 '결핍'을 통해 드러내는 우리 몸의 중요한 영양소이다. 발달한 약품 산업은 햇빛을 잔뜩 품은 양털을 용매제에 끓여 비타민 D를, 아스팔트 원료로 부터 비타민 C 등을 추출하여 대중적으로 싼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제 미국에 한해서만 한 해 53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산업이 되었다.
영양제 찬반 논란의 서막을 연건 영양제 전도사라 해도 과언이 아닌 여에스더 홍혜걸 의학 박사 부부이다. 방송 등으로 바쁜 두 사람 과도한 업무와 불규칙한 식사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갖가지 영양제로 극복하고 있단다. 모양만 영양제지 식품이나 마찬가지라며 아침 식사를 한 후 밥 한 공기 양에 버금가는 26알의 다양한 영양제를 이제는 한번에 먹을 수 있다는 내공을 펼쳐보이는 홍혜걸 박사. 30대 후반부터 젊음과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 영양제를 섭취해 왔다는 홍 박사는 굉장히 저비용으로 과로로 인한 신체적 부담과 불규칙한 식사로 인한 영양 불균형을 해결할 수 있다며 영양제 적극 찬성 의견을 피력한다.
반면 <세계는 뚱뚱하다>라는 저서를 통해 비만의 사회학을 연구해온 베리 팝킨 교수의 입장은 다르다. 그때 그때 나는 지역 농산물에서 제철에 먹을 채소와 과일을 섭취하는 팝킨 교수는 영양제 무용론을 주장한다. 자연에서 충분한 영양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기름진 음식이나 정크 푸드를 먹으면 아무리 좋은 영양제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좀 다른 의견도 있다. 젊어 각종 질병으로 고생했던 폴 자미넷 수칭 부부의 겨우, 식습관의 변화를 통해 만성 질환을 고쳤다고 한다. 그래서 이제 자신들의 전공을 떠난 암과 각종 질병 연구에 헌신하는 두 사람을 사골 국물로 무기질을 , 내장 중심의 고기 섭취를 통한 단백질을, 코코넛 오일로 지방을 섭취하는 식단으로 하루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그럼에도 이런 음식만 가지고는 부족하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특히 겨울철에는 비타민 D가 부족하고, 일주일에 12개의 굴로 아연 섭취를 충족시킬 수 있다지만 막상 12개의 굴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며 매일, 혹은 일주일에 한번씩 부족한 영양 성분을 각종 영양제를 통해 섭취할 것을 주장한다.
자연 식품을 통해 영양소 섭취를 주장하는 하버드 권장 식단 역시 종합 비타민과 비타민 D는 영양제를 통해 섭취해야 한다고 권장한다. 반면 가정의학과 명승권 교수는 '비타민부터 끊어라'라고 주장하는 비타민 무용론 전도사이다. 22편의 임상 실험을 통해 비타민 등 각종 영양제가 암 예방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특히나 방광암의 위험성은 52%나 증가한다는 것이다.
에린 미코스 존스 홉킨스대 교수 역시 비타민 섭취가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으며 비타민 D와 칼슘을 함께 섭취했을 때 외려 뇌졸증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힜다.
특히 최근 노화를 막자우는 묘약으로 부각되고 있는 항산화제의 경우, 선충에게 이 항산화제를 과다 투여했을 때 도리어 죽음에 이르렀다고 마이클 리스토 교수는 주장한다. 운동을 하며 항산화제를 복용하면 오히려 건강이 안좋아지는 반면, 차라리 항산화제 없이 운동을 했을 때 혈액 신진대사가 좋아지고 당뇨병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타민의 실제 효용은?
이렇게 맞물리는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제작진은 실험을 한다. 라면을 주식으로 삼다시피한 남요한 씨, 건강을 챙기기위해 마치 식사의 한 과정처럼 다양한 영양제를 복용하는 현지씨, 저탄수고지 다이어트를 했지만 지금은 요요에 시달리고 있는 이영훈 피디 등의 영양 상태를 조사한 것.
결과는 뜻밖이다. 세 사람 모두 비타민 B6가 과잉으로 나타났으며 우려와 달리 남요한 씨가 비타민이 좀 부족하고, 이영훈 비타민 A와 B12과잉인 것을 제외하고는 세 사람 모두 혈중 내 비타민 농도가 비슷하게 나타났던 것이다.
베리 팝킨 교수에 따르면 채소 속 항산화물질은 우리 몸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베타카로틴의 복용이 폐암을 증가시키듯 그것이 영양제의 형태로 변했을 때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활성부위에 얼마나 흡수되는지 시판되는 영양제의 효과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영양제 산업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제는 맞춤 비타민이라며 한 병에 12만원짜리 비타민 B 주사처럼 직접 몸에 투입하는 주사요법까지 등장하고 있는 형편이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앞서 <끼니外란> 1편에서도 등장했던 산업과 하계의 유착 관계이다. 비타민 D를 많이 복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저명한 마이클 홀릭 교수가 업계로 돈을 받았던 스캔들에서 보여지듯 우리가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여러 주장들의 이면에 업계의 '로비'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다큐는 지적한다.
앞서 영양제 전도사였던 홍혜걸 의학 전문기자 역시 특정 질병을 치료한다던가, 우리가 음식을 통해 먹지 않는 성분을 필요이상 섭취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선을 긋는다.
기준이 모호한 건강기능식품
이렇듯 최근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건 비타민이나 미네랄 등의 영양제 만이 아니다. 방송 광고 등을 통해 등장하고 있는 키크는 약의 경우 1,2차에 걸친 비교 실험 결과 편차가 미미했고, 이런 식이면 1,2년이면 거의 차이가 없다고 전문가는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건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있는 이른바 식약처의 건강 기능 식품 인정이다. 한 두 개의 논문만으로 인정되는 과정 자체가 허술하다는 것이다.
관절에 특효약이라는 글루코사민의 경우 비영리기관에서는 효과가 없다는 결과가 나온 반면, 자금 지원을 받은 기관에서는 통증이 감소했다는 상반된 결과처럼 식약처 인증 기준 자체가 의심스러운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특히 가르시니아 추출물처럼 급성 간염을 일으키거나 심장 질환 등에 부작용을 일으키는 제품이 건강 기능 식품으로 둔갑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농림축산부는 일반 식품에도 기능성 표시 제도를 도입하려 하여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영양제 진실 게임의 결론은 모호하다. 이현령 비현령이듯이 양 측의 주장은 팽팽하고, 각 주장은 그 나름의 타당성을 근거로 제시한다. 결국 선택은 '소비자'의 판단이다. 하지만 각종 방송과 언론을 통해 끊임없이 생산되고 유포되고 있는 여러 영양제에 대한 '신앙'과도 같은 자극들은 건강 염려증에 휩싸인 사람들을 시험에 들게 한다.
그러나 어쩌면 결론은 명확할 지도 모른다. 가장 기본은 신선한 식재료를 통한 규칙적이고도 건강한 식단이다. 앞서 비타민 무용론에 불을 지폈던 영국 BBC에서도 일조량이 적은 가을과 겨울철에 비타민 D 보충제 섭취를 권장한다던가, 음식으로 필요 영양량을 섭취할 수 없는 노약자 등에게 부족된 영양분의 영양제를 통한 보완을 제시하듯이, 오늘 우리가 먹는 각종 영양제들이 어디까지나 우리가 먹는 식사의 '보조적'인 부분이라는 것을 놓치지 않는 게 아닐까. 굳이 과용하여, 영양제 천국인 미국인들의 오줌이 가장 비싼 오줌이라는 우스개꺼리의 당사자가 될 필요는 없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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