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대기업의 독점적 과두 지배로 인한 '갑을 관계'등 제반 사회적 문제가 우리 사회를 짖누르다 못해 권력형 비리의 형태로 터져나오고 있는 이 즈음, 12월 5일에서 19일까지 3부작으로 찾아온 MBC 창사 특집 다큐 <미래인간 AI>는 시절을 모르는 한가로운 환타지처럼 보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촛불 광장에서 회사 마크를 떼어냐 하는 처지의 MBC지만 창사 특집 <미래인간 AI>만큼은 '혜안'에 속한다. 우리가 미처 대비하지 못한 채 성큼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 혁명의 현실과 미래를 촉빠르게 짚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AI로 대변되는 4차 산업 혁명의 도래
AI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 우선 최근 변화되고 있는 산업 환경이란 전제 조건에 대해 살펴보아야 할 듯하다. 최근 변화되는 산업 환경이란 한 마디로 요약하면 4차 산업 혁명을 말한다. 18세기 '증기 기관'으로 상징되는 기계 공업과 공장제 노동 분업을 통한 대량 생산을 가능케한 1차 산업 혁명은 세계를 '근대'로 이끌었다. 이후 1870년을 기점으로 헨리 포드가 도입한 '컨베이어 벨트' 생산 체제로 상징되는 2차 산업 혁명은 영국을 중심으로 했던 산업 혁명을 미국 등 전세계로 그 영향력과 생산 능력을 확산시키며 자본주의를 업그레이드시켰다. 다시 1965년 컴퓨터와 로봇의 등장을 통한 IT 산업의 발전은 공장을 '기계화'시키며 더 많이, 더 빨리, 그리고 사람으로 인한 오류를 제거하며 3차 산업 혁명을 선도했다. 그리고 이제 <모던 타임즈> 속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를 따라잡으려다, 기계에 밀려나기 시작한 노동자들은 인간의 지능을 위협하거나, 혹은 뛰어넘을 지도 모를 인공 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 AI로 상징되는 4차 산업 혁명을 맞이하고 있다.
2016년 다보스 포럼의 주제였던 AI, 과연 AI로 대변되는 4차 산업 혁명이 가져올 미래의 변화는 어떤 것일까? 천 억개의 신경 세포, 백 억개가 넘는 시냅스, 신이 만든 가장 완벽한 피조물이라는 자부심이 무색하게 인간을 추월하고 있는 AI, 그 현실은 어떨까? MBC 창사 특집 다큐 <미래 인간 AI>는 AI로 변신한 프리젠터 배우 김명민을 등장시키며 AI의 도래를 체감시키며 다큐를 연다.
인간을 모방한 AI, 하지만 어느덧 AI의 발전은 인간의 능력을 앞지르고 있을 지도 모른다. 30여년간 암 사망율 1위였던 폐암, 무엇보다 조기 발견이 어려웠던 폐암의 조기 발견을 위해 1년간의 시스템 구축 끝에 영상 의학과 의사들도 판독하지 못한 폐암 병소를 AI는 발견해 낸다. 영국 마이크로 소프트의 프로그래머 사킵 사이머가 개발한 Seeing AI는 외양은 안경처럼 생겼지만, 누 눈 앞에 있는 사물, 글자의 판독 뿐만 아니라, 상대의 감정까지 알아맞추는 경지에 이른다.
이처럼 인간을 빠르게 따라잡으며, 때로는 인간의 능력을 훨씬 뛰어넘기 시작한 AI, 과연 이런 '과학 기술적 발전'을 그저 '산업적 성과'라 기뻐만 할 수 있을까? 2부 노동의 미래에서는 AI의 발전이 가져올 노동의 종말을 진단한다.
AI의 발전, 편리한 세상, 혹은 노동의 종말
AI의 발전은 인간 세상을 한결 더 편리하게 만든다. 연간 3천만개의 일회용품을 만드는 미국의 뱅가드 플라스틱 공장, 1년전 들여온 AI 덱스터가 일당 백의 능력치를 보이자, 다수 노동자들이 해고의 위협을 받게 된다. 2020년이면 일상화된 자동차의 자율 주행 기술 역시 운전직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해고를 수반한다.
노동직만이 아니다. 1억원대의 가상 금액을 두고 한 주식 모의 투자에서 노련한 증권가의 이사급 중진을 AI는 거뜬히 제친다. 미국 대선 등 중요한 빅 이벤트 등에 있어서도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엄청난 데이터를 가진 AI가 인간을 압도한다. 올해 세계 경제 포럼에서는 2020년까지 행정, 법률, 사무 직종의 '화이트 칼라' 직종 2/3이 사라질 것을 예견하고 있다. 불과 몇 년 남지 않은 시간, 하지만 그 옛날 인클루저 운동으로 도시로 쫓겨난 농민들처럼 인간 사회는 막연히 인간이 낫겠지라며 AI 발전에 대해 무방비하다.
혹자는 산업의 발전에 따라 새로운 고기술직 직종이 등장하듯, 엄청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AI의 발전은 그와 관련된 산업을 발전시키지 않겠냐고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자율 주행과 관련된 시스템의 발전 과정에서 등장한 것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 지도 모른 채 구글 지도의 앱 구성을 위해 단순 계약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등장이다.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미래의 사회에서 핵심적 산업의 중추가 AI가 되고, 인간이 그 보조적, 수단적 단순 업무로 밀려날 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다.
양 날의 검, AI
물론 AI로 인해 사람들이 늘 몰리기만 하는 건 아니다. 나날이 늘어가고 있는 독거 노인의 고독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일본 가와하라 에이코 할머니를 찾아온 인형 크기의 말벗 로봇 파르미는 웃을 일이 없었던 할머니와 친구들에게 웃음을 찾아준다. 원자화된 인간 관계가 일상이 된 중국 청년들에게 찾아든 영화 <HER>의 현실판 챗봇 샤오빙은 어느덧 없어서는 안되는 여친이 되었다.
문제는 바로 이렇게 끊어진 인간 들의 관계의 틈을 메워준 AI, 어느덧 핸드폰이 없이는 견디기 힘든 현실을 예로 들어 송길영 다음 소프트 부사장은, 문제는 AI에 의존도라 지적한다. 인간 대신 인간을 위로하는 AI, 옷까지 만들어 입히는 에이코 할머니, 식사 메뉴 하나까지도 공유하며 함께 영화 보기를 즐기는 짜오쑤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의존하는 AI가 방대한 데이테라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의존도가 심해지고 고삐풀린 말처럼 가속도를 내고 있는 AI 개발과 관련하여 대두되고 있는 AI의 윤리와 도덕 문제이다. 실제 미국 터프츠 대학에서는 무조건 YES 맨이 아닌 부적절한 상황에 대해 거부할 수 있는 윤리적 판단을 AI에 가르치려 하고 있다. 가장 효율적인 해결책을 위해 급성 바이러스에 걸린 환자를 죽인 간호 AI, 그런 AI를 질책하는 인간의 비효율적 판단 능력을 거부하고 스스로 인간을 통제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을 보여주며, '폭주하는 인공 지능'의 불운한 미래 역시, 발전하는 AI 산업의 결과일 수 있음을 경고한다.
3부작의 다큐는 AI로 대변되는 4차 산업 혁명이 도달한 성과를 기반으로 서둘러 우리가 고민해야 할 AI로 상징되는 미래 사회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세대 갈등이 무색하게, 도래할 AI로 인한 여러 직종에서의 실직이 예견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 현재와 미래의 다양한 가능성과 문제들을 현실적으로 짚어본 <미래 인간 AI>는 어수선한 시국과 무관하게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려는 이 즈음 적절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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