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일 방영된 <코로나 200일의 기록 바이러스와 국가> 1부 병든 신세계를 통해 kbs1의 취재팀은 uhd카메라를 앞세워 세계 미국, 중국, 일본, 이탈리아, 브라질 등 7개국의 코로나 19 현장을 담아냈다. 

코로나 19에 무방비하게 당하는 여러 국가에서는 입을 모아 대한민국의 사례가 등장했다. 발빠른 국가의 대처, 헌신적인 국민들의 참여로 그 어느 국가보다 신속하게 코로나 19를 '제압'하여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준 나라, 국민들 앞에서 여전히 '진실'조차 드러내지 못한 채 국민들에게 그 피해를 전가하는 많은 나라에 비하면 정말 우리나라는 자부심을 가질만 했다. 

하지만  그 '자부심'만으로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다큐는 덧붙인다. 1부에 이어 8월 2일 방영된 <바이러스가 묻다>에서는 지난 200일 동안의 주요 사건과 핵심 당사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혁혁한 성과' 이면에 우리가 자족해서는 안될 '교훈'을 남기고자 한다. 

 

 

산술적 심각성보다 더한 심리적 불안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사상 유례없는 감염병의 등장, 정부는 우한 교민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아산 인근에 교민들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일부 국민들과 아산 주민들은 반발했다. 민간 시설과 떨어져 물리적 위험성이 없는 상황, 하지만 산술적 심각성보다 백신조차 없는 바이러스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 속 공포는 훨씬 더 컸다. 이는 바이러스의 공습은 객과적 데이터를 넘어서 우리 사회를 '정신적 아노미의 상황'에 빠지게 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정부의 발빠른 대처와 국민들의 협조로 코로나 19는 더 이상 확산을 멈춘 채 주춤했다. 28번 확진자 이후 더는 확진자가 나오지 않자 정부는 위축된 경체 살리기에 나섰다. 

그러나 이도 잠시 대구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신천지'라는 종교적 맹목성이 더해져 8126명까지 코로나 19의 대유행이 다시 한번 우리 사회를 덮쳤다. 자택 대기 중 사망 환자가 등장하며 보건 의료 시스템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위기 상황, 다시 한번 정부와 국민들은 지혜를 모았다. 부족한 보건 의료 시스템의 문제는 대구 지역 환자 절반이 다른 지역에서 치료를 받게하는 한편, 중앙 연수원이 생활 치료 센터로 활용되며 보건 의료 시스템의 위기를 돌파할 '계기'가 마련되었다. 그 과정에서 민간 병원이었던 대구 동산 병원이 '이익' 대신 지역 코로나 '노아의 방주' 역할을 자처하며 이타적 결정으로 위기에 빠진 대구 보건 의료 시스템에 물꼬를 텄다. 

의병만으론 안된다. 코로나 팬데믹의 그림자들 
그러나 이제 그 과정에 앞장섰던 전문가들, 자원 의료진들은 입을 모아 그런 일련의 대처 과정이 '운이 좋았다'는 결론을 내린다. 

한참 엄마 손이 필요한 아이를 두고 한 달이 넘게 대구 현장에 있었던 의료진, 매일 환자를 보러 갈 때마다 전쟁터에 나가는 기분으로 나섰던 사람들, 다시 이런 일이 있다면 우리가 또 다시 이와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인가에 회의적이다. 왜냐하면 지난 200일의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이들에게 내려진 지침은 '무조건 희생하라'였기 때문이다. 

즉, 감염병과의 전쟁에서 우리가 승리했던 이유는 '헌신적인 의병'과도 같은 의료진들과 지역 의료 체계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거기에 '대구'였기에 가능한 '운좋은 상황'도 놓쳐서는 안된다. 의대만 4곳, 다른 지자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병상 자원이 많았던 대구, 그럼에도 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걱정해야 할 상황을 맞이했었다. 그 위기를 메꾼 건, '공식적'인 시스템이 아니라 '자원 봉사'라는 비공식적 관계, 미약한 시스템을 '의병'들이 몸을 던져 막은 것이다. 그러기에 '시스템'의 구축되지 않는 한 다시 또 이런 운좋은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는 기대는 섣부르다고, 또 다시 있을 지도 모를 이런 상황에 '정규군'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자원했던 의료진들은 입을 모은다. 

또한 그렇게 의병과도 같은 헌신적인 참여에도 불구하고 그간 조명되지 않았던 우리 보건 시스템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청도 정신병원에서 대거 발병한 코로나 19, 대남 병원으로 부터 시작된 코로나 19에 대해 국민들은 그 병원을, 그곳에 입원한 사람들을 우리 사회에 대한 '악마화된 가해자'처럼 여겼다. 당장에 위협적인 코로나 19 감염 사태에 대해 정신 질환 환자에 대한 '수용소'와도 같은 장기 입원 시스템에 대해 고민해 볼 '여지'는 없었다.

'수용소'와도 같이 환자들을 한 방에 다수 기거하게 하는 등 정신 질환 환자들에 대한 장기 입원 문제는 그간 우리 의료계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수십년된 문제였지만 사회적 관심은 이번에도 없었다. 심지어 이들에 대해 소독업체도, 도시락 업체도 거절을 하는 등 '터부'만이 강하게 작동하며 '코로나 19'에 얹혀 정신병원에 대한 편견은 여지없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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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평하지 않았던 감염
정신 병원에서의 집단 발병에서 숨겨져 있는 편견이 드러나는가 하면, 구로 콜센터와 물류 센터 집단 발병은 코로나 19가 우리 국민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시작은 한 사람의 거짓말이었다. 확진자가 줄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해 느슨해 질 시점 이태원 클럽에 다녀간 사람들로 부터 150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감염병 관리 지원단은 접촉자를 파악하고 방역을 통해 더 이상의 확산을 막으려 했지만 학원 강사로 일했던 경력을 숨긴 확진자의 거짓말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한 학원 강사의 거짓말로 부터 시작된 집단 감염은 올해 수능을 앞둔 수험생에서 부터 대형 물류 센터 직원들에 이르기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마스크도 잘 쓰고, 장갑도 잘 끼고 공공시설 이용도 안했는데 억울하다'는 물류 센터 확진자, 결국 그녀의 감염은 아이와 남편까지 이어졌고 결국 남편은 생명의 위협을 받기에 이르렀다. 

152명의 대규모 감염, 하지만 이 결과에 대해 이 대형 물류 센터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결국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을 보인다. 코로나 19로 인해 확산된 '언택트'한 생활, 물류 센터의 배송 물량은 180만 건에서 300만 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결국 시간에 맞춰 배송을 하기 위해 빨리 빨리 실적 위주의 배송 과정이 진행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방역에 이익은 국민 모두가 누린다고 정부는 장담했지만 '호구지책'이 우선하는 저소득층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구로 콜센터 감염도 마찬가지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탄 화물 엘리베이터로 부터 시작된 대규모 감염, 마스크를 쓰고 하루 종일 쉬지 않고 고객을 응대해야 하는 콜센터 업무는 '사회적 격리'와 '언택트'를 표명한 코로나 19 방역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 

전문가들은 지난 200일 우리가 '성공'이라 자찬한 코로나 19에 대한 성공적인 방역 에는 보건 의료적인 측면과 사회 경제적인 측면의 두 얼굴이 있다고 지적한다. 청도와 대남 정신 병원의 대규모 감염 사례를 통해 보건 의료 방역 시스템의, 그리고 쿠팡 물류 센터와 구로 콜센터의 집단 감염에서는 사회 경제적인 시스템의 그림자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피해는 언제나 그랬듯 취약 계층에 집중되었다. 시스템의 틈, 그 틈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고서는 언제 어디서든 또 다시 대규모, 집단 이란 황망한 결과를 받아들 수 밖에 없다고 다큐는 결론 내린다. 





by meditator 2020. 8. 5. 16:25